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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어려서부터 마녀로 몰려 사람들의 냉대와 핍박 속에 자라난 그웬돌린. 급기야는 친아버지를 죽인 살인자라는 누명을 써 화형대에 오르게 되고 이제 절망밖에 남지 않은 순간, 미치광이 수장으로 알려진 알렉스 맥던이 뛰어들어 화형대의 불길로부터 그녀를 구해낸다. 감사의 마음으로 가득했던 그웬돌린이었지만 그역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려는 사람 중 하나였을 뿐이라는 걸 깨닫고 다시 마음을 닫는데.

캐린 몽크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광고계에서 일하다 마침내 어려서부터의 꿈인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녀가 처음으로 써낸 역사 로맨스 (1995)는 로맨틱 타임스가 선정한 그 해 "최고의 데뷔작"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녀의 소설은 전설이 아직 일상 생활과 공존하던 시대인 중세 스코틀랜드를 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독자의 가슴을 절절히 에이게 하는 동시에 따뜻한 유머도 잊지 않는 그녀의 작품은 개성적이고 살아 숨쉬는 듯 생생한 인물들과 그들 사이에 오가는 재치 있는 대화로 더욱 빛을 발한다. 작품으로는 <당신은 나의 영웅>, , , , 등이 있다.

작품 소개
모든 것이 끝났다고만 여긴 바로 그 순간, 운명은 그녀에게 새로운 미래와 사랑으로 향한 손길을 뻗었다! 어려서부터 마녀로 몰려 사람들의 냉대와 핍박 속에 자라난 그웬돌린. 급기야는 친아버지를 죽인 살인자라는 누명을 써 화형대에 오르게 되고 이제 절망밖에 남지 않은 순간, 미치광이 수장으로 알려진 알렉스 맥던이 뛰어들어 화형대의 불길로부터 그녀를 구해낸다. 감사의 마음으로 가득했던 그웬돌린이었지만, 그 역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려는 사람 중 하나였을 뿐이라는 걸 깨닫고 다시 마음을 닫는다.

