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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성의 확장에 따른 예술의 경계를 탐구하다

미디어 아트의 도래 이후, 현대미술에서 기존의 예술적 경계들이 무의미해지기 시작했다. 미디어 아트는 동영상과 사운드 등을 통해 인간의 감각과 좀 더 적극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예술의 형식보다는 내용에 몰입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퍼블릭 인티머시』에서는 이와 같은 미디어 아트와 설치작품, 건축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시각예술의 공간성 확장’을 새로운 예술의 주제로 제시한다. 제인&루이스 윌슨의 영상설치 작품 <자유로운 익명의 기념비>, 독일 미술가 레베카 혼의 퍼포먼스, 워홀과 대만의 영화감독 차이밍량의 영화작품 등이 함께 소개된다.

영화, 미디어 아트, 건축, 설치미술의
창조과정에서 시간에 반응하는 우리 인간의 감각적 상황들을
미학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새로운 예술의 주제, 공간성의 확장
미디어 아트와 설치미술은 과거의 미학적 관점을 통해서는 해석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설치미술은 현실의 공간 안에 거주하고 있고, 미디어 아트는 미술의 차원을 시간적인 것으로 바꾸어 버렸기 때문이다. 공간과 시간은 아직도 시각예술에서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이 책은 미디어 아트, 설치작품과 건축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통해 공간성의 확장을 새로운 예술의 주제로 제시한다.

예술적 경계와 탐구
현대미술에서 미디어 아트의 도래 이후에 기존의 예술적 경계들이 무의미해지기 시작했다. 미디어 아트가 예술적 형식의 수립보다는 예술적인 내용에 몰입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예술적인 매체로서의 물질적인 조건들이 충족되어 있는 상태에서 출발하는 미디어 아트에서 형식에 관한 탐구는 어쩌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21세기 이후의 예술은 인간의 정신 자체와 유사성을 지닌 그런 것이어야만 할 것이다.
미디어 아트는 동영상과 사운드 등을 통해 인간의 감각과 좀 더 적극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회화나 조각 같은 전통매체 예술작품이 관객과 거리를 두고 작품을 바라보게 한다면, 미디어 아트는 참여적인 차원에서 교류를 통해 감각을 활성화시키는 제2의 예술적 영역을 만들고 있다.

영화관과 뮤지엄, 기억의 장소를 걷다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와 미술관에서 전시되는 미디어 아트의 공통점은 공간에서 관객의 시감각과 역동적으로 조응한다는 것, 그리고 그런 공간들이 현대 시각문화의 대표적인 ‘장소’로서 의미를 갖는다. 영화는 인간의 기억이 소통하는 통로이자 산책로이다. 영화는 영화관에서 고정된 기억의 산책을 하지만, 뮤지움은 인간의 몸과 기억이 움직이는 산책로가 된다. 이런 면에서 두 장소는 관객이 배회할 공간을 창조하고, 공간을 음미한다는 의미에서 기억의 장소이다. 이것은 오늘날 미디어 아트와 설치미술의 위상학에 관련하여 두 장르 모두 앙드레 바쟁의 ‘미이라 컴플렉스’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건축과 미디어 아트의 조우
빅터 패스모어의 아폴로 파빌리온을 주제로 한 제인 & 루이스 윌슨의 영상설치 작품 <자유로운 익명의 기념비>는 건축과 미디어 아트의 공간적 확장성이라는 공통의 관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하다. 패스모어의 파빌리온이 익명성과 자유라는 근대 미술과 건축의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는 작품이라면, 윌슨 자매의 미디어 아트는 관객이 공간에서 유동한다는 새로운 차원을 첨가함으로써 패스모어 구조물의 근대적이지만 전통적인 정적인 성격을 기억의 시네마로 변화시킨다. 윌슨 자매는 단지 스크린을 벽에 걸어 놓은 것이 아니라 스크린 자체를 연출하고 배치했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은 현실의 정원과 자신들의 기억의 정원들을 배회하고 산책한다. 그래서 관객은 빅터 패스모어가 언급한 “도시 디자인이 인간정신의 모든 영역”과 관련된다는 이야기를 내적이며 동시에 외적인 현상으로써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몸과 영화의 충돌과 확장
독일 미술가 레베카 혼은 작품을 통해 몸의 풍경(bodyscape)을 정의한다. 그녀의 퍼포먼스에 나타나는 몸과 영화적인 요소들의 관련성을 탐구하면 여성적인 내적 차원의 작품들이 어떻게 방을 통해 예술의 정신적인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 몸은 현실의 집에서 방을 의미하고, 몸의 풍경으로의 여행은 방으로의 여행과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현실에서 방은 거주자가 점유하는 동안의 이야기가 다음 거주자에 의해 지워지면서 새로운 이야기들이 계속 재생산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영화를 통해 보여지는 방들은 미이라가 되고 영화필름은 환상을 담는 여행이 된다.

몸의 시간성과 건축의 지속성
워홀은 영화적인 시간과 실제 시간의 차이가 없는 작품들을 제작했는데, 워홀 작품의 분석을 통해 영화의 본질이 어떻게 변화되었는가 혹은 정의되었는가를 탐구한다. 그리고 워홀이 자신의 영화에서 공간화의 차원을 넘어 ‘몸의 시간성과 건축의 지속성’을 그리기 때문에 영화의 시간적 영역을 확장했다고 이야기한다. 워홀의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촉각적인 풍경과 일상성이 만들어 내는 혼성적인 공간인 것이다. 반면에 차이밍량의 영화는 현실의 공간과 구별할 수 없는 로케이션, 비전문적인 배우를 통해 화면 안에 현실 그대로를 옮겨다 놓는다. 그리고 관객은 훔쳐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등장인물들과 같은 시간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영화적으로 축약되거나 비약된 시간이 아닌 삶의 시간이 이 두 예술가의 근본적인 미학적 주제인 것이다.

서문 앤소니 비들러
역자 서문 정용도
감사의 글

회상된 공간들 Recollected Spaces
수집과 회상: 영화여행과 미술관 산책
모더니즘의 잔해들, 영화의 고고학: 제인 윌슨과 루이스 윌슨의 <자유로운 익명의 기념비>

과학적 시노그래피 Scientific Scenographies
예술에서 과학의 건축: 해부학 강의
정신의 작품들: 레베카 혼의 인테리어 아트

시간의 구조들 Fabrics of Time
삶의 패션들: 예술과 영화의 친밀성
시간의 건축가들: 워홀에서 차이밍량에 이르기까지 릴의 지속시간

주석
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