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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체로 사랑의 아픔을 그려낸 장편소설. 20년 세월의 바다를 훌쩍 건너 옛연인을 찾아온 주인공 지단. 지단은 사업상의 방문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스물 한 살 젊음의 기억 저편에 남겨둔 자신의 잃어버린 영혼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다. 지단은 당시 학생운동에 몰두하던 수연과의 애틋한 사랑을 떠올리고...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체로 문학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을 그려낸 이명행의 장편소설 [그 푸른 스물하나]가 도서출판 열림원에서 출간되었다.

'사랑'을 주제로 한 문학은 때론 식상한 멜로물로 격하되기도 하지만, 사랑이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원초적인 코드이자 쉽게 변하지 않을 인간 감정의 원형이란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 동안 '황색 새의 발톱' '노란 원숭이' 등을 통해 역사적 문제를 가상화했던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 본연의 감정인 '사랑'의 테마를 조심스럽게 탐색한다.

이 책은 얼마 전 TV를 떠들썩하게 했던 남북 이산가족 소식을 계기로 집필되었는데, 작가는 50년이 지나 북녘 땅에 남겨두고 온 옛 배우자들을 찾는 한 노부부의 인터뷰 장면을 보면서 그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그들이 찾고 있는 것은 정작 사랑하는 그 대상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하는 이미지 속에 숨어 있는 자신의 잃어버린 영혼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바로 이런 영감이 작가의 펜을 숨가쁘게 움직이도록 만든 원동력이었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20년 세월의 바다를 훌쩍 건너 옛 연인을 찾아온 이 책의 주인공 지단 역시 스물한 살 젊음의 기억 저편에 남겨둔 자신의 잃어버린 영혼을 찾아 되돌아온 것이다. 지단은 자신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여인인 수연이 학생운동에 몰두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자책감에 번민하다 결국 도미를 선택했었다.

당시 수연의 역할이 바로 자신의 몫인 것만 같고, 세상으로부터 그녀를 지켜주지 못한 자신의 처지가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단은 수연과 함께 유학 생활을 하고, 그녀와의 사랑을 지속시킬 수 있으리라는 것에 아무런 의심을 품지 않았다. 그것은 수연 자신도, 그리고 그들의 사랑을 아는 주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들 앞에 놓인 비극적 운명으로 인해 그들은 사랑에 매듭을 짓지 못한 채 20년이라는 세월을 헤어져 기다려야만 했다. 처음엔 비상계엄령 아래 수배를 받았던 수연이 블랙 리스트에 올라 출국할 수 없어서, 그리고 그후엔 수연이 자신과 함께 연행되었다가 정신적으로 불구가 된 친구를 보살피게 되면서 지단 곁으로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사정은 지단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그는 수연이 자신 곁을 떠난 것이라 여기고 그녀와의 인연을 기억 속에서 지우려 애쓴다. 20년 후 그는 한국의 자동차 회사 인수 건으로 서울에 되돌아온다. 물론 사업상의 방문이었지만, 그는 결코 잊을 수 없었던 옛 연인인 수연을 찾아 헤맨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그는 결국 수연을 찾게 되고 그녀의 애틋한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사랑은 집착하거나 전유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신 그것은 향기처럼 은은하게, 아름다운 실루엣처럼 오래도록 남아 행복한 되새김질을 할 수 있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 '추억하는 일이 아름다울 수' 있는 그런 사랑만이 현재의 지단과 수연에게 남겨진 몫이었다.

작가는 비정하고 이성적인 현대인들에게 사랑의 진정한 가치를 깨우쳐주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것은 지단을 끊임없이 찾아오는 네안데르탈인 사내의 환상으로 대표되는데, 수연은 네안데르탈인이 학계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생 인류인 크로마뇽인과 결합하여 지금의 우리 핏속에도 유전되어 있으리라 굳게 믿고 있었다. 뜨거운 감정과 사랑할 줄 아는 심장을 갖고 있다고 믿어지는 그 네안데르탈인이 현실로 체현된 인물들을 이 책에서 여럿 만날 수 있다.

사랑을 이해하고 완숙하게 만들 줄 알았던 지단의 하숙집 룸메이트인 나이트 클럽 연예부장, 15여 년의 나이 차이를 넘어 국경 없는 사랑을 했던 13호실 A와 경자 아주머니,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을 남몰래 계속해 왔던 지단의 할아버지, 한 사람만을 일편단심 사랑한 티나, 그런 그녀를 주위에서 지키며 그 또한 일방적인 사랑을 보냈던 프랭크……. 이들은 모두 사랑을 할 줄 알았던 가슴 뜨거운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한 인물의 지나간 사랑을 회고하는 형식에 머물지 않고, 그가 주변에서 접할 수 있었던 수많은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 속에서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 독자들로 하여금 되짚어보게 한다.

1. 1978년 봄 - 추억하는 손
2. 네안데르탈인 사내
3. 하얀 대문 하숙집
4.
5. 짐승 되기
6. 돌담장 틈 편지
7. 수정과를 만드는 여자
8. 괴테의 애인
9. 늙은 히피의 아내
10. 추억하는 것은 아름답다
11. 숨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