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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테르지앙이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의 프랑스어판 번역본을 읽고 각색한 희곡집. 1984~1945년에 걸쳐 펼쳐지는 원작의 방대한 스케일을 3일간의 주요사건으로 재구성하고, 수많은 등장인물중 주요인물에 극의 흐름을 집중시켰다. 원작에 없는 캐릭터인 성처녀 '춘향'과 투사는 한민족이 겪어온 고난과 역격을 부각시키는 매개체가 되어 민족의 끈기와 자부심을 부각시킨다. 이와 더불어 섬세하게 변주되는 무대장치들은 한 편의 연극을 눈앞에 보고 있는 것 같은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다.

-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 그 절실한 통합을 추구하며 전세계가 주목한 작품,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 프랑스에서 희곡으로 다시 태어나다! - 프랑스 작가가 다시 쓴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 프랑스어판 완간에 이은 또 한 번의 전세계적 주목! 일제 침략기부터 해방기까지 한민족의 끈질긴 생존과 투쟁을 다룬 민족의 대서사시,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이 프랑스 극작가 피에르 앙드레 테르지앙에 의해 희곡 『분노의 세월』로 다시 태어났다. 극작가 피에르 앙드레 테르지앙이 2003년 6월에 프랑스에서 완간된 『아리랑』 번역본을 읽고 원고지 750매의 희곡으로 각색한 희곡 『분노의 세월』은, 올해 4월 프랑스에서 출간된 바 있으며, 이번에 한국어판으로도 번역 소개된다. 이로써 원고지 2만 매 분량의 대하소설이 유럽에서 번역된 최초의 일에 이어, 그 번역본을 읽고 새로운 텍스트로 창작한 유례없는 일이 우리 문학사에 최초로 일어났다. 이는 우리 문학의 세계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독보적인 예가 될 것이다. 전체 3막 42장으로 구성된 이 희곡에서 작가 테르지앙은 1894~1945년에 걸쳐 펼쳐지는 『아리랑』의 방대한 스케일을 ‘첫째 날, 둘째 날, 셋째 날’이라는 불특정 일자를 제시, 3일간의 주요사건으로 재구성하였다. 송수익·신세호·공허의 의병활동, 일본 앞잡이에 의해 몸을 버린 수국, 일본인들의 야욕 때문에 만주로 피신하는 백성들……. 이렇듯 원작에 등장하는 3백여 명의 인물들 중 주요인물에 극의 흐름을 집중하고 그 외의 인물들은 신분특성이나 비중 등을 고려하여 농부나 양반 등 특성만을 드러내어 표기함으로써 극적인 면을 창조, 속도감 있는 한 편의 극을 창작하였다. 원작에 없는 캐릭터인 성처녀 ‘춘향’과 투사(鬪士)는 한민족이 겪어온 고난과 역경을 부각시키는 매개체가 되어 민족의 끈기와 자부심을 빛내는 데 일조한다. 전체적인 상황과 큰 흐름을 몇몇 얼굴 없는 목소리들의 울림으로 적절하게 짚어준다든지, 그때그때 섬세하게 변주되는 조명이라든가 북소리, 대금연주를 활용한 분위기 조성 등 희곡 자체로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동원된 테크닉이 작품 곳곳에 포진하고 있어 한 편의 연극을 눈앞에 보고 있는 것 같은 긴장감을 유발한다. 남녀간의 이끌림을 묘사하는 대목에서 끝까지 은근함의 테두리를 유지하는 원작과는 달리 포옹장면을 자주 삽입한다든가 하는 점(제30장의 선숙과 광민, 제33장·제39장의 옥비와 가원)은 서양적인 시각이 반영된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작가는 폴란드 출신 연극연출가 타데우슈 칸토르(Tadeusz Kantor, 1915~1990)의 아방가르드적 작품 『죽은 학급(La classe morte)』으로부터 이 희곡작품의 결정적인 영감을 취한 듯하다. 첫째 날의 등장인물이 모두 흰색 분말을 뒤집어쓰고 있는 점, 둘째 날 등장인물 중 선숙과 광민을 제외한 모든 인물이 역시 흰색 분말을 쓰고 무대에 오른다는 점에서 칸토르의 작품과 유사하다. 이 희곡은 『아리랑』에 대한 오마주의 성격을 지녔으나, 작가가 프랑스판 Arirang을 읽은 후 원작과 독립적으로 창작한 작품이라는 사실을 고려하여 한국어판은 표준어로 표기했다. 아울러 희곡으로 각색하면서 중요하게 다룬 원작의 몇몇 대목들로 미루어볼 때, 프랑스의 한 지식인으로서 일본의 식민지 실상을 접하며 느꼈음직한 충격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프랑스는 일본문화에 대단히 호의적인 나라이기에 저자의 당혹감은 매우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나아가 전후 강대국들(특히 미국)의 패권주의에 유린당할 한반도의 숙명을 각별하게 짚어낸 점 또한, 글로벌리즘에 대한 프랑스인의 강한 거부감을 반영하는 것 같아 흥미롭게 읽힌다. 