한편 마녀의 치유 능력만을 필요로 했던 알렉스는 예상과 달리 아름답고 애처롭기조차 한 그웬돌린의 모습에 연민을 느끼고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맥던 일족 역시 마녀를 두려워하며 적대시하고, 그웬돌린이 물려받은 마법의 보석을 노리는 악의에 찬 추적도 계속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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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일부
여자는 횃불의 가느다란 여린 빛조차 눈부셔 이맛살을 찡그리고 사내의 얼굴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심이 중책을 맡았구나. 두 명의 다른 남자들은 어둠에 가려져 누구인지 식별하기 어려웠다. 여자는 그들을 잠시 살핀 후에야 모난 돌멩이를 움켜쥐고 있던 손에서 스르르 힘을 뺐다.
로버트가 오지 않은 것이다.
"다들 기다리고 있어."
심이 선언했다. 그는 악취를 풍기는 시꺼먼 동굴 같은 입속까지 보이며 악랄한 기쁨에 젖어 히죽거렸다.
"날씨가 좋아. 밤바람도 그만이구."
그웬돌린은 저 밉상을 향해 달려들고픈 욕망과 싸우며 앞으로 나아갔다.
심이 굵은 밧줄을 시험 삼아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손 내밀어."
그녀는 포박을 당하는 동안 손가락을 굳게 오므려 서글프리 만큼 보잘것없는 무기를 감추었다. 죄인의 손목이 으스러질 만큼 꽁꽁 묶여지자 두 명의 사내들이 양쪽에서 팔뚝을 잡고 그녀를 어두컴컴한 복도로 끌고 나갔다. 불결한 체취, 썩은 음식내, 배설물 냄새가 감도는 속에서 군데군데 고인 오물 웅덩이를 철퍼덕거리며 끈끈한 바닥을 재빨리 가로지를 때 통통한 털뭉치 같은 것이 난데없이 튀어나와 쪼르르 굴러가자 그웬돌린은 놀란 숨과 함께 멈추어 섰다.
전사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한마디씩 던졌다.
"마녀가 생쥐를 무서워하잖아! 쥐 머리통을 깨물어 피를 내고 독약에 넣었던 주제에."
"네 불쌍한 아비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 친구에게도 주문을 걸어 보지 그래?"
"댁에게 걸려고 힘을 모아두는 참이에요."
그웬돌린은 신랄하게 대답해 상대의 겁먹은 표정에서 쓰디쓴 즐거움을 맛보았다.
성(城)의 일층에 도착하자 지하 감옥의 불쾌한 악취 대신 음식과 술 냄새가 진동했다. 그녀의 죽음을 축하하는 주연에 맥스윈 일족 모두가 모인 것이다. 그웬돌린은 고기 굽는 구수한 냄새에 욕지기가 치밀어 입술을 꼭 깨물고 성문을 얼른 넘어 따뜻한 밤공기 속으로 나갔다.
"저기 온다!"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이 마녀!"
눈매가 사나운 한 여인이 갓난아이를 가슴에 꼭 안고 비난했다.
"너 때문에 이 아이가 열병에 걸렸어!"
깡마른 소년은 삿대질을 했다.
"지난 달 우리 엄마를 죽인 게 너지, 못된 살인자야!"
"우리 불쌍한 아들에게는 저주를 걸어 나무에 깔리게 했어!"
비탄에 잠긴 중년 여자가 울부짖었다.
"내 아들을 다리 병신으로 만들어 놓은 사탄의 시녀!"
군중 모두가 제각기 욕설을 퍼부었다. 저 증오에 사무친 얼굴들과 폭력적인 몸짓에 질린 나머지 그웬돌린은 걸음을 떼지 못했다.
"빨리 와, 마녀. 어서 움직이라구."
처형 집행인이 윽박지르며 떠밀자 그녀는 비틀거렸다.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우우 몰려들어 마녀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옷을 잡아당겼다.
"악마의 딸 같으니!"
"사탄의 추종자!"
"더러운 년!"
그웬돌린은 묶인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지만 등과 어깨를 향해 마구 날아드는 일족의 주먹질을 피할 길이 없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지자 그녀는 무릎을 꿇었다.
"그만하지 못해!"
천둥 같은 노성이 사람들 뒤편에서 일었다.
"당장 물러서지 않으면 너희들의 심장을 도려내겠다!"
폭도로 변했던 맥스윈 일족은 주춤거렸다. 그들은 선홍색과 황금색의 휘장이 드리워진 단상을 향해 의아하게 고개를 돌리고 수장 내외와 어린 후계자, 그리고 수장의 동생인 로버트를 살폈다.
"여기 맥던 일족의 수장께선 정의의 심판을 지켜볼 배짱이 없으신가 보다."
로버트가 메마른 어조로 넌지시 비꼬았다.
"그만하고 마녀를 끌고 가."
독단적으로 명령을 내린 동생 로버트를 감싸줄 요량으로 맥스윈 수장도 얼른 덧붙였다.
"어서 화형을 집행하라."
일족이 뒤로 물러서고 그웬돌린은 거칠게 끌려 일어났다. 그녀는 로버트가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을 단상 쪽으로는 일별도 주지 않고 화형대에만 시선을 못박았다.
화형대는 마녀의 죽음을 일족 모두가 잘 구경할 수 있도록 장작더미가 얼기설기 높이 쌓아올려진 위에 나무기둥 하나가 우뚝 선 형상으로, 관례와 달리 외벽 근처의 마당 가장자리에 설치된 터였다. 마당 한가운데에서 화형이 집행되면 살 타는 역한 냄새가 성안을 가득 메워 귀부인들의 섬세한 감각을 며칠씩 고문할 거라는 수장 부인과 딸의 주장이 반영된 결과라고 로버트가 일찍이 그웬돌린에게 귀띔했었다. 덧붙여 처형 시간을 저녁으로 잡은 건 로버트 자신의 결정이었다. 무덥고 환한 낮보다 어슴푸레한 늦은 오후 쪽이 불꽃의 장엄함을 강조해 줄 뿐더러 마녀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도 볼 수 있으니까.
그웬돌린은 화형대의 조잡한 계단을 하나씩 올라갔다. 죽음 자체는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죽는 방식은 두려웠다. 그녀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산 채로 수장당하거나 참수되는 쪽을 선택했겠지만 마녀 처형은 전통적으로 화형이었다.
이토록 끔찍한 죽음을 앞두고 그녀가 공포에 질린 나머지 보물의 은닉처를 밝히길 로버트는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사람에게나 통한다. 따라서 그웬돌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화형대의 나무기둥 앞에서 집행인들이 마녀의 결박을 일단 풀고 두 팔을 뒤로 모아 다시 묶었다. 그리고 새 밧줄로 몸까지 기둥에 고정했다. 불길이 높아졌을 때 희생양이 화염의 불꽃 속으로 고꾸라져 구경거리가 시시해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관객의 편의를 배려한 사려 깊은 조치였지만 그웬돌린에게는 다소의 품위있는 죽음조차 허락하지 않는 무자비한 조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