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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품어 하나가 되는 인연, 연리지

매회 테마수필을 발간하는 수필드림팀은 다섯 번째 테마로 '결혼'을 선정하였다. '결혼'을 테마로 꾸민 이번 테마수필집 ‘연리지’는, 독신 여성 증가와 만혼화 현상 그리고 저출산 문제가 여러 병리적인 사회현상을 야기하는 가운데, 21명의 저자가 결혼이라는 테마에 각자 문학적으로 접근하여, 결혼과 가정의 진정한 가치 더 나아가 삶의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되짚어 본다.

독후감 공모전과 함께하는 테마수필 제5집 출간

독후감 공모전을 통해 제1집부터 독자와 함께 테마수필을 이끌어온 수필드림팀이, 테마수필 제5집인 ‘연리지’(해드림출판사)를 2008년 마지막 작품집으로 펴내고 예정대로 독후감 공모전을 시행한다. 이번 제5집에는 테마수필 홈페이지에서 활동하는 회원을 대상으로 공모한 몇 편의 테마수필을 더하여 모두 21편의 수필이 실려 있다.
‘결혼’을 테마로 한 테마수필집 ‘연리지’는, 독신 여성 증가와 만혼화 현상 그리고 저출산 문제가 여러 병리적 사회현상을 야기하는 가운데, 21명의 저자가 ‘결혼’이라는 테마에 각자 문학적으로 접근하여 결혼과 가정의 진정한 가치 더 나아가 삶의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되짚어 본다.

또한 테마수필 필진 가운데 한 사람인 수필가 김영태씨의 아들 혼사를 테마의 실체로 삼아 기획하여 출간함으로써, 문학 특히 수필이 실생활과 어느 정도 친밀성을 지니는지도 아울러 보여주는 작품집이다.
김영태 수필가는 ‘결혼을 하는 아들을 바라보며’라는 부침 글에서 ‘이제 자식을 독립시키려 합니다. 서른을 앞둔 아이니 잘하겠지요. 하지만 잘 하리라는 믿음에 앞서 많은 풍파를 겪으리라는 우려가 마음을 짙게 짓누릅니다. 젊음 하나만 앞세워 세상을 쉽게 보지나 않을까 하여 아비의 마음을 졸이는 것입니다. 이들 앞에 좋은 일보다는 험하고 힘든 일이 더 많이 닥칠 수도 있습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습성이 다르고, 성품이 다른 두 사람이 한 지붕 안에 살게 되었으니 짧은 시간에 동질화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서로 이해하고 다르다는 걸 인정할 때 비로소 두 사람은 하나로 융합될 것입니다. 성공하는 결혼생활의 비결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며, 삶을 삶답게 만들어주는 울타리가 결혼입니다.’라며 결혼하는 자식에 대한 염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연리지’에 참여한 필진 역시, 새롭게 부부로 탄생하는 두 젊은이를 격려하고 행복한 삶을 기원하는 마음을 작품의 행간으로 담아냄으로써 훈훈한 문우의 정도 보여주었다.

한편, 테마수필 회장인 전영관 시인은 “결혼이란 인간이 만든 최고의 제도이자 최악이라고 합니다. 결혼 20년차인 저 역시 때때로 이 말에 동의합니다. 홀가분하게, 오로지 나 자신 하나만으로 존재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오래 살면 서로가‘측은지심’이 생기게 마련이지만 그러면서도 이면의 자유로움을 끝까지 버리지 못하는 존재가 바로 우리들 아닐까요? 바람처럼 살고 싶으면서도 때로는 등 기댈 누군가를 아쉬워하는 우리의 이중성 자체에 우리 결혼생활의 해답이 있습니다. 결혼, 참으로 무겁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깃털처럼 가벼운 일입니다. 결혼이 달콤한지 아니면 악법인지 그 판단은 독자제위의 몫입니다.”라는 내용의 펴내는 글을 내놓았다.

이번 수필집에는 ‘거짓말’을 테마로 하였던(여우비가 내린 자리/해드림출판사) ‘제4차 테마수필 독후감 공모전’에 당선된 4편의 독후감이 게재되었다. 당선 작품은 대상에 김정은씨의 ‘당신에게 할 수 밖에 없었던 말’, 금상에 강경란씨의 ‘거짓말의 나이테’, 은상에 임치훈씨의 ‘거짓말의 이면’동상에 김시은씨의 ‘거짓말과 진실 사이’이며 이들에게는 해당 상금과 상패가 주어졌다. 테마수필 제5집 ‘연리지’도 독후감 공모전을 시행한다. 제5차가 되는 독후감 공모전은 10월 마지막 주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자세한 내용은 해드림출판사 및 테마수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테마수필5집에 부쳐-결혼하는 아들을 바라보며·김영태
펴내는 글-결혼 달콤한 악법 ·전영관

