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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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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법정
  • 출판사 : 문학의숲
  • 발행 : 2008년 11월 15일
  • 쪽수 : 246
  • ISBN : 9788995904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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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텅 빈 마음을 투명한 언어로 채우다

    자신의 삶을 이루는 소박한 행복은 책 몇 권과 자신의 일손을 기다리는 채소밭, 그리고 오두막 옆 개울물 길어다 마시는 차 한 잔이라고 말한 법정 스님의 사색과 수기를 모은 책이다. 갑자기 찾아온 병으로 죽음의 경계에서 삶을 돌아본 법정 스님의 깊고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산문집이다.

    출판사 서평

    '삶은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현대인의 상처와 불안, ‘풍요로운 빈곤’ 앞에 제시하는 참행복의 메시지


    [홀로 사는 즐거움](2004. 5) 이후 4년 6개월 만에 펴내는 법정 스님의 새로운 산문집 [아름다운 마무리]는 종속된 삶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자유인의 삶을 사는 법, 순간 속에서 영원을 발견하고 순수와 본질의 세계를 회복하는 길을 안내하는 영적 지침서다.
    지난해, 육체에 찾아온 병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 스님은 이 책에서 ‘아름다운 마무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월이 흐를수록 깊이를 더해 가는 맑고 순수한 언어
    침묵과 고요, 간소한 삶과 선택한 가난, 그리고 병상에서 건져 올린 가치 있는 삶의 기술


    자연주의 사상가이자 단순하고 청빈한 삶의 실천가인 법정 스님은 출가 이후 생의 대부분을 산중 오두막에서 홀로 수행하며 지냈다. 소유와 발전만을 추구하는 세상을 향해 선택한 가난과 간소함 속에서 삶의 본질을 발견하는 길을 제시해 왔다. 홀로 송광사 뒷산 불일암에서 수행하다가 명성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이 늘자 17년 전 강원도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문명의 도구라고는 없는 오두막에서 홀로 생활해 왔다.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라곤 한 달에 한 번 쓰는 짧은 산문 한 편. 그 글은 세상과 스님을 이어 주는 끈이었다. 그 글에서 어떤 이는 위로를 받고, 어떤 이는 홀로 섰으며, 어떤 이는 용서할 힘을 얻었다. 어떤 이는 그 말씀을 화두로 삼았고, 어떤 이는 상처를 씻었다. 현대인의 영혼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힘을 지닌 법정 스님의 글에는 한 그루 청정한 나무와도 같은 기백과 간소한 삶과 침묵에서 우러나온 생에 대한 깊은 통찰이 배어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깊이를 더해 가는 스님의 사유와 언어. 특히 이번 신작 [아름다운 마무리]에는 지난해 병상에서 발견한 생각과 깨달음이 담겨 있다.

    삶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자꾸만 가난해지는 길을 향해 가는 세상에
    던지는 진정한 부와 행복에 이르는 방법

    스님은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가 부족들로부터 전해들은 이 일화를 소개하면서 필요 이상의 것은 원치 않는 그들의 삶이야말로 오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한다. 그들은 사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소유와 발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세상이 잘못 알고 있는 진정한 가치와 부의 개념을 바로 잡는다.

    자연 속에서 홀로 지내며 더욱 깊어진 사유와 맑아진 영혼의 소리를 담아 펴내는 법정 스님의 새 산문집 [아름다운 마무리]에는 얼음을 깨어 차를 달이고, 채소 모종을 사다 심고 가꾸는 스님의 산중 삶부터 제철이 되어도 찾아오지 않는 새들을 기다리며 쓴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 좋은 책과 독서의 의미, 그리고 월든 호숫가로 소로우의 삶을 찾아간 이야기까지 모두 56편이 담겨 있다. 시간이 흘러도 몇 번을 읽어도 항상 새로운 울림과 깨달음을 주는 법정 스님의 글들은 삶의 거처와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현대인의 영혼에 따뜻한 위안과 평화를 전한다. 위기와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당당한 삶의 길을 제시한다.