이 희곡작업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피눈물 나는 역사를 복권시키고 긍지의 함성을 이끌어내는 기회라 여긴 작가 테르지앙은, 독일이 분단을 극복함으로써 프랑스와 우의가 회복되었던 것처럼, 대한민국도 어서 통일이 되어 프랑스의 소중한 우방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하며 이 작품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조만간 영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으로 번역될 예정이고, 한국인 작곡가에 의해 발레`-`오페라로 각색되어 뉴욕 무대에 올려질 전망이다. - 한국문학의 기념비로 평가받은 조정래 대하소설 3부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분노의 세월』은 조정래 작가 개인의 명예를 넘어 세계 속 한국문학의 위상을 높이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 원작자의 말
- 저자의 말
- 들어가기에 앞서
첫째 날 : 제 1~24장 (원작 제1~4권에 해당)
둘째 날 : 제 25~30장 (원작 제5~8권에 해당)
셋째 날 : 제 31~42장 (원작 제9~12권에 해당)
- 저자 해제
『아리랑』에 대하여 / 희곡에 대하여 / 『아리랑』 프랑스어판 번역자에 대하여 / 대중의 반응에 대하여 / 역사적 세부사실에 대하여 / 연극의 주제에 대하여
- 역자의 말

◆ 프랑스에 소개된 『아리랑』의 희곡화 의의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천되어 나온 조정래의 작품은 매우 복잡하고 방대하다. 그는 한국의 톨스토이, 빅토르 위고, 혹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라 불러도 좋을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외국작품들이 광범위하게 한국어로 번역 소개되는 것에 비해, 그 반대의 경우는 몇몇 텍스트를 제외하고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과연 그 이유가 무관심일까? 무지(無知)일까? 아니면 지적 나태함일까? 그 대답은 누구보다 프랑스 대중과 지식인 자신들이 내려야 할 것이다. 나는 하나의 희곡작품을 써냄으로써 이 문제를 재인식하는 과업에 동참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수많은 대화로 점철된 극히 아름다운 텍스트를 어떤 식으로든 기념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원작을 희곡화한다는 무모한 출판기획을 낳은 셈이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저지른 극악무도한 행태들, 예컨대 한국 처녀들을 일본군 위안부로 삼았다든가, 토지와 재산을 강제로 갈취한 행위, 온갖 공개처형들과 고문행위, 2차 세계대전 동안 한국 젊은이에 대한 강제징용 등등은 이제 점진적으로 실상이 공개되는 추세인 듯하다. 이러한 사실들을 가려왔던 침묵의 벽은 조정래의 소설과 더불어 일거에 허물어졌다. 이는 『뿌리(Roots)』라는 소설이 미국에 의해서 자행된 아프리카 흑인의 노예거래 실상을 적나라하게 표출시킨 것에 비견될 만하다. 소설을 통해 무너진 벽은 이제 희곡이라는 장르의 어조에 새롭게 실려 다시금 그 충격파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 역사적 세부사실에 대하여 『아리랑』이 일제강점기의 삶을 정확하게 복원하고 있다면, 『태백산맥』은 한국전의 문제를 파헤치고 있다. 나아가 조정래는 『한강』이라 이름 붙인 세 번째 대작을 통해 남과 북의 두 체제로 갈라진 한국의 현대사를 집중조명하고 있다. 작가는 창씨개명이나 한국어 말살정책, 일본군위안부 등등 가혹하고 수치스런 숱한 문제들을 애써 부차적인 ‘역사적 세부사실’로 치부하면서 일제시대 자체를 더 이상 문제삼지 않으려 하는 역대 기득권 세력(군사독재 권부와 족벌기업주, 우익보수 인사들)의 옳지 못한 타협과 망각, 그 정치적 책임에 대해 끈질긴 질문을 던진다. 그중에서도 단연 한국의 솔제니친 격인 조정래는 이러한 ‘세부사실’들에 드리워져 있던 베일을 걷어내고자 누구보다 끈질기게 노력해 온 작가다. 그 결과 그에게는 온갖 형태의 위협과 박해가 잇달았고, 국가 안보를 저해한다거나, 심지어 공산주의에 동조한다는 혐의가 씌워져 정식으로 고소당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조정래는 마침내 식민시대의 한국에 관한 진정한 소설을 그려내는 데 성공했고, 나아가 역사적 시각을 넓혀주는 진지한 문학장르의 확립에 있어 큰 획을 긋기에 이르렀다. 역사적 진실을 복구했다는 의미에서 계몽적 가치 또한 대단한 이 작품은, 장차 두 개의 한국이 맞이할 통일의 전망을 활짝 열었다는 평가 또한 받고 있다. 이는 솔제니친이 스탈린 체제에 대한 비판적 소설로도 이루지 못한 업적이며, 독일통일이 이루어진 시점에조차 귄터 그라스가 미처 도달하지 못한 경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