연리지

1. 모험, 그것은 약속 있는 항해이다 · 김창애
2.산으로 접어들며 · 강경자
3. 인연 · 김명숙
4. 비루먹은 염소 · 전영관
5. 그 바다 위에서 · 장은초
6. 속죄 · 임영숙
7. 혼자 산다는 것 · 이승훈
8. 모난 돌 두 개가 만나 둥글게 닳아가는 일· 박래여
9. 달콤한 유혹 · 김영태
10. 또 다른 선택 · 김언홍
11. 인륜대사(大事) · 한판암
12. 차가운 물에 뛰어 들 듯 · 김성보
13. 지름길은 종종 먼 길이 된다 · 고현숙
14. 사랑나무 · 장석영
15. 돈가스가 사라졌다 · 류근하
16. 저 언덕을 넘으면 무지개 빛나리 · 이지영
17. 나의 파랑새 · 전대선
18. 결혼은 비지니스가 아니야 · 이기순
19. 우리집 · 홍지아
20. 새끼손가락 걸고 · 김호인
21. 결혼에 대하여 · 이석규

제4회독후감공모전 당선작
⊙심사평 - 상투성의 두 얼굴 · 수필드림팀
대상-김정은 · 당신에게 할 수밖에 없었던 말
금상-강경란 · 거짓말의 나이테
은상-임치훈 · 거짓말의 이면
동상-김시은 · 거짓말과 진실 사이

…그녀는 붉은색부적을 삼삼하게 접어 작은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부적이 담긴 주머니를 쥔 손을 내 사타구니에 가져다가 서너 차례 문질렀고 그 바람에 혼비백산하였다. 무슨 짓이냐며 소리를 질렀으나 족집게처녀는 영험 있는 액땜에 최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녀가 말한 음력보름날이 되었다. 그날 그녀에게 받아온 부적을 보름날 자정 휘영청 떠오른 달을 향해 소원을 빌며 태우라고 했다. 단, 조건이 있었다. 이 사실을 말해서도 안 되고 태우고 있는 걸 들켜서도 안 된다는 엄명이 따랐다. 쥐도 새도 몰라야 비방이 효험을 얻을 수 있다는 점쟁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는 얼마나 가슴이 떨렸는지. 정화수 한 그릇 정갈하게 떠놓고 누가 볼세라 가슴 졸여가며 부적을 태우는 의식을 침착하게 올렸다. 아마 누가 이 장면을 보았더라면 출정식을 앞둔 의식쯤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좋아하는 여인과 혼인을 앞둔 시점에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꺼림칙한 소리가 마음에 걸렸음은 부인할 수 없다. 파경(破鏡)의 아픔을 겪느니 내 작은 수고가 액땜이 되어 순조로운 결혼이 되기를 간절하게 기원했다. 알 수 없는 게 신에 대한 믿음도, 의지력도 없던 내가 어떻게 그런 행위를 했는지 모를 일이다. 그날 족집게처녀가 내 마음을 정통으로 꿰뚫은 것은 심리전에서 이긴 결과가 아니겠나싶다. 상대의 표정을 살펴 답답한 사람이 먼저 토설하게 하는 간교에 넘어간 것이다.
결혼날짜를 며칠 앞둔 때에 갑자기 장인이 별세했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결혼을 늦출까하였으나 주변권유로 그대로 강행하였는데,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 화창한 날이 지속되다가 결혼 당일에는 비가 왔다. 봄비치고는 많은 폭우가 억수로 내렸다. 결혼식 날에 비가 내리면 눈물 마를 날이 없다는 얘기가 떠올라 심란했지만, 마음을 진정시키며 웃는 얼굴로 식장에 들어섰다. 처가의 하객자리가 텅 비어있었다. 장인장례식에 참석했던 친인척자리였다. 새 출발하는 젊은이에게 해를 끼칠까하는 노파심에 하객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곧 아내의 자리를 차지할 신부의 심사가 어떠할까. 마음이 울적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고 달리 해볼 만한 방도도 없었다. 나 또한 아버지친인척에게는 결혼을 통보하지 않았기에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점집에서 만난 족집게처녀가 순간적이지만 떠올랐다.
사실대로 믿지는 않았으되 둘 사이에 궁합이 영 아니라던 말이 귓가에서 맴돌았다.…
- 김영태 수필가의 ‘달콤한 유혹’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