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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린 인물 - 레닌. 그에 대하여 각기 다른 시각에서 고찰한 연구글 모음. <레닌은 맑스주의자였는가>, <레닌주의의 문제들>,<변증법, `정당` 그리고 새로운 사회의 문제> 등 7편의 글을 묶었다.

이 책에 실린 일곱 편의 글들은 모두 레닌을 다르게 읽고 다르게 말한다. 본래 서구의 좌파학자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반년간 평론지 [역사유물론 Historical Materialism](제3호, 1998년 겨울)의 주제 토론을 위해 작성된 논문들이며, 그만큼 논쟁적인 성격을 강하게 갖고 있다. [역사유물론]은 1997년부터 현재까지 네 권을 펴냈고, 각 호마다 쟁쟁한 필진들이 핵심 쟁점을 신랄하게 토론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논쟁의 중심이 기존의 [자본과 계급 Capital and Class]에서 [역사유물론]으로 이동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논쟁 문화의 부재로 인해 이론적 실천이 개인화하는 우리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부러울 뿐이다 '정치적 조직화와 레닌의 유산'이라는 주제로 모인 이 책의 논문들도 예외가 아니다.

토론의 진행은 사이먼 클락, 하워드 차도스와 콜린 헤이가 발제문을 제출하고, 그에 대하여 나머지 전문가들이 비판을 제기하면서 새로운 쟁점을 발전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클락, 차도스와 헤이의 입장에서는 반론을 펴지 못하기 때문에 다소 억울한 감이 있겠지만, 지면상일지라도 논쟁의 맛을 볼 수 있으니 우리로선 새로운 책읽기의 경험이 될 듯하다. 다만 새로운 논리를 통해 묶어내고 있기 때문에, 오랜만에 들어보는 철학적 개념들도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여기 모인 다양한 사유의 방향들은 레닌을 통해 정치적 조직(화)의 현재성을 다시 질문하고,그에 상응하는 철학적 입장을 도출해내려는 일종의 이론적 실험들이다. 물론 솔깃한 부분도 있고, 그다지 미덥지 못한 부분도 있으며,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는 주장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이론적, 정치적 상황에서 레닌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은 거의 다 녹아들어 있는 셈이다.

001. 머리말....(12)
002. 옮긴이의 말....(6)
003. [사이먼 클락]
004. 레닌은 맑스 주의자였는가?
005. 맑스-레닌주의의 인민주의적 뿌리...(18)
006. [하워드 차도스·콜린 헤이]
007. 그래서 당은 끝인가?
008. '몰락'이후의 맑스주의와 정치 전략...(62)
009. [존 몰리뉴]
010. 레닌에 대하여 쓰지 않는 방법...(94)
011. [존 에렌버그]
012. 레닌주의의 문제들...(126)
013. [알란 샨드로]
014. 정치적 행동. 맥락과 정세...(142)
015. [조너선 조셉]
016. 실재론적 조직화?...(164)
017. [피너 휴디스]
018. 변증법.'정당'그리고 새로운 사회의 문제.....(184)

옮긴이의 말
이 책에 실린 일곱편의 논문들은 모두 레닌을 다르게 읽고 다르게 말한다. 본래 영국과 캐나다의 좌파 학자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반년간 평론지『역사유물론』의 주제 토론을 위해 작성된 논문들이며, 그만큼 논쟁적인 성격을 강하게 갖고 있다. 토론의 진행은 사이먼 클락, 하워드 차도스와 콜린 헤이가 발제문을 제출하고, 그에 대하여 나머지 전문가들이 비판을 제기하면서 새로운 쟁점을 발전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간략히 쟁점을 추려보자면, 우선 사이먼 클락은 레닌의 철학을 재구성하여 그것이 러시아 인민주의의 연장선에 있는 것임을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맑스의 철학을 재구성하여 그것이 '변증법적 유물론'과 무관하다는 것을 밝혀내고자 한다. 사이먼 클락에 대한 비평에서 존 몰리뉴는 클락은 철학적 결정론에 빠져서 레닌의 철학을 통해 그의 정치적 실천을 재단한다고 비판하고, 실제 역사적 사실들을 들이대서 반론을 편다. 몰리뉴가 강조하는 것은 철학적이 아닌 역사유물론적 접근법이다.

차도스와 헤이에 대한 비판은 대개 알란 샨드로와 조너선 조셉에 의해 이루어진다. 샨드로는 차도스와 헤이가 개인일반과 사회일반을 대립시키는 로빈슨 크루소적인 담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의 구체적인 맥락을 분석하는데 한계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샨드로의 논의는 결국 구조와 행위라는 사회학적 문제설정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셉은 애초의 비판적 실재론과다르게, 그런 논의들이 점차 거창한 기획으로 변질하여 맑스주의 영역내부로 지나치게 확장되었고, 오히려 맑스주의를 잠식해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비판적 실재론이 초기의 문제의식으로 돌아간다면 맑스주의의 철학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으며, 특히 레닌의 정치이론과도 양립할 수 있다는 조셉의 주장은 기억해둘 만하다.

마지막으로, 휴디스는 주로 비판보다는 색다른 논의를 전개하는데 주력하기 때문에 독자적인 발제문으로 읽어도 무방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