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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혼란해질수록 강대국은 저마다 자기 나라 이익을 챙기려고 다투면서 배타적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게 된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강대국의 민족주의도 배타적이고 팽창주의적 경향을 갈수록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가 전쟁과 수난의 시대에서 벗어나 번영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한민족 평화체제, 동북아 평화체제가 절대적인 전제다. 따라서 한민족의 번영, 나아가서는 동북아 공영의 절대적 전제 조건을 창출하는 일은 한민족 앞에 놓인 막중한 과제이다. 그것은 평화민족주의의 과제이기도 하며, 동북아 국가들이 평화의 협력으로 21세기의 역사를 '위대한 동북아 국가들이 평화의 협력으로 21세기의 역사를 '위대한 동북아 시대'로 기록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동남아시아를 폐허로 만들며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남긴 지진해일은 대재앙 앞에서 인간의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충격이었다. 이 충격을 교훈삼아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이 자기 나라 이익을 챙기려고 다투는 배타적 민족주의의 소용돌이가 지진해일을 일으켜 한반도를 덮칠지 모른다는 한민족의 위기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위기에 대한 예지력을 강조하면서 이 책은 시작된다. 책은 1980년 광주민주항쟁 관련 해직언론인으로서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을 거쳐 문화방송 해설위원으로 있는 저자가 민주화운동과 언론인 생활을 통해 위기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는 민족 문제와 맞부딪치며 민족 위기의 본질과 그 해법을 천착한 결과물이다. 1부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막강한 힘을 지닌 미국의 패권적 지위 분석과 패권국가 순환주기 이론에 따른 역사적 단계 설정, 혼란기로 접어든 세계정세 및 패권전쟁 전망 등을 총체적으로 살펴보며, 격동하는 역사의 흐름과 위기의 본질을 보다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격동의 근본적 동인이자 동력인 민족주의의 실체와 그 동향의 인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게 문제 제기의 골자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러시아 민족주의의 형성과 전개 과정, 본질과 동향 등을 읽다보면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벌어졌던 역사적 사건들이 민족주의와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됐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한민족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강대국들인 미국과 일본, 중국, 그리고 러시아 민족주의 문제를 한 권의 책에서 어느 누구도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처음으로 정리했다는 점이 우선 높이 평가해야할 대목이다. 우리가 처한 역사적 상황 분석을 위해서는 장주기이론(Long Cycle Theory)가인 조지 모델스키의 패권 순환주기론에 따른 세계대국, 비정통화(delegitimation), 탈집중화(deconcentrtion), 세계전쟁(global war) 등 4단계와 하스 전 미 국무부 정책국장의 시대구분인 냉전(冷戰), 탈냉전(脫冷戰), 탈탈냉전(脫脫冷戰) 등이 등장한다. 패권 순환주기론에 따른 역사적 단계 분석에서는 여러 가지 사례나 징후의 예를 들어 미국은 세계대국 단계를 지나 이미 비정통화 단계에 들어섰으며, 심지어는 그 다음 단계인 탈집중화가 중첩되는 현상마저 보인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역사적 단계 분석을 시도하는 이유는 미국이 세계 안정기인 세계국가 단계를 지나 패권전쟁 단계로 갈수록 세상은 혼란스럽고 험난해질 수밖에 없으므로 민족의 대전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어떤 역사적 단계의 상황에 놓여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스의 시대구분에서도 세계는 탈냉전기를 벗어나 탈탈냉전기를 거쳐 테러와의 전쟁기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흔히 말하는 탈냉전기로 지금의 상황을 인식하고 대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미국 민족주의 고찰을 통해 미국이 왜 북한을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로 몰아붙이며 직접 대화나 협상을 하지 않으려는지, 왜 북한 핵문제가 풀리지 않고 꼬이기만 하는지 그 맥락을 알 수 있다. 