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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광복 6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일본은 패전 60주년을 맞이한다. 며칠 전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 일본 대사가 한"독도는 일본 땅" 발언이 놀란을 빚고 있는데, 이렇게 일본에서 벌어지는 반복되는 정치인들의 망언,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교과서 문제 등을 보면, 일본은 패전을 겪으면서도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일본 현대사에서 1945년의 '패전'은 역사의 단절이라고 여겨져 왔다. 즉 '전전'에는 군국주의 파시즘이 사회 전체를 억압했지만, '패전'을 계기로 '전후' 일본은 민주주의 사회로 다시 태어났다는 것이다. 패전 후 일본 사회에서 이루어진 민주개혁 등으로 많은 이들은 '나라 전체의 가치가 180도 전환했다'고 느꼈고, 그래서인지 이제 일본 사람들 대부분은 침략이나 전쟁이라는 것을 자신과 무관한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눈에는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그들의 눈에는 변한 것처럼 보이는 이 어긋남과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왜 일본에는 아직까지도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체가 없는 것일까? 한`일 관계를 생각할 때 반드시 필요한 이러한 질문에 대답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이 책, 나카노 도시오의 <오쓰카 히사오와 마루야마 마사오> 이다.

왜 일본에서는 오늘날에도 망언이 반복되는가 우리나라가 광복 6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일본은 패전 60주년을 맞이한다. 며칠 전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 일본 대사가 한 “독도는 일본 땅”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는데, 이렇게 일본에서 벌어지는 반복되는 정치인들의 망언,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교과서 문제 등을 보면, 일본은 패전을 겪으면서도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변하지 않았는가 하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 현대사에서 1945년의 ‘패전’은 역사의 단절이라고 여겨져 왔다. 즉 ‘전전’에는 군국주의 파시즘이 사회 전체를 억압했지만, ‘패전’을 계기로 ‘전후’ 일본은 민주주의 사회로 다시 태어났다는 것이다. 패전 후 일본 사회에서 이루어진 민주 개혁 등으로 많은 이들은 ‘나라 전체의 가치가 180도 전환했다’고 느꼈고, 그래서인지 이제 일본 사람들 대부분은 침략이나 전쟁이라는 것을 자신과 무관한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눈에는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그들의 눈에는 변한 것처럼 보이는 이 어긋남과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왜 일본에는 아직까지도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체가 없는 것일까? 한·일 관계를 생각할 때 반드시 필요한 이러한 질문에 대답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이 책, 나카노 도시오의 『오쓰카 히사오와 마루야먀 마사오』이다. 일본, ‘전시’와 ‘전후’의 단절이라는 신화 최근 일본에서는 전전과 전후를 ‘단절’로 보는 관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른바 ‘총력전 체제론’이 등장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총력전 체제는 계급이나 차별받는 주변 집단을 국민국가에 최대한 포섭해 국가 전체를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자원으로 동원하고 협력하도록 만드는 사회 체제를 창출하려 했다. 즉, 1차대전과 2차대전 사이에 선진국에서 대폭적인 사회 개혁과 사회 편제의 변화가 일어나 국가 체제의 통합력이 시민을 ‘동원’하는 형식으로 강화되어 갔는데, 그러한 틀이 ‘전후’에도 계속 유지되어 왔다는 것이 ‘총력전 체제론’이다. 따라서 ‘전후 일본’의 정체성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전전’의 어둠에 ‘전후’의 밝음을 대비시키는 사고방식이 반드시 필요했다고 본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저자는 사상사적인 맥락에서 ‘전시’와 ‘전후’의 단절이라는 명제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문제를 풀어 나간다. 그는 ‘전시’와 ‘전후’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종군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종군위안부’ 문제가 들이대는 책임의 문제란 단순히 과거에 대한 죄책감이나 ‘창피’로 그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또 그것은 지금까지 충분히 대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미해결로 남아 있는 ‘전후 처리’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보다 좀더 넓게 전시에서 이어져 현재 살고 있는 사회나 사상의 존재 형태까지 묻는 문제인 것이다.” 