    목차

    가을에 책을 내며

    노년의 아름다움
    고전에서 인간학을 배우다
    아름다운 마무리
    삶에 저항하지 말라
    다시 채소를 가꾸며
    한반도 대운하 안 된다
    병상에서 배우다
    어느 암자의 작은 연못
    풍요로운 아침
    자신에게 알맞은 땅을
    삶의 기술
    놓아두고 가기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약한 것이 강한 것에 먹히는 세상에서
    때깔 고운 도자기를 보면
    우물쭈물하다가는
    홀로 걸으라, 행복한 이여
    과속 문화에서 벗어나기
    알을 깨고 나온 새처럼
    옹달샘에서 달을 긷다
    겨울 채비를 하다
    아궁이 앞에서
    물난리 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
    책다운 책
    지금이 바로 그때
    ‘책의 날’에 책을 말한다
    자신의 그릇만큼
    아직은 이른 봄
    얼음 깨어 차를 달이다
    겨울 자작나무
    간소하게, 더 간소하게
    청소 불공
    운문사에 가면
    다시 월든 호숫가에서
    연암 박지원 선생을 기린다
    죽음도 미리 배워 두어야 한다
    들꽃을 옮겨 심다
    우리가 살 만한 곳은 어디인가
    좋은 말씀을 찾아
    바라보는 기쁨
    어떤 주례사
    인디언의 지혜에 귀를 기울이자
    녹슬지 않는 삶
    또 한 해가 빠져 나간다
    개울가에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베갯잇을 꿰매며
    차 덖는 향기
    주고 싶어도 줄 수 없을 때가 오기 전에
    그림자 노동의 은혜
    5백 생의 여우
    하늘과 바람과 달을
    무엇이 사람을 천하게 만드는가
    임종게와 사리
    책에 읽히지 말라

    본문중에서

    우리는 자신의 꿈과 이상을 저버릴 때 늙는다. 세월은 우리 얼굴에 주름살을 남기지만 우리가 일에 대한 흥미를 잃을 때는 영혼이 주름지게 된다. 그 누구를 물을 것 없이 탐구하는 노력을 쉬게 되면 인생이 녹슨다. 명심하고 명심할 일이다.
    세상물정 모르는 철없는 소리일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을 자신의 분수에 맞게 제대로 살고 있다면 노후에 대한 불안 같은 것에 주눅 들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은 과거도 미래도 없는 순수한 시간이다. 언제 어디서나 지금 이 순간을 살 수 있어야 한다.
    (/pp.15~16)

    어쩌다 건강을 잃고 앓게 되면 우리 삶에서 무엇이 본질적인 것이고 비본질적인 것인지 스스로 알아차리게 된다. 무엇이 가장 소중하고 무엇이 그저 그런 것인지 저절로 판단이 선다.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의 자취가 훤히 내다보인다. 값있는 삶이었는지 무가치한 삶이었는지 분명해진다.
    언젠가 우리에게는 지녔던 모든 것을 놓아 버릴 때가 온다. 반드시 온다! 그때 가서 아까워 망설인다면 그는 잘못 살아온 것이다. 본래 내 것이 어디 있었던가. 한때 맡아 가지고 있었을 뿐인데. 그러니 시시로 큰마음 먹고 놓아 버리는 연습을 미리부터 익혀 두어야 한다. 그래야 지혜로운 자유인이 될 수 있다.
    (/p.33)

    흔히 이 육신이 내 몸인 줄 알고 지내는데 병이 들어 앓게 되면 내 몸이 아님을 비로소 인식하게 된다. 내 몸이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병을 치료하면서 나는 속으로 염원했다. 이 병고를 거치면서 보다 너그럽고, 따뜻하고, 친절하고, 이해심이 많고, 자비로운 사람이 되고자 했다. 인간적으로나 수행자로서 보다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앓게 되면 철이 드는지 뻔히 알면서도 새삼스럽게 모든 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일었다. 그리고 나를 에워싼 모든 사물에 대해서도 문득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혼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주고받으면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인생사임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pp.39~40)

    오두막 둘레에 있는 예닐곱 그루의 산자두와 돌배나무가 꽃은 무성하게 피우면서도 열매가 열리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모든 생물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놀라운 신비를 알아차리게 되면 거기에 의지해 살고 있는 생명체를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돈과 경제에 눈이 멀면 상관관계에 얽혀 있는 자연의 가르침을 듣지 못한다.
    남쪽에서 봄이면 맨 먼저 쇠찌르레기 소리가 잠든 숲을 깨우곤 했는데 몇 해 전부터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다. ‘히요이, 호이, 호이, 호이’ 하고 매끄럽게 우는 삼광조도 사라지고 안 보인다. 제철이 되어도 새들이 찾아오지 않는 땅은 결코 온전하지 못하다. 우리들 자신이 이런 세상을 만들어 왔다는 것을 각성해야 한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pp.65~66)