일본의 독도 침탈 망언을 비롯한 극우화와 군사대국화 현상도 일본 민족주의 움직임에서 비롯된다. 고구려사가 중국 역사라고 우기는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문제를 두고 미국과 미묘한 갈등을 빚는 현상도 중화민족주의나 러시아 민족주의가 각각 그 배경이다. 문제는 세계가 혼란해질수록 거세지는 강대국들의 배타적 민족주의 위협을 어떻게 극복하여 민족의 생존과 통일을 이루어나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특히 강대국들의 배타적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릴 때가 우리 민족의 수난기였다는 역사의 교훈과 경고를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위기의식에서 저자는 2부에서 평화민족주의를 민족 위기의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2부는 동북아시아에서 갈수록 치열하게 벌어질 강대국들의 민족주의 각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국제정치 현상으로 표현되고 있는지, 소용돌이치는 국제정치의 격랑에 휩쓸릴지 모를 한민족의 위기의 실체는 무엇인지, 태풍 속에 등불처럼 놓인 한민족의 엄혹한 현실과 위기를 조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특히 1994년부터 4년마다 반복되는 핵 위기의 국제정치적 본질과 배경을 MRI 촬영으로 질환 상태를 점검하듯 조명하고, 민족의 절멸을 초래할 핵전쟁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는 불감증에서 벼랑 끝에 선 우리 민족의 위기의 절박성을 느끼게 된다는 경고는 절규에 가깝다. 북한 핵 위기의 뒷면에서 작동하는 미국 패권주의, 독도 침탈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일본의 군사민족주의, ‘동북공정’으로 팽창 지향성을 보인 중화민족주의 등으로 강대국들의 배타적 민족주의가 점차 기승을 부리는 반면, 민족주의 폐기론, 심지어는 역사교과서 폐기론까지 등장할 만큼 우리 사회의 자주성은 거의 실종된 상태다.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처럼 민족 정체성을 팽개치고 백인 흉내 내기에 골몰한 현실에서 민족의 미래를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허망한 일일지 모른다. 저자는 과거 배타적 민족주의가 일으킨 온갖 폐단을 인정하면서도 우리 민족이 위기의 늪에서 헤어나기 위해서는 민족의 얼을 되찾아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꾀하려는 민족주의에서 희망의 원동력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1990년대 이후 강대국들의 민족주의가 본격화되는 현실의 불가피한 측면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민족주의는 기존 민족주의의 폐단과 문제점을 극복하여 모든 민족과 나라가 공존, 공영할 열린 민족주의여야 한다는 관점에서 평화민족주의는 출발한다. 기존의 민족주의 형태와 이론들의 문제점과 한계를 분석하고 비판하며, 새로운 틀의 민족주의로서 진정한 의미의 평화의 개념과 평화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제기한 평화민족주의가 이 책의 핵심이다. 평화민족주의는 모든 민족과 나라가 지향할 이상적인 완성형 민족주의라는 점에서 보편적 감동과 호응을 일으킬 평화의 패러다임으로 평가된다. 특히 평화민족주의 과제라는 장에서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분단의 장벽을 허물 때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에서 펼쳐질 평화와 공영의 미래상을 제시한 것은 희망의 주목을 끌게 된다. 위기의 문제 제기에서 세계평화 중심국가론으로 압축되는 희망의 비전으로 평화민족주의의 완결성을 추구한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한반도에서 동북아시아, 세계의 평화로 나아가면서 21세기를 ‘아시아의 세기’로 창조하기 위한 대전략의 선택을 강조하는 대목은 위기에서 희망을 갖게 해주는 힘을 불러일으킨다. 결론적으로 우리 민족, 나아가서는 동북아시아의 희망의 전략을 제시한 책이다.

들어가는 말ㅣ재앙에서 평화로 가는 민족의 예지

제1부 강대국들의 민족주의 동향

제1장 민족주의 전쟁은 시작됐는가
제2장 미국 민족주의
제3장 일본 민족주의
제4장 중국 민족주의
제5장 러시아 민족주의

제2부 평화민족주의

제1장 민족주의의 전개와 신냉전
제2장 핵 확산금지 체제와 북한 핵 문제
제3장 한반도 평화의 위기
제4장 평화민족주의의 개념과 내용
제5장 평화민족주의의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