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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칼날

원제 : さまよう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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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피해자의 아픔이 너무 소홀하게 여겨지고 있다 _ 히가시노 게이고

    한 소녀가 성폭행 도중 사망했다. 가해자는 미성년자 2명. 정황을 알게 된 소녀의 아버지는 우발적으로 가해자 소년 1명을 살해하고 나머지 1명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건을 담당한 형사는 또 하나의 살인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소녀의 아버지를 쫓아야 한다. 미성년자라서 가벼운 벌을 받게 될 가해자 소년들을 지키기 위해 피해자의 아버지를 검거해야 할까? 바로 이 딜레마에서 이 책의 제목이 가진 의미가 드러난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사회를, 이런 사건을 방관하는 사람들, 그리고 피해자 아픔과 가해자의 보호까지. 도대체 정의는 어디에 있으며 누가 이런 사회를 만들었을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날카로운 시선이 '사회문제'에 칼날을 들이댄다. 정재영, 김성민 주연의 동명영화 원작소설이며 피해자의 아픔과 정의가 사라진 사회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한다.

    출판사 서평

    미스터리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문제’에 칼날을 들이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블랙 유머 소설 ‘웃음 3부작’을 기억하는가? 지난해 출간되어 독자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흑소소설』『독소소설』『괴소소설』은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히가시노 게이고와는 전혀 다른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앞서 언급한 소설집 속의 몇몇 단편에서 웃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사회문제를 건드려 우리를 조금 불편하게 만든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본격적으로 사회문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바로 『방황하는 칼날』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왜 ‘소년범죄’에 주목했는가?
    『방황하는 칼날』에서 그가 주목한 것은 소년범죄다. 어리다는 이유 하나로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도 ‘갱생’이라는 이름 아래 가벼운 처벌을 받고 풀려나는 미성년자들. 그리고 그 상황을 지켜보며 다시 한 번 상처받고 복수를 생각하게 되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 소년범죄의 심각성은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도 <소년법> 아래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 예로 얼마 전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한 여학생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소년 10여 명이 훈방으로 풀려나 사회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피해자의 아픔이 너무 소홀히 여겨지고 있다. …… 복수가 좋은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지금의 사회 시스템에는 큰 결함이 있어 그것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이 책의 집필 이유를 밝혔다.
    그는 『방황하는 칼날』에서 ‘미스터리의 거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좀 더 깊고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고 세상으로 파고들어가 독자에게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소년범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는가?

    ‘방황하는 칼날’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방황하는 칼날』은 고등학교를 중퇴한 2명의 미성년자가 어린 소녀 에마를 성폭행하면서 시작된다. 성폭행 도중 예기치 않게 에마가 죽어버리자 범인들은 시체를 강에 버린다. 경찰이 발견한 시체로 딸의 죽음을 확인한 나가미네. 그에게 수수께끼의 남자가 딸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그가 사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메시지를 남긴다. 그는 경찰에 연락을 할까 망설이다, 일단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보기로 한다. 범인의 집에 찾아간 그는 그곳에서 딸이 마약에 취한 채 성폭행당하는 장면이 녹화된 비디오테이프를 보게 되고, 분노가 절정에 달한 순간 집에 들어온 범인을 순간적으로 처참히 죽여버린다. 이때부터 나가미네는 피해자 가족이 아닌 용의자가 되고, 경찰은 도망친 또 다른 범인을 쫓고 있는 그를 막기 위해 지명수배령을 내린다.
    이때부터 형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갈등한다. 성년이라면 무거운 형벌을 받을 것이 분명한 죄를 저지른 범인, 하지만 미성년자라서 가벼운 형벌을 받게 될 범인을 지키기 위해 정말 나가미네를 추적해야 하는가? 정말 경찰은 미성년의 범인을 지켜야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나가미네가 복수하도록 놓아두어야 하는가?
    세상 속에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정의’가 방황하게 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책의 제목 『방황하는 칼날』의 숨은 의미가 드러난다.

