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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기 소르망이 1962년부터 2004년 7월까지 미국에 대한 자료와 인터뷰 기록, 현장 조사 여행 등을 통해 수집한 자료들에 근거해서 쓴 이책은 '미국산 문명'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이자 비판서이다. 미국의 도움으로 해방된 프랑스와 한국에서 반미주의가 거세지는 현상과, 동시에 젊은이들이 미국 문화에 쉽사리 매혹당하는 이중적이고 모호한 감정을 서문에서 다루고 있다. 또한 미국의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라는 두 진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그들이 부딪히는 구체적인 사례들인 사형제도, 사회 보조금, 소수인종 우대정책, 이민 정책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여주면서 동시에 자신의 견해를 숨김없이 말한다.

◆ 친미와 반미를 넘어 미국 바로 알기 - 프랑스와 동시 출간되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기 소르망은 “미국문화는 폭력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젊은 세대들을 유혹함으로써 우리의 전통적 가치들을 변화시켰다”고 말한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이지만, 사실 미국은 전세계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세계의 패권을 장악한 미국산?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외교정책 등은 이미 전세계인들의 삶의 패턴을 근본에서부터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냉전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지금 ‘자유와 민주’라는 이념으로 포장된 미국산 문명은 전세계를 뒤덮고 있다. ‘9?11’ 비극 3주년과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소르망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좋든 싫든 오늘날 우리가 소비하는 대부분이?미국산Made In USA'인 현실에서 극단적인 또는 감정적인 친미나 반미를 넘어 미국을 바로 알자는 것이다. 그것은 미국에 대한 거부나 모방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의 차이에 대한 탐구를 통해 가능하다. 그 차이는 미국적인 것과는 다른 다양성이며 그 다양성은 미국산이 아닌 우리의 ‘다양한 정체성’을 발견하게 할 것이다. 기 소르망이 1962년부터 2004년 7월까지 미국에 대한 수많은 자료와 인터뷰 기록, 현장 조사 여행 등을 통해 수집한 자료들에 근거해 쓴 이 책은, ‘미국산 문명’에 대한 가장 객관적인 자료이자 비판서가 된다. 친미를 위해서든 반미를 위해서든 정확하게 미국을 진단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 결국 우리가 바라보게 되는 것은 숨겨진 미국의 얼굴이 아닌 바로 미래의 우리 모습인 것이다. - - ◆ 미국 문명에 대한 새로운 시선 - 세계 제일의 경제 군사대국으로 세계 질서를 좌지우지하며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에 대한 관심은 특별히 2001년 9월 11일의 비극 이후 전세계에 확산되었고 이런 분위기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올 겨울 부시와 케리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절정에 달하고 있다. 미군 철수 및 재배치 계획이나 북한의 핵문제 등 직접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미국의 대선은 좀더 특별하다. “미국 문명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란 부제가 말해주듯,『Made in USA』는 미국이 만들어낸 ‘문명’을 다룬다. 미국 문명이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외교 정책 등 모든 영역에서 미국이 새롭게 창출해낸 것들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개념이다. 230여 년의 역사밖에 갖지 못한 미국의 문명은 일반적으로 유럽의 문명, 혹은 대서양의 양쪽을 포괄하는 서양문명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저자는 유럽과는 구별되는 미국만의 독자적인 문명을 이 책 전반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기 소르망의 책의 가치는 미국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분석하려고 하는 프랑스 지성계에서 나온 것이라는 데 있다. 9월 11일 다음날 미국에 처음으로 날아간 외국의 정치가는 프랑스의 대통령이었지만, 친미와 반미를 넘어서서 정확하게 미국을 진단하고자 했던 것도 프랑스의 지식인들 아니었던가? 이 책『Made in USA』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미국의 도움으로 해방된 프랑스와 한국에서 반미주의가 거세지는 현상과, 동시에 젊은이들이 미국 문화에 쉽사리 매혹당하는 이중적이고 모호한 감정에 대해 얘기한다. 