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 : 한국어에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영어 수업

저 : 허새로미출판사 : 현암사발행일 : 2019년 09월10일 | 종이책 발행일 : 2019년 08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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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커리큘럼, 조금 독특한 언어 수업

말하기 전에 생각했나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상황에서, 우리는 굳이 내 생각에 꼭 맞는 표현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뜸을 들이거나 문법을 지키며 말하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모국어란 너무 편안하고 익숙하므로 주어나 목적어를 생략하기도 하고 관용구를 활용해 전하려는 메시지를 강조하기도 한다. 상세하게 이야기하기 귀찮다면 거칠게 언질만 던져도 무방하다. 우리끼리는 또 ‘척하면 척’ 알아듣는 맛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렇게 말을 가지고 놀다가 그만 방심하여 만나야 할 사람과 엇갈리거나 충돌 사고가 일어나는 일이 왕왕 생긴다. 몇 가지 상황을 보자.
하나. “뭘 잘했다고 울어?” 친구의 말을 듣고 기분이 더 가라앉았다. 뭘 잘해야만 울 수 있는 것일까? 그런데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가만 보니 친구가 악의를 품고 한 말 같지는 않은데, 그가 전하려던 건 오히려 나에 대한 애정과 그로 인해 속상한 마음인 것도 같은데, 저 문장은 왜 저런 모양을 하고 있을까? 어떤 의미를 품고 나를 향한 것일까?
둘. “대박 감동 실화!” 감명 깊은 영화를 보고는 신나서 SNS에 글을 썼는데 올리고 보니 어딘가 찜찜하다. 내 감흥이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진부한 영화처럼 느껴진다. 내가 쓴 문장은 내 생각을 잘 나타내고 있나? 나는 내가 무얼 느꼈는지 제대로 알고는 있나? 이 영화의 어떤 점이 어떻게 감동이었던 걸까? 아니, 감동이 뭐지?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당신에게는 ‘눈치’라는 능력이 있다. 그러니 알아서 맥락을 파악하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은 ‘여기서 잠깐!’을 외친다. 적확한 표현을 찾으려는 노력 없이 언어가 내놓은 길을 관습적으로 따라가며 ‘대충 무슨 말인지 알지?’ 하고 퉁치고 넘어갔던 수많은 순간들. 그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거나 받은 적은 없을까? 그러다 뭔가 빠뜨린 건 없을까? 분명하게 따져보려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거나, 종종 갸우뚱했지만 깊이 고민할 여유가 없었던 이들이라면 서둘러 이 책 앞에 앉기를 추천한다. 책장을 한 장 넘긴 다음부터는 마음 편히 유난 떨어도 괜찮다. ‘굳이 끄집어내서 물고 늘어지는 능력’으로는 어디 가서 빠지지 않을 저자가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을 통해 누구나 마음 놓고 질문해도 되는 공간을 마련해놓았다.

영어라는 렌즈로 한국어 세계 낯설게 보기

한국어와 영어 바이링구얼(Bilingual)인 저자 허새로미는 이중언어 사용자로서 때때로 이쪽에서 저쪽을 보고 저쪽에서 이쪽을 본다. 이 책에서 그는 영어라는 렌즈로 모국어의 이상한 움직임을 더욱 예리하게 감지하고 잡아낸다.
1부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한국어를 어떻게 구사해왔는지 짚어보면서 언어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인간을 소외시키는 현장을 포착한다. 특히 우리 언어가 위계의 눈금을 지나치게 촘촘하게 그어놓은 탓에 소통의 장이 눈치 싸움이자 힘겨루기가 되고 마는,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상황을 꼬집는다.

TV 채널을 돌리다가 어느 방송에서 “편하시게 골라주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이사 준비를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마주친 한 블로그에서는 “이사하실 때 가구 보시러 다니시는 것도 고역이시잖아요”라는 문장을 읽었다. 존대어가 붙을 수 있는 곳마다 모두 붙어 있었다. 그냥 “편하게 골라주세요”는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할 가능성이 있는 문장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사할 때 가구 보러 다니는 것도 고역이잖아요”는 상대에 대한 충분한 존중을 보이지 않는다고 느끼는 모양이었다.
(/ p.31)