    소년범죄자를 쏟아내는 세상을 만든 것은 무엇인가?
    딸을 잃고 복수심에 사로잡힌 나가미네, 도주하는 성폭행범, 이들을 추적하는 형사들, 성폭행범의 친구, 사고로 아들을 잃은 여자, 나가미네에게 범인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수께끼의 남자, 그리고 또 다른 피해자의 아버지가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이다. 이들과 더불어 『방황하는 칼날』을 읽으며 독자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이 등장인물들을 둘러싼 ‘세상’이다.
    나가미네의 복수에 내심 동조하면서도 ‘심정은 이해하나 경찰에 맡겨야 한다’는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세상. 자기의 생활만 보장되면 다른 사람의 일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세상. 나가미네는 자신도 딸을 잃기 전까지는 그런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다른 사람의 일에는 무관심한 세상의 일부였음을 고백한다. “왜 그런 녀석들이 태어나고 방치된 것일까? 세상은 왜 그런 녀석들이 일을 벌이도록 놓아둔 것일까? 아니, 놓아둔 것이 아니다. 다만 무관심할 따름이다. ……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자기 역시 세상을 이렇게 만든 공범자라는 사실을. 공범자에게는 죗값을 치러야 할 책임이 똑같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번에 선택된 사람은 자신이었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러한 세상을 만든 또 하나의 공범자로 ‘법’을 지목한다. 사람들이 정의의 칼날이라고 믿는 법이란 것이 절대적으로 옳을까? 절대적으로 옳다면 왜 끊임없이 개정되고 있을까? 그 완벽하지 않은 법을 지키기 위해 왜 경찰은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걸까? 그 법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선량한 사람들의 마음을 마구 짓밟아도 되는 걸까? 게다가 범인을 체포하고 격리하는 것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닐까? 그들은 죄를 저질러도 보복당하지 않도록 국가가 자신들을 지켜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을까? 히가시노 게이고는 법을 집행하는 경찰이라는 조직에 몸담고 있는 형사반장 히사쓰카와 오리베의 입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이제껏 아무 의심 없이 정의의 칼날이라 믿어온 ‘법’의 존재와 그 역할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소년범죄에 대한 다양한 세상의 시선을 여러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드러내어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어놓고는 빠른 전개로 상황을 마무리 짓는다. 그럼으로써 책을 덮은 후에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자신만의 마무리 방식을 『방황하는 칼날』에서도 고수한다.
    “『방황하는 칼날』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더라도 독자는 납득할 수 없다. 한마디로 해피 엔드를 기대할 수 없는 작품이다.”라는 한 독자의 서평처럼 나가미네의 복수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독자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 정말 옳은 결말일까?”

    본문중에서

    가이지는 지금 두 종류의 약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클로로포름이다.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그 약을 이용해서 지금까지 많은 여자들을 성폭행했다고 한다. 여자를 기절시키기만 하면 그 다음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폭행한 다음 여자를 그 자리에 버려두고 재빨리 도망친다. 물론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했겠지만 지금까지 가이지에게 수사의 손길이 미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 때문에 그가 이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다른 하나의 약은, 그의 말을 빌리자면 ‘마법의 가루’라고 한다. 각성제의 일종인 그 약을 보며 그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것만 있으면 어떤 여자라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이 약을 사용하면 제발 내 안에 넣어주세요, 하고 애걸복걸하거든.”
    그는 2, 3일 전에 시부야에서 구입한 그 약을 사용하고 싶어서 안달복달했다.
    “여자 사냥을 가자!”
    _ 11~12쪽 중에서

    그는 문득 생각난 듯 책상 서랍을 열었다. 거기에는 핑크빛 휴대전화가 들어 있었다. 에마가 가지고 있던 것이다. 그날 이후, 한 번도 전원을 켜지 않았다. 사체가 발견될 때까지 그녀의 부모와 친구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전화를 걸었으리라. 문자메시지도 보냈으리라.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나 문자메시지는 그녀에게 닿지 못했다.
    별안간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단지 밥을 먹고 숨을 쉬는 것이 아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다. 사람은 커다란 기계에 있는 하나의 톱니바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기계에서 톱니바퀴 하나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강한 불안과 공포가 그의 가슴을 압박했다. 가벼운 휴대전화가 돌연 무겁게 느껴졌다. 에마는 이 휴대전화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이어져 있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 줄기 희망에 매달려 이 휴대전화번호를 눌렀을까?
    _ 59~60쪽 중에서

