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에픽 EPIIC (계간) #02 : 멋진 신세계 / 2021 01.02.03

저 : 문지혁, 최현숙, 정명섭, 남궁인, 김대주, 김화진, 이지용, 임지훈, 김솔, 김홍, 송시우, 이주란, 황정은(黃貞殷), 의외의사실출판사 : 다산북스발행일 : 2021년 01월04일 | 종이책 발행일 : 2021년 01월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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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02》의 제호는 ‘멋진 신세계’다. TV 애니메이션 「2020 우주의 원더키디」가 처음 방영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2020년’을 벌써 떠나보내고 2021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원더키디」가 2020년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애니메이션 속 가상 미래의 모습과 현실 속 진짜 2020년을 비교하며 자조에 가까운 웃음을 보이기도 했고 내심 2020년에 대한 기대, 설렘, 불안을 주변과 나누곤 했다.

정작 2020년의 우리는 로봇이나 기계가 아닌 신종 바이러스로부터 도망 다니거나 그것들과 싸우는 일상을 살게 되었다. 소형 비행선이 아니라 전동 킥보드로 점령된 거리에 불안을 표하게 되었고, 여객기에 몸을 실을 기회조차 잃은 일상은 우울감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지금의 현실은 수십 년 전 애니메이션이 그려낸 디스토피아적 미래와 꽤나 다르지만, 이만하면 우리는 충분히 디스토피아적인 2020년을 살아내지 않았을까.

디스토피아 세계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작품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다. 1932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인공수정 기술을 이용해 인간을 제품처럼 대량 생산해내고 등급을 나눠 역할을 부여하는 미래 인류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들은 강력한 통치 체제가 주입한 대로 자극과 쾌락을 좇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이런 사회에서도 (늘 그렇듯) 자신이 속한 체제를 의심하거나 통제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또 늘 그렇듯) 이들은 통치(제)자들이 금지한 책들을 은닉하고 숨어 읽는다.

《에픽 #02》의 커버스토리 ‘i+i’의 크리에이티브 논픽션 「앞장과 뒷장 사이의 우주」를 통해 작가 문지혁은 예술제본공방 ‘렉또베르쏘’의 대표 조효은을 만나 ‘책’의 물성과 존재로서의 가치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는다. 문지혁의 질문은 꽤 노골적으로 ‘책의 디스토피아’를 묻기도 한다. 여기에 대한 조효은의 답, 그리고 글의 끝에서 문지혁이 발견해내는 유일하고도 단일한 책은 디스토피아의 역설로 느껴진다. 인류의 현재와 미래가 디스토피아에 가까워짐에 따라 오히려 책은 존재 가능성이 뚜렷해진다는 역설 말이다.

《에픽》이 창간된 뒤 한 계절이 지났다. 우리는 크리에이티브 논픽션과 함께 다양한 장르의 픽션을 선보이는 낯선 문예지의 출현에 보내주신 관심과 감상 들을 지난 두 달여 동안 감사한 마음으로 살폈다. 창간호를 통해 《에픽》의 지향점과 성격이 어느 정도 전달된 듯해 다행이라 생각하는 한편, 이번 《에픽 #02》에서는 좀 더 다채로운 글을 담아내 풍성하고도 색다른 읽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고심했다.

크리에이티브 논픽션 파트인 ‘part 1’에는 앞서 언급된 문지혁의 글과 함께 구술생애사 작가 최현숙이 기록한 여성 노숙인의 이야기, 소설가 정명섭이 고백하는 그가 밀덕(밀리터리 덕후)이 된 연유, 에세이스트 남궁인이 채록한 응급실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실려 있다. 픽션 파트인 ‘part 3’에서는 김솔, 김홍, 송시우, 이주란, 황정은의 신작 단편소설을 읽을 수 있다. 2020년대 한국 사회가 보여주는 디스토피아 속 역설을 이들 작품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part 2’에서는 편집자 김화진, 평론가 이지용, 임지훈이 논픽션과 픽션 도서를 엮여 소개한 1+1 리뷰,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 「스페인 하숙」 「여름방학」 등의 작가인 김대주의 버추얼 에세이 ‘if i’를 통해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건널 수 있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제목 자체로 지독한 역설이다. 그럼에도 ‘멋진 신세계’라는 말을 발음할 때마다 어떤 기대감으로 마음이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우 ...

목차 TOP

epigraph
차경희 · 역설의 디스토피아 004


part1

i+i
문지혁 · 앞장과 뒷장 사이의 우주 023

creative nonfiction
최현숙 · 두 사람의 내력 만나기 047
정명섭 · 나는 왜 밀덕이 되었나? 075
남궁인 · 응급실의 노동자들 097


part2

virtual essay
if I
김대주 · 다시, 다시 127

1+1 review
김화진 · 짜이고 익는 말들 139
이지용 · 어떤 물질들의 장소와 환대에 관한 이야기 147
임지훈 · 슬픔을 다시 썼을 때 우리가 엿보게 되는 것들 155


part3

fiction
김 솔 · 말하지 않는 책 171
김 홍 · 이인제의 나라 205
송 ...