    내가 지니고 있는 것들을 아낌없이 나누는 일에 보다 적극성을 띠려고 한다. 내가 한때 맡아 가지고 있는 것들을 새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원래 내 것이란 없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이 몸도 내 것이 아닌데 그 밖의 것이야 더 말할 게 있겠는가.
    살아오면서 이웃으로부터 받은 따뜻함과 친절을 내 안에 묵혀 둔다면 그 또한 빚이 될 것이다. 어느 날 내가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 사람이 나를 만난 다음에는 사는 일이 더 즐겁고 행복해져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을 만난 내 삶도 그만큼 성숙해지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우리가 살아온 날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그때그때 만나는 이웃들을 어떻게 대했느냐로 집약될 수 있다. 남보다 앞질러 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못 된다. 흐름을 함께 이룰 수 있어야 한다.
    (/pp.86~87)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보다 성숙해져야 한다. 나이 들어서도 젊은 시절이나 다름없이 생활의 도구인 물건에 얽매이거나 욕심을 부린다면 그의 인생은 추하다. 어떤 물질이나 관계 속에서도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즐길 수도 있어야 한다. …인생의 황혼기는 묵은 가지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꽃일 수 있어야 한다. 이 몸은 조금씩 이지러져 가지만 마음은 샘물처럼 차오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무가치한 일에 결코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나이가 어리거나 많거나 간에 항상 배우고 익히면서 탐구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누구나 삶에 녹이 슨다. 깨어 있고자 하는 사람은 삶의 종착점에 이를 때까지 자신을 묵혀 두지 않고 거듭거듭 새롭게 일깨워야 한다. 이런 사람은 이다음 생의 문전에 섰을 때도 당당할 것이다.
    (/pp.89~90)

    이 세상에 가장 위대한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친절이다. 이웃에 대한 따뜻한 배려다. 사람끼리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 대해서 보다 따뜻하게 대할 수 있어야 한다. 만나는 대상마다 그가 곧 내 ‘복밭’이고 ‘선지식’임을 알아야 한다. 그때 그곳에 그가 있어 내게 친절을 일깨우고 따뜻한 배려를 낳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p.110)

    어느 날 아침 내 둘레를 돌아보고 새삼스레 느낀 일인데, 내 둘레에 무엇이 있는가 하고 자문해 보았다. 차와 책과 음악이 떠올랐다. 마실 차가 있고, 읽을 책이 있고, 듣고 즐기는 음악이 있음에 저절로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오두막 살림살이 이만하면 넉넉하구나 싶었다. 차와 책과 음악이 곁에 있어 내 삶에 생기를 북돋아 주고 나를 녹슬지 않게 거들어 주고 있음에 그저 고마울 뿐이다. 오두막 살림살이 중에서 가장 행복한 때를 들라면 읽고 싶은 책을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쾌적한 상태에서 읽고 있을 때, 즉 독서삼매에 몰입하고 있을 때 내 영혼은 투명할 대로 투명해진다.
    (/p.119)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을 부라고 잘못 알아서는 안 된다. 부는 욕구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차지하거나 얻을 수 없는 것을 가지려고 할 때 우리는 가난해진다. 그러나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한다면 실제로 소유한 것이 적더라도 안으로 넉넉해질 수 있다.
    우리가 적은 것을 바라면 적은 것으로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남들이 가진 것을 다 가지려고 하면 인생이 비참해진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몫이 있다. 자신의 그릇만큼 채운다. 그리고 그 그릇에 차면 넘친다. 자신의 처지와 분수 안에서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진정한 부자이다.
    (/pp.123~124)

    자다가 저절로 눈이 떠진다. 어김없이 새벽 한 시에서 한 시 반 사이. 이때 내 정신은 하루 중에서도 가장 맑고 투명하다. 둘레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개울은 두껍게 얼어붙어 흐름의 소리도 멈추었다. 자다가 뒤채는지 이따금 뜰에 가랑잎 구르는 소리만 바스락거릴 뿐. 이것은 적적 요요한 자연의 본래 모습이다. 창문을 열면 새벽하늘에 별들이 오들오들 떨고 있다. 밤을 지키는 이런 별들이 없다면 이 우주는 너무 적막하고 삭막할 것이다.
    (/p.133)