    스피커에서는 다음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목소리가 분명하지 않아서 알아듣기 힘들다.
    ‘…… 아닙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에마 양을 죽인 범인은 스가노 가이지와 도모자키 아쓰야라는 사람입니다. 아쓰야의 주소는 아다치 구…….’
    순간적으로 텔레비전에 정신을 빼앗겨 그는 뒤늦게 메시지에 귀를 기울였다. 그가 전화기 쪽을 쳐다보았을 때는 이미 메시지가 끝나가고 있었다.
    ‘…… 이건 장난전화가 아닙니다. 경찰에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메시지의 종료를 알리는 전자음과 함께 그는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전화기로 뛰어가서 테이프를 감고 두 번째 메시지를 재생했다.
    ‘여보세요? 나가미네 씨 댁이죠? 에마 양은 스가노 가이지와 도모자키 아쓰야에 의해 살해당했습니다. 이건 장난전화가 아닙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에마 양을 죽인 범인은 스가노 가이지와 도모자키 아쓰야라는 사람입니다. 아쓰야의…….’
    목소리를 알아듣기 힘든 것은 손수건 따위로 입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리라. 남자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나이는 추측하기 힘들었다.
    남자는 아쓰야라는 사람의 주소를 천천히 말한 뒤,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아쓰야의 우편함 안에 열쇠가 숨겨져 있습니다. 그것을 이용해서 집 안에 들어가면 증거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비디오테이프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건 장난전화가 아닙니다. 경찰에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메시지는 그것으로 끝났다. 그는 잠시 망연히 서서, 전화기에 시선을 멈춘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게 뭐지? 누가 이런 전화를 건 거지?
    _ 85~86쪽 중에서

    생기라곤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그 소녀가 에마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그에게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니, 소녀가 등장하는 순간 알아차렸지만, 그의 내부에서 인정하는 마음과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비명을 지를 뻔했기 때문이다. 입을 막는 것만으로는 새어 나오는 비명을 막을 수 없어서 그는 가운뎃손가락을 힘껏 깨물었다.
    에마는 전라의 모습으로, 남자의 손에 머리를 눌린 채 그에게 봉사하고 있었다. 공허한 눈과 얼굴에서는 인간의 표정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저항하고 있는 기색조차 찾아볼 수 없다.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캠코더로 찍고 있는 남자인지, 에마에게 봉사를 받고 있는 남자인지는 알 수 없다. 남자들은 다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의 말투에서 음모에 가득 찬 즐거움이 느껴졌다.
    _ 97~98쪽 중에서

    너무도 간단히 죽어버렸군…….
    그는 침대에 기대어 시체로 변한 소년을 바라보았다. 티셔츠는 원래의 색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피로 물들었다. 바닥에도 새빨간 피가 흥건히 고여 있었다. 자기의 몸도 완전히 피투성이라는 것을 그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러나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 이 정도로 복수를 했다고는 할 수 없다. 더 끔찍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더 인간성을 말살시켜야 한다. 더, 더, 더…….
    그의 시선이 시체를 핥듯 이동하다 이윽고 한 지점에서 멈추었다. 소년의 음부다.
    그는 소년의 바지 단추를 끌렀다. 그리고 팬티와 함께 바지를 벗겼다. 그러자 작게 위축된 성기가 음모 사이에서 드러났다. 두려움에 실금이라도 했는지 오줌 냄새가 떠다녔다.
    에마는 이 더러운 것을 입에 물어야 했다…….
    증오와 혐오감이 그의 몸속을 뛰어다녔다. 그는 다시 피로 물든 식칼을 꽉 쥐었다. 그리고 소년의 성기 밑에 대고 힘껏 그었다. 그러나 피가 굳어가고 있기 때문인지, 칼은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소년의 바지로 칼을 닦고,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똑같이 했다. 이번에는 제법 잘라지는 감촉이 전해졌다. 그는 정신없이 똑같은 행동을 계속 반복했다.
    _ 104~105쪽 중에서

