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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쿠버에서 예술문화 부문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이야기이다. 문학, 교육, 미술, 음악, 문화 등 다방면에 산재한 인물들과의 만남을 벤쿠버 중앙일보에 기사로 실었다. 그 기사를 모아 책으로 엮었다.

시가 되고 그림이 된 밴쿠버 한인 문화 예술인 인물 기행
우리 삶에서 만남이란 실로 값진 경험에 속한다. 지난한 겨울 끝에 당도한 귀한 봄 햇살, 만개한 꽃들과의 조우도 아름다우나 한 사람의 생애와 진지하게 대면하는 일 또한 아름다운 일이 되리라.
누구의 것이든 인생역정(人生歷程), 즉 사람이 살아온 과정 속에는 감동이 서려 있게 마련이다. 사람의 삶 자체가 희로애락(喜怒哀樂)으로 점철된 하나의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의 글이냐에 따라 감동의 깊이와 여운이 달라지게 된다. 연은순 씨가 쓴 인물기행을 읽노라면 진한 감동과 강한 여운이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느껴진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콧등이 시큰해져 옴을 어쩔 수 없다.

밴쿠버의 한인들
미국과 국경을 이루고 있는 캐나다. 한반도의 100배가 넘는 크기의 땅덩어리를 국토로 지닌 곳. 그에 비해 인구는 3천만 정도로 우리의 절반 밖에 안 되는 나라.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삶의 질이 높다고 알려진 곳. 이민자들로 구성된 복합문화국가. 이상이 대략 캐나다에 대해 알려진 정보일 것이다. 밴쿠버는 캐나다 서부 관문이다. 시애틀 바로 위에 위치해 있으며 시애틀과는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이다. 사철 온화한 날씨와 수려한 풍광으로 UN이 정한 세계에서 제일 살기 좋은 곳으로 몇 차례 꼽히기도 하였다. 캐나다 동쪽 끝에 위치해 있는 토론토까지는 비행기로 6시간 정도가 걸리며 시차만도 세 시간이나 된다. 토론토, 몬트리올에 이어 캐나다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로 캐나다 사람들조차 은퇴하고 여유가 생기면 살고 싶어하는 곳이다.

캐나다 한국 이민역사는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1960년경부터 한국사람들이 이주해 오기 시작했으며 80년대 이후 많은 수의 한국인들이 투자이민을 오기 시작했다. 현재 밴쿠버 한국 교민 수는 유학생을 포함하여 오 만 정도로 추정된다.
세계 어느 곳을 가나 한국사람들의 우수성은 잘 알려져 있어서 이민이라는 어려운 역경을 헤치고 우뚝 선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밴쿠버에서 맨땅을 개간하여 재계, 정계, 교육, 문화, 예술 등 각 분야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활발하게 삶을 꾸려 나가며 한국인의 기상을 떨치는 인물들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다.

자녀 유학 문제로 2000년 6월부터 밴쿠버에 머물게 된 저자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립대(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한국학 연구소를 드나들며 밴쿠버 사정을 관망하다가 다문화국가인 이곳에서 문화사절(?)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전히 교세가 약한 한국인들의 문화적 토양을 다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이런 일을 위해 우선적으로 밴쿠버에서 예술 문화 부문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발굴해 내는 일이 의미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밴쿠버 중앙일보 지면을 통해 2002년 5월부터 그분들을 소개하기 시작하였고 '밴쿠버 문화 예술기행'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매주 한 사람씩 총 30여 명을 제법 큼직한 지면에 소개하였는데 의외의 호평을 얻기도 하였다. 문학, 교육, 미술, 음악, 무용, 문화 등 다방면에 산재한 인물들을 발굴, 소개하였다. 그분들과의 만남의 자취를 모아서 책으로 묶게 되었다. 이 기록은 캐나다 밴쿠버 한인들이 현지에서 땀흘려 일구어 낸 문화, 예술계의 자취를 어렴풋하게나마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연은순 기자의 인터뷰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누구나 가슴속에는 자신만이 딛고 내려가야 하는 깊은 계단이 있게 마련이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존재론적인 고독, 아픔, 에누리 없는 삶의 무게가 실린 그 길… 그 길을 통해 우린 자신만의 성채를 쌓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으리라. 자신만의 고유한 길을 가는 사람에게는 기품 있는 우수가 서리게 마련이다. 고독과 깊이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만이 풍길 수 있는. 그러나 누구의 입으로 전해지느냐에 따라 그 감동과 울림은 다르게 마련이다.
연은순 기자는 자칭 '방향치'다. 늘 길을 떠나면 간단한 길조차도 제대로 찾는 법이 없는 방향치. 뻔히 찾을 수 있으리라 믿었던 길마저도 제대로 찾지 못하고 헤매다 헤매다 번번이 두 곱의 시간을 소비하는 방향치. 그리도 어려운 새로운 길 찾기. 그는 그 길에서 새로운 길 하나를 낸다. 마음속에 아로새길 깊고 깊은 길을.
'선한 인간은 어두운 충동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괴테)는 경구를 생각하며 숱한 헤매임 속에서 그는 늘 낯설고 고즈넉하며 남보다 더 멀리 돌아가는 우회의 길로 새로운 여정에 오른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턱없이 고집하며 헤매임의 연속이었던 길. 쓸쓸하고 고단했던 길. 그러나 삶의 진한 살내음이 배어 있다 믿었던 길. 그 길에서 만난 밴쿠버 한인들, 어쩌면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온 그들의 인생역정은 강인한 흡인력으로 그를 사로잡았다.