본문중에서 TOP

책은 정말로 필수적인가? 문자는 영상으로 대체 가능한가? 종이와 픽셀의 유사점과 차이점은? 리터러시와 디지털리터러시는 같은 개념인가?(그냥 같은 단어를 돌려쓰는 것에 불과하지는 않나?) 기억이 기록(책-문자언어)으로 대체되었던 것처럼, 이제 기존의 기록이 또 다른 기록(유튜브-영상언어)으로 변화하는 과정일 뿐 거기에 아무것도 특별할 일은 없는 게 아닌가? 이 모든 것은 (결코 문을 닫는 법이 없는 지하철역의 ‘눈물의 창고 정리’ 가게처럼) 언제나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출판계와 거기 속한 이들의 음모론일 뿐인가?
( '문지혁, 「앞장과 뒷장 사이의 우주」' 중에서)

22일 새벽 6시 28분 그녀가 전화를 했다. 내려가면서 오빠한테 전화했더니, 오지 말라더란다. 엄마는 평상시 소원대로 화장해서 뿌려줬고, 그사이 오빠네는 대구로 이사를 했다더란다. 엄마를 어디에 뿌렸는지 아직 모른단다. 구미에서 기차를 내려 모텔 방에서 한숨 자고 나와, 시장에서 털신 하나를 사 신고 돌아다니다가, 구미역에 와서 22일 아침 7시 10분에 출발하는 영등포행 무궁화호를 예매해놓고, 순댓국에 소주 한 병을 먹고, 지금 구미역 바로 뒤 공원이란다. 엄마 가셨는데 ...

저자소개 TOP

문지혁 [저]

2010년 데뷔해 장편소설『초급 한국어』『비블리온』『P의 도시』『체이서』, 소설집 『사자와의 이틀 밤』등을 썼고,『라이팅픽션』『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등을 번역했다. 대학에서 글쓰기와 소설 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최현숙 [저]

구술생애사 작가. 1987년부터 천주교 사회운동을 시작했고,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민주노동당·진보신당에 몸담으며 여성위원장과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2008년부터 요양보호사와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로 일하며 할머니·할아버지들의 넋두리를 듣다가 혼자 듣기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받아 적기 시작해 ‘구술생애사’라는 것을 하게 됐다. 지금은 전업 작가로 일하며 노인을 비롯해 편견과 배제로 경계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들에 관한 다양한 글작업을 하고 있다. 저서로 『할배의 탄생』, 『막다른 골목이다 싶으면 다시 가느다란 길이 나왔어』, 『천당허고 지옥이 그만큼 칭하가 날라나』, 『삶을 똑바로 마주 하고』, 『할매의 ...

전체선택

정명섭 [저]

대기업 회사원과 바리스타를 거쳐 지금은 청소년문학과 역사를 넘나들며 사실과 상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팩션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소외되었던 사실을 발굴하거나 익숙한 것들에서 낯선 모습을 발견하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햇빛처럼 선명하게 기록된 역사 속에서, 그 빛을 받아 밤을 비추는 달과 같은 이야기를 찾는 중입니다. 남들이 볼 수 없는 은밀하거나 사라진 공간을 말할 때 이야기는 특히 빛이 난다고 믿습니다.
중편소설 《기억, 직지》로 2013년 ‘제1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으로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NEW 크리에이터상’을 받았습니...

남궁인 [저]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취득, 현재 이대목동병원 임상조교수로 재직중이다. 『만약은 없다』 『지독한 하루』 『차라리 재미라도 없든가』 『제법 안온한 날들』을 썼다.

김대주 [저]

방송작가. tvN 「응답하라 1994」 「삼시세끼」 「꽃보다 청춘」 「꽃보다 할배」 「윤식당」 「스페인 하숙」 「여름방학」 등에 작가로 참여했다.

김화진 [저]

소설가. 편집자. 202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지용 [저]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DGIST 기초학부 겸직교수. 장르비평팀 텍스트릿에 소속되어 있으며, SF평론가이자 문화비평가이기도 하다. 2017~2020년 한국SF어워드 심사위원,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심사위원을 지냈다. 대표 저서로 『한국 SF 장르의 형성』, 공저로 『한국 창작 SF의 거의 모든 것』, 『비주류선언』, 『인공지능이 사회를 만나면』, 『인류세와 에코바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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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선택

임지훈 [저]

문학평론가. 202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평론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김솔 [저]

1973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201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암스테르담 가라지세일 두번째』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망상, 어語』 『유럽식 독서법』, 장편소설로 『너도밤나무 바이러스』 『보편적 정신』 『마카로니 프로젝트』 『모든 곳에 존재하는 로마니의 황제 퀴에크』 『부다페스트 이야기』가 있다. 문지문학상, 김준성문학상,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김홍 [저]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송시우 [저]

2008년 단편소설 <좋은 친구>로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아이의 뼈>로 한국추리작가협회 황금펜상을 수상했다. 데뷔작 <좋은 친구>가 일본 하야카와쇼보에서 출간하는 추리소설 전문 월간지 《미스터리 매거진》에 소개되어 화제를 낳았다. 2014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이 그해 장르소설로는 드물게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되었으며, 출간 즉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 한국적인 서정을 담은 사회파 추리소설을 추구한다. 한국미스터리작가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체선택

이주란 [저]

1984년 김포에서 태어났다. 2012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했다. 2012년 『세계의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선물」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모두 다른 아버지』,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있다. 김준성문학상, 제10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황정은 [저]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마더]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파씨의 입문] [아무도 아닌], 장편소설 [百의 그림자] [야만적인 앨리스씨] [계속해보겠습니다], 연작소설 [디디의 우산] [연년세세] 등을 썼다. 만해문학상, 신동엽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대산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젊은작가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의외의사실 [저]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만화를 그리고 있다. 과묵한 개 마루와 함께 책으로 마음속을 거닐고 산책으로 거리를 거니는 일상. 읽는 이의 마음을 일깨우는 ‘의외의’ 감성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레진코믹스에서 「마루의 사실」을 연재했고, 민음사 블로그에서 [의외의사실의 세계문학 읽기]를 연재, 문학 팬들을 사로잡은 입소문의 주인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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