    오후로는 대지팡이를 끌고 마른 숲길을 어슬렁거린다. 묵묵히 서 있는 겨울나무들을 바라보고 더러는 거칠거칠한 줄기들을 쓰다듬으며 내 속에 고인 말들을 전한다. 겨울나무들에게 두런두런 말을 걸고 있으면 내 가슴이 따뜻하게 차오른다.
    (/p.134)

    머리 무겁고 귀찮은 철 지난 옷가지들을 치우고 겨울철에 걸칠 옷들을 꺼내 놓았다. 중노릇 중에서 가장 귀찮고 머리 무거운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지체 없이 철따라 옷가지를 챙기는 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누더기 한 벌로만 한평생을 지냈다는 옛 수행자의 그런 저력이 부럽고 부럽다.
    (/p.144)

    산중에서 홀로 사는 우리 같은 부류들은 뭣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함께 게으르지 말아야 한다. 게으름이란 무엇인가. 단박에 해치울 일도 자꾸만 이다음으로 미루는 타성이다. 그때 그곳에서 그렇게 사는 것이 그날의 삶이다. 그와 같은 하루하루의 삶이 그를 만들어 간다. 이미 이루어진 것은 없다. 스스로 만들어 갈 뿐이다.
    (/p.145)

    현대문명은 언제 고갈될지 모르는 화석연료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석유와 석탄,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그 자리에서 멈추어 폐허로 돌아갈지 모른다. 지속이 보장되지 않는 아주 허약하고 위태로운 문명이다.
    들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기를 좋아하는 한 친지는 그 흔한 선풍기 하나 두지 않고 몇 자루 부채로 여름을 지낸다.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 삶의 모습이 이렇다. 지구 생태계의 위기 앞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해야 할 일은 이렇듯 조그만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지금쯤 그 집 연못에는 백련이 피어 볼만할 것이다.
    (/p.207)

    세상살이란 서로 주고받으며 살아가게 마련인데 주고받음에 균형을 잃으면 조화로운 삶이 아니다.
    주고받는 것은 물건만이 아니다. 말 한 마디, 몸짓 한 번, 정다운 눈길로도 주고받는다. 따뜻한 마음이 따뜻하게 전달되고 차디찬 마음이 차디차게 전달된다. 마지못해 주는 것은 나누는 일이 아니다. 마지못해 하는 그 마음이 맞은편에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사람의 덕이란 그 자신의 행위에 의해서라기보다도 이웃에게 전해지는 그 울림에 의해서 자라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덧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언젠가 자신의 일몰 앞에 설 때가 반드시 온다. 그 일몰 앞에서 삶의 대차대조표가 드러날 것이다. 그때는 누군가에게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 그때는 이미 내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다가 간 자취를 미리 넘어다 볼 줄 알아야 한다.
    (/p.215)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가려진 곳에서 하는 일을 ‘그림자 노동’이라고도 한다. 주부들이 집안일을 하는 것도 이에 해당된다. 그림자 노동에는 보수가 지급되지 않는다. 굳이 일의 공덕을 따지자면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하는 이 그림자 노동에 그 공덕이 있을 것이다.
    (/p.217)

    산중에 짐승이 사라져 가고 있다. 노루와 토끼 본 지가 언제인가. 철 따라 찾아오던 철새들도 아직 감감 소식이다. 여느 해 같으면 지금쯤 찌르레기와 쏙독새, 휘파람새 소리가 아침저녁으로 골짜기에 메아리를 일으킬 텐데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산과 들녘뿐 아니라 산에 사는 사람의 속도 가뭄을 탄다.
    (/p.221)

    저자소개

    법정 [저] 베스트작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32.10.08~2010.03.11
    출생지 전남 해남
    출간도서 35종
    판매수 308,160권

    (속명 박재철)
    1932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다. 전남대학교 상과대학 3년을 수료하고, 1956년 당대의 고승 효봉을 은사로 출가하여 같은 해 사미계를 받고 1959년에 비구계를 받았다. 치열한 수행을 거쳐 교단 안팎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중 1975년부터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홀로 살기 시작했다. 1976년 출간한 수필집 [무소유]가 입소문을 타면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고 이후 펴낸 책들 대부분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수필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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