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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넌 어떻게 살래? : 최용탁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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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최용탁
  • 출판사 : 녹색평론사
  • 발행 : 2016년 03월 31일
  • 쪽수 : 28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90274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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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농부소설가 최용탁, 사멸 직전에 와 있는 한국 농촌의 일상과 현실을 그리다

[미궁의 눈]·[ 즐거운 읍내]·[ 사라진 노래] 등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최용탁의 에세이집. 농부소설가 최용탁은 유려하지만 담박한 문장으로 계절을 따라가면서 사멸 직전에 와 있는 한국 농촌의 일상과 현실을 가슴 아프게 드러낸다. 엄혹한 현실에 처해 있는 우리 땅과, 땅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에 대한 사랑을 드러낸다. 그리고 욕심도 내고, 어리석은 짓도 하고, 좌절도 할지 모르지만 무엇보다 치욕을 느낄 수 있는 ‘인간’으로서 살아가기를 다짐한다.

출판사 서평

[아들아, 넌 어떻게 살래?]는 우리 "무너져버린 농촌에서 우두망찰하고 있는 농군들 위한 만가(輓歌)"이다.
― 김성동 / 소설가

흙과 땀이 만들어낸 문장
앞서 소개된 소설작품들로 전태일문학상(15회), 고루살이문학상(1회), 아르코문학기금(2013) 등을 수상하며, 이 시대 한국 ‘민중서사’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소설가 최용탁은, 그러나 그 이전에 이 땅을 지키며 이웃과 더불어 살고 있는 농사꾼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농부 최용탁의 산문은 계절을 따라간다. 무슨 말이냐 하면, 땅(자연)에 밀착된 삶, 흙과 땀과 사유와 사색이 만들어내는 문장이라는 뜻이다. 그런 까닭에 최용탁의 문장은 지금 이 땅 농촌의 거친 현실과 함께, 아직 이 땅에 (흔적은) 남아 있는 오래된 사람살이의 부드러운 전통을 동시에 그려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다.

그의 문체는 유려하지만 담박하다. 수다스럽지 않고, 과장되지 않고, 감상에 빠지지 않지만 행간에 전달되는 뜨거운 서정에 독자는 왈칵 목구멍에 묵직한 것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낀다. 최용탁은 때로는 해학적으로, 위트 있게 날카로운 현실을 눙쳐 전한다.

그렇게 그의 문장은 사멸 직전에 있는 한국 농촌의 현실과, 모욕을 당하고 있는 한국 농민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데 더없이 효과적이다. 마을 풍경이 사라지고 모둠살이가 사라져 상처받은 사람들, 오래된 살농(殺農)정책의 끝에서 농민으로서 느끼는 울분, ‘살처분’이나 이른바 ‘먹방’에 구역질을 느끼는 예민한 감수성의 시인, 거짓과 비상식이 난무하는 일상에 의분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독자는 보게 된다.

울림이 있는 현실 비판
이 책을 한번 훑어보기만 해도 독자는 최용탁이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현실 인식이나 현실 비판이 깊은 울림을 갖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것이 낱낱의 사실들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 농가의 60퍼센트 이상이 소작을 하고 있다는 사실, 게다가 벼 수확량의 절반 가까이가 소작료로 지불된다는 사실, 우리가 먹고 사는 농작물이 석유와 전기에 다름없다는 사실, 6,000억 원이 넘는 농식품수출지원금의 절반 이상이 원재료를 몽땅 수입해서 과자를 제조해서 수출하는 기업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 값이 오르는 농산물은 즉시 수입을 하지만 값이 폭락하는 농산물에 대해서는 다만 무대책일 뿐인 반시장적 정책이 우리나라 ‘농정’이라는 사실, 전 국민이 내는 농어촌특별세를 쌈짓돈처럼 쓰는 농협중앙회장, 농협과 얽힌 어처구니없는 사실들. 또한 글에는 ‘기본소득’ 등 세계 최신의 정책이나 아이디어를 소화한 흔적들도 언뜻언뜻 묻어난다.

