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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 결과물이 윤리적 검토보다 훨씬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에 회색지대를 헤멜 수밖에 없는 생명과학자들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어떻게 연구해야 하는가? 생명과학자 스스로 자신들이 처한 사회적 상황을 각성하고, 대중 및 다른 학문 분야의 학자들과 정보를 원활히 소통하여 서로 신뢰를 구축할 때라야 생명과학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이 책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와 전문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대중의 과학 이해를 돕고 있다.

▶왜 ‘수상한 과학’인가? 형질전환 복제돼지 개발로 이식 장기가 부족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광우병 내성 소를 개발하면 안전하게 소고기를 먹을 수 있다. 유전자 변형 식품을 통해 세계를 기아에서 구해낼 수 있다……. 생명공학 과학자들은 생명공학 기술이 가져다줄 무한한 이익을 보장하며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다. 그리고 생명공학 반대자들이 윤리적 문제만을 내세우며 비합리적으로 자신들을 비난한다고 주장한다. 대중들이나 시민/환경단체 등은 생명공학의 이익이 구체적으로 증명되지도 않았고, 위험성에 관한 충분한 연구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생명공학의 이익만을 말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발전 논리만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과연 어느 쪽이 맞는 것일까? 저자가 이 책에 ‘수상한 과학’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생명과학자들이 주장하는 이익이나 생명공학 반대자들이 우려하는 위험성 모두가 불명확하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뜻에서다.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줘야 할지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는, 생명과학은 그야말로 ‘수상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과학적 상황 속에서, 30년간 생명과학을 연구해온 저자는 생명공학의 이점이나 위험성에 대한 지적보다는 생명공학을 둘러싼 상황 속에서 과학자들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그리고 일반 대중들과 타분야 학문에 종사하는 학자들은 어떤 식으로 생명공학에 접근하고 이해해야 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수상한 과학'을 전개하고자 한다. ▶생명과학의 윤리,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저자는 생명과학자들과 대중과의 의사 소통을 제안한다. 생명과학은 발전적 도구가 되기 이전에 현대를 살아가는 사유적 이성이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한 상호간 신뢰의 구축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대중은 생명공학의 수혜자인 동시에, 생명공학을 가능하게 하는 지지자이자 비판자인 것이다. 따라서 대중들 또한 생명과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생명과학에 관한 윤리적인 논쟁이 극단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재의 상황에서 일반 대중들은 오히려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생명공학의 직접적인 수혜자로서 일반 대중들은 생명과학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며,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대중들은 그 정보를 기반으로 생명과학의 진정한 비판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생산적인 소통이 가능해질 것이며, 생명과학도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또한 저자는 생명과학자들이 사회학자나 인문학자들과 활발하게 교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명과학에 대한 왜곡된 구조가 개선되고, 과학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서는 타분야 학문인 인문사회과학 분야와의 대화와 상호 비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명과학과 인문사회과학과의 ‘만남’은 생명과학 발전에서 비롯되는 윤리적인 문제들을 과학 자체에 포함되지 않은 시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생명과학자들은 반성적 시각에서 생명과학이 야기하는 문제를 능동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책 머리에

제1장 더렵혀진 성물

제2장 쓰레기 과학

제3장 죽지 않으니 먹어라

제4장 내일은 배부를까?

제5장 화물 숭배 신화

제6장 복제 인간

제7장 豚벼락, 돈벼락

제8장 섹시한 과학자

제9장 반성적인 과학을 기대한다

주(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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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더럽혀진 성물 옥수수를 성물(聖物)로 여기는 멕시코 오아하카 지역의 토종 옥수수에서 변형유전자가 발견되었다. 이에 대한 논문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술잡지 '네이처'에 게재되면서 수많은 찬반논쟁이 벌어지게 된다. 이들은 어떤 입장과 관점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내놓고 있는가? 제2장 쓰레기 과학 생명공학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대중들이 있지도 않은 위험을 부풀리는 황색저널리즘과 환경운동단체가 만들어낸 프랑켄슈타인의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하면서, 유전자 변형 생물의 안전성을 염려하여 생명공학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과학적 업적을 “쓰레기 과학”이라 비난한다. 이들이 말하는 “쓰레기 과학”이 정말 “쓰레기 과학”일까? 아니면 생명과학을 객관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견인할 “대안적 과학”일까? 제3장 죽지 않으니 먹어라 유럽은 유전자 변형 식품의 비의도적 혼입 허용치를 0.9%로 규정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이보다 상당히 높은 3%로 규정하고 있고, 심지어 2002년에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가 혼입 허용치를 5%로 높이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유전자 변형 식품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유전자 변형 식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제4장 내일은 배부를까? 생명공학 산업은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세계의 기아를 정복할 수 있다는 신화를 끊임없이 강요한다. 그런데 그들은 카사바, 수수, 고구마와 같은 가난한 자들의 작물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말하는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과연 생산량의 부족에서 오는 것일까? 그렇다면 지구의 한쪽에서는 생산물이 남아 돌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는 상황을 그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제5장 화물 숭배 신화 생명과학 기술은 농민들에게 이익 보장을 약속한다. 그러나 불임종자를 만들어내는 생명과학 회사들의 이른바 ‘터미네이터 기술’은 수세기 동안 자신의 종자를 남겨두곤 했던 소규모의 영세농들, 특히 개도국 농민들이 비싼 돈을 주고 종자회사에서 종자를 구입하도록 만든다. 그들이 약속한 농민들의 이익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제6장 복제인간 2001년 가을, 클로네이드사는 최초의 인간배아복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003년 3월말 다시 자사 홈페이지에 작년 12월 이후 복제되어 일본에서 태어난 인큐베이터 속 아기의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들은 절대 DNA 검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교한 사기극’이라는 수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끊임없이 ‘복제인간 탄생’ 해프닝을 벌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제7장 豚벼락, 돈벼락 2002년 7월 14일 경상대 농과대 김진회 교수팀 국내 최초 체세포 복제돼지 2마리 탄생 성공, 8월 5일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팀 국내 최초 형질전환 복제되지 생산, 19일 김교수팀 또다시 체세포 복제돼지 6마리 출산 성공, 영국 생명공학 회사 PPL세러퓨틱스의 복제돼지 4마리 탄생 성공…. 치열한 경쟁이다. 과연 복제돼지는 福돼지인가? 제8장 섹시한 과학자 생명공학 기술 개척에 앞장서 온 황우석 교수가 복제가 가장 어려운 고양이과에 속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멸종한 백두산 호랑이를 복제하겠다고 공언한 이면에 숨겨진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생명공학 과학자들의 언론 플레이가 일반 대중들과 과학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일까? 제9장 반성적인 과학을 기대한다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눈부시게 발전하기 시작한 생명과학은 우리에게 ‘유토피아’를 가져다 줄 것인가? 아니면 우리를 ‘디스토피아’로 빠지게 할 것인가? 아직 해답을 알 수 없는 ‘수상한’ 상황에서 과학자들은 자신의 과학 활동을 반성적으로 돌아보며, 일반 대중과 인문사회학자들과의 대화와 상호 비판을 수용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