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끈질긴 땅 : 그들의 노동에 1

출판사 : 열화당발행일 : 2020년 04월03일 | 종이책 발행일 : 2019년 12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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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스터소개글 TOP

1970년대 중반, 나이 오십을 앞둔 존 버거는 알프스 자락 산악 마을로 삶의 거처를 옮긴다. 1972년 비비시 텔레비전 프로그램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와 동명의 책이 대중적으로 성공하고, 같은 해 소설 [G]로 부커상을 받으면서 미술평론가와 소설가로서 명성을 얻어가던 때였다. 전성기를 누리던 사십대의 작가가 이런 결단을 내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970년대 세계 역사의 흐름은 금융 자본주의가 나아가는 방향으로 완전히 틀어져 있었고, 오직 생존을 위해 헌신하는 농민계급이 더 이상 생존할 수 없게 될 위기를 감지한 존 버거는 이에 저항할 대안을 찾아야 했다. 스스로 '두번째 교육', '나의 대학'이라 불렀던 프랑스 농민 공동체는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역사였다. 미술평론가나 작가로 불리기보다 '이야기꾼'이 되고자 했던 그에게, 사라져가는 이들의 삶을 체험하고 그 이야기를 전하는 일은 사명이었다. 이후 십오 년 동안 이 주제로 글쓰기에 매달렸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 번역 출간된 삼부작 소설 '그들의 노동에(Into Their Labours)'는 그 결과물로, 1974년부터 집필을 시작해 1990년에 완성했다. 1부 [끈질긴 땅(Pig Earth)](1979)은 산악 마을의 전통적인 삶을 묘사하고, 2부 [한때 유로파에서(Once in Europa)](1987)는 그런 마을의 삶이 사라지고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실향을 그린다. 3부 [라일락과 깃발(Lilac and Flag)](1990)은 자신들의 마을을 떠나 대도시에 영원히 정착한 농민들의 사랑 이야기다. 배경은 유럽 시골 마을과 도시이지만, 몇몇 세세한 면을 제외하고 보면 세계 여러 대륙에 있는 많은 국가들에 존재하는 보편적 장소들이다.

출판사서평 TOP

이 삼부작의 역사적 의미
그렇다면 왜 농민인가. 오늘날 농민과 경제 체계는 어떤 관계인가. 농민들의 경험은 전 세계적 차원에서 어떤 의미인가. 존 버거는 1부 머리말에서 옛 농민들이 지녀 온 시간관, 경제관, 그리고 정치적 입장과 종교적 태도는 다른 계급이나 집단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음을 심도있게 분석한다. 그들에게 미래에 대한 유일한 희망은 살아남는 일이었다. 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끝없이 노동해야 하는 농민들은 자신의 삶을 미래와 과거 사이에 놓인 하나의 ‘막간’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 이는 그들이 매일 익숙하게 마주하는 탄생, 삶, 죽음의 연속에서 깨달은 이치다. 이점 때문에 농민들은 종교에 의지하지만 그 믿음의 기원은 정작 종교가 아니며, 지배자나 성직자의 종교와도 일치했던 적이 없다. 또 내일의 생존이 가장 큰 관심사인 만큼, (지주들이 생산물을 착취해 가는 부분 외에는) 자신들이 생산한 것을 경제적 잉여로 간주하지 않는다. 임금 노동자들은 자신이 생산한 것의 가치에 속아 넘어가기 쉬운 반면, 농민들이 맺는 경제적 관계는 언제나 투명했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종종 보이는 농민들의 보수주의는 지배층이나 아첨하는 프티부르주아의 그것과는 아무 공통점이 없다. 권력이 아닌 수단의 보수주의이고, 예측 불가한 변화의 위협에 맞서 온 삶, 대를 이어 내려온 가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렇게 흔들림 없이 살아남은 농민의 세계관은 19세기 들어 변화하기 시작한다. 자본과 시장경제에 노출되면서 그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수확물을 사 가는 이윤 체계에 종속되었다. 농민들의 도시 이주가 시작되고 버려진 마을이 생겼다. 농업의 대규모 상업화와 식민지화로 농민들의 자손은 도시 임금노동자가 되어 다른 계급에 흡수되었다.
이제 농민들의 꿈은 불리한 조건이 없는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되었다. 부당함이 생기기 전, 존재의 근원적인 상태로 말이다. 물론 농업이 꼭 농민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경험으로 확인된 연속적 세계관은 자본주의의 덧없고 모순된 희망보다는 지금 우리에게 더 현실적이다. 진보를 향한 농민들의 의심은, 오늘날 자본주의가 대안을 찾느라 똑같은 의심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거 없는 게 아니었다. 이 삼부작은 이같은 진실을 가르쳐 준, 여전히 시골 마을에 살거나 대도시로 떠나야만 했던 사람들과의 연대를 위해 씌어졌다.

한때 유로파에서 — 두 세계의 충돌
2부 『한때 유로파에서』는 산악 마을의 전통적인 삶이 점차 사라지고 현대화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다. 근처에서 결혼식이 열리면 아코디언 연주를 하는 노총각 농부 펠릭스는 어머니의 죽음 후 슬픔과 고독을 음악으로 달랜다. 도시에서 온 여인 마리 잔을 사랑하는 양치기 보리스는 끝내 버림받고 홀로 죽음을 맞는다. 프니엘이라 불리는 고지대에는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지구 주위를 돌던 이십여 년전만 해도 오두막이 스무 채가 넘었지만 이젠 겨우 두 채뿐이다. 이곳에 사는 스물세 살의 다니엘레는 이웃 노인 마리우스의 사랑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 아래 골짜기에 들어선 공장은 오직 용광로가 매일 정확하게 뚜껑을 여닫고 금속이 화학검사 기준에 맞는지에만 관심이 있다. 집을 팔라는 압박에 타협하지 않는 아버지의 고집으로 오딜의 집은 공장에 둘러싸여 간신히 버티고 있다. 그러나 공장의 용광로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가 사랑한 남자 미셸의 두 다리와 스테판의 목숨을 앗아간다. 오닐은 공장 직원들의 숙소 ‘유로파에서’의 한때를 추억하며 아이들에게 당부한다. “공장에서 스테판과 미셸은 사흘 동안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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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 자리의 문제 / 하나의 설명 / 라 난 엠(La Nan M.)의 죽음 / 기억 속의 송아지 / 국자 / 위대한 흰색 / 부활절 / 독립심 강한 여자 / 사다리 / 바람도 울부짖는다 / 마을의 출산 / 살아남은 자에게 바치는 노래 / 석양 / 돈값 / 건초 / 루시 카브롤의 세 가지 삶 / 루시 카브롤의 두번째 삶 / 루시 카브롤의 세번째 삶 /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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