인간으로서의 겸손함
더없이 모진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비관에 빠지지 않는 데에는, 바로 그렇게 지금 약동하기 시작하고 있는 희망적인 움직임을 저자가 간취하고 있는 까닭도 있으리라. 그러나 최용탁이 낙관의 믿음을 한사코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매일 논밭에 나가 일을 하면서 흙과 초록생명이 주는 말 없는 위안”을 받으며, 한계를 가진 인간으로서의 겸손함을 내면 깊숙이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 분수를 지키며 사는 게 궁극적인 진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최용탁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농사를 거들던 기억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가장 결정적인 힘”이라고 단언한다. 그리하여 ‘환곡의 난’이라고까지 스스로 표현할 정도의 무너진 농촌 현실 앞에서도, 무기력과 분노를 딛고 일어서서 자연의 힘과 모둠살이의 기적과 살아가는 일의 엄숙함과 경건함을 그는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큰 소리로 주장하는 대신에 은근하게, 대자연 앞 작디작은 존재인 우리가 스스로 가만히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꽃따기며, 대추와 들깨 털기, 맞도리깨질, 가지치기, 연탄 들이기, 새끼 꼬기, 우물 파기, 원두막 세우기, 가뭄에 물 대기를 짐짓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한편 3부는 문학에 있어서 하나의 실험으로서 주목받을 만하다. 소설이라고도 기록이라고도 분류할 수 없는 이 글쓰기 형식은, 극화(劇化)된 사료(史料)라고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야말로 ‘우두망찰하고 있는 농군들을 위한 만가’가, 저 갑오년 동학농민혁명에 가닿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일 터인데, 3부는 저자가 갑오년을 맞아 동학혁명의 자취를 더듬는 기행을 마치고, 감상과 소설적 형식을 가미하여 삼례집회에서 우금치 전투까지의 역사를 요약, 재구성한 것이다.

살아가는 일의 엄숙함
저자가 기어코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은 결국 ‘삶’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살아가는 것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가. 최용탁은 말한다.
“내가 물려주고 싶은 것은 농사가 아니라 어떤 ‘삶’이었다는 것을, 언젠가 내 아들 녀석은 알 수 있을까.”

추천사

“여기가 바로 대장부들이 세상에 나왔다가 그만 좌절하고 만 안타까운 땅이 아닌가? 림경업 장군이 여기서 났고, 신립 장군이 여기서 죽었으며, 우리 현대사의 큰 별 김삼룡 선생이 여기 사람이지?”일찍이 충주를 가리켜 ‘여기가 좋은 땅, 명당’이라며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한 말이었다. 땅불쑥한 농군소설가인 최용탁이 농사짓는 틈틈새새로 쓴 줄글을 모은 것이 《아들아, 넌 어떻게 살래?》이나, 무너져버린 농촌에서 우두망찰하고 있는 농군들 위한 만가(輓歌)인 것이다. 한마디만 덧붙이겠다.“최용탁이 충주 사람이지?”
- 김성동 / 소설가

땅강아지처럼 밭에 엎드려 지낸 사람이라면 주경야독이란 게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알 것이다. 최용탁은 충주에서 사과를 기르며 글을 쓴다. 그야말로 주경야독의 경지를 삶과 글로 온전히 담아내어왔다. 그의 산문집에는 그저 사과 꽃 필 무렵에 술병이나 꿰차고 내어놓는 영탄조로는 다다를 수 없는 ‘깔’과 ‘맛’이 배어 있다. 동학혁명부터 어린 아들의 앞날에 이르기까지 시절을 아파하는 고민의 과육들은 순정하고 통렬하다.
- 이시백 / 소설가

목차

글쓴이의 말

1부
사과꽃이 필 때부터 장마가 오기까지
사과에 붉은 깔이 들어오시네
가을이 깊으면 추위를 생각하고
거름을 내고, 들녘은 눈에 덮였네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가
이른 꽃, 늦은 날들
스무 개의 나이테
이 또한 지나갈 것인가
들녘에 찬 서리 내리고
갑오년을 보내며
겨울밤, 아버지하고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
여름날의 야유(野遊)