사회에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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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외국어로 배우는 언어다. 타자의 언어를 익히는 일은 나 자신과 내가 속한 사회를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업이 된다. 당연하게 여겼고 실수하지 않으려 애써왔던 모국어의 존댓말, ‘정’이라는 번역 불가능한 단어의 참뜻, “예쁘게 말해!”라는 우격다짐. 그 모든 말들이 내게 요구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나를 어떻게 길들여왔는지 허새로미 작가의 글을 읽으며 생각한다. 그 명료함을, 단호함을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으로 배운다.
- 이다혜 / 《씨네21》 기자,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저자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말을 자주 인용하면서도 정작 내가 기거하는 한국어의 평면도를 작정하고 들여다볼 일은 잘 없었다. 영어를 오래 구사하고 또 가르쳐온 바이링구얼 저자 허새로미의 글을 읽는 동안 그 익숙함을 낯설게 바라보는 관점을 배울 수 있었다. 자신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또 세상과 분명하게 소통하기 위한 언어를 찾아가는 동안 한국어 화자인 우리들이 종종 어떤 벽에 부딪쳐왔고 또 어떤 복도나 정원은 품지 못했는지, 지성적이고도 뭉클하게 펼쳐 보이는 책이다.
- 황선우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저자

모국어를 고향 삼지 않는 사람이 있다. 한국어를 고향 삼지 않는 한국어 화자는 눈치가 없고 분위기를 깨는 부적절한 태도로 어디서든 눈에 난다. 언어가 구성하는 세계와 밀착되지 않는 몸은 버겁고 가렵고 옹송그려진다. 고향을 찾아 떠돌던 그는 영어를 만나 숨통을 텄고 늘 영어와 함께 호흡도 가르쳤다. 한때 그에게서 호흡법을 배웠던 학생으로서, 강의실에서 ‘파스타 안을 달려가는 구멍’을 따라 발견한 다른 세계를 전하던 열정이 더 널리 전해지게 되었음에 무척이나 반갑다.
- 이민경 / 『탈코르셋 : 도래한 상상』,『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저자

목차 TOP

- 들어가며

1부. 나를 속이는 말
- 스몰토크의 힘
- 눈치가 말해주지 않는 것들
- 한국어는 지면 안 되는 언어
- 정이란 무엇일까
- 손찌검이 들어오는 자리
- 차라리 입을 다물게 되는 순간
- 우리는 왜 시도 때도 없이 무시하고 무시당할까
- 감동 실화? 어떤 감정이 ‘감동’일까
- 목적을 감춘 이상한 질문들
- 내가 드세고 당돌하고 맹랑하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 바이링구얼리즘, 이중언어의 그늘 안에 서기

2부. 영어라는 렌즈
- 나쁜 버릇에도 이름이 있다
- 억울함을 쪼개고 쪼개면
- 가짜 공포 분리하기
- 감정에 대응하는 언어가 ...

본문중에서 TOP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모셔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나는 힘이 센 사람이다. 눈치 사회에서 말을 적게 해도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권력이다. 영화 속 부자나 갱단 두목이 손가락만 까딱해도 주위에서 필요한 것을 척척 대령하는 장면도 같은 이치다. 말을 적게 하는 것이 권력의 상징이 되면, 질문하고 자꾸 말 시키는 사람을 미워하게 된다. 나의 권위를 해치는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p.33)

말을 예쁘게 하라는 요구는 주로 직위가 낮은 사람, 여성, 어린이, 사람을 직접 상대하는 직종을 향한다. 국회의원, 대학교수, 혹은 중년 남성, 한국에 체류 중인 백인에게 말 예쁘게 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다.
(/ p.60)

같은 사건을 목격해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각각 다를 수 있다. 하물며 어떻게 느끼는가는 당연히 모두 다를 것이다. 감동은 여러 감정을 아우르고 한데 묶어주면서 ‘여기에 뭔가 네가 좋아할 만한 것이 있다’는 강력한 표지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유용한 언어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에 감동했다고, 어떤 사건이 감동적이었다고, 그래서 참 ‘좋았다’고 느낄 때 그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 더 이상 생 ...

저자소개 TOP

허새로미 [저]

어릴 때부터 질문하기를 좋아했다. 세상의 어느 불의보다 질문을 차단당하는 것을 가장 못 견뎌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7년간 토플 강사로 일하다 미국으로 떠났고, 뉴욕대학교에서 영어교육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유학길에 오를 때에는 그저 돈 잘 버는 강사가 되려는 생각이었지만 뉴욕에서 다양한 국적과 문화의 사람들을 가르치며 바이링구얼리즘에 눈을 떴다. 돌아온 후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점에 바탕을 둔 소통 중심의 강의 스피크이지(SpeakEasy English)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언어가 우리의 삶을 좀 더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준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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