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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문학의 최대 걸작이자 톨스토이 예술의 극치를 이루는 서사시적 대하소설. 러시아와 프랑스의 처절한 전쟁과 죽음을 그리면서도 등장인물 각자의 생활을 통해 삶의 기쁨을 전쟁의 장황함이나 철학적, 역사적 군더더기 없이 자유인으로서 인간적 면모를 느낄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엮었다. (양장본)

도스토예프스키와 더불어 19세기 러시아의 세계적인 소설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의 장편소설인 [전쟁과 평화]는 세계문학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러시아의 역사적 사건인 1812년 나폴레옹 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전쟁과 사랑, 인생, 죽음을 담고 있는 웅장한 역사소설이자 베주호프, 볼콘스키, 로스토프 가를 중심으로 수많은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당시 러시아의 위선과 허위에 사로잡힌 귀족사회와 소박하고 인간미 있는 민중의 모습 등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는 사실주의 소설인 [전쟁과 평화]는 소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러시아 근대소설사에 획기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소설은 19세기 초반의 국제적인 분위기와 러시아의 역사적 사회적 상황, 러시아인의 진솔한 사생활을 풍부히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물 개개인의 성격 묘사도 탁월하며 나타샤 로스토프, 안드레이 볼콘스키, 피에르 베주호프 등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최초 판본 [전쟁과 평화]
-도덕 교과서가 아닌 인간 톨스토이를 만날 수 있는 "다이아몬드 원석" 같은 작품

톨스토이의 최초 판본 [전쟁과 평화](전 3권)는 2000년 봄 러시아의 자하로프 출판사에서 한 권으로 출간된 톨스토이의 최초 판본 《전쟁과 평화》를 번역 출판한 것이다. 전체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기존의 [전쟁과 평화]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양은 절반 정도이고, 철학적인 군더더기가 많이 빠져 있으며, 전쟁에 대한 장황한 묘사가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안드레이 볼콘스키 공작도 죽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톨스토이가 살아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판본이 출판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는 판본이 1868/1869년 톨스토이가 출판한 6권짜리 [전쟁과 평화]를 1937년에 다시 출간한 것이다.

원래 톨스토이는 1866년 이 소설을 완성하여 출간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가지고 갔었다. 그러나 인쇄소와의 거래가 성사되지 않자 다시 자신의 영지(領地)인 야스나야 폴랴나로 되돌아가 그 원고 위에다 2년여 동안 추가 작업을 하였다. 모스크바에서 겪었던 여러 가지 불쾌한 일들에 대한 개인적 의견, 논적(論敵)과의 고집 센 논쟁, 이상적인 교육에 대한 자신의 입장, 일상생활에 대한 철학적 견해 등과 애국주의적인 성향이 덧붙여진 것이다.

이렇게 해서 "더 나아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망가진" "오히려 분위기를 어둡게 할 뿐"인 새로운 원고가 탄생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지금까지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의 정본(?)이 되었다. 톨스토이 연구자들은 1868/69년에 출간된 텍스트의 원본인 1866년에 완성된 초고의 복원을 오랫동안 꿈꾸어 왔다.

톨스토이가 본래 소설로 쓰고자 했던 순수한 [전쟁과 평화], 톨스토이 소설들의 편집자로 일했던 스트라호프 교수와 톨스토이의 아내 소피아 안드레예브나에의 손에 의해 편집되었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전쟁과 평화]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톨스토이 연구가이자 문예학자인 에벨리나 자이덴슈르는 다양한 글씨체와 잉크색, 작가가 원고지 옆에 적은 날짜 등을 수십 년 동안 비교 분석하여 톨스토이의 첫 완성본을 복원해 냈으며, 많은 주석을 단 채 학술전문 출판사인 "NAUKA"에서 출판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문헌학 석사이자 27년 간 여러 비망록 원본을 완벽하게 복원한 경력이 있는 이고리 자하로프(Igor Sacharow)가 과학적인 견해와 논평을 삭제시켜 일반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텍스트로 만들었다. 이렇게 하여 톨스토이가 쓴 최초의 판본 [전쟁과 평화]가 다시 세상에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이 책인) 최초 판본과 (기존의) 두 번째 판본의 차이점

