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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전문 비평가인 김재홍 교수(경희대 국문과 교수 겸 문과대학장)가 작품사적 각도에서 현대시사 100년을 살펴보고, 그 중 400편을 뽑아 체계적으로 정리한 명시 감상 비평서(전4권)가 출간되었다. 20세기 초 한용운, 정지용, 이상에서 고은, 황동규, 김지하를 거쳐 정호승, 황지우, 함민복에 이르기까지 작품성이 높은 작품들을 선정하여 현대시문학사의 전모를 한눈으로 살펴 볼 수 있게 한 역작이다.

김재홍 교수 편저 감상 비평서의 주요 특징


그 동안 국내에서 발간된 많은 시선집들과 비교해 볼 때 김재홍 교수의 명시 감상 비평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특별한 주목을 요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편저자의 이름이다. 김재홍 교수는 1981년 서울대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한용운 문학연구’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은 이래 다양한 층위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문학평론가다. 경희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시 전문 계간지 ‘시와 시학’(1990년 창간)을 13년 이상 이끌어 오고 있으며, ‘현대시와 삶의 진실’, ‘카프 시인 비평’ , ‘한국 현대시 시어사전’ 등의 굵직한 저서들을 발간했다. 또한 만해 연구와 만해 정신을 펴는 일에도 온 힘을 기울여 ‘만해학회’를 창립하고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로 현대문학상, 녹원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편저자의 경력에 걸맞게 이번 감상 비평서에는 한국 현대시의 모든 국면이 폭 넓게 논의되어 있다. 전통서정시와 리얼리즘시, 모더니즘 실험, 해체시, 그리고 일제시대의 좌와 우, 해방후의 남한과 북한의 시, 그리고 분단시대 민중시와 순수시까지 골고루 수록되어 있다. 시에 관한 총체적 이론과 지식, 시를 올바로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지혜와 감식안을 기를 수 있게 하려는 편저자의 의도가 반영된 까닭이다. 덕분에 우리 독자들은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편견 없이 엄정하게 평가하고 감상함으로써 한국 문학사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시 감상에 있어 새로운 시야를 확보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시란 어렵고 관념적이며, 심오한 의미를 제공해야 한다는 기존의 관념을 뒤엎은 것도 이번 감상 비평서의 또 다른 돋보이는 부분이다. 김재홍 교수는 365일 사계의 굽이침 속에서 매일 한두 편의 시를 읽고 감상함으로써 메마른 현대적 삶에 정서적 풍요로움을 심어줄 수 있다고 웅변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곁에서 우리를 재촉하고 서두르게 만드는 근대성, 즉 ‘더욱 빨리, 더욱 많이’를 외치며 탐욕스럽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 고요한 명상과 깊은 사색의 지혜를 일깨워줄 수 있는 수단으로 시를 읽고 감상하는 것을 도입해야 한다고 웅변한다. 그래서 편저자는 전체 400편의 시를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배치한 뒤 각 편마다 에세이를 달았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시들은 김재홍 교수의 감성적이면서도 품격 있는 에세이를 통해 새로운 시로 태어난다.

책머리-여름 그리고 가을의 시

1.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2.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강

3.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