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바람의 풍경 

출판사 : 문이당발행일 : 2010년 02월04일 | 종이책 발행일 : 2000년 01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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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기도 한다

[바람의 풍경]은 바람처럼 살아온 신경림 시인의 삶에 대한 가슴앓이의 흔적이면서 지나간 날들의 신산한 삶의 풍경이 곰삭은 젓갈처럼 소복이 담긴 시인의 첫 자전 에세이집이다. 이 책은 폭압의 세월과 소외된 민중에 대한 신경림 시인의 끝없는 사랑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 순정한 기록을 통해 우리는 신경림 시인의 고통과 방랑과 사랑을 만난다. 한 시인의 도저한 문학의 뿌리가 이 기록 속에 오롯이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신경림의 많은 시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그는 스스로 자신이 ‘길’ 속에서 자랐다고 말한다. 그는 어린 시절 '길’을 보면서 멀리 있는 고장을 생각하였고 그 길이 언젠가 자신을 순정한 곳으로 데려다 주리라 믿으며 그 길을 따라 바깥 세상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서너 해 전 문득 고향 생각이 나서 고향을 찾아가다가 그 길에서 잊었던 일들, 잊었던 얼굴을 생각해내면서 길은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자전 에세이는 바로 이 '안으로 난 길'에서 씌어졌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길에서 학병에 끌려가는 젊은이들에게 천황폐하를 위해 죽어 돌아오라고 역전에서 만세를 부르던 그의 유년시절을 만나고, 피난길 양담배장사를 하겠다고 나섰다가 밑천을 다 들어먹고 미군부대의 하우스보이가 된 그와, 자취하던 종중집 옆 한약방집 딸과 봄밤의 사과꽃길을 말없이 걷던 수줍은 모습의 소년과도 만난다. 또 ‘쟤는 백지를 내도 국어점수는 백점을 주어야 할 아이’라고 인정을 받던 문학소년 시절, 참고서값으로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사들고 개선장군이 되어 신바람나게 오십 리 길을 걸어 집으로 가는 그와, 세상에 내가 할 일이란 없을 것 같다는 절망 속에서 시골집에 틀어박혀 대폿집을 전전하던 젊은 시절의 그를 만난다. 또 홍은동 산비알에서 김관식, 천상병 들과 소주를 김치 안주해 마시고, 70년대의 두꺼운 얼음 아래 요시찰 대상이 되어 연행과 훈방을 되풀이해 겪던 유신시절의 그를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또한 이 길에서는 그와 함께 이 길을 걸어왔고, 그의 길동무가 되었을 수많은 사람들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신퉁수’란 별명의 당숙과 얘기꾼 창돌 애비, 어려서부터 그를 유난히 위했던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어릴 적의 동무 하나, 처음 술을 가르쳐준 족형, 열다섯에 독립군 심부름을 했다는 조선족 늙은이, 어렵던 유신시절 ‘이름 없는’ 무명산악회를 만들어 산에 다니던 글쓰는 친구들, 홍은동의 추억으로 아련한 김관식과 천상병 시인, 번성하던 목계나루장과 원장군의 이야기를 들려준 강노인, ‘나를 키운 사람들’이라고 시인이 이야기하는 그의 아버지, 어머니, 틀국숫집을 하던 할머니, 두 스승(유촌 선생과 정춘용 선생), 가진 것 없이 너무 착하게 사는 바람에 몸이 가벼워져 새가 되어 날아갔을지도 모를 이현우라는 친구 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는 책머리의 글에서 "나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자"는 생각으로 이 글을 썼다고 하면서 "나는 일부러 안으로 났다고 여겨지는 길을 찾아 걸었다. 잊었던 마을과 마주치기도 했으며, 사라졌다고 여겨지던 감정이 찾아오기도 했다. 나는 어쩐지 그 안 제일 구석진 곳에서 늙고 초라한 나 자신의 모습과 마주칠 것 같아 두렵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쓰고 있다.

신경림 시인이 자기성찰을 통해 들려주는 살아온 삶의 솔직한 기억이자 고백
이 책은 그의 말대로 육순을 훨씬 넘은 신경림 시인이 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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