    범인을 죽여도, 사체를 토막 내도 딸을 빼앗긴 원한의 만 분의 일도 풀리지 않는다. 슬픔도 줄어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살려두고 반성하게 만들면 원한과 슬픔이 줄어들까? 아니다. 이런 인간쓰레기들이 반성할 리가 없다. 만약 반성한다고 해도 에마는 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이 다시 옛날로 돌아갈 리도 만무하다. 더구나 이렇게 극악무도한 녀석이 앞으로도 계속 살아 있다고 생각하면 도저히 견딜 수 없다. 그것이 비록 교도소라 할지라도.
    그는 정신적인 고통 속에서 계속 식칼을 휘둘렀다. 범인에게 복수한다고 해도 원한이 풀리지는 않는다. 해결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고, 내일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복수하지 않으면 더 괴로운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 죽을 때까지 지옥 같은 삶이 계속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불합리하게 빼앗긴 사람은 어디에서도 빛을 발견할 수 없다.
    _ 106쪽 중에서

    “자세히 보십시오. 가이지 군이 아닌가요?”
    “아니에요!”
    “아주머니, 이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아드님 목숨이 달린 일이에요! 그러니 자세히 보십시오. 가이지 군 맞죠? 이 사진으로 알아보기 힘들다면 비디오테이프를 보시는 수밖에 없습니다.”
    “비디오테이프라니, 그게 뭐죠?”
    “아까 말씀드린 아쓰야의 방에서 발견된 비디오테이프입니다.”
    아쓰야의 이름에 ‘군’ 자를 붙이지 않은 것은 비디오테이프의 내용이 범죄적 행위라는 것을 암시하기 위해서다.
    그녀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사진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오리베는 깨달았다. 그녀가 이미 사진의 주인공이 아들이란 것을 인정했단 사실을.
    그녀는 조금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힘없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 뭔가…… 잘못된 거예요. 우리 애가 그런 짓을 저지르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어요. 이건 분명히 잘못됐어요. 아마 장난삼아 그랬을 거예요.”
    가와사키가 차갑게 말했다.
    “아주머니, 이건 강간입니다! 누가 장난삼아 강간을 하죠?”
    _ 159쪽 중에서

    “가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자수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 계속 도망치면 죄가 더 무거워질 거야.”
    “닥쳐! 그건 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하지만 자수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아. 경찰에 잡혀서 소년원에 들어가는 건 딱 질색이야.”
    ‘그렇다면 처음부터 나쁜 짓을 하지 않았으면 되잖아!’
    마코토는 그렇게 소리치고 싶은 것을 목구멍으로 삼켜야 했다.
    가이지가 툭하니 내뱉듯 말했다.
    “조금만 더 놀고 나서.”
    “뭐?”
    “자수한다고 해도, 좀 더 신나게 즐긴 다음이야. 경찰에 잡히면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
    _ 465쪽 중에서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그의 머릿속에는 아무 소용없는 생각들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돌고 있다. 발단은 불행한 우연이다. 에마가 미치광이 같은 두 짐승의 눈에 띄지 않았다면 자기도 지금쯤 저 샐러리맨들처럼 하루의 피로를 푸는 데 모든 정신을 쏟고 있으리라.
    애당초 왜 그런 우연이 일어난 것일까? 왜 그런 녀석들이 태어나고 방치된 것일까? 세상은 왜 그런 녀석들이 일을 벌이도록 놓아둔 것일까? 아니, 놓아둔 것이 아니다. 다만 무관심할 따름이다.
    그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과연 이 커피숍에 있는 사람 중에 몇 명이나 아무 죄도 없는 여고생이 성적 노리개로 고통당한 끝에 시체로 발견된 사건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아버지가 복수의 화신이 되어 세상을 떠돌고 있다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을까? 그에 관한 뉴스가 나올 때마다 잠시 머릿속에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뉴스가 바뀌면 그들의 관심도 바뀐다.
    그러나 그도 그러했다. 자기의 생활만 보장되면 다른 사람의 일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소년범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느냐? 문제 해결을 위해서 무슨 노력을 했느냐? 그렇게 물으면 그도 대답을 할 수 없다.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자기 역시 세상을 이렇게 만든 공범자라는 사실을. 공범자에게는 죗값을 치러야 할 책임이 똑같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번에 선택된 사람은 자신이었다.
    단, 에마는 공범자가 아니다. 에마가 계속 살아 있었다면, 그녀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그는 그녀에게 속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이지 같은 인간쓰레기를 만들어낸 것이 그를 비롯한 어른들이니 그 뒤처리 또한 어른들이 해야 할 몫이다. 뒤처리를 할 때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때로는 ‘갱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는 도저히 그런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 세상이라는 시스템이 만들어낸 ‘괴물’을, 사람의 힘으로 ‘인간’으로 되돌리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_ 480~482쪽 중에서