2부
바다의 추억
오늘도 꾸준히
품 판 날
병과 약
어떤 위안
가뭄
이 빗속을
살구나무 집
농민에게도 이야기를
불쾌한 날들
선거의 계절
담이 이야기
딸과 건배를
기우
대선(大選) 어름
반응들
지리산행
남녘 끝, 바다에서
빛이자 빚인 ‘리얼리스트100’
만인에게 필요한 소득을!
봄 오는 들녘
인생을 즐기라며?
낯선 것들
잠 못 드는 밤
도서관의 계절

3부
갑오년, 남도를 걷다
원한의 만석보, 녹두장군 일어나다
황토현에 울린 승리의 함성
파죽지세로 호남을 달리다
농민군, 전주성을 점령하다
집강소, 민주주의의 씨를 뿌리다
남·북접, 반침략의 깃발을 함께 들다
통한의 우금티, 농민군의 패배
끝없는 학살, 저무는 갑오년
농민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본문중에서

쓰라린 봄날
봄은 역시 사람에게, 농민들에게 먼저 온다. 마을회관에 모여 겨울을 난 나이 든 농부들의 엉덩이가 들썩인다. 해토머리가 되면 별반 할 일도 없건만 진득하게 앉아 있지 못한다. 괜스레 논밭을 둘러보고 경운기도 탈탈, 시동을 걸어보고 먼저 풀린 텃밭에 삽이라도 꽂아보는 것이다. 한 해 농사지어서 제 품삯 나오는 작물이 아예 없어진 게 이미 몇 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날이 풀리면 어쩔 수 없이 다시 농사 준비를 한다. 계산속이 없어서도 아니고 미련해서도 아니다. … 아이 울음이 사라진 농촌을 지키고 올 한 해 또 농사를 준비하는 마음은, 애처롭지만 남은 삶을 온전히 거두기 위해서다. … 우수 지나고 경칩이 내일모레다. 모래알처럼 많은 풀과 나무들 하나하나에 물이 오르고 발밑에 녹은 흙이 들러붙을 때, 잠시 기억하자. 그렇게 봄은 깊은 곳에서부터 물이 되어 온다는 것을, 때로 그것이 눈물이라는 것을.
(/ pp.210~211)

들녘에 찬 서리 내리고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놓는 정책이 가장 반농민적이 된 지는 오래되었다. 혹여 자본에 누가 될까 봐 미리미리 농업을 고사시키려는 임무를 띤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 ‘창조농업’의 내용인즉슨, ICT·BT융복합 농업, 농업의 6차 산업화, 스마트농업 등속이란다. 이만하면 ‘정책’이 아니라 평균연령 65세인 우리 농민들에게 모독감을 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물론 이는 기업농에 대한 정당화와 지원을 위한 밑그림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농업정책이 아예 없다고 비판들을 했는데 그게 아니라 ‘반농민-친기업농’이라는 엄연한 농정이 있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그 기조에 더해 ‘창조농업’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그 끝은 기나긴 살농정책의 완성이 될 것 같다.
(/ pp.70~73)

한때는 30여 호가 넘었고 학교 가는 아이들 소리가 낭랑했던 마을은 불과 30년 사이에 스러진 울바자 같은 마을이 되었다. 앞으로 10년을 버텨낼 수 있을까, 나는 이 사라져가는 마을에 대한 소회로 가끔씩 잠을 설친다. 그리고 내가 보았던 스러짐의 과정을 짧으나마 연혁으로 남기고 싶다. 글 아는 자가 소용되는 일이 그런 게 아니고 무엇이랴, 하는 쓸쓸함을 더해서.
(/ pp.121~122)

낯선 것들
나이가 들어 삶이 깊어지는 대신 더욱 편협해지고 증오가 늘어나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 … 마을 모둠살이가 사라진 데 그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짐작을 한다. 함께 어울려 살던 옛 마을에서는 상대에 대한 이해와 자신에 대한 돌아봄이 기본원리로 작동하였다. 그런 모둠살이가 깨져버리면 인간은 잘못된 에고의 늪에 갇히고 타인에 대한 증오를 키우게 된다. 결국 자본과 개발이 인간의 심성을 망가뜨린 것이다.
(/ p.18)

