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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ㆍ경제ㆍ미디어ㆍ학문ㆍ일상의 거짓말에 대한 분석과 진단

오늘날 거짓말은 일상에서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미디어, 학문에서도 피할 수 없는 요소가 되어버렸다. 정치가들의 섹스 스캔들과 뇌물 스캔들, 공허한 선거 공약, 그리고 국제적 정치 음모에서 우리는 무수한 거짓말을 듣는다. 또 경제 분야에서도 회계 장부 조작과 주가 조작, 탈세, 그리고 각종 사기 행위가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정치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의 역할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미디어는 우리에게 현실 대신 가상 세계를 믿게 한다는 점에서 진실과 충돌한다. 심지어 세상의 진리를 발견하는 것이 본연의 목적인 학문 역시 거짓과 허위로 가득 차 있다. 일부 학자들이 사기꾼으로 판명되고 학문적 절차조차 이러한 사기 행각으로 얼룩져 있다.

오늘날 우리는 이처럼 '거짓말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거짓말은 의례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필수적인 것, 심지어는 인간에게 유익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독일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풍부한 역사적 사례와 시사를 거론하면서 정치ㆍ경제ㆍ미디어ㆍ학문ㆍ일상의 거짓말을 그의 해박한 지식으로 심도 있게 분석하고, 과연 진실은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실종된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정치ㆍ경제ㆍ미디어ㆍ학문ㆍ일상의 거짓말에 대한 분석과 진단
과연 진실은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실종된 것인가?
오늘도 거짓말을 했는가? 아니라고? 아니 틀림없이 했을 것이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동료가 정중하게 건네는 “오늘 기분 어떠세요?”라는 인사말에 수면 부족으로 머리가 지끈거려도 “끝내줍니다!”라고 응수했을 때도, 회의시간에 상관이 제시하는 비현실적인 목표에 침묵하며 고개를 끄덕였을 때도, 또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을 히트 상품이라며 고객에게 선전했을 때도 당신은 스스로를 속이고, 상대를 속여야 했을 것이다.
인간은 하루에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할까?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 거짓말까지 합하면, 하루에 평균 200번이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쯤 되면 상습적인 거짓말쟁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오늘날 거짓말은 이처럼 일상에서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미디어, 학문에서도 피할 수 없는 요소가 되어버렸다. 정치가들의 섹스 스캔들과 뇌물 스캔들, 공허한 선거 공약, 그리고 국제적 정치 음모에서 우리는 무수한 거짓말을 듣는다. 또 경제 분야에서도 회계 장부 조작과 주가 조작, 탈세, 그리고 각종 사기 행위가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늘날 정치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의 역할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미디어는 우리에게 현실 대신 가상 세계를 믿게 한다는 점에서 진실과 충돌한다. 심지어 세상의 진리를 발견하는 것이 본연의 목적인 학문 역시 거짓과 허위로 가득 차 있다. 일부 학자들이 사기꾼으로 판명되고 학문적 절차조차 이러한 사기 행각으로 얼룩져 있다.

오늘날 우리는 이처럼 ‘거짓말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거짓말은 의례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필수적인 것, 심지어는 인간에게 유익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독일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풍부한 역사적 사례와 시사를 거론하면서 정치ㆍ경제ㆍ미디어ㆍ학문ㆍ일상의 거짓말을 그의 해박한 지식으로 심도 있게 분석하고, 과연 진실은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실종된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우리는 진리가 무엇인지 더 이상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진리가 아닌 것을 찾아낼 수는 있다. 진리를 추구하려는 의지가 여전히 우리를 움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정치의 거짓말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유를 밝히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거짓말과 다의성을 지닌 진술을 함으로써 진실의 정도를 축소시키는 ‘절반의 거짓말’과 ‘절반의 진실’이라는 기교를 사용하여 위기를 모면한 빌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 그리고 오래 전부터 ‘긴축’의 동의어로 사용되어왔던 ‘개혁’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치계의 개념 유희 등을 흥미롭게 파헤치는가 하면, 경제의 거짓말로 파산한 미국의 최대 에너지 기업 엔론 사의 회계 장부 조작과 주가 조작 사례와 제너럴 일렉트릭 사의 뇌물, 사기 행각 등의 예를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미디어의 거짓말로 미국 생활 방식을 매력적인 모습으로 그려 전 세계의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세계의 맥도널드화와, 실제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해야 하는 토크쇼의 현실 왜곡을 예로 들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또 학문 분야의 뇌물 유혹과 연구비 문제, 그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연구 조직 체제에 순응해야 하는 구조, 그리고 학문적 절차상의 문제 등을 거론하고 있다.

