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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조작한 두 신하의 충절, 고비 사막의 모래 바람에 파묻힌 이릉과 소무, 진실을 변호하다 궁형을 당한 사마천과 무제에 얽힌 진실을 다루었다. 중국 한(漢)나라, 무제의 두 신하 이릉과 소무는 각각 장군과 사신으로 임명되어 흉노로 떠난다. 하지만 고비 사막 너머에서 두 사람의 운명은 예기치 못한 비극으로 치닫고 그들의 이여기는 수백년이 지난 후 전설로 포장된다. 그러나 고서에 기록된 사실은 조작된 것으로, 이 책의 지은이는 역사에 숨겨진 진실과 거짓이 무엇이며 두 사내가 왜 고비 사막의 신기루로 남게 되었는지를 파헤친다.

출간 의의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막의 신기루로 죽어간 비운의 장군, 이릉 수천 킬로미터의 고비 사막을 오간 서한에 담긴 한 충신의 절망과 비애!

5천 명의 보병을 인솔하여 수만의 흉노를 물리친 공적을 세웠으나 끝내 흉노의 포로가 되고 만 중국 한(漢) 나라의 무관 이릉. 이릉의 벗 사마천은 흉노에 투항한 이릉을 비호하다 무제의 노여움을 산다. 그리고 사마천은 역사에 기록된 대로 생식기를 거세당하는 치욕스런 형벌, 궁형(宮刑)을 당했다.

이 일화는 명군(名君) 무제가 범한 한 가지 오점으로 남았고, 위대한 역사서로 칭송받는 사마천의『사기』가 미처 세상의 빛을 보기도 전에 사라질 수도 있었던 순간이었다. 무제와 사마천, 이렇듯 두 위대한 영웅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는 비극의 장군 이릉이 숨어 있다.
이 책은 한 통의 편지로 시작된다. 이것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적국 흉노에 투항할 수밖에 없었던 한(漢)의 장군 이릉이, 끝내 전향하지 않고 포로로 잡혀 있다가 고국으로 송환된 지인 소무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이릉의 편지에는 돌아갈 수 없는 고국에 대한 절절한 향수와, 충성을 바친 황제에게 버림받은 고통이 흘러넘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저자는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왜 한(漢)의 조정은 일개 소대의 장군인 이릉을 매국노로 몰았을까? 왜 무제는 이릉의 공적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이릉의 가족을 참수했을까? 사마천은 과연 이릉을 변호했다는 이유만으로 참혹한 극형을 선고받은 것일까? 마지막으로 고비 사막을 가운데 두고 수천 킬로미터를 오고 간 서한은 대체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일까?

저자는 이릉과 소무가 주고받은 한 통의 편지를 단서로 사건을 역추적하면서 꼼꼼한 자료 조사와 고증, 논리적인 추론을 통해 하나하나 의문을 풀어나간다. 또한 오늘날의 고대 사학과 한대 제도사를 철저히 파헤침으로써 그 속에 숨겨져 있던 놀라운 진실, 이릉과 소무와 무제와 사마천의 기나긴 애증의 역사를 해독하기 시작한다. 결국 이릉의 진실이 당시의 정치적인 필요에 의해서, 또한 후대의 낭만적인 정서의 응집에 의해서 곡해되고 조작되었음을 밝혀낸다.
사막을 건너온 한 통의 편지에서 역추적하는 역사의 진실. 이것은 역사가 어떻게 설화로 포장되며, 인물과 역사가 맺은 비극적인 운명은 어떠한 놀라운 결과를 초래했는지에 대한 드라마틱한 논픽션이다.

더불어 한(漢) 시대를 전후로 한 중국과 흉노족의 역사와 운명, 그리고 한(漢)을 중심으로 고대 중국 병사의 징용 방식, 전투의 전개, 병사의 하루 일과 등 흔히 접할 수 없었던 기원전 중국의 병제를 엿볼 수 있다, 아울러 70여 점의 지도와 사진, 그림, 계보도를 통해 더욱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릉 설화> 줄거리
중국 한(漢) 나라, 무제는 집착이라 할 만큼 흉노를 치려는 북벌의 의지에 불타고 있다. 말 타기와 활쏘기에 능한 신하들을 총애하고 흉노의 기마 군단에 대항하기 위해 명마, 한혈마를 얻기 위한 수년간의 원정도 불사한다. 그리고 이때 무제의 이름 없는 신하 중에 이릉과 소무가 있었다.
본디 물자 운송을 맡았던 이릉은 황제에게 전장에 나가기를 간청한다. 그렇게 이릉은 수하 5천 명의 병사를 이끌고 고비 사막 너머 흉노로 떠난다. 이릉은 수개월에 걸쳐 무사히 사막을 건너고, 소수의 병력으로 수만 명의 흉노군과 맞서 승리하는 공적도 세운다. 그러나 전열을 수습하기 전 또다시 수만의 흉노군에 포위된다.

이릉을 돕는 원군은 없었고 결국 그는 흉노의 포로가 된다. 무제는 이릉이 흉노에게 투항한 것이라 오해하고 그의 처와 자식, 노모를 사형에 처한다. 이릉의 벗 사마천이 이릉의 변호에 나섰지만 도리어 화를 얻어 치욕스러운 형벌, 궁형에 처해진다. 이 모든 소식을 들은 이릉은 충성을 다한 황제에 대한 배신감에 슬퍼하며,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을 한탄하며 흉노 왕의 권유를 받아들여 오랑캐의 옷을 입게 된다.
한편 소무는 이릉보다 먼저 포로 교환을 위한 사절로서 흉노 땅에 도착했다.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려던 때, 내부의 쿠데타에 휘말려 죄를 뒤집어쓰고 포로로 잡힌다. 흉노왕은 소무를 회유하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결국 얼어붙을 듯한 추위의 바이칼 호에 유배를 당한다.

그리고 이릉과 소무는 바이칼 호에서 해후한다. 이릉은 착잡한 마음으로 소무에게 전향을 권하지만 소무는 제의를 거절하고, 이릉은 자책하는 심정으로 소무의 뒤를 돌본다. 그리고 몇 년 후, 19년 동안의 포로 생활을 끝내고 소무는 본국으로 송환되고 이릉은 이별의 춤을 추며 소무를 떠나보낸다. 하지만 본국에 도착한 소무에게 영웅이라는 칭호는 허울 좋은 이름일 뿐. 아첨하는 무리는 고위 관직을 차지하고 있었고 소무는 작은 벼슬과 땅을 19년 충성의 대가로 받았을 뿐이다. 게다가 노모의 상은 지키지 못했으며 아내는 개가했고 하나뿐인 아들마저 정변에 휘말려 목숨을 잃는다.
이릉과 소무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잔혹한 현실을 한탄한다. 그리고 이릉은 결국 고향땅을 밟지 못하고 쓸쓸히 고비 사막에서 누명을 쓴 채 죽음을 맞는다.

.옮긴이의 말: 다시 이릉과 소무와 사마천을 그리워하며 ... 4

.사막에서 온 편지 ... 9
.만리장성을 쌓게 한 공포 ... 21
.오랑캐 따위에게 잡힘을 불허하다 ... 55
.배신자는 내가 아니다 ... 97
.숫양이 새끼를 치면 ... 131
.배신자와 영웅의 뒤안길 ... 147
.두 번의 치욕은 받지 않겠다 ... 165
.부치지 않은 편지의 비밀 ... 181
.진실과 거짓 그리고 단서 ... 205
.봄빛도 옥문을 넘지 못하네 ... 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