    “권총을 휴대하는 건 어디까지나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야. 절대로 나가미네가 발포하게 만들어서는 안 돼. 권총은 그러기 위해서만 사용해야 해!”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히사쓰카의 지시는 구체적이지 못하다. 대체 어떤 상황에서 권총을 사용하라는 것일까? 나가미네를 위협할 때 사용하라는 것일까? 하지만 과연 나가미네에게 위협이 통할까?
    경우에 따라서는 나가미네의 발포를 막기 위해 경찰이 먼저 총을 쏠 수도 있다. 그러면 나가미네가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는 장소에서 사냥총을 발포하게 해서는 안 된다―이 말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나가미네의 목표는 오직 가이지다. 그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힐 생각은 없으리라. 즉, 그가 총을 쏘는 것은 가이지가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을 때뿐이다.
    그러나 경찰은 그것을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가미네를 죽여도 어쩔 수 없다―이것이 경찰의 견해인 것이다.
    오리베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총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 총은 가이지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총이다. 에마를 죽음에 이르게 한 짐승만도 못한 그 녀석에게 그녀의 아버지가 복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총인 것이다.
    오리베의 가슴에 허무함이 밀려들었다. 우리는 대체 무엇을 하는 것일까? 우리의 일은 법을 어긴 사람들을 잡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악을 없앤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악을 없앨 수 있을까? 죄인을 격리한다는 것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들을 보호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일정 기간 보호받은 죄인들은 세간의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다시 세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다시 죄를 저지른다. 그들은 알고 있지 않을까? 죄를 저질러도 누구에게도 보복당舊?않는다는 사실을. 국가가 자신들을 지켜준다는 사실을.
    ‘우리가 정의의 칼날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정말 옳은 방향을 향하고 있을까?’
    오리베의 머릿속에 이런 의문이 똬리를 틀었다. 옳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해도 과연 그 칼날은 진짜일까? 정말로 ‘악’을 차단하는 힘을 가지고 있을까?
    _ 507~509쪽 중에서

    저자소개

    히가시노 게이고 [저] 베스트작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58.02.04~
    출생지 일본 오사카
    출간도서 218종
    판매수 518,919권

    일본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1985년 『방과 후』로 제31회 에도가와란포상을 수상하면서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이과적 지식을 바탕으로 기발한 트릭과 반전이 빛나는 본격 추리소설부터 서스펜스, 미스터리 색채가 강한 판타지 소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장르의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이 중 상당수의 작품이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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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62~
    출생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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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일어일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교육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부산대학교 외국어학당 한국어 강사를 거쳐 삼성물산, 숭실대학교 등에서 일본어를 강의했다. 현재 KBS 아카데미 일본어 영상번역과정 강사이며, 방송 및 출판 번역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 [푸른 불꽃], [신세계에서], [말벌], [유리망치], 히가시노 게이고의 [공허한 십자가], [비밀], [방황하는 칼날], [교통경찰의 밤], 마에카와 유타카의 [크리피], [크리피 스크리치],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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