얼마 전 텔레비전에 나온 무슨 전문가라는 사람이 하는 말을 듣다가 놀랍고도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조류독감 사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는 ‘살처분’만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했다. 세상에, 어떻게 살처분과 최선이라는 말을 함께 쓸 수 있을까? …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들이 보는 텔레비전이고 언론이고 떳떳하게 그따위 말을 쓰다니, 이는 폭력에 무감각해진 우리사회의 한 모습이다. 펄펄 끓는 냄비에 살아 있는 낙지를 넣으며 싱싱한 요리라고 찬탄하는 프로그램을 아이들과 함께 보는 것과 같은 끔찍함이다.
(/ p.61)

그들이 알고 싶은 건 단 한 가지다. 하위 70프로에게 차등적으로 준다는 연금을 자신이 다 받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낙인효과를 거론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 실제로, 그 나이에 자기 앞가림도 못하고 나랏돈을 축내느냐는 무지막지한 언사를 접하는 게 드문 일도 아니다. 마치 구걸하듯이 관리들에게 해마다 자신의 가난을 증명해가며 얼마의 돈을 받을지 불안해하는 연금이라니, 이것이 치욕이 아니고 무언가.
(/ p.64)

손님이 없는 식당도, 매출이 줄어든 점포도, 유례없는 가격폭락 사태를 맞은 농산물도 참사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란다. 하여 참사 따위 잊고, 그러니까 제 입으로 말한 국가의 개조 따위도 잊고, 빨리 경제를 살리는 일에 매진하라는 요구가 국민의 뜻이라고 풍문은 재빨리 진화한다. … 공기 중에 섞여 있어, 숨을 멈추지 않는 한 계속 들이마셔야 하는, 이 사회의 운명이 되어버린 온갖 거짓들에 숨이 막힌다.
(/ p.85)

깔 들어오시네
나 같으면 색이 나기 시작한다고 할 것을 그분은 깔이 들어오신다고 했다. 무언가 상쾌한 충격이 내 마음을 훑고 지나갔다. 그 말속에는 농사짓는 사람이 가진 근원적인 겸양이 들어 있었다. … 마지막으로 열매에 스미는 것은 더 높은 어떤 힘이라는 겸손, 혹은 경외의 감정이다. ‘들어오신다’는 높임말에는 조심스러움과 기대, 기쁨 따위가 함께 어우러져 온종일 나를 물들였다.
(/ pp.23~24)

이른 더위가 찾아온 올봄, 나무마다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하자 이유도 없이 가슴이 벌렁거렸다. …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달려가 본 밭에서는 내가 평생 처음 본 엄청난 꽃사태가 일어나 있었다. 나무는 보이지 않고 온통 꽃 무더기였다. 수명이 다한 늙은 나무가 어떻게 그토록 많은 꽃을 피웠는지 아연히 바라보다가 나는 끝내 울컥하고 말았다. 아, 잘못했다.
(/ pp.81~82)

비록 처참하게 파헤쳐졌을지라도 아직 산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며 산이란 나무가 사는 곳이라는 것. 그러니까 손대지 않고 두면 어디선가 솔씨가 날아오고 굴밤도 굴러와서 싹을 틔우리라는 것. 그리하여 다시 나무가 자라고 숲이 우거지면 삽날이 할퀸 상처쯤은 그 품속에서 사라지리라는 것을. 오래 시간이 흘러 내 아이들이 이곳으로 돌아올 때쯤이면 옹이 진 참나무가 바람이 불 때마다 또옥 또옥, 굴밤을 떨어뜨릴 것이며 서리가 내리는 아침이면 가랑잎도 이리저리 나부낄 것이라고 한사코 믿어보는 것이다.
(/ pp.100~101)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충북 충주
출간도서 10종
판매수 1,365권

1965년 충북 충주 출생. 작가. 농부. 2006년 소설 [단풍 열 끗]으로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 소설집 [미궁의 눈], [사라진 노래], 장편소설 [즐거운 읍내], 산문집 [사시사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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