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세잔의 산, 생트빅투아르의 가르침 

저 : 페터한트케역 : 배수아출판사 : 아트북스발행일 : 2020년 11월23일 | 종이책 발행일 : 2020년 10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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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대한 탐색의 열정
세잔에게 바치는 색채의 언어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페터 한트케의
문학적 아름다움의 구축!

한트케가 스스로 발견한 스승, 폴 세잔
그의 예술적 영감이 된 생트빅투아르산을 찾아서


23세에 발표한 데뷔작 [말벌들] 이후 커다란 센세이션을 몰고 온 희곡 [관객모독]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이래 줄곧 언어와 세계와의 관계라는 비밀을 자신의 문학의 중심으로 삼아오며 현대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페터 한트케. 하지만 그의 이름과 작품은 세계적 명성에 비해 우리에게 여전히 낯설게 다가온다. 그런 그가 2019년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세계뿐만 아니라 국내 독자들 사이에서도 그의 문학적 성취를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시, 소설, 희곡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만들어온 한트케이지만 특히 그의 초기 작품들은 여전히 여러 가지 해석을 불러일으키며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중 1979년부터 1981년까지 매우 느슨한 형태의 4부작으로 탄생시킨 ‘느린 귀향’ 프로젝트는 삶과 글쓰기 양면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느낀 작가의 존재와 예술의 의미를 분명히 하려는 의도로 떠난 여정을 마치고 고향 오스트리아로 돌아오는 과정을 작품으로 남긴 것이다.
여정을 시작할 무렵 한트케는 프랑스 화가 폴 세잔에 매료된다. 1978년 파리의 주드폼미술관에 걸린 세잔의 작품 '팔짱을 낀 남자'에 깊이 사로잡히며 그림 속 인물을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으로 삼고, 1979년에 [느린 귀환]을 발표한다. 이후 세잔의 예술적 행보에 감화된 그는 특히 화가의 ‘생트빅투아르산’ 연작에 이끌린다. 마치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그를 끌어당긴 세잔의 작품을 마주한 한트케는 지금껏 무엇에도 이끌리는 경험이 없던 자신이 이토록 사로잡혔다는 사실만으로도 신비한 경험이라고 고백하면서 생트빅투아르산을 직접 보기를 열망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1979년 두 번에 걸쳐 생트빅투아르를 찾은 후에 [세잔의 산, 생트빅투아르의 가르침]을 완성한다.

“똑같은 사물도 다른 시각에서 보면 엄청나게 흥미롭고 그만큼의 다양성을 갖춘 연구대상으로 변하므로, 나는 지금 고개를 더 오른쪽으로, 그리고 다시 더 왼쪽으로 돌리는 행동만으로도 이 자리를 전혀 떠나지 않은 채 최소 몇 달 동안은 분주할 수 있을 것 같다.”_폴 세잔

대체 생트빅투아르산의 무엇이 이 두 예술가를 매혹했을까. 실제 생트빅투아르는 텅 비고 앙상하며 척박한 자연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산행 초기 한트케는 실제 산의 모습과 화가가 그린 산의 모습이 다르다는 데 의문을 갖는다. 하지만 산을 오르면서 세잔이 실제 산을 달리 그린 것이 아니라 더 절묘하게 표현했음을 깨닫는다. 이러한 깨달음은 문학적 전환을 갈망하던 한트케에게 대단히 중요한 순간으로 기억된다. 보여지는 것들에 사색이 더해져 탄생하는 예술이야말로 한트케가 탐색하고 열망하던 문학에의 열정이었고, 작가는 세잔의 산을 통해 그 해답을 얻은 것이다.
늘 무지를 두려워하며 스승을 갈망하던 한트케는 비로소 스스로 세잔을 인류의 스승이자 자신의 예술적 스승으로 삼고, 세잔의 회화가 사물을 현실화한 방식을 따라가면서 글쓰기 미학의 깨달음을 얻는다.