저자는 의도적인 거짓말은 비난받아 마땅하나, 모든 거짓말이 다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다고 지적한다. 그 예로 선생이 취약한 학생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안겨주기 위해 하는 거짓말이나 의사가 환자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하는 거짓말, 그리고 일상에서 흔히 하는 선의의 거짓말, 그리고 언어가 인간의 사고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는 가정에서 출발해서 차별적이라고 생각되는 단어를 지양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강조하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라는 새로운 거짓말 역시 그것들을 부정하기에는 그 가치가 크다.

저자는 오늘날과 같이 세분화되고 다원화된 사회에서 인간 상호간의 관계는 성경에서처럼 “옳다 옳다, 아니다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며, 진리는 더 이상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현실은 모순적이고, 역설적이기 때문에 인간의 삶은 우회적인 의사소통과 경우에 따라서는 거짓말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위선이 도덕의 조건이 될 수도 있고, 거짓이 민주주의 조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진리에 대한 우리의 무조건적인 의지를 인간에게서 몰아내지는 못한다. 저자는 “우리는 진리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지만, 진리가 무조건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확신하며, 진리를 우리의 행동에 대한 규제적 이념으로 간주한다”고 힘주어 말하면서, 우리의 지적 노력이 이러한 거짓말과 사기 행위를 해체하는 데 기여한다고 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진리가 무엇인지 더 이상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진리가 아닌 것을 찾아낼 수는 있다. 진리를 추구하려는 의지가 여전히 우리를 움직이기 때문이다!”


정치와 역사에서의 진실과 거짓말
오늘날 ‘미디어 민주주의(media democracy)’ 하에서 우리가 감수해야 할 대가는 정치가 현실성을 완전히 상실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다양한 구조적 비리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오늘날 극장국가에 관련된 것으로 무엇보다도 선거라는 연극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선거에서 거짓말이 오간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당선이 되고 나면, 정부에서 하는 일은 그들이 선거 때 내세운 공약과는 별과 관계가 없다.

미디어 민주주의적 극장국가는 제멋대로의 정치 왜곡이 아니라, 감수해야 할 필연성이다. 당선되기를 원하는 정치인은 국민에게 미디어 이벤트를 마련하는 쇼 진행자가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정치인은 현실에서는 실제로 정치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활동 공간이 적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권력 없는 행위자’이다. 그들은 정치적 사안을 자의에 따라 계획하거나 결정할 권한이 없으며, 오직 세게 체제 내에서 이미 결정된 것을 따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은 유권자에게 자신을 권한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정치인이 이용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수단은 이벤트 매니지먼트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패 스캔들이나 섹스 스캔들은 하늘이 내린 기회이다. 대개 이해하기 어렵거나 해결하기 힘든 이러한 사안들은 논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행위는 이미 낡은 수법이 되었다. 섹스 스캔들이나 부패 스팬들은 예나 지금이나 오락적 가치를 제공하지만, 분노를 야기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러한 스캔들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정치인이 하는 일이 시민이 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진리를 재구성하기 위해 다양한 기교를 사용한다. 따라서 정치는 결국 부정직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정치적 거짓말을 하게 된다는 사실은, 이미 너무 명백하게 잘 알려져 있다.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방식이 진리와 어긋나는 경우는 선거뿐만 아니다. 정치란 진리와 거짓을 대하는 창조적 방식 그 자체이며, 이것은 모순되게도 민주주의 정치의 속성이다.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비난받을 만한 거짓말로 분류할 수 없는 다양한 의사소통 방식과 다양한 진리 조제법이 존재한다. 정치인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거짓말도 존재하며, 또 어떤 거짓말은 선의의 거짓말로서 개인과 사회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장려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의 감정에 따르면, 거짓말은 명백히 비난받아 마땅하며 책임이 따른다. 상습적인 거짓말쟁이조차 진리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진리의 사회는 오직 이러한 진리에 대한 욕구를 통해서만 존재 가능하다.
우리가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포기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폭넓게 탐색하고 보다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 즉 해당 의사소통 방식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우리 사회의 다른 영역에 존재하는 의사소통 방식 역시 조사해야 한다.


