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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반 독자들이 편안히 읽을 수 있는 시집이다.

초간본 시집 선정과 출간 과정

한국 대표 시인의 초간본의 간행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이것은 한국 현대시의 밑거름이 된 훌륭한 시집들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여 오늘의 것이 되게 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
그러면 지금까지 한국 출판계에서 이러한 노력은 없었던 것일까.
1970년대 〈초판 희귀 한국현대시 원본 시집〉 시리즈 30여 종이 영인본으로 간행된 바 있으나 원본 상태 불량과 당시 영인 기술의 미비함으로 지적을 받았으며, 현재 한국학 전자 도서관에서 〈초판본으로 만나는 근대 한국 시집 총서〉를 (일부 무료로) 인터넷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영인본이 아니라 디지털 자료에 불과하다.
그런가 하면 현재 나와 있는 『진달래꽃』, 『님의 침묵』 등의 시집들은 맞춤법에 있어서 일정한 원칙이 없고 원전과의 철저한 대조 없이 편집되어 독자들이 그 원형을 접할 길이 없고, 출간되었을 때의 모습 그대로 알고자 하는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외국의 경우 최근, 1999년경부터 펭귄 출판사에서 워즈워드나 키츠 같은 시인들의 고전 시집을 초간본 형태로 펴내기 시작하고 있는데, 이것은 문학 작품을 가능한 한 저자의 의도 그대로 접하고자 하는 독자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과 때를 같이하여 출판사 측은 몇 년 전부터 한국 현대시사에 길이 남을 시집 스무 권을 선정하여 수록 작품과 배열 등 여러 측면에서 초판이 출간되었을 당시의 원형 그대로 출간할 것을 기획하였다. 이 초간본에 대한 아이디어는 이후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이남호 교수에게 책임 편집을 맡김으로써 구체화되기 시작하였다.
시집을 선정함에 있어서는 첫째, 한국 현대시 100년사에 있어서 남아야 될 작품성 있는 시집을, 둘째, 그중에서 문학사적으로 의의가 있는 시집을 기준으로 했다. 시인과 시집을 선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표기에도 신중함이 따랐다. 표기는 원칙적으로 현행 맞춤법에 맞추었지만 특별한 시적 효과와 관련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원문의 표기를 그대로 살렸으며 필요한 경우 편자 주를 달았다.
그리하여 선정된 시인과 시집들은 근대시 성립의 선구자인 김억의 『해파리의 노래』를 비롯하여 한국 서정시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김소월의 『진달래꽃』, 당시 한국 시단의 수준을 뛰어넘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 카프 시인들의 면모를 잘 보여 주는 『카프 시인집』, 현대시사에서 새로운 시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정지용의 『정지용 시집』과 『백록담』, 한국 현대시가 지닌 심미와 서정의 한국단을 잘 보여주는 김영랑의 『영랑 시집』, 현대시사에서 가장 유니크한 시집으로 평가받는 백석의 『사슴』, 카프 문학을 대표하는 임화의 『현해탄』, 현실의 어두움을 서정적으로 잘 승화시킨 이용악의 『낡은 집』과 『오랑캐꽃』, 순박한 상상력과 자연적 삶이라는 주제가 잘 조화된 시세계를 보여 주는 김상용의 『망향』, 어두운 시대와 그 속에서 절망하는 젊은이의 내면을 잘 묘사한 오장환의 『헌사』, 한국 현대시의 시적 공간을 확장했다고 평가받는 김광균의 『와사등』, 근대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김기림의 『태양의 풍속』, 현대시사에서 가장 거대하고 열렬한 시인으로 평가받는 유치환의 『청마시초』, 일제 말 암흑기에 국어의 순수성을 지켜온 박남수의 『초롱불』, 해방 전과 후의 가교 역할을 한 청록파 시인의 『청록집』, 독립운동가로 민족 의식을 시로 잘 표출한 이육사의 『육사시집』과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 18인의 시집 20권이었다. (여기서 정지용과 이용악은 2권씩 선정되었다.)
시집을 선정하기도 어려웠지만, 선정 후에 원판을 구하는 일은 매우 힘든 작업이었다. 초간본은 일반 도서관에도 제대로 보관되어 있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분들에게 수소문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큰 도움을 주신 뜻있는 개인 소장가들에게 감사드릴 따름이다.
출판사에서는 이 기획의 완성도를 한층 높이기 위해 현재 한국 화단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화가 스무 명을 섭외하였다. 접촉