한국인이건, 프랑스인이건, 전세계 다른 어떤 나라의 사람들이건, 하물며 미국인도 자국에 대해 친미와 반미라는 감정적인 극단을 표출하곤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의 제국적 패권주의 때문인가? 신자유주의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세계화에 대한 반감 때문인가? 모든 나라에 고유한 전통적 가치와 문화의 상대성을 인정하지 않는 획일적인 미국 문화 탓인가?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말하듯이 미국에 대한 감정적 인식이나 태도는 의미가 없다. 미국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는 미국 사회와 미국 문명에 대한 객관적 성찰이 필요하다. 『Made in USA』는 이런 객관적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친미주의적 혹은 반미주의적 경향을 가졌던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나서 자신들이 가졌던 감정의 근거를 찾을 수도 있고 미국에 대한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미국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난 후에 각자의 감정을 표출하고 이에 대한 논쟁을 벌여라.” 이것이 소르망의 주장이다. - - ◆ ‘멜팅폿(melting pot)’에서 ‘샐러드 보울(salad bowl)’로 - 미국사회를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모든 것을 흡수해서 미국식으로 바꿔버리는 하나의 용광로 즉 ‘멜팅폿(melting pot)’으로, 또는 각자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뒤섞이는 ‘샐러드 보울(salad bowl)’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용광로이건 샐러드 보울이건 미국 전체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그리고 신에 대한 공통의 신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런 공통의 신념 밑에는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라는 두 진영이 항상 대립하고 있다. 이 책 전체에서 사용될 두 핵심어이자 미국의 국론을 이끄는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라는 이 두 진영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바로 미국을 아는 것과 같다. 2004년 미국인들의 40%가 자신이 보수주의자라고 말한 반면, 20%만이 자유주의자라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유권자들 중 40%는 항상 민주당에 투표하고 또 다른 40%는 항상 공화당에 투표한다. 자유주의자들은 (오히려) 평등을 자유보다 우위에 놓고 있으며(이는 미국에서는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이라 불리는 유럽의 자유주의자들과 반대의 현상이다),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국가를 신뢰한다. 그들은 (대개) 미국의 좌파인 민주당에 투표한다. 이들 중 가장 극단적인 사람들은 반교권주의자들이고, 그들 중에는 아주 드물게 마르크스주의자들도 있다. 보수주의자들에게는 개인의 자유와 가치를 우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국가의 개입은 의심스러운 것으로 여겨진다. 국내외의 안전을 유지하는 것을 예외로 한다면, 보수주의자들은 국가보다 시장을 선호한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공화당, 즉 우파에 투표한다. 밖에서 보기에 아주 닮아 보이는 미국인들은 안에서 보게 되면 극단에 의해 촉발된 영속적 이데올로기의 갈등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에서의 각 선거는 ‘60년대 세대들’의 자유 VS 전통적 가치들로의 복귀 사이에서, 모든 신앙의 정통파들 VS 계몽사상의 신도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문화적 국민투표로 해석될 수 있다. - - ◆ 미국을 분열시킨 한 여성의 노출된 가슴- 자유주의자와 보수주의자의 전쟁 -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로 갈라져 있는 미국에 얼마 전 의미심장한 사건이 발생했고, 그것은 두 진영의 문화전쟁을 촉발시켰다. 대통령 선거가 임박해 있는 2004년 초 CBS 텔레비전 채널로 중계중인 슈퍼볼Superbowl의 하프타임 공연 때, 한순간 겨우 보일락 말락 했던 자넷 잭슨의 가슴 때문이었다. 그리고 잠시 노출된 자넷의 가슴은 자유주의자들에 대한 보수주의자들의 격노를 초래하며 미국을 분열시켰다. 자넷의 노출된 가슴은 ‘자유주의자들’에게는 별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지만, 보수주의자들에게 있어서는 적어도 미국 제국의 쇠퇴를 알리는 것이었다. 그녀는 미국을 둘로 가르는 선, 즉 전통적 가치와 모든 자유의 선을 넘었다. 한 진영에서 다른 진영으로 넘어간 그녀는 의도적이든 실수이든 가슴을 노출함으로써 보수주의적인 미국에 해를 끼쳤다. 