비밀, 금기 그리고 허구
민주주의 정치 시스템은 허구적 기반 없이는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다. 우리의 정치적 질서는 한편으로는 국민이 주권을 가진다는 원칙과,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이 뽑은 정치인이 능력 있게, 객관적으로, 공익에 입각하여 통치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사상은 허구이다. 국민 주권은 프랑스 혁명 선언 이후 거의 모든 헌법의 초석이다. 그러나 정치학자 페터 그라프 킬만제그는 “가장 순수하고 가장 단순한 의미에서 국민이 주체로서 지배하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모든 현안 문제는 직접민주주의에 따라 모든 국민이 참여하여 결정해야 하는 것이 엄격한 의미에서의 국민 주권이다. 하지만 간접민주주의 역시 국민 주권의 의미에서 보면 합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선거를 통해, 즉 국민이 뽑은 대변인을 통해 국민의 의지가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이상 선거는 현안 문제에 대한 국민의 의지를 실현시키는 수단이 아니다. 그리고 국민의 대변인은 자신을 주권의 주체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루소의 국민 주권 사상은 소국(小國), 즉 폴리스에서만 가능하다. 대국(大國)에서 국민 주권과 정치는 대표인에게 위임되므로 허구일 뿐이다. 또 국민 주권의 개념을 선거를 통한 다수 통치에 제한시키는 것 역시 민주주의의 요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므로, 허구로 드러난다. 국민 주권은 공공성을 요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국민 주권의 허구적 성격은 틀림없이 통치에 유리한 정보의 비밀 유지를 요구할 것이다. 또 한 국민 개개인의 영향력과 그 이해관계가 차지하는 부분은 극히 작다. ‘참여’라는 단어는 그 본래의 의미를 상실했다.

이처럼 정치에서 비밀과 허구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원인은 결국 근대 국가와 같은 정치적 거대 기구의 생성 과정에서 찾을 수 있었다. 루소의 국민 주권은 오직 도시국가, 즉 폴리스에서만 기능할 수 있었다. 우리는 정치가 그 특성상 거대 기구의 복잡한 조종 장치가 아니라, 국민이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계있는 문제를 다루는 행위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민에게 포괄적인 정치적 경험의 기회가 보다 많이 주어지고, 이것이 국가 권력의 손에서 곧바로 다시 허구와 연극으로 전락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정직은 우리의 병든 정치 시스템에 성공을 기약하는 치료법이 될 것이다.


경제에서의 거짓말과 거짓말하는 경제
우리는 일상적인 경제 활동에서 기만의 위험 수위가 매우 높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기관과 대기업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러한 위선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구조적 태세를 갖추고 있다. 직원들은 개인으로서 자신을 기관의 목적과 동일시할 필요가 없으며, 제한된 임무 영역에서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작업 시간과 노동의 동기만을 투입하면 된다. 목표라는 것은 윤리적으로 중립적인 것이므로 성과급제처럼 불확실한 수단을 채택한다. 직원들은 그들의 행동이 가져올 도덕적 결과를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 책임 분배로 인해 아무도 자신이 한 행동의 최종 결과를 혼자서 떠안을 필요가 없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개혁’이라는 상징적 경영법을 사용한다. ‘개혁’이라는 수사법을 사용하면 구조와 진행 과정을 변경시키지 않고서도 현 상황을 은폐할 수 있다.