-분량은 절반, 흥미는 다섯 배 [전쟁과 평화]의 최초 판본은 두 번째 판본의 절반 정도 분량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이제스트판은 아니다. 두 번째 판본의 지나치다 싶은 철학적 사설이 빠져 있고, 분위기를 무겁게 덧칠해 놓았던 전쟁에 대한 묘사 부분이 최초의 판본에는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초의 판본은 편집되지 않은 톨스토이의 진정한 창작품이라는 문학적 의미 외에도 일반 독자들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두 번째 판본의 절반밖에 안 되지만 그래도 방대한 분량의 원고가 속도감 있게 읽히는 것을 보면서 독자들은 기존의 너무 심각하고 사변적인 톨스토이의 이미지와는 다른 톨스토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작년 봄 러시아의 자하로프 출판사에서 출간되자마자 곧장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사상가 톨스토이"가 아니라 "작가 톨스토이"
최초 판본 [전쟁과 평화]에서 톨스토이는 러시아 농민 해방 사업가도 아니고 배타적 민족주의자도 아니며 종교 운동가도 아니다. 다만 한쪽으로 물러서 관찰자의 입장을 충실하게 취하는 소설가일 뿐이다. 이 최초 판본에서는 두 번째 판본에서보다 추상적인 장면이 훨씬 적다.

수많은 철학적 사색과 애국심에 불타는 상투적 문구들은 사라져버렸고, 추상적인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우상화되지 않은 현실적인 인물들과 구체적인 사건들을 축으로 펼쳐지는 당대 러시아 귀족들의 삶을 전쟁이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건은 종종 한 명이나 두 명의 주인공의 눈으로 그려진다. 예를 들면 나폴레옹군과 만난 모스크바 근교의 보로진 전투는 안드레이 공작과 피에르의 눈으로 그려진다.

전쟁은 적지만 전쟁의 진실은 더 많다
최초의 판본에는 두 번째 판본에 비해 "전쟁"이 적은 반면 전쟁에 대한 무시무시한 진실은 더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러시아 병사들이 아우르테를리츠 전투에서 전사했거나 부상당한 전우들의 군화를 벗겨내는 장면 등이다. 그러나 러시아 병사들의 몰도덕적인 행동들은 두 번째 판본에서는 사라진다.

초판에서의 전쟁은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훨씬 덜 받고 있으며, 감정적인 애국주의도 나타나지 않는다. 신비로운 러시아인의 감성에 대한 애매모호한 억측도 없다. 주인공도 무자비하게 죄수들을 죽인다. 안드레이 역시 무척이나 메마르고 잔인하게 나오기도 한다.

러시아의 적(敵)인 나폴레옹에 대해 우호적이다
최초 판본에서는 나폴레옹이 "추상적인 악"으로서가 아니라 "위대한 군 지도자"로서 일정 정도 영웅적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두 번째 판본에서는 "검의 영웅" 나폴레옹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그와 대조시켜 플라톤 카라타예프라는 한낱 농부를 "정신적 영웅"으로 찬양하고 있다.

프랑스어로 되어 있는 부분들이 러시아어로 되어 있다
최초 판본에서는 모두 러시아어로 되어 있던 대화의 상당 부분이 두 번째 판본에서는 귀족적인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있다.

안드레이 공작과 페챠 로스토프가 살아남는다
두 번째 판본에서는 두 명의 전쟁 영웅인 안드레이 볼콘스키 공작과 페챠 로스토프가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최초 판본에서 안드레이는 죽지 않았다. 그리고 페챠 로스토프도 살아서 돌아온다. 그렇다면 나타샤와 안드레이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이와 같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고전으로서 [전쟁과 평화]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톨스토이는 여전히(오히려 더) 위대한 작가이고, 최초 판본 [전쟁과 평화]는 걸작 중의 걸작이다. 기존에 잘 알려져 있는 판본의 [전쟁과 평화]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훨씬 더 작가적 흡인력이 있으며, 훨씬 더 톨스토이를 느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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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톨스토이(Lev Nikolaevich Tolstoi, 1828～1910)
남러시아 야스나야 폴랴나 출생.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 문호임과 동시에 문명비평가, 사상가로서도 위대한 존재였다. 명문 백작가의 4남으로 태어나 어려서 부모를 잃고 친척집에서 자랐다. 1847년 대학교육에 실망을 느껴 카잔대학을 중퇴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지주로서 영지 내의 농민생활을 개선하려 하였으나, 그의 이상주의는 실패로 끝나고 잠시 방탕생활에 빠졌다.

1851년 형의 권유로 군대에 들어가 카프카스에서 사관후보생으로 복무하고, 다음해 처녀작 [유년시대 Detstvo](1852)를 익명으로 발표하여 네크라소프로부터 격찬을 받았다. [소년시대 Otrochestvo]1854), [세바스토폴 이야기 Sevastopoliskie Rasskazy](1854～56) 등은 군에 복무하면서 집필한 작품들로서 1855년 군에서 제대하고 수도로 올라갈 무렵에는 이미 청년 작가로서의 지위를 확립하였다.