저자는 이 문제를 결코 과거의 문제라고 보지 않고 오히려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한 문제 제기로서 받아들인다. “그 때문에 여기에서는 과거의 일에 대해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피해자에게는 사죄와 보상을 하는 법적 정치적 대응(물론 그것조차 전혀 없었던 셈이지만)만으로는 실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동시에 현재에 대해 이 사회나 사상에서의 전시와의 연속을 묻고 여기에 문제가 있으면 바꿀 길을 모색하는 답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저자의 자세는 ‘전시’와 ‘전후’의 연속성이라는 문제가 일부 정치인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사회 전체의 문제이며 그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풀어 나가야 할 과제라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래서 저자의 시선은 군국주의 잔존 세력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본 ‘전후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양심적 지식인들에 대해서 재검토해 평가하고 비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오쓰카와 마루야마라는 대표적 사상가의 사상적 궤적을 따라가며, 그것을 통해 일본에서 ‘전후’라고 불리는 시대에 대해 전시기의 총력전 체제와 식민주의의 연속이라는 관점에서 재조명하려고 한다. ‘전후 민주주의’의 숨겨진 기원 나카노 도시오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오쓰카 히사오(大塚久雄, 1907～1996)와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男, 1914～1996)는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지식인들로 ‘전후 정신의 지주’로 일컬어져 왔다. 오쓰카 히사오는 근대 유럽 경제사의 대가로 그의 사상은 막스 베버와 마르크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일본 사회의 전근대적 성격을 지적하고 ‘근대적 인간 유형’의 창출을 주장한 그의 방법론은 ‘오쓰카 사학’이라고 불리며 사회경제사 연구의 주류를 이루었다. 마루야마 마사오는 일본 정치사상사의 거장으로, 적어도 1960년대까지만 해도 동시대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 활발한 발언을 한 카리스마적 지식인이었다. 그는 일본의 초국가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건전한 근대 시민사회 건설을 위한 계몽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오쓰카는 1930년대에는 전시 동원이라는 맥락에서 ‘국민적 생산력’ 증강을 위해 근로를 강조했으며, 전후에는 전후 부흥이라는 맥락에서 생산력의 동원을 주장했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이 전체(=국가) 중심의 동원 사상에서 오쓰카의 전전과 전후는 확실히 연속되고 있다.” 마루야마의 근대 사상 또한 1930년대 말과 1940년대 초라는 시대 상황 속에서 ‘아래로부터의 동원’을 주장함으로써 형성되었다. “전시기가 국민 총동원을 기반으로 한 문자 그대로 총력전 체제이고 국민의 ‘최고도 자발성’에 의거한 전시 체제라면, 마루야마의 입장은 개인주의나 전체주의에 저항하는 사상적 영위 그 자체를 통해 체제로의 동원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 전시기와 전후를 관통하는 사상사적 사실로서 마루야마의 근대성의 사상과 계몽의 입장은 이 전시 총동원의 사상으로 형성되었다.” 저자는 전시와 전후의 ‘단절’을 상징하는 이들의 텍스트를 마치 한편의 추리소설이라도 보는 듯한 긴장감 속에서 치밀하게 검토하면서 오랫동안 은폐되어 온 ‘연속성’을 밝혀낸다. 즉, 오쓰카와 마루야마의 글들을 처음 발표된 전전(?前)의 텍스트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꼼꼼히 살피면서, 이들이 ‘전후 일본’ 건설의 이념으로 주장한 ‘자립적인 근대적 시민들의 자발적 행위로 구성되는 시민사회’라는 사상의 원형이 사실은 1930년대 후반 총력전 체제가 구축되면서 형성된 ‘동원의 사상’이었다는 것을 드러낸다. 이들은 시민사회를 국가로 ‘동원’하기 위한 방법을 계속 모색해 온 것이다. 이들이 시민사회를 국가를 위해 동원할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이들이 시민사회와 국가의 영역이 서로 일치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오쓰카와 마루야마가 전쟁 시기부터 일관되게 시민을 ‘자유로운 주체’로 동원하는 것을 지향했으며, 전시기의 총력전 체제와 식민주의의 사상 구조는 오늘날 ‘전후’ 일본의 ‘민주주의’에까지 연속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의 이러한 시도는 전후 일본 사상사의 상식에 균열을 일으켜 일본에서의 ‘근대’에 대한 성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가=시민사회’를 넘어서 오쓰카와 마루야마를 단순한 국가주의자로 볼 수는 없다. 전시에도 이들은 오히려 ‘시민사회’에 주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시민사회’ 사상이 이미 시민사회가 총력전 체제에 포섭된 ‘공범자’가 된 상태에서 형성되었다는 점이며, 저자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패전 후에 형성된 일본의 시민사회는 국가에서 자율적이지 못해서 일본의 국가 범죄를 직시하고 청산할 수 없었다고 본다. 그래서 ‘사상사’를 다룬 1·2장과는 달리 3장에서는 현대 일본에서의 ‘자원봉사’를 현대판 ‘동원 사상’으로서 논의한다. 저자는 비판을 넘어서 전쟁 책임과 전후 책임을 제대로 질 수 있는 주체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제시하고자 시도한다. ‘일본인’이라는 정체성이 결국에는 책임을 지기보다는 국가로 포섭되는 기제로 작동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좀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나 ‘일본인’으로서 가해에 대한 연루를 자각하고 책임을 다하는 것은, ‘일본인’이 확립될 때가 아니라 오히려 ‘일본인’이라는 것이 분열될 때이다”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책임을 다 한다’는 것은 ‘주체’로 행동하는 것과, 따라서 제대로 확립된 ‘자기 동일적인 개인’의 독립된 행위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책임’(responsivility)을 타자에 대한 ‘응답’(response)이라는 의미에서 받아들인다면 타자와 만나 그 소리를 듣고 그 소리에 놀라며 이해하고, 그때까지의 ‘자기동일성’의 껍질을 벗고서 자기를 탈피해 가는 과정이 아주 중요하다”라고 하는 저자의 말은 일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성찰하게 하고 동북아의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한국어판 서문
서론| 전후를 묻는다