실제 행위를 상징적 행위를 통해 대체한다는 맥락에서 볼 때, 기업 컨설턴트는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순히 기업 컨설턴트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그 기업은 최고의 경영 기법을 도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게 된다. 그러나 경제학자 알프레드 키저에 따르면, 기업 컨설턴트는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문제점들을 일부분, 아니 때로는 그 자체를 통째로 짜맞춘다. 기업 컨설턴트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하는 새로운 경영 수단은 기업 내부뿐만 아니라, 기업 외부에도 영향을 미치는 ‘합리성’을 내세운다. 그러나 사실 그 이면에는 실질적인 개선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기업 컨설팅 프로그램을 설득력 있게 평가하는 것은 경험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업 컨설팅에 대한 평가는 현실적으로 어떤 성과를 얻지 못한 채 상징적인 행위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그 평가는 그들이 측정하려는 사실의 일부분만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자문과 평가는 사실 그리 높은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합리성을 제시한다는 이유로 오늘날 경제 분야를 비롯한 그 밖의 많은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회에 널리 보급되어 있는 성과급제 역시 합리성의 신화를 보여주는 예이다. 성과급제가 의도적 기만, 즉 일반적인 감봉 행태를 은폐하려는 시도라면, 이것은 경제적 합리성과 개혁 의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는 상징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정치에서처럼 경제 조직과 기업들은 기만 행위를 하지 않고는 제대로 유지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분명히 정치와 경제의 구조적 조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상황을 진지하게 개선하고 통제하며, 계산적인 위선 행위에 개입하여 이를 규제하려고 노력한다면, 이러한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의 거짓말과 거짓말하는 미디어
모든 광고에서 중요한 것은 광고 의도를 노련하게 전략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광고 내용을 시청자나 청취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내용은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부정적인 사항에 관해서는 가능한 한 침묵하거나 조심스럽게 은폐해야 한다. 말하자면 광고는 예나 지금이나 광고 내용을 미화한다. 특히 상업 광고는 이제 넘지 말아야 할 모든 경계선을 넘어버렸다.
물론 광고의 중요한 목적은 잠재적 소비자의 구매력을 이끌어내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보다는 먼저 무조건 소비자의 관심과 제품에 대한 신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오늘날 소비자의 관심과 신뢰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미디어와 광고가 은연중에 우리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소화력과 수용력이 상당히 무뎌졌기 때문이다. 또한 곳곳에 도사리는 거짓말과 기만은 소비자들이 광고 메시지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

인쇄물과는 달리 현대의 영상 미디어는 그럴 듯한 허구를 구조화시키기가 훨씬 수월하다. 카메라로 한 장 한 장 담은 영상들은 얼핏 보면 거짓말이 전혀 담겨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사진이 수정된 사실이나 현장 취재가 조작된 사실을 시청자가 확실히 알고 있다 해도 텔레비전은 언제든 기획 의도를 부분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심지어 모든 출연자의 솔직한 태도를 요구를 하는 토크쇼와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역시 신뢰를 주지 못한다. 토크쇼에 출연하는 게스트는 종종 자신을 중요한 인물로 부각시키기 위해 이야기를 꾸며내거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현실을 왜곡한다. 게스트는 겉으로는 자발적으로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웃음거리와 시청률을 위한 희생양에 불과하다. 게스트는 토크쇼에서 확실히 자기 연출을 하여 인정받지 못하면 결국 비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토크쇼의 박진감은 서로 솔직해야 한다는 토크쇼의 규칙을 실제로 상대방이 어느 정도 지키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데서 생겨난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 자체로는 완전히 무해한 대화가 익명의 시청자를 거치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청자는 게스트의 실제 삶을 보기를 원하면서도 이러한 삶을 자기 자신과 자신의 상황과 연관시켜 생각한다.

우리는 기만과 속임을 당해서는 안 된다. ‘공개적’이라는 말은 공개성과 함께 솔직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정반대의 것을 뜻할 수도 있다. 공개성과 사실성은 우리 모두가 간절히 원하는 진리의 흔적이기 때문에, 공개성의 법칙은 성공에 이르는 수단이 되어버렸다. 이런 까닭에 공개성은 연출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연출된 공개적 자아는 실제 인물을 교활하게 위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학문에서의 진실과 거짓말
학문과 진실 및 거짓말의 문제는 얼핏 보면 무관한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학문이란 정의상 진리를 탐구하고 발견하는 것, 말하자면 특정 문제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진술을 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학문 분야의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그 이유는 학문이 점점 상업적 성격을 띠고 있고, 학문에 종사하는 사람이 자신 스스로 청렴하고 객관적으로 일을 진행한다고 믿는 경우에도 편파적인 경향을 띨 수 있으며, 학문적 경험을 통해서 보면 학자의 편협함이 어떤 식으로든 존재하며 불가파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협함은 한편으로는 학자의 인성에,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학자의 언어에 근거하기 때문에, 특히 텍스트와 관련 있는 모든 학과 부문에 나타나며, 더 나아가 학문 전반에 존재한다.

