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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이나 라나에게 하이하버가 마음의 고향인 것처럼 어쩌면 <미래소년 코난>은 우리에게 미야자키 하야오의 현재 지브리 애니메이션들을 좋아하는 사람들, 더 나아가 애니메인션이 아닌 만화영화라는 말이 익숙한 텔레비전 세대의 사람들이 유년시절을 회상할 수 있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 책이 그 마음의 고향으로 가기 위해 꼭 필요한 안내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빛바랜 추억 속에서 찾아낸 마음의 고향 하이하버로 안내하는 충실한 안내서“

국내 첫 방영 후 20여 년이 흐른 지금,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는 최신 애니메이션들을 제치고 애니메이션 DVD 판매순위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이 작품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눈부신 속도로 미래를 향해 달려가던 세계의 흐름이 벽에 부딪힌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수많은 SF의 소재가 되었던 21세기가 되었지만 막상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없고, 오히려 세계는 더욱 뒤숭숭해져만 가고 있다. 현재가 우울하고 미래가 암울하게 느껴질 때, 사람들은 자연스레 과거의 추억을 더듬으며 그 안에서 위안을 얻고 새로운 희망을 찾으려 한다. 그런 경향은 최근 수 년 동안 침체 일로를 걸어온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미래소년 코난> - 지금 20~30대가 된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있어 이 작품이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그들은 이 작품을 보면서 함께 웃었고, 꿈과 모험심을 키우며 자라났다. 이제는 그때보다 많은 작품들을 보다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또 환경도 좋아졌지만, 그들은 결코 20여 년 전의 그 작품을 잊지 못한 채 DVD를 구입하여 빛바랜 추억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과연 이 작품이 무슨 대단한 힘을 갖고 있기에? 세계적인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초기 작품이라는 것 때문에? 아니면 엄청난 영상적, 스토리적 완성도를 지니고 있어서?
모두 아니다. 대부분의 <미래소년 코난> 팬들은 이것이 엄청난 대작이라서 본 것도 아니고, 처음 접할 당시에는 감독이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접했을 것이다. 지금 와서 보니 ‘아, 명감독이 만든 의미 깊은 작품이었구나’라고 알게 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다만 그 명감독과 내로라하는 명스탭들의 손을 거쳐 태어난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어떤 매력 - 목숨을 건 그 순수한 열정과 사랑, 꿈과 모험심에 매료되어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미래소년 코난>이라는 작품에 무한한 애정과 관심을 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국내 최고의 미야자키 하야오 전문 연구 필자인 황의웅씨는 <1982, 코난을 만나다>에서 마치 추억 속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듯한 담담한 필치로 <미래소년 코난>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필자는 이 작품이 탄생하던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정황이라든가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 기획을 처음 접했던 당시의 반응, 초기의 기획이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거장의 손에서 다듬어지고 변화되어 나간 과정,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을 빛내고 있는 스타급 스탭들이 이 작품을 거쳐 갔다는 사실, 이 작품의 원작이 되었던 미국 소설의 존재와 내용,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사상이 반영되어 있는 부분에 대한 연구 담론 등, 풍부한 관련 지식을 정연하게 풀어냄으로써, 관련 정보의 부족으로 인하여 갈증에 시달리던 팬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고 있다.
국내 방영 20주년을 넘긴 시점에서 DVD 발매를 통하여 새로이 그 재미와 작품성에 대한 재조명을 받고 있는 명작 TV시리즈 <미래소년 코난>. ‘미야자키 하야오에 관한 한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황의웅씨의 새로운 저술 <1982, 코난을 만나다>는, 첫 방영 당시를 추억하는 고정 팬들에게는 그리운 향수와 알지 못했던 지식을 맛보는 기쁨을, 그리고 DVD를 통하여 새로이 작품을 접한 신규 팬들에게는 세계적인 영상작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초기 작품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과 지적 욕구를 선사할 것이다. 또한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지도와 도표들은 이 책의 가치를 한층 높여주고 있으며, 고전 작품의 그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거친 느낌의 종이질과 외장, 컬러 컨셉 또한 애니메이션 팬들의 필수 소장 서적으로 선택받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선택되었다.