1장 최고도 자발성의 생산력 오쓰카 히사오의 베버연구와 그 의미

1. 잃어버린 세 가지 의문

2. 신과 마몬 : 자기중심적 근대인 비판
오쓰카 = 베버의 출발점 | 근대인 비판이라는 모티브

3. 전시 동원과 생산 윤리
'세계 상업전에서의 패권' 이라는 문제의식 | '국민적 생산력' 개념의 구도
총력전이라는 컨텍스트 | 최고도 자발성의 생산 윤리

4. 전후 생산력으로서의 인간 유형
닫힌 시야 | 전후 생산력으로의 동원

맺음말 | 근대 비판의 두 가지 길 : 주체화라는 문제


2장 주체성의 동원/계몽이라는 작위: 마루야마 마사오의 정치사상사 연구에서 전시기와 전후

1. 마루야마 마사오라는 텍스트와 컨텍스트
욕망되는 텍스트/재구성되는 컨텍스트 | 비판적인 물음의 형태/비판 가능한 물음의 방법

2. 총력전이라는 위기 상황과 마루야마 마사오의 등장
출발점에 있는 '변화' | '변증법적 전체주의'라는 입장 | 급변하는 위기 상황과 사상의 컨텍스트

3. <일본 정치사상사 연구>의 작위
개입하는 텍스트 | 위기에 참여하는 근대인 | 전시의 '저항'과 '가담'

4. 소라이론의 전위와 전후 계몽의 문제 구성
전후 일본에 대한 의제 설정 | 소라이론의 전후 개정판
회한에 대한 국민적 동일화와 '재출발'의 촉구 | 탈식민주의화와 '일본' 비판의 두가지 길

5. 후쿠자와론의 변용과 전후 계몽의 자기 배반
근대 일본을 총괄하는 것이 내포하는 어떤 배제 | 후쿠자와론의 궤적과 딜레마
계몽의 구분 사용 전략의 자가당착

맺음말 | '일본','대중','주체'에 대한 강박 : 자기 동일적인 주체의 함정


3장 자원봉사와 정체성 : 보편주의와 자발성의 유혹

1. 최고도의 자발성과 자원봉사 동원

2. 동원 사상으로서의 보편주의

3. '자원봉사로 사는 삶'의 의미

4. 강요된 정체성의 재정치화 : '자원봉사' 와 '새로운 사회운동'

맺음말 | 자기동일적인 주체를 넘어 : '일본인으로서의 책임' 을 생각한다

지은이 주
후기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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