사물과 언어의 매개자,
한트케 문학 세계의 뿌리


책에는 물론 생트빅투아르산을 찾은 두 번의 방문에 대한 기록이 담겨 있다. 하지만 책을 세잔의 그림에 관한 미술 에세이, 혹은 세잔의 주요 모티프였던 생트빅투아르산을 여행하며 기록한 여행기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책의 형태가 무엇인가에 관해서는 평론가와 연구자들 간의 여러 논의가 있었다.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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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트케 스스로 발견한 스승, 폴 세잔. 세잔의 회화가 사물을 현실화한 방식을 따라가면서 글쓰기 미학의 깨달음을 얻고자 한 작가는 예리한 언어로 커다란 아치를 그리며 느리게, 하지만 동시에 논증이나 설명을 생략하고 직접 화살처럼 사물 안으로 꽂히듯 핵심으로 진입하는 특유의 서술 방식을 통해 문학적 아름다움을 구축해간다.
- 배수아 / 소설가

우리는 이 책에서 세 개의 생트빅투아르산을 만난다. 첫번째는 세잔이 그린 산이고, 두번째는 페터 한트케가 묘사한 산이고, 세번째는 실제의 생트빅투아르산이다. 그것들은 저마다 다르며 또 동일체이기도 하다. 한트케는 세잔의 그림 앞에서 미적인 것이 주는 내면의 법열감에 전율한다. 이 책은 단 한 번도 무엇인가에 이끌려본 적 없는 사람이 이끌렸던 세잔의 그림을 매개로 펼친 예술론이자 정신적 참 스승의 위대함, 즉 “오직 실재함과 충만함을 통해 유일한 것 또는 그와 같은 것에 귀 기울인다”고 말한 세잔에게 페터 한트케가 바치는 오마주이다.
- 장석주 / 시인, 문학평론가

목차 TOP

커다란 아치
색채의 언덕
철학자의 고원
늑대의 점프
뽕나무 길
그림들의 그림
차가운 들판
팽이의 언덕
커다란 숲

해설

본문중에서 TOP

최근에 나는 운터스베르크1의 눈 덮인 정상에 서 있었다. 내 머리 바로 위, 거의 손이 닿을 만큼 가까운 공중에 까마귀 한 마리가 바람 속을 활공하고 있었다. 까마귀의 몸통으로 당겨진 발톱의 노란색은, 새의 이상적인 이미지가 바로 이것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햇살을 받아 빛으로 일렁이는 날개는 금색이 섞인 갈색이었다. 그리고 하늘의 푸른색. 그 세 가지는 드넓고 편평한 공중에 널찍한 색채의 띠를 만들며 흘러갔고, 그래서 순간 나는 허공에 휘날리는 세 가지 색의 깃발을 본 듯했다. 그것은 주장이 없는 깃발, 오직 색채만의 사물이었다.
(/ p.14)

나는 화가들에게 마땅히 해야 할 감사조차 저버리고 있었다. 부속물이라고 오해하기는 했지만 간혹 가다 최소한 시력검사판 역할이라도 해주었고, 되풀이되는 생명과 환상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킨 적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색상과 모양 자체는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항상 그림으로 그려진 어떤 특별한 대상 자체였다. 대상이 없는 색채와 형태는 너무 무의미했고, 익숙한 일상의 자리에 있는 대상은 너무 흔했다. 여기서 ‘특별한 대상’은 딱 맞는 말은 아니다. 원래는 평범한 물체 ...

저자소개 TOP

페터한트케 [저]

현대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1942년 오스트리아 그리펜에서 태어났다. 그라츠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다 첫 소설 『말벌들』(1966)이 출간되자 학업을 중단했다. 그해 전후 독일 문학계를 주도하던 ‘47그룹’ 모임에서 파격적인 문학관으로 거침없는 독설을 내뱉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소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1970),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1972), 『소망 없는 불행』(1974), 『느린 귀향』(1979), 『아무도 없는 만(灣)에서 보낸 나의 1년』(1994),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1997), 희곡 『관객모독』(1966) 『카스파』(1967), 이외에도 예술이론...

배수아 [역]

소설가이자 번역가. 1993년 『소설과사상』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훌』 『올빼미의 없음』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 『뱀과 물』, 장편소설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부주의한 사랑』 『에세이스트의 책상』 『북쪽 거실』 『서울의 낮은 언덕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산문집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등을 발표했고, 옮긴 책으로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프란츠 카프카의 『꿈』, W. G. 제발트의 『현기증. 감정들』 『자연을 따라. 기초시』,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달걀과 닭』 『G.H.에 따른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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