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원로시인이 쓴 시론서. 시를 지망하는 지망생들과 일 반인들에게 국내외의 고전을 예로 들어 근원적인 시의원리를 설명한 책. 시와 언어, 시의 형태, 행의 기능,시의 제재, 감성과 지성, 아류와 영향 등 10개 장으로설명했다.

원로시인 김춘수가 쓴 시론서!
시를 지망하는 지망생들과 일반인들에게 국내외의 고전을 예로 들어 근원적인 시의원리를 설명한 책, 시와 언어, 시의 형태, 행의 기능, 시의 제재, 감성과 지성, 아류와 영향 등 10개 장으로 설명했다.

기획의도 및 내용 한국 시문학의 실험가인 김춘수 시인의 시론서이다. 최근 열여섯번째 시집 [의자와 계단]을 낸 저자는 [무의미 시]를 통해 한국 시문학에 실험성을 시도했고 지금도 왕성한 창작을 하고 있다. 실험가 답게 그의 시론서 역시 풍부한 국내외의 고전을 바탕으로 시 해석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그리고 현재의 시문학에 대해서도, "아직 우리 시단은 시를 쓴다는 행위에 대한 형이상학적 의미부여를 못 하고 있다"며 따끔한 질책을 잊지 않는다. 한국 현대시문학사에 뚜렷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시인의 오랜 시 창작과 대학 강의 경험이 탄탄하게 밑거름이 되어 있는 실용적인 이론서라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시인 지망생은 물론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으로 저자 자신도 ‘실속있는’ 시작법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시라는 장르가 가지는 개념들을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시들을 인용해서 구체적인 이해를 돕고 있는 주내용 외에도, 시인론과 명시를 부록 형식으로 담고 있다. 부록은 크게 3부로 나뉘는데, 저자가 시인으로서 시를 쓰거나 감상하면서 느꼈던 문제점들을 진지하게 성찰한 에세이 식의 산문인 [시의 이모저모], 김소월 이상화 김광균 청록파 등 몇몇 대표적 시인들의 작품을 통해 귀납적으로 그들의 경향을 추적해나간 [시인론], 널리 읽히는 대표시인들의 애송시들을 엄선한 [한국현대명시선]으로 구성돼 있다.

시와 언어
시의 형태
행의 기능
시의 제재
시의 제목
시와 상상력
시와 영감
감성과 지성
이해의 방법
아류와 영향

영감의 원인은 시인 자신에게 있다. 우리의 감각적 체험 및 정서적 정신적 체험은 그 모든 것들이 다 영감을 위한 씨가 된다.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는 아득한 추억의 세계, 그 어두운 미명(未明)의 세계에까지 내려가야 한다. 우리는 유년 시절에 갖가지 체험을 했다. 그 시절의 체험들은 대개가 감각적인 것이다. 우리의 어머니가 젊었을 때, 어머니의 많은(혹은 적은)친지들 중에서 특별히 살결이 희고 고왔다든가 눈매가 남의 눈에 뜨일 만큼 윤이나고 영롱했다든가 한 분들이 있었다. 그때 그분들의 살결과 눈매를 바라보는 것은 마음 흐뭇하고, 한편 그분들의 음성을 듣는 것은 왠지 부끄럽고도 즐거웠다. 그분들이 무슨 모임에 빠지기라도 하면 어쩐지 더없이 서운하기만 했다. 그런 따위의 체험은 시를 위해서는 소중한 재산이다.
어느 때(봄날의 잘 개인 대낮이라고 하자) 조용한 주택가를 걷는다. 누가 곁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귀를 세워 보아도 물론 다른 행이는 없다. 이상하다. 분명 누가 부르는 것 같다. 한쪽 귓전에 쟁쟁하게 울린다. 그쪽에서 고개를 젖혔더니 어느 집 대문이 빼쭈룩 열려 있는데 그 틈으로 들여다뵈는 그 집 뜰에는 무슨 꽃일까? 진홍의 탐스러운 꽃송이가 이？을 빤히 보고 있지 않은가. 순간 '저 놈이군, 나를 부르는 것은'하는 생각이 솟는다. 그런 따위도 퍽 인상적인 체험이다. 이런 일들을 통해서 우리는 어른이 되어 간다. 하나 하나의 감각적 체험은 우리의 내부 깊이 잠겼다가 어느 때엔가 슬픔이나 기쁨으로 재생한다. 즐거운 체험이 많은 민족은 즐거운 내용을 담은 서정시를 많이 남겼고, 불쾌하고 괴로운 체험을 많이 한 민족은 또 슬픈 내용을 담은 서정시를 많이 남겼다. 개인에게 있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시의 영감/ pp.87~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