연은순 씨가 쓴 인물기행을 읽노라면 진한 감동과 강한 여운이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느껴진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콧등이 시큰해져 옴을 어쩔 수 없다. 그녀의 글 속에 조명된 삶의 모습들이 마치 나의 것인 양 착각하게 된다. 그로 인해 삶에 대해 더 없는 애착을 되찾게 되는 것도 그녀의 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값진 소득이다. 한 사람의 삶을 글로 담기 위해 한 주일 내내 그 사람에 몰입하고 고민한다는 연은순 씨. 그래서 그녀의 글 속에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온갖 감정들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지도 모른다.(주호석 밴쿠버 중앙일보 편집국장의 추천사 중에서)

취재를 다녀와 한 인물을 가슴에 담고 나름대로 익히기 과정을 거치며 그는 일주일 정도를 그 인물에 빠져 산다. 그와 철저히 연애를 한다고나 할까. 그간 30여 명의 인물들을 만나 취재하며 그들의 고귀하고 빛나는 생애에 심취했다. 그들의 아픔을 자기 것으로 느끼려 애썼고 그들의 성취를 자기 것인 양 기뻐하려 노력했다. 그들의 삶을 함께 돌아보며 자신의 삶의 볼륨을 키울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그들이 저자와 같은 문화, 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서 더 스스럼없이 다가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취재에서부터 글을 쓰기까지 그들 삶 속으로 철저히 몰입하려 최선을 다했다. 그들의 장점을 보려 최대한 노력했다. 그들의 삶을 글로 옮기며, 주기적으로 내면 깊숙이 차오르는 '영혼의 슬픈 샘물'을 말끔히 비워 나갔다.

저자의 말 중에서 - 그들과의 만남은 내 영혼에 죽비(竹 )로 작용하였다

슬픔과 눈물은 내 영원한 벗에 다름 아니다. 글을 쓰고 나면 큰 살풀이굿을 하고 난 것처럼 몸과 마음이 개운한 적이 허다했다. 이런 순간 어쩔 수 없이 글쟁이로 살 수밖에 없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어찌 팔자를 피해 갈 수 있겠는가. 이러고 보면 그분들의 삶에 진 빚이 실로 엄청나다. 그분들의 귀하디 귀한 삶에 다시 한번 엄숙히 고개 숙인다.
지난(至難)했던 개인사와 사적인 정한(情限)을 삭이느라 울울하던 산책로 숲길에서 아름드리 나무에 기대어 오열하던 시간들. 돌이켜보건대, 견디기 힘들었고 추웠고 외롭기 한정없던 나날이었다. 그러나 '미(美)란, 아름다움이란 고통을 먹고 피는 아름다운 꽃'임을 거듭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다. 죽는 날까지 그 경구(警句)는 내게 명백한 진리로 남아 있으리라.
한 사람의 생애를 통하여 사무침이 없으면, 외로움과 슬픔이 없으면, 더 나아가 한 맺힘이 없으면 쓸거리가 없다고 믿는 데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여 일견(一見) 무탈했을 듯 보이는 내 삶의 소용돌이와 가슴 아픈 옹이들을 사랑하며 그들에게 차라리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기도 하다. 부언하건대 그들에게 진 빚이 실로 엄청나다. 내 삶에 눈물이 없었던들, 외로움과 고통의 시간이 없었던들, 오늘날 보잘것없는 내 글 쓰기 또한 존재하지 않았을 터이므로.
컴퓨터 앞으로 다가가 참으로 경건하게 마음을 모으던 순간들. 프롤로그를 뽑느라 진을 빼며 안절부절못하던 시간들. 원고에 몰입할 때 내 주위에 서리던 서럽고도 성스럽던 기운들. 마무리를 한 뒤 느끼던 찬란한 희열의 순간들. 나의 빈약하디 빈약한 에스프리를 자극하느라 동원된 숱한 음반들. 차를 몰아 UBC 해안을 달리던 고즈넉하고 행복했던 순간들. 떨어지는 낙조와 조우하며 자연과 마음을 맞추던 장엄하던 시간들. 오래도록 내 가슴에 남아 있으리라. 아니 영원토록 잊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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