초간본 총서 간행의 의의


이 초간본 총서는, 초판본의 간기면이나 편집 배열 등 구체적인 모습을 독자들에게 공개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읽기 힘든 영인본과 달리 깨끗한 활자, 미려한 장정으로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맞춤법에 있어서도 한자를 한글로 바꾸고 시적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오늘의 표기에 맞게 고침으로써 연구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엄밀한 편집과 상세한 각주, 철저한 교정 과정을 거치고 각 시집의 문학적 의의를 설명한 해설을 첨부함으로써 더욱 가치를 높였다.



화가의 장정 작업 부활로 화단과 출판계의 이목 또다시 집중


한국 근대 장정사를 들춰보면 화가들이 표지 디자인을 맡아 작품을 완성한 경우가 많다. 한국 최초의 양화가로 꼽히는 고희동(1886-1965)은 육당 최남선의 지리산 수필기행서 <심춘순례>의 표지를 그렸고, 화가 김환기(1813-74)는 김동리, 계용묵, 박종화, 염상섭, 이태준의 단편소설을 모은 <해방문학선집>을 꾸몄다. 또 운보 김기창, 근원 김용준 등 20세기 전반기에 화단을 누빈 작가들은 문단과 교유하며 자신의 작품을 책에 수놓은 장정가들이다.

열린책들은 2000년 출간한 <도스또예프스끼 전집>을 시작으로 지난 여름 <프로이트 전집> 재출간 때 이미, 맥이 끊긴 화가의 장정 작업을 되살려 화단과 출판계의 눈길을 모은 바 있다. <도스또예프스끼 전집>은 화가 선종훈 씨가 그린 초상 25점을 이용하였고 <프로이트 전집>의 경우 고낙범 씨의 모노크롬 포트레이트 연작 15점을 이용해 표지를 꾸몄다. 이렇게 화가와 문인이 서로 창작에의 열정을 나눠 작품을 완성하는 전통을 살리려는 취지는 이번에, 한국 현대시의 주춧돌이 되었지만 지금은 희귀본인 초간본 시집들을 위해 현재 한국 화단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30, 40대의 젊은 화가들에게 표지화를 의뢰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시인의 이미지와 시의 이미지를 절묘하게 형상화해 낸 이들의 작품은 <한국 대표 시인 초간본 총서 발행 기념전>(갤러리 더소설, 1월 5일～2월 27일)으로 대중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한 화가들만 서른 명이 넘는다. 이중에는 작품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시집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맞지 않아서 보류된 경우도 적지 않다. 한편 작업 도중 안타깝고 불행한 일도 있었다. 『청마시초』의 표지화를 제작해 준 조각가 구본주가 불의의 사고로 전집 출간 전에 사망한 것이다. 고(故) 구본주는 미술비평가들로부터 한국 현대 미술의 미래를 짊어질 작가의 한 명으로 선정(월간미술 2003년 1월호)된 바 있다.
또한 출판사는 초간본 시집 재간의 근본 취지에 걸맞게 초간본의 서지 사항을 간기면에 그대로 기입했다.

초간본 총서 간행의 의의

이 초간본 총서는, 초판본의 간기면이나 편집 배열 등 구체적인 모습을 독자들에게 공개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읽기 힘든 영인본과 달리 깨끗한 활자, 미려한 장정으로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맞춤법에 있어서도 한자를 한글로 바꾸고 시적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오늘의 표기에 맞게 고침으로써 연구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엄밀한 편집과 상세한 각주, 철저한 교정 과정을 거치고 각 시집의 문학적 의의를 설명한 해설을 첨부함으로써 더욱 가치를 높였다.

