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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 위에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김재두의 에세이『김재두의 섬진강 연가』. 이 책은 저자가 아버지의 마을인 섬진강과 어머니의 고향인 보성강을 답사하면서 발견한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의 어제와 오늘을 사진을 통해 보여주며, 아름답던 섬진강변과 보성강변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지 이야기한다. 더불어 섬진강을 어떻게 오롯이 사랑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섬진강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죽을 고비를 넘긴 중학교 자취생활부터 고등학교 시절과 대학생활, 아내를 만나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 늦둥이가 되어버린 첫아들 준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저자는 이 책이 자신의 삶의 희망인 아들을 위해 남긴 기록이라고 말하며, 아내와 아들은 물론 자신과 인연을 맺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

섬진강을 어떻게 오롯이 사랑할 수 있을까
다분히 냉소적이고 비판적으로 쓰이는 ‘정치권’이 직장이었고, 18년 동안 정치를 직업으로 선택한, 직업정치인으로 살아온 김재두 전 민주당 수석부대변인이 내년 총선에서 담양·곡성·구례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지며 출간한 『김재두의 섬진강 연가』는 ‘그렇고 그런’ ‘정치인들의 정치평론집’에서는 만날 수 없는 두 가지 진정성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첫째, 이 책은 기행수필집으로, 17번국도와 18번국도를 타고 섬진강과 섬진강의 가장 큰 지류인 보성강, 그리고 그 주변을 직접 답사하며 발굴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에게 ‘섬진’은 아버지의 강이고, 보성강은 어머니의 강이다. 섬진강변 산자락 오지마을의 아버지가 보성강변 처자를 만나 결혼했으니 외가가 있는 보성강은 말 그대로 그에게는 어머니의 강이다. 저자는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의 어제와 오늘을 이야기하며 또 사진을 통해 보여주며, 그 아름답던 섬진강변과 보성강변이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지를 그 지역민의 입장에서 말하고 있다.
둘째, 꼭 고향이 아니라도 섬진강 주변은 우리 독서계가 사랑한 남도기행의 1번지이기에 그는 섬진강을 사랑하고 향수했던 사람들을 대표해서 ‘섬진강을 어떻게 오롯이 사랑할 수 있을까’를 질문하며, 스스로 그 안타까움 속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모색한다.
그래서 그는 섬진강변에 소를 먹이러 갔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은어를 잡던 이야기… 와 같은 추억에만 머물지 않는다. 어도(魚道)를 만들지 않은 수중보 때문에 고향 가는 길이 막혀버린 연어들의 심정이 되어 수중보들의 어도 현황을 점검하기도 한다. 때로 그는 ‘말하기’보다는 ‘보여주기’(사진)로 섬진강의 작은 지류들까지 인위적으로 바꿔버린 4대강공사 현장을 고발한다. 곡성군 입면 제월리(군지촌정사와 함허정이 있는) 금호타이어 공장 부근의 섬진강 지류가 4대강 공사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던 옛 사진과 생뚱맞게 고수부지를 만들고 있는 현재의 사진을 대비해놓는다. 섬진강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인과 작가들은 많았다. 그럼에도 4대강사업으로 속수무책으로 사라지는 풍경을 지켜내지 못한 것은 글로만 책의 독자로만 섬진강이 가진 소중한 가치들을 소비하는 데 머문 자신과 같은 독자들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질책하는 모습 역시 시사점이 크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김재두의 섬진강연가』가 가진 미덕은 사진과 함께 실린 시(詩)에 가까운 간명한 에세이들에 있다. 섬진강변 가정마을에서 그의 고향집-지금도 살고 있는-까지는 11개의 크고 작은 다리가 있는데, 다리 하나를 건널 때마다 곡성에서 구례로, 구례에서 곡성으로 행정소재지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경계’라는 주제를 도출해내고 다리와 다리 사이에서 포착한 사진과 대조를 이루는 마을 밖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짧은 글들과 함께 수록하고 있다(3부 <경계에 피는 꽃>) 10컷의 사진으로 담은 담양 소쇄원과 가사문화권 풍경(2부 <담양 소쇄원에서의 하루>), 보성강의 유량을 빈약하게 만들어버린 주원인인 주암호 풍경(<주암호는 있고 보성강은 없다>)을 다룬 사진과 짧은 글들에서는 다분히 ‘서정적인’ 시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고향 마을들의 지명 유래에서부터 꼼꼼하게 ‘우리가 본디 가진 것’들을 탐색한다. 길을 따라갈수록 깊고 풍부하게 그 지역이 품고 있는 보물 같은 유산들이 소개되고, 해당 지자체의 홍보를 위한 스토리텔링까지 만들어진다. 저자는 자신의 고향 마을에만 국한하지 않고 생활권인 광양(‘섬진강 끝자락에서 만난 윤동주’)과 순천(‘순천미인의 원조를 찾아서’)이 품고 있는 유적에도 박식하여 화엄사, 화엄사 입구의 복거리, 태안사에서 연화리까지 이어지는 내리사랑(부모의 자애)과 치사랑(자식의 효)의 이야기까지 섬세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지금 이 시간, 그 희망과 꿈의 실행 과정에 놓여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길 위에 선 그가 자신에게 또는 우리에게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가야 하나를 묻는 문제제기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1부 덕분에 감사한 여행
뿌리 없이 어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겠는가

2부 17번국도와 섬진강변 사람들
섬진강 끝자락에서 만난 윤동주
순천미인의 원조를 찾아서
옛 풍광은 사라지고 노래로 남은 유곡나루
호곡나루의 호랑이 선생님들
물고기는 사다리를 타고
고향에서 띄우는 편지
섬진강변 함허정과 군지촌정사
담양 소쇄원에서의 하루

3부 18번국도와 보성강변 사람들
경계에 피는 꽃
화엄의 바다
압록의 추억
북소마을 앞 세월교에서
태안사 가는 길­인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연화리에서 만나는 곡성심청
목사동면 이재백 선생 …183
주암호는 있고 보성강은 없다

4부 세상 속에서
나의 영원한 대통령, 김대중 선생님과 만나다
‘방탄국회’라는 신조어를 만들다
그라믄 나, 총무 안 할라요
총무님, 사표 내십시오
대통령님! 이번에는 논바닥입니다
대변인은 5분 대기조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차를 세우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보톡스 주사와 박장대소
민주당 지킴이로 살아온 세월
김홍일 의원의 ‘친구여!’
김수환 추기경님께 받은 묵주
독도에 도서관을 세우다

5부 인생 그리고 고향
이야기 보따리를 가진 할머니
두 번이나 집을 지은 아버지
자꾸만 작아지는 울 엄마
삼층탑과 신선들이 사는 마을
죽을 고비를 넘긴 중학교 자취생활
고등학교 시절과 대학생활
검도 초단으로 특공대 간 사나이
국회도서관이 맺어준 인연
고추로 폭탄주 말아주던 그녀
결혼식 에피소드
늦둥이가 되어버린 첫아들 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