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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서대 염불암에서의 마음을 찾아가는 수행기!

2년간 오대산 서대 염불암을 일상으로 오르며 자신을 찾아간 여행을 담은 『아니온 듯 다녀 가소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저자는, 병에 걸리면서 모든 것을 잃었다. 몸의 고통보다 마음의 고통이 아팠다. 막막한 마음을 붙들고 평소에 마음으로 따르던 스님들의 가시는 길을 지켰다. 그러다가 오대산 서대 염불암에서 초라해진 자신을 발견하는데…….

이 책은 마음을 찾아가는 수행기를 들려주고 있다. 저자가 2년간 염불암에 일상으로 오르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마음을 되찾아내는 수행을 거쳐, 그곳을 마음의 고향으로 삼기까지의 기록이다. 계절따라 변하는 염불암의 풍경과 그것에 따라 바뀌는 마음의 풍경을 꾸밈없이 글과 사진으로 담아 우리의 감성을 사로잡는다.

염불암은 걸어서만 들어갈 수 있는 암자로, 성능 스님이 수행하시는 곳이다. 아직 문명이 들어서지 않아 옛날 모습을 그대로 품고 있다. 저자는 염불암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바꿔주며, 자연과 인간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욕심을 버리는 것이 지금 이곳의 삶에서 행복할 수 있는 길임을 깨우친 자신의 깨달음도 건네고 있다.

이태 동안 오대산 서대 염불암을 일상으로 오르며
자기를 찾아간 여정을 글과 사진에 담다


불행은 한꺼번에 닥쳐온다더니, 일과 개인사에서 보통 사람으로 잘 지내오던 지은이는 어느 날 갑자기 병에 걸리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 몸의 고통보다 마음의 고통이 더 컸으리라. 막막한 가운데 뭔가 답을 구하려고 평소 마음으로 따르던 서암스님을 위시해서 열반하신 여러 스님들의 다비장을 찾았다. 그때마다 다비의 불이 다 사그라질 때까지 다비장을 지키곤 했으나, 여전히 길은 막막했고, 망상은 끊이지 않았다. 그는 다시 전국을 이곳 저곳 찾아 헤맸다. 그러다가 어느 겨울 날 눈 덮인 오대산을 찾았고, 그 곳 서대에 숨은 듯이 들어앉은 작은 암자 염불암에 이르러서, 초라하게 위축된 자기 자신을 새삼 보게 되었다. 그 뒤로 그는 오대산 서대 염불암을 꾸준히 찾았다. 이태 동안 줄곧 이어진 그의 염불암 오르기는 그에게 “그 곳에 계신지조차 모르”는 “당신을 찾아가는 길”이었으니, 곧 자기를 찾고 마음을 찾아가는 길이 되었다.
이 책 「아니온 듯 다녀가소서」는 지은이가 마음을 찾아가는 수행의 방편으로서 이태에 걸쳐 수십 차례 오대산 서대 염불암을 오르고, 그러던 끝에 그 곳을 마음의 고향으로 삼게 되기까지의 여정에 대한 기록이다. 가는 길에 만난 작은 생명들이며 염불암의 풍경을, 그리고 그에 따라 일어나는 제 마음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소박하게 글과 흑백사진에 담았다. 더 잃을 것도, 더 나빠질 것도 없다 싶었던 덕분일까. 마음을 놓아버린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욕심 없는 맑은 시선이 자연과 교감하며 들려주는 이야기와 보여주는 풍경이 순정하기 그지없다. 해서, 책은 무더운 여름날 산행에서 만난 샘물처럼 맑고 시원하다.

자동차도 닿지 않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너와 지붕 염불암, 그곳에서 자기를 돌아보고 마음을 찾다

염불암은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에서도 산길을 따라 40여 분쯤 더 올라가야 닿을 수 있는 작은 암자이다. 오대산에는 동대 관음암, 서대 염불암, 남대 지장암, 북대 미륵암, 중대 사자암의 다섯 암자가 있는데, 그 중에서 서대 염불암은 차가 다닐 수 없어 걸어가야만 하는 곳이다. 스님 한 분만이 수행 정진하는 이 곳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을뿐더러,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너와 지붕을 여전히 얹고 있어 이채롭다. 예부터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우통수가 바로 옆에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은이의 염불암 찾기는 갑자기 닥친 고단한 삶을 쉬어 가고 싶은 낯선 호기심에서 출발하였으나,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일상이 되었고 수행이 되었다. 대개는 혼자이고 싶을 때 찾아간 그 곳에서 그는 마음을 내려놓고 오래도록 쉬곤 했다. 길이 보이지 않는 시련 속에서 필자는 삶의 방향을 찾으려고 애썼고, 그 방편으로 염불암 오르기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거창한 깨달음을 얻기 위함은 아니었다. 잠시 쉬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적어도 두 주일에 한번씩은 오르며 찬찬히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 보는 정도였으나, 결국 그 같은 자기 성찰은 수행자의 수행과 별반 다를 것 없으리라.
이태에 걸쳐 사십 여 차례 오르내리며 계절의 변화 속에서 느낀 소소하고 세세한 것들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문득 도가 터지듯이, 똑같은 일상과 풍경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 것이다. 처음 염불암을 찾았을 때 흰 눈으로 뒤덮인 염불암을 바라보며 필자는 이제껏 살아온 방식을 버린다. 그리고 염불암 오르기를 거듭하는 사이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게 되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소중함을 하나씩 깨닫는다. 그러나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세찬 눈보라 속에서 그 동안 느끼고 배워온 것들마저 다시 버린다.

아니온 듯 살풋이 다녀온 염불암, 글과 흑백사진 80점에 실린 그 조심스런 마음 따라 가는 즐거움은 곧 안식!

공교롭게도 염불암이 있는 “서대”는 서방정토 곧 극락을 떠올린다. 근심 없이 행복한 곳 극락은 모두가 염원하는 곳이다. 그러나 행복이 지극히 주관적이듯이 마음 먹기에 따라 진흙 속의 이 곳도 극락인 것을. 결국 욕심을 버리고 자족하는 것이 “지금 이 곳”의 삶에서 행복할 수 있는 길임을 지은이는 서대 염불암을 오르내리면서 깨닫는다.
서대 염불암을 마음을 쉬는 안식처로 삼고서, 아니온 듯 조심스럽게다녀오곤 하는 지은이의 고운 마음결이 글과 사진에서 여실히 느껴진다. 글은 꾸밈 없이 겸손해서 마음에 와닿고, 마음 담긴 서정적인 흑백 사진 80여 점은 그 속에 빠져들고 싶게 아름답다. 순해서 더 아름다운 글과 사진이, 몸과 마음을 모두 쉬고 싶은 이에게 샘물 같은 안식을 맛보게 해줄 것이다.

들어가는 말 | 염불암 오르는 여정은 일상이 되고

겨울
그렇게 가노라
저마다의 외로움을 맘껏 뽐내다
염화미소
지붕이 잘 덮인 집에 비가 새지 않듯이

봄
하심
봄이 오는 소리
시련
이미 봄은 무르익어 있어라
진리의 등불
밥상

여름
꽃도 너를 사랑하느냐
안개가 걷히고 나면
비 오는 날
뒤를 돌아 보니
물길을 걸어 봅니다
우통수
안심 법문
휴급소
묵언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합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
마음먹기 나름
새로 사귄 벗

가을
미련 없는 이별
하루
내가 걷는 길
이해한다는 것과 인정한다는 것
달빛 기행
내 안의 부처
평상심
아니온 듯 다녀가소서
언제나 그 자리에

오대산 서대 수정암 중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