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서툰 가족 : 우리는 입양 가족, 오늘도 소란합니다

저 : 김혜연출판사 : 사과나무발행일 : 2020년 01월17일 | 종이책 발행일 : 2020년 01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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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부부가 겪는 절망과 아픔, 그리고 아기를 입양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과 심경, 그 험난한 과정을 가슴 저릿하게 쓴 에세이. 보통 입양 가족은 입양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은데 글쓴이는 훗날 아이가 자랐을 때 “우리 딸이 되어주어 고맙다”고 당당하게 밝히려 한다. 여전히 입양을 망설이는 많은 난임 부부들에게 입양에 대한 정보와 마음가짐,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해주는 따뜻한 글.

아이를 갖고 싶었습니다만

“병원에 가보는 게 어떨까?”
먼저 물어온 것은 남편이었다. 결혼 후 3년 넘도록 아이를 기다리던 어느 날이었다. 남들에겐 평범한 행복이 저자에겐 허락되지 않았다.
결혼하면 당연히 아이가 생길 줄 알았다. 그러나 3년, 4년… 그러나 아기 소식은 없었다.
결국 찾아간 난임센터에서 충격적인 의사의 말을 들었다. “불임입니다.”
그날 이후 잠을 잘 수 없고, 눈앞이 흐려졌다. 뭐라고 소리치고 싶은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말을 못하게 된 그날 이후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다. 실어증으로 말을 할 수 없으니 두서없는 필담이 시작되었다. 한 시간 넘도록 쓰고 읽고 쓰기를 반복했다. 옆에 앉아 글귀를 따라 읽던 남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렇게 글로 응어리를 풀어냈다.

마트에서, 거리에서 지나치는 아이만 봐도 눈물이 쏟아졌다. 아이 없는 삶은 생각할 수도 없다. 선택은 3가지뿐.

1. 아이 없이 딩크족으로 산다.
2. 입양한다.
3. 헤어진다.

그러다 우연히 찾아간 보육원에서의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천사 같은 아이들이 있었다. 가슴이 저릴 만큼 예쁜 아이들.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버리다니! 세상이 불공평했다.
그중 한 아이에게 오래 시선이 머물렀다. 동그랗고 말랑말랑한 볼 위로 앙증맞은 코, 오동통한 입술, 쌍꺼풀은 없지만 작지 않은 눈, 말랑말랑한 찹쌀 모찌가 생각났다. 그렇게 한눈에 ‘모찌’를 알아보았다.
모찌를 입양해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데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반복되는 행정 절차와 49가지의 서류, 기나긴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해를 넘기고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한 가족이 되었다. 이제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가족’이다.

모찌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다. 버려질 때 생모가 남긴 쪽지의 글이 애틋하다.

‘아가야, 미안해… 세상에 혼자 두게 해서 정말 미안해… 그리고 정말 사랑해…’

아이를 입양했다고 불행 끝, 행복 시작이 아니었다. 육아 때문에 힘들고, 타인의 편견과 시선이 비수가 되어 돌아왔다. 아이 때문에 울고 아이 때문에 웃는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그 와중에 웃을 일이 참 많다는 것, 상상도 못했던 삶을 살고 있다는 것. 고통 중에도 기쁨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적 같다. 보통의 가족처럼 기쁜 날도, 힘든 날도 있지만 저자는 외친다. “우린 입양 가족, 오늘도 안녕합니다”라고.

목차 TOP

1부 더 이상 흘릴 눈물이 없다고
끝나지 않는 하루
매일 한 번은 최후를 생각한다
난임의 끝에 서서
나라는 주제
엄마가 아니어도 너를 사랑해

2부 지난하고 오랜 우리의 출산
가보지 않은 여행을 떠나려 해
49개의 서류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오늘 아기를 만나러 갑니다
집으로 가는 길
가슴으로 낳았다구요
사실 난 엄마를 미워해

3부 가족이 되어가는 방법
알아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름이 고민이지 말입니다
까꿍, 엄마가 여기 있어
밥 잘 못하는 예쁜 엄마
이제 어린이집에 가도 될까요
벚꽃이 피어도 피지 않아도
우물 위로 핀 하 ...

본문중에서 TOP

끝이 있다는 것은 감사하지만 슬픈 일이다. 상상하고 싶지 않은 끝을 향해 달리던 불안한 마음을 놓아줄 수 있는 기회지만 그 정점의 시간을 견뎌내는 것이 끔찍하기 때문이다.
(/ p.27)

“지금까지 살던 것과는 정반대로 한번 살아봐. 오른쪽으로 가고 싶으면 왼쪽으로 가고 밥이 먹고 싶으면 파스타를 먹어. 집에만 있지 말고 동네 개천이라도 나가봐. 하고 싶은 것, 딱 반대로 일 년만 살아보라구.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날 테니.”
(/ p.71)

귀가 뜨거웠다. 심장이 두근두근. 올 것 같지 않은 그날이 왔다. 우리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사람들 앞에서 속이 상하고 매번 짧은 만남 뒤에 헤어져야 하는 모찌를 보며 가슴을 쳤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러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가족’이다.
(/ p.153)

몰랐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아이라 밤에 보채는 것이 그저 무서운 꿈을 꿔서일 거라고 생각했다. 왜 아파서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미안한 마음에 괜스레 모찌의 볼을 쓰다듬었다. 작고 보드랍고 여린 아기가 내 품에 누워 잠을 잔다.
(/ p.177)

아이가 생겼다고 불행 끝, 행복 시작이 아니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

저자소개 TOP

김혜연 [저]

해가 뜨기 전 출근하는 사람. 해가 지면 글 쓰는 사람. 그 시간을 제외한 모든 순간을 아내와 엄마로 살아가는 사람. 상처를 재구성하고 의미를 짓는 일에 관심이 있다. 가로막힌 문 앞에서 절망하고 있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글을 쓰고 싶다. 2019년 제3회 경기 히든작가 공모전에 당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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