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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우 시집『아침 꽃잎』. 1970년 '시인'을 통해 등단한 양성우 시인의 열세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1970~80년대 민주화 투쟁의 상징이었던 <겨울 공화국> 등 일찍이 독재정권을 비판하며 시대의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저항시를 주로 써왔다. 이번 시집에는 처음 시를 쓰던 시인으로서의 첫 마음에서부터 시력 40년을 바라보는 시 세계를 고스란히 담았다. [양장본]

일찍이 독재정권을 비판하며 시대의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저항시를 주로 써온 양성우 시인이 열세 번째 신작 시집 『아침 꽃잎』을 내놓았다.
1970년 문예지 《시인》을 통해 등단한 시인은 1975년 집회에서 유신 체제를 비판한 저항시 「겨울 공화국」을 낭송해 교사직에서 파면되고, 또 1977년 장시 「노예 수첩」을 《세카이》지에 게재했다가 국가모독죄로 투옥되었을 정도로 1970, 80년대 민주화 투쟁의 상징이었다.
그런 양성우 시인이 지금 처음 시를 쓰던 첫 마음에서부터 시력 40년을 바라보는 시 세계를 고스란히 담아 한 권의 시집으로 묶었다. 시인의 세상을 향한 첫 순정의 마음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듯하다.
그렇게 양성우 시인의 시는 사랑이 된다. '너' 혹은 '그대'와 '그'를 향한 그리움이다. 그리고 그런 그리움이 곧 시인 자신의 첫 마음이다. 시가 사랑과 그리움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 자체가 사랑, 그리움이 되는 것이다. 시인은 서구의 현대시 작법에 구차하게 품 팔아 말을 비비 꼬지 않고도 자신의 속마음, 첫 마음을 그대로 까발려 드러내고 있다.
또한 양성우 시인의 시는 노래가 된다. 단어나 어절이나 어미, 행 등이 반복되면 시는 노래가 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반복법의 기교를 애써 부리지 않고도 양성우 시인의 시는 그대로 노래가 된다. 시인이 태어나고 자란 남도의 언어, 특히 판소리 등의 소리의 가락이 저절로 시를 노래가 되게 하고 있다. 애절한 진양조부터 가슴 후드득 휘몰아치는 휘몰이까지 가락이 되고 있다.
양성우 시인의 시는 마음속의 자연이 되기도 한다. 초록 잎이고 들이고 산이고 꽃이고 물줄기이고 숲이고 안개이고 빗방울이고 바람인 것이다. 자연에 감정을 이입한 것도 아니요, 자연적 상상력을 띤 것도 아니요, 자연을 의인화한 것도 아니요, 더구나 시어가 자연 상징을 띤 것도 아닌데 심상이 그대로 자연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양성우 시인의 시는 너와 나 사이의 소통이 된다. 언어를 까발리고 부수고 낯설게 하고 불신하여 되레 언어성을 드러내는 난해한 시들과는 달리 언어에 대한 믿음으로 시인과 언어와 그 언어가 지칭하는 대상이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일치한다. 언어에 대한 그런 믿음이 또 독자에게도 시가 고스란히 시인의 첫 마음으로 전달되게 한다.
그리하여 양성우 시인의 시는 사랑이고 첫 마음이고 그리움이고 노래이고 자연이고 이 모든 것이 합쳐져 독자들의 가슴에 후드득 떨어지는 감동이 된다.

1부
나의 노래가 너에게 닿아서
시여 노래여
오해
만리동 고개
시월에
내가 강아지풀이라면
봄 숲을 거닐다
저녁 숲에서
인생의 밤 한가운데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알리
관악에 머물다
라싸를 위하여
누가 숭례문에 불을 놓았을까
여름날 이른 아침 숲에 가서
내 마음이 노래가 되어

2부
꽃 한 송이 가슴에 포개두듯
눈길에서
날마다 네 생각
조치원 가면서
오는 봄
그해 여름 천은사
가을날의 시
천 잎의 꽃이 피었다가 져도
나무들도 사랑한다
꽃을 안고 잠들다
어떤 연애
낙엽을 노래함
깊은 사랑
누구에게나 사랑이 온다
시간의 질투

3부
아침 꽃잎
희망으로
무등 아래 흰 눈
그는 별이 되었다
안면도에서
좋은 꽃이 먼저 진다더니
나무가 사람이라면
그가 보인다
까마귀는 왜 우는가
지율 스님
오 화백의 초상
그를 생각하면 왜 눈물이 날까
울지 마오, 미얀마
나는 산을 믿지 않는다
누가 저 비탈에 길을 열었나

4부
불행 출입 금지
즐거운 인생
잎 지는 동안에
친구 사이
펭귄에게
고척동에서
늙은 향나무의 노래
깨끗한 너의 이름
산비둘기에게
슬픔으로 기쁨을 삼고
가랑잎에게
바닷가에서
신림동의 시
소나기의 일생

5부
가을꽃에 관한 생각
꽃들하고 살아라
귀를 씻다
삶이 나에게
숲은 오늘 조용하다
쓸쓸한 그
여주 가서
가산리에서
여기 무의도
이맘때 비 내리면
나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네
또 하나의 마을
어느 날의 숲
그의 먼 길

후기
해설_이경철

오늘따라 그가 내 안에 가득하다, 밀물이듯이
밤새 내 머리맡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마치 터질 것만 같이 가슴이 벅차오르다니
내가 그의 거처가 되고 그릇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의 이름만 불러도 내 눈에 금세 눈물이 넘쳐흐름은,
이미 그가 내 안에 아침 꽃잎으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까닭이리

_「아침 꽃잎」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