게다가 그 가슴은 그냥 단순한 가슴이 아니라 검고 피어싱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이러한 가슴 전쟁에서 소르망은 오래 전부터 현실보다 우세했던 신화들의 충돌을 유추해낸다. 가슴 전쟁은 두 미국을 대립시킨 것이라기보다, 실재 존재하는 하나의 미국과 1950년대 순수했다고 추정되는 미국 즉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미국을 대립시킨다는 것이다. 보수주의자들에게 있어 미래는 이러한 복원된 과거, 되찾은 시대에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낙관론자이자 이상론자이다. 그들은 이데올로기 전쟁이 끝나면 미국은 복원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유주의자들은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는 회의론자들이다. 이들 사이에서 자넷의 가슴은 트로이 전쟁이라는 터무니없는 서사시의 구실을 제공했던 헬렌의 가슴과 같다. (며칠 전, 자넷 잭슨은 할리우드는 물론 미국 정가까지 영향을 미칠 충격적인 발언을 해 화제가 되었다. 《장르》라는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잭슨은 가슴노출 사건은 단순히 복장상태가 안 좋아서 일어난 일인데도 불구하고, 이라크 사태에 대한 비난을 무마하기 위해 부시 대통령이 자신을 이용했다며, 자신은 그 사건에 책임이 없다는 말로 부시 대통령에게 강경 대응한 것이다. 덧붙여 가슴노출 사건보다 맥주나 비아그라 광고가 훨씬 더 자극적이라며, 자신과 CBS에 제재를 내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에 대해 ‘바보(stupid)’라는 표현을 써가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2004년 연방통신위원회의 의장직은 조지 W. 부시 정부의 외무부 장관만큼이나 보수적인 콜린 포웰Colin Powell의 아들 마이클 포웰Michael Powell이 맡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단순한 에피소드라고 생각했던 독자는, 흑인 여가수의 가슴 노출 사건을 1960년대의 지배적 생각이었던 자유주의와 1980년대의 지배적 생각인 보수주의의 갈등으로 분석하는 저자의 명확한 해설에 감탄할 것이다. 이런 창조적인 분석들은 책 전체에서 여기저기 나타나며 이런 분석들이 독서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저자에 의하면 미국은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사이에서 여전히 남북전쟁중이다! - - ◆ 미국에 가려진 우리 얼굴 바라보기 - 2001년 9월 11일, 뉴욕과 워싱턴에 테러가 일어난 직후, 어느 정도 우리들은 미국인들과 같은 입장이라는 것을 느꼈지만, 일 년 후, 희생자들의 진영이 공격자의 입장으로 바뀌었을 때, 일 년 전과 마찬가지의 감정으로 반미주의자들이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가능한 한 이와 같은 극단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Made in USA』는 미국 선거에 개입하려는 것도, 미국을 거부하려는 것도, 또한 특히 미국을 모방하라고 권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과의 차이를 탐구하고자 하는 이 책의 의도는 다분히 미국 문명에 대한 응시에 있다. 하지만 그 시선은 미국을 넘어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게 한다. 소르망은 결론을 대신하는 에필로그에서 반미주의가 이미 19세기 전반기에 등장했다고 언급한다. 누가 어떤 이유로 반미주의자일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이유를 나열하는 것은 끝도 없다. 하지만 동시에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미국에 들어가려는 이들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의 미국 애호가는 미국을 사랑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을 증오하지 않으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한 소르망은 이 책이 친미와 반미라는 극단을 벗어나서 미국 문명에 대해 기술하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독서를 마친 독자들은 과연 미국의 문명이 유럽 문명과 어떻게 다른지, 혹은 미국 사회가 한국 사회와 어떻게 다른지를 조목조목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Made in USA』는 미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적 가치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할 시선이 되어 준다.

서문
한국어판 서문
1. 비행기 창가에서
2. 두 문화 간의 전쟁
3. 보다 나은 활력을
4. 신은 나다
5. 톨레랑스 제로
6. 흑인 문제의 종말
7. 반항적인 공화국
8. 이민자들을 환영합니다
9. 창조적 파괴
10. 제도적 민주주의
에필로그
자료와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