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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문학을 공부하는 필자가 평소에 많이 접하는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고전문학에서 정말 외워두고 싶은 구절을 모아서 전북일보에 칼럼을 곁들어 연재한 200회까지의 글을 엮어 책으로 냈다. 구슬같은 지혜와 깊은 뜻이 담겨있다.

蝸牛角上爭何事, 石火光中寄此身.
-달팽이 뿔 위에서 무얼 그리 다투시나? 부싯돌 불빛처럼 짧은 시간에 이 몸을 맡긴 처지이면서.

당나라 때의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쓴〈대주(對酒:술을 대하고서)〉라는 시의 처음 두 구절이다. 사람살이가 다 그런 것 같다. 사활을 걸고 싸우는 일도 따지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니다. 달팽이의 뿔만큼이나 좁은 '이익'이라는 바닥 위에서 서로 그 이익의 바닥을 넓게 차지하려고 싸우고 있는 것이다. 백년도 다 채우지 못하는 인생, 우주와 자연이 지내온 억겁의 세월이 비하면 부싯돌이 반짝 하는 순간만큼이나 짧은 시간이다. 그렇게 짧은 생을 살면서 우리는 서로 아옹다옹 다투고 있는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자. 내가 챙기고 내가 가져야 할 것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내가 사는 기간이 그렇게 긴 것도 아니다. 달팽이 뿔만큼이나 작은 공간, 그 위에 서서 부싯돌의 불빛처럼 반짝하는 시간을 사는 게 인생이다. 다시 무얼 다투시겠는가?

고전의 향기가 물씬 풍겨 나오는 글이다. 수 천, 수 백년 전의 한문 고전 속에서 名句와 佳言을 고르고 그렇게 고른 명언을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을 살린 칼럼을 곁들여 우리에게 향기로 전해주는 책이 나왔다. 《拾珠》, '구슬 줍기'라는 뜻을 가진 책이다. 보석과 구슬은 우리의 주변에 널려 있고 보석보다도 찬란한 행복 또한 아주 가까이에 있다. 다만 우리가 그 사실을 느끼지 못하고 있거나 그렇게 느끼기를 거부하고 있을 뿐이다. 보석과 구슬이 어디에 있는 줄을 몰라서 줍지 못하는 게 아니고 행복이 어디에 있는 줄 몰라서 행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다.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책에 실린 말씀들을 잘 주워서 살펴보면 거기에 바로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안내되어 있다. 책 속에 널려 있는 말씀이야말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값진 보석이요, 구슬인 것이다.

21세기는 하드웨어 시대는 물론 아니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시대도 아니다. 바로 소프트웨어 안에 담긴 내용 즉 알맹이의 질을 따지는 '컨텐츠'의 시대이다. 어떤 방법을 이용하고 어떤 이벤트를 준비하여 사람들을 감동시킬 것인가를 연구하는 프로그램의 시대가 아니라, 프로그램에 담긴 감동적인 내용물로 감동을 주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이런 시대에는 무겁고 진지하면서도 신선한 자극을 주는 짧은 한문 문장 몇 구절이 백, 천 마디의 풀어쓴 말보다 훨씬 진한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다. 《김병기 교수의 한문 속 지혜 찾기-拾珠》는 바로 그런 감동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장님들이 이 책을 읽으면 훈화 말씀거리가 풍부해질 것이고 자주 남 앞에 서서 말을 해야하는 각 단체의 지도자들 또한 이 책을 읽으면 우선 자신부터 감동을 받게 되어 가슴으로부터 우러나는 훈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혼탁하고 바쁜 현대 생활에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추스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짧으면서도 깊고 신선한 맛이 있는 명언과 거기에 덧붙인 짜릿한 칼럼이 우리에게 향기로 다가오는 그런 책인 것이다.

스승은 멀리있지 않다/19
마음이 흔들이면 정신이 피곤하다/20
자연,있는 그대로 그냥두어라.애써 설명하려 들지 말라/21
빨리 달리면서 잘 가기를 바라랴/22
물고기는 보석눈알을 좋아할까?/23
거짓을 행하고서 오래가기를 바랄텐가?/24
근본을 잊지말자/25
실천이 중요하다/26
얼음항아리 속에 든 옥같은 마음/27
작은 소리라고 해서 들리지 않을까?/28
변하는게 사람 마음이라지만..../29
조용히 살겠다는 사람이 기자회견은 왜 하냐?/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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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눈물/209
거울이 밝다한들/210
고기를 자고 싶거든 그물을 짜라/211
낮잠/212
먼저 더러워지는 것은 내입/213
사랑의 고통/214
벌판다한 곳이 청산인데/215
호의호식/216
성냄은 불을 끄듯이 삭이고/217
꽃피자 바람불고.../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