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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거라 네 슬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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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사진 한 장 속에 숨겨진 긴 이야기!

세세한 문체로 감성적 작품을 발표해온 소설가 신경숙과 한국현대사진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온 사진작가 구본창의 사진이 만난 포토 에세이 『자거라, 네 슬픔아』. 2003년 5월부터 7월까지 [문화일보]에 연재한 글을 다듬어 수록하고 있다. 아울러 연재되지 않은 글도 담아냈다.

이 책은 신경숙이 구본창의 사진을 보며 자신의 아련하고 소소한 추억을 고백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연꽃을 든 손을 찍은 사진을 보고는, 아름다움을 멀리하는 것처럼 보여왔던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향한 순박한 화려함을 기억해내는 등 신경숙의 추억은 구본창의 사진 속에서 생생하게 묘사되어진다.

이처럼 누군가 자다가 일어나 흐트러진 이불, 기차 안에서 바라본 기찻길, 비밀을 엿보듯 살짝 젖혀진 커튼의 틈으로 보이는 고양이 등 짧은 순간을 찍어낸 구본창의 사진을 보며 신경숙은 특유의 잔잔한 슬픔이 머문 문체로 소녀 시절의 이야기부터 문단 지인의 이야기까지 엮어내고 있다. 신경숙과 구본창의 감성이 서로 공존하여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포토에세이다. 전체컬러.

목차

1부
이 꽃을 어머니에게
자거라, 네 슬픔아
물이 나오지 않는 왕궁에서
저, 아까운 비!
너는 거기 왜 가니?
보리밭 속에 숨어 있는 것들
저 남자를 방해해선 안 된다
노을
매혹당한 뒤에
질주하는 것들
비 오기 전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2부
길을 잃고 든 생각
담배에 대한 생각
돌마바흐체 궁전에 대한 생각
책상에 대한 생각
개밥 줘야 된다야
귀룽나무 아래서
옥수수, 감자
피아노 배우는 남자

3부
모자
여름바다

새벽 버스정류장
별을 찾아서
서례 이모
묘지 앞에서의 입맞춤
숨어 있는 나무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지 모르는 그때조차도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누군가 홀로
할머니들
백미러 속 풍경

발톱일랑 숨기고

본문중에서

무엇이든 아름다움은 사람을 혼나게 한다. 닿을 수 없는데 가 닿고 싶은 욕망 때문에 가슴이 또 한번 데일 것 같은 것이다. 처음부터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지 않은 어머니 앞에서 나는 아름다운 것들은 어머니 생애에서는 쓰잘데기 없는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였다. (중략) 자식이 아닌 다음에는 뭣을 봐도 감탄하는 바가 별로 없는 어머니는 연꽃을 좋아했다. 향기 나고 자태 고운 꽃일수록 어머니 앞에서는 먹지도 못하는 것에 불과했으나 연꽃 앞에서 어머니는 눈이 시어지는지 눈꼬리가 가느스름해지곤 했다. 물 위에 떠 있듯 피어 있는 모습이 신기한지 오랫동안 그 앞에 머물곤 했다. 그때의 어머니는 내 어머니가 아니고 그녀인 듯했다. 연꽃 앞에서의 어머니는 양수 속의 태아가 된 듯도 하고 소녀가 된 듯도 했다. 뺨이 발그레한 처녀로 돌아간 듯 목소리를 낮추고 수줍게 웃기도 했다. 어머니도 연약하고 흔들리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던 때는 연꽃을 바라보는 어머니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손수 수의를 마련해놓은 생의 끝자락에 가 있는 어머니인데도 연꽃 앞에서는 어머니를 위해 절을 해주었을 어머니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눈빛이었다.
어머니에게 이 꽃을 드리고 싶다.

- 〈이 꽃을 어머니에게〉 중에서


우리는 폐쇄된 호텔에 어둠이 깃드는 걸 가끔 쳐다보며 식당에 마주앉아 전복죽을 먹었다. 처녀가 자전거 뒤에 나를 태웠다. 우리는 낯선 마을을 한 바퀴 빙 돈 다음에 호텔로 돌아왔다. 잠결에 깨어보니 처녀가 내 쪽을 향해 얼굴을 두고 자고 있었다. 눈코입이 반듯하고 이마가 깨끗한 처녀였다. 얼굴을 한번 만져보려다가 그만두었다. 타자를 향한 그리움이 닿아서였을까. 그곳에 온 후로 가장 깊은 잠을 잤다. (중략) 처녀가 누워 있던 잠자리의 베개와 시트들이 구겨진 채 한쪽으로 밀려나 있었다. 아직 거기에 누군가 누워 있기라도 한 듯 나는 다시 침대로 돌아가 걸터앉았다. 그 한순간의 고요. 바깥에서였는지 안에서였는지 다른 기척이 났을 때까지 그렇게 앉아 있었다. 그 순간엔 어떠한 비의도 머물지 않았다. 무엇인가를 피하고 싶은 생각도 무엇인가를 건설하고 싶은 욕망도 없이 마음이 텅 비었다.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르는 것과 한순간 합쳐지는 기분이었다.그날, 바다에 나가지 않고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침대 밑에서 가방을 꺼내 짐을 쌌다.

- 〈침대와 베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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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신경숙(申京淑)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630112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스물두 살 되던 해인 1985년 중편 '겨울 우화'로 문예중앙 신인상을 받았다. '풍금이 있던 자리', '깊은 슬픔', '외딴방' 등을 잇달아 출간하며 신경숙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리진',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모르는 여인들'을 출간하며 작품세계를 넓혀왔다. 33개국에 판권이 계약된 밀리언셀러 '엄마를 부탁해'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닷컴의 '올해의 책 베스트 10'(문학 부문)에 선정되었고, 각국 언론의 호평 속에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이외에 소설집 '겨울 우화',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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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具本昌) [사진]
생년월일 19530306

1980년대 중반부터 사진 매체를 통해 사적이고 내면적인 의식 세계를 절제되고 섬세한 터치로 표현해 온 한국 현대사진가이다. 표현행위의 주체인 자신과 대상으로서의 외부 현실을 양립시키지 않는 그의 사진에는,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사유가 미니멀리즘의 형식과 포스트모더니즘적 사고방식으로 절묘하게 포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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