1857년 서유럽 문명을 시찰하기 위해 국외에 나갔으나 실망하고 귀국하여, 인간생활의 조화를 진보 속에서 추구하던 그는 그 후 내성적인 경향을 모색하게 되었다. 1862년 궁정 시의(侍醫)의 딸인 소피아와 결혼하고 문학에 전념하여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침입을 중심으로 한 러시아 사회를 그린 불후의 명작 [전쟁과 평화 Voina i mir](1864～69)를 발표, 이어 [안나 카레니나 Anna Karenina](1873～76)를 완성하였다.

그러나 그 무렵부터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에 대한 무상에 대해 심한 정신적 동요를 일으켜, 과학, 철학, 예술 등에서 그 해답을 구하려 하였으나 얻지 못하고 마침내 종교에 의탁하였다. 이때가 그의 전향기로서 [교의신학비판(敎義神學批判)](1880), [요약 복음서](1881), [참회록 Ispoved'](1882), [교회와 국가](1882) [나의 신앙 V chem moya vera](1884) 등을 통하여 그의 사상이 체계화되어 갔다. 이 전향 후의 사상을 보통 ‘톨스토이주의’라고 한다.

그의 사상은 현대의 타락한 그리스도교를 배제하고 사해동포 관념에 투철한 원시 그리스도교에 복귀하여 근로, 채식, 금주, 금연을 표방하는 간소한 생활을 영위하고 악에 대한 무저항주의와 자기 완성을 신조로 하여 사랑의 정신으로 전세계의 복지에 기여하려는 것이었다. 1882년 모스크바 빈민굴을 시찰한 후 사회조직의 결함에 깊이 생각이 미치자, 그의 사상적 번민은 종교적, 윤리적 문제에서 사회제도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또 1885년에는 사유재산을 부정하여 이 문제로 부인과 충돌, 그 후 그의 일체의 저작권은 부인이 관리하였다. 그는 러시아 정교회에 속하지 않는 성령부정파교도(聖靈否定派敎徒)와 친교가 있어 4000명에 달하는 이 교도들을 미국에 이주시키기 위한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장편소설을 발표하였는데, 그것이 유명한 [부활 Voskresenie](1899)이다.

그는 수년 전부터 [예술이란 무엇인가](1898)를 집필하고 있으면서 자신의 문학관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으나, [부활]의 집필은 앞의 부득이한 사정 때문이었다. 이 작품에서 동방정교회에 대해 비판을 가하였다는 이유로 1901년 종무원(宗務院)으로부터 파문을 당하기에 이르렀다.

[부활] 이후의 주요작품으로는 [신부(神父) 세르게이](1898), 희곡 [산송장](1900), 단편 [무도회의 뒤] [병 속의 아료샤](1898)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종교와 도덕](1894) [톨스토이즘에 대하여](1898) [현대의 노예제도] [자기 완성의 의의] [유일한 수단](1901) [세 가지 의문](1903) [셰익스피어론](1903) [유년시대의 추억](1904) 《러시아 혁명의 의의》(1906) 《마을의 노래》(1909), 그리고 최후의 대작 《인생의 길》(1910) 등을 들 수 있다.

전향 후 그의 생활 신조는 전술한 대로 재산과 저작권의 포기는 가족에게 중대한 문제였기 때문에 부부간에 분쟁이 끊이지 않았으며, 반면 세상에서는 그를 위선자로 취급하는 사람도 있어 그가 성명했던 본래의 뜻대로 실행하기가 어려워졌다. 게다가 종종 한 집에서 기거를 같이했던 그의 고제(高弟) 첼트코프에 대한 부인의 질투와 증오도 가정생활에 심각한 파문을 일으켰다.

1890년에 발표된 [빛은 어둠 속에서 빛난다]는 이러한 내적 고민을 선명하게 그렸다. 그는 자신의 가정생활의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몇 차례 가출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내 1910년 10월 29일 이른 아침 장녀와 주치의를 데리고 집을 떠나 방랑의 여행길에 올랐으나 도중에서 병을 얻어 아스타포보(현 톨스토이역)의 역장 관사에서 숨을 거두었다. -<두산세계대백과>에서

옮긴이 류필하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한 후, 모스크바 푸슈킨 대학교에서 문학 석사학위을 받았고, 현재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박사과정에서 수학중이다. 저서로는 [자신만만! 초간편 러시아어 회화](근간), [러시아 생활 가이드](안정범과 공저)가 있고, 역서로는 [다락이 있는 집](체홉 단편집), [사랑의 문법](부닌 단편집), [붉은 돛](알렉산드르 그린), [메아리](나기빈 단편집), [얼마나 행복한가](러시아 시 모음집), [도난당한 꿈](마리니나), [일곱번째 희생자](마리니나), [시간으로부터의 해방](에세이집, 남경태 외 공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