PREFACE. 그 시절, 그 작품

1장 미래소년 코난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2장 미래소년 코난에 관한 심오한 잡담들

3장 미래소년 코난을 만든 명장들

4장 잡동사니

PREFACE. 그 시절, 그 작품

1970년대와 1980년대……, ‘애니메이션’이라는 말이 생소했던 시대. 우리는 텔레비전의 흑백화면과 컬러화면을 오가며 수많은 만화영화들에 빠졌었다. 땅에서 기는 미물의 곤충부터 지구를 구하려는 무모한 어린아이까지, 더 나아가 지구를 통째로 삼키려는 까까머리 외계인을 우리는 만화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꾸준히 만나왔다.
이런 상황은 지금도 마치 전통인양 대를 이어 내려오고 있지만 그에 대한 느낌들은 예전 같지만은 않다. 왜일까? 게임이나 모바일, 하이틴 스타 등 만화영화 외에 관심 쏟을 것들이 속속 새롭게 등장한 탓도 있겠지만 만화영화 자체, 아니 애니메이션에게 꼭 필요한 그 무엇인가가 세월을 거치면서 소실되었다고 보는 것이 필자의 시각이다. 그리고 그렇게 소실된 결정적인 원인으로는 ‘지나친 상업성’을 들고 싶다. 즉, 만화영화를 이용해 물질적인 면에서 너무도 많은 것을 얻으려고 했던 것 같고 그것에 보는 이들이 상식하고 지쳐버린 듯하다.
시대가 변해서 그렇게 됐는지 아니면 사람들이 변해서 그렇게 됐는지는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는 의문과 다르지 않겠지만, 어쨌든 그런 속에서 만화영화는 옛날의 맛을 조금씩 잃어갔고 지금은 흔적조차 느낄 수 작품들도 홍수처럼 넘치고 있다. 오직 상품을 팔아먹기 위한 상업용 필름으로서만 생존한다고나 할까……. 더욱 비참한 것은 보는 사람뿐 아니라 만드는 사람도 이를 자각하면서 그것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요즘은 오직 필름으로써의 애니메이션, 그 자체만을 위해 만든 작품을 찾는다는 것이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 어려워졌다. 국산이나 외국산 모두 같은 실정이다. 21세기 들어 특히 국내 인터넷상에서 나타나고 있는 옛 애니메이션에 대한 높은 관심과 호응은 아마도 이에 대한 반사현상 때문이라고 직감한다. 수익을 목표로 완벽히 정돈되어 만들어진 인스턴트성 작품을 피해서 좀 계획성 없어 보이지만 따뜻한 인간미가 흐르는 필름만을 위한 순수한 작품을 찾고 있는 것이다. 추억의 만화영화에 대한 향수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미래소년 코난>은 바로 이 향수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운동회 때마다 응원가로 침을 튀기며 힘차게 부르던 주제가, 처음 보는 캐릭터의 개그동작에 깔깔대며 웃던 기억, 암울한 지구의 예언이 흐르던 기분 나쁜 프롤로그, 그리고 두근두근 기다려지던 금요일 저녁 14인치 컬러 텔레비전 앞 풍경 등등. 같은 시대를 공유한 이들의 뇌리에 아직도 <미래소년 코난>이라는 작품이 선명히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이 같은 필자의 추억이 전혀 개인적인 것만은 아니리라.
특히 사랑이라는 것에 막 눈뜨려는 시기, 목숨을 건 주인공 소년 코난과 소녀 라나의 순수한 관계는 그 어떤 순애보보다 애절하고 강렬했다. 이미 세상에 젖은 어른들은 아이들이 텔레비전 만화영화를 보면서 사랑을 알게 된다는 것에 부정하겠지만 코난과 라나는 당시 만화영화에 진정 빠져있던 아이들에게 그런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모범적인 러브스토리를 선사했다. 누구나 공감하는 눈물나는 이 어린 연인의 이야기가 없었다면 일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국경을 뛰어넘어 <홍길동>이나 <로보트 태권V>와 같은 우리의 대표적인 작품들과 추억의 만화영화로서 대등하게 얘기되어 질 수 기회는 갖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이런 <미래소년 코난>을 근래 <모노노케 공주>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잘 나가는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옛 작품 중 한 편으로서가 아니라, 군사독재의 살벌했던 시절에 필자를 포함한 당시의 아이들에게 작은 행복을 주었던 ‘추억의 만화영화’라는 시각을 중심에 두고 조명해 보려 한다.
앞에서처럼 서로 다른 색깔의 4개의 챕터(Chapter)로 나뉘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면으로 내용은 다시 두 개의 큰 취지, 즉 집약된 집필의도를 갖는다. <미래소년 코난> 연구를 통해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세계의 출발점을 찾아보자”는 것이 하나, “20여 년 세월 속에 묻혀있던 어린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일깨우자”는 것이 또 다른 하나이다.
코난이나 라나에게 하이하버가 마음의 고향인 것처럼 어쩌면 <미래소년 코난>은 우리에게 미야자키 하야오의 현재 지브리 애니메이션들을 좋아하는 사람들, 더 나아가 애니메이션이 아닌 만화영화라는 말이 익숙한 텔레비전 세대의 사람들이 유년시절을 회상할 수 있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일지도 모른다. 필자는 이 책이 그 마음의 고향에 가기 위해 꼭 필요한 안내서로서 충실한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