화가의 장정 작업 부활로 화단과 출판계의 이목 또다시 집중

한국 근대 장정사를 들춰보면 화가들이 표지 디자인을 맡아 작품을 완성한 경우가 많다. 한국 최초의 양화가로 꼽히는 고희동(1886-1965)은 육당 최남선의 지리산 수필기행서 『심춘순례』의 표지를 그렸고, 화가 김환기(1813-74)는 김동리, 계용묵, 박종화, 염상섭, 이태준의 단편소설을 모은 『해방문학선집』을 꾸몄다. 또 운보 김기창, 근원 김용준 등 20세기 전반기에 화단을 누빈 작가들은 문단과 교유하며 자신의 작품을 책에 수놓은 장정가들이다.
열린책들은 2000년 출간한 〈도스또예프스끼 전집〉을 시작으로 지난 여름 〈프로이트 전집〉 재출간 때 이미, 맥이 끊긴 화가의 장정 작업을 되살려 화단과 출판계의 눈길을 모은 바 있다. 〈도스또예프스끼 전집〉은 화가 선종훈 씨가 그린 초상 25점을 이용하였고 〈프로이트 전집〉의 경우 고낙범 씨의 모노크롬 포트레이트 연작 15점을 이용해 표지를 꾸몄다. 이렇게 화가와 문인이 서로 창작에의 열정을 나눠 작품을 완성하는 전통을 살리려는 취지는 이번에, 한국 현대시의 주춧돌이 되었지만 지금은 희귀본인 초간본 시집들을 위해 현재 한국 화단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30, 40대의 젊은 화가들에게 표지화를 의뢰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시인의 이미지와 시의 이미지를 절묘하게 형상화해 낸 이들의 작품은 〈한국 대표 시인 초간본 총서 발행 기념전〉(갤러리 더소설, 1월 5일～2월 27일)으로 대중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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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007700"〉♧ 저자 소개〈/font〉

책임편집 이남호
1956년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되었으며, 저서에 『한심한 영혼아』『문학의 위족』『녹색을 위한 문학』『보르헤스 만나러 가는 길』『느림보다 더 느린 빠름』『상상력의 보물창고』『교과서에 실린 문학 작품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서사문학의 이해』등이 있다. 현재 『현대문학』과 『비평』편집위원이며 고려대 국어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억, <해파리의 노래>

김소월, <진달래꽃>

한용운, <님의 침묵>

김창술 외, <카프 시인집>

정지용, <정지용 시집>

김영랑, <영랑 시집>

백석, <사슴>

임화, <현해탄>

이용악, <낡은 집>

김상용, <망향>

오장환, <헌사>

김광균, <와사등>

김기림, <태양의 풍속>

유치환, <청마시초>

박남수, <초롱불>

정지용, <백록담>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 <청록집>

이육사, <육사 시집>

이용악, <오랑캐꽃>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김억, 〈해파리의 노래〉

김소월, 〈진달래꽃〉

한용운, 〈님의 침묵〉

김창술 외, 〈카프 시인집〉

정지용, 〈정지용 시집〉

김영랑, 〈영랑 시집〉

백석, 〈사슴〉

임화, 〈현해탄〉

이용악, 〈낡은 집〉

김상용, 〈망향〉

오장환, 〈헌사〉

김광균, 〈와사등〉

김기림, 〈태양의 풍속〉

유치환, 〈청마시초〉

박남수, 〈초롱불〉

정지용, 〈백록담〉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 〈청록집〉

이육사, 〈육사 시집〉

이용악, 〈오랑캐꽃〉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세계는

나의 학교.

여행이라는 과정에서

나는 수없는 신기로운 일을 배우는

유쾌한 소학생이다.

(서시/ p.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