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담배의 사회문화사 : 정부 권력과 담배 회사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저 : 강준만출판사 : 인물과사상사발행일 : 2013년 02월06일 | 종이책 발행일 : 2011년 07월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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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골초 국가, 조선과 대한민국
17세기 중반 조선에 14년 동안 억류됐다가 탈출한 유럽인이 있다. 바로 하멜이다. 하멜은 고향 네덜란드로 돌아가 [하멜표류기]를 썼는데, 그 한 대목이 담배에 관한 것이다.

"그들 사이에는 담배가 매우 성행해 어린아이들이 4, 5세 때 이미 배우기 시작하며, 남녀 간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
(/ p. 16)

담배가 이 땅에 들어온 것이 조선 시대 광해군 때인 1616년이니, 한반도에서 담배 연기가 피오르기 시작한 지 채 400년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쓰일 정도로 담배는 우리 역사에 친숙한 물품이다. 18세기 말인 정조 때에는 흡연률이 20퍼센트(전체 인구 1839만 명 중 360만 명)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담배 사랑은 일제 강점기와 대한민국 건국을 거치면서도 식을 줄 몰랐다. 해방 뒤에는 사제담배와 양담배가 성행했다. 특히 양담배는 '미제'라는 아우라까지 겹치는 바람에 인기를 끌었다. 양담배 장사가 제법 쏠쏠하자 미군 트럭을 '차떼기' 하는 일이 벌어지더니, 급기야는 미군 군용열차를 털다 사람이 죽는 지경에 이르렀다.

담뱃세에 중독된 정부
1964년 미국 공중위생국 국장인 루터 테리는 "흡연은 암을 유발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 보고서의 영향으로 1964년 미국인 1인당 담배 소비량은 1963년에 견줘 3.5퍼센트나 줄어든다. 한국에서도 관련 보도가 쏟아져 나왔지만 아무도 보고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 애연가들의 관심은 오직 담뱃값 인상이었다.
담배 사업을 전담하는 전매청과 그 후신인 한국전매공사는 세금 걷는 재미로 장사에 여념이 없었다. 오직 '구국의 일념'으로 담뱃세를 거둘 뿐이었다. 당시 전매청은 값싼 담배는 적게 만들고 비싼 담배는 많이 만드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을 인상하는 수법을 자주 써먹었다. 전매청의 농간에 양담배 소비가 늘고 관제담배 소비가 줄자 정부는 강력 단속으로 대응한다. 전매청과 양담배의 힘겨루기는 담배 소비만 늘릴 뿐이었다.
1986년 담배 시장 개방 뒤 양담배가 밀려들자, 양담배 저지의 사명을 띠고 한국전매공사가 민간 기업 형태인 담배인삼공사로 탈바꿈한다. 그러나 양담배와 맞붙은 전쟁은 얄궂게도 온 국민을 상대로 사실상 '흡연 촉진'을 하는 결과를 낳고 만다.

상상을 뛰어넘는 담배 회사의 상술
1928년 아메리칸 토바코(American Tobacco)는 주력 브랜드인 럭키 스트라이크의 판촉을 위해 '미국 광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드워드 버네이스(Edward Bernays)를 기용한다. 버네이스는 전문가를 고용해 담배 판촉에 나선다. 그중 한 사람이 영국 보건의료계연합 의장을 지낸 조지 뷰캔. 조지 뷰캔은 광고에 등장해 "식사를 바르게 끝내는 방법은 과일, 커피 그리고 담배 한 개비다", "담배는 구강을 살균하는 효과가 있으며 신경을 진정시킨다"고 말한다.
버네이스가 기획한 또 다른 행사가 '자유의 횃불' 행진이다. 젊은 여성 열 명이 뉴욕 시 맨해튼 5번가를 담배를 피우며 활보하는 행사였는데, 이 정도로도 언론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겉으로는 담배를 여성해방의 상징으로 연결한 것이지만, 속셈은 여성해방을 명분 삼아 여성의 담배 소비를 늘리려는 것이었다.
1986년 우리나라 담배 시장이 개방된 뒤로 양담배 회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판촉을 벌였다. 처음 시도한 것은 불법 경품 제공. 제품보다 더 비싼 수첩, 볼펜, 미니 카메라, 라이터 따위를 끼워 파는 불공정거래행위를 하다 시민 단체에 고발당한다. 양담배 회사가 후원한 외국 가수들의 내한 공연과 양담배 회사가 설치 ...

목차 TOP

머리말 담배와 정부 권력의 유착

제1장 조선은 소문난 '골초 국가'
담배는 만병통치약
조선은 소문난 '골초 국가'
담뱃대 사용 제한령
서양인이 본 조선인의 담배 사랑
흡연을 죄악시한 미국 선교사들
단연운동으로 시작한 국채보상운동
영화와 담배 회사의 질긴 인연
기독교의 금주단연운동
담배와 페미니즘

제2장 연기는 하늘로 돈은 국고로
사제 담배 전성시대
화랑 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야
양담배 피지 말라
양담배는 미국의 부와 문화의 상징
양담배를 배격하고 국산 담배를 애용하자
국산 담배 애연가 위안회
양담 ...

본문중에서 TOP

1957년 4월 12일 밤 미군 피엑스용 물품을 가득 싣고 인천을 출발해 의정부를 거쳐 동두천으로 가던 군용열차가 의정부와 덕정 사이 고갯길에서 멈춰 섰다. 열차에서 누군가가 손전등으로 신호를 보내자 한국 민간인 아홉 명이 열차로 달려가 산소 용접기로 문을 절단하고 양담배 스물네 상자를 들어내려는 순간, 미군의 총격이 시작됐다. 이 총격으로 한국인 한 명이 사망하고, 두 명이 부상당했다.
(/ pp. 52~53)

담배 도둑도 들끓었다. 1960년 9월 6일자 [조선일보]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대전시 인동에서 연초 소매상을 하는 이낭이 씨는 금년 들어 다섯 차례나 담배 도둑을 맞아 골치를 앓던 끝에, 좀도둑을 골려주기 위해서 아리랑 빈 갑에 나무조각을 넣어 진짜처럼 포장을 해서 20갑을 진열해놓았더니 5일 새벽 도둑이 들어 진열장을 부수고 훔쳐갔다고. 담배 대신 나무조각을 훔친 도둑도 약이 올라 재침을 노리겠지만 주인 이 씨도 새로운 방법 대책을 목하 고민 중이라는 소식.
(/ p. 60)

1975년 말 현재 세계 각국의 흡연 인구의 1인당 1일 흡연량은 한국이 여전히 '골초 국가'임을 말해주기에 충분했다. 개비 수로 프랑스가 5.1, 이탈리아가 5.2, 오 ...

저자소개 TOP

강준만 [저]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2005년에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국의 저자 300인’, 2014년에 『경향신문』 ‘올해의 저자’에 선정되었다. 저널룩 『인물과사상』(전33권)이 2007년 『한국일보』 ‘우리 시대의 명저 50권’에 선정되었고, 『미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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