학자는 뇌물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여기서 뇌물이란 사적인 기부금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연구 지원금의 형태를 띤다. 이러한 뇌물 사건은 특히 고액의 기술력 및 인력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 자연과학과 의학 부문에서 가장 빈번히 발생한다. 학자는 이러한 재정 지원을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아니라, 학문에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하여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그 밖에도 연구비 신청은 이제 학자의 합법적인 업무가 되었다. 예를 들어, 마가린 업체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은 학자의 경우, 버터나 다른 유제품이 마가린보다 건강에 이롭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러한 경우 학자 본연의 연구 의지보다는 명예욕이아 복잡미묘한 기대치의 압박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후원자를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행위는 그 사람의 명예가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연과학이나 의학 분야의 학자들은 익명의 상태로 거대한 연구 조직의 체제에 순응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젊은 연구자들에게는 대세에 순응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한 학문의 학파나 집단에 속한 충성스런 구성원에게만 미래의 성공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학문적 진리를 생산하는 절차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학문은 ‘화학적으로 순수한’ 지식, 즉 전제 조건과 연관, 그리고 결과 없이도 그 자체로 설명될 수 있는 지식을 생산하지 않는다. 모든 데이터들은 해석을 필요로 하며, 자연과학의 데이터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해석은 해석자의 자의에 따라 좌우된다. 역사학은 문학처럼 언제나 다른 이야기로 대체될 수 있는 이야기만을 설명하기 때문에, 문학과 구분하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모든 해석자는 해석 행위를 통해 무제한적인 권력을 소유할 수 있게 되고, 이로 인해 학문에서 가장 중요한 통제 기능은 사라질 것이다. 이를 통해 보편적 진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학문의 요구 역시 사라질 것이다. 모두가 자신만의 진리를 생산하면다면, 진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학문적 비판은 위협적인 학문의 자기포기 현상에 대처하거나, 학문적 진리에 대한 겸손한 주장을 펼 수 있는 능력을 아직 가지고 있다. 진리 추구 의지를 토대로 하는 정확함과 정직함으로 과거와 현재의 다채로운 모습을 구성한다. 이러한 다채로운 모습은 위험을 지닌 환원주의에 비해 우리의 세계 경험을 훨씬 더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신뢰를 준다. 이렇게 해야만 우리는 진실과 거짓말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의 모순된 위치를 마침내 바로잡을 수 있다


일상에서의 진실과 거짓말
사람은 하루에 평균 200번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이 수치는 사실과는 다르지만 속이려는 의도가 없는 진술까지 포함하여 산출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사말 역시 거짓말일까?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십니까?”, “건강하십시오!” 등의 관용적 표현이 단어 그대로의 의미를 표출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오히려 이러한 표현은 가끔은 아무 내용이 담겨져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사실과는 모순되기도 하는 인간 상호간의 관습적인 의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십니까?”라는 물음에 “잘 못 지내요”라고 사실대로 대답하기도 한다. 이러한 대답은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 상호간의 인사치레는 당사자가 실제로 어떻게 지내는지를 공개하거나 발설하지 않는 경우에 비로소 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또 일상생활에서 선의의 거짓말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것은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거짓말이다. 부부나 연인 관계에서도 기만 행위 없이는 관계가 순조롭게 유지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잠잘 때 코를 골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한다든가, 반으로 자른 빵 중 맛없는 아랫부분을 더 좋아한다고 거짓말을 하여 맛있는 부분을 상대에게 주는 등의 사랑스런 거짓말이 바로 이러한 기만에 해당한다. 또한 부부가 과거에는 존칭을 사용했지만, 서로의 거리감이 사라지고 상대의 은밀한 부분까지 알게 되면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거리를 두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거리감은 부정직을 수반할 수밖에 없게 된다.

교육은 다른 도덕적 가치와 더불어 무엇보다도 정직이 중요한 분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은 부정직 없이는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없다. 선생은 학생의 게으른 성격을 꾸짖을 수는 있다. 왜냐하면 게으름은 상황에 따라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생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고 싶다면, 학생의 타고난 어리석음이나 무능력을 서류로 증명하거나 이러한 무능력을 근거로 학생의 미래에 암울한 진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 그 대신 선생은 취약한 학생들의 장점을 발굴하고, 그들에게 미래의 방향을 올바르게 제시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이러한 행위는 주어진 사실을 거부하고 상황을 미화하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다. 물론 이러한 부정직함에는 희망이 존재한다.
의사는 환자에게 환자의 안 좋은 상태를 그대로 알리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환자를 보호하는 마음에서 문제 상황을 다소 미화시켜 이야기하는 것이 옳을까? 이처럼 의사나 환자 사이에서도 진실을 대하는 방식에 문제가 발생한다.
의사의 관심은 교육자의 관심처럼 기적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의사의 관심은 환자를 속여서 안정을 기하게 하고, 이러한 의식은 환자에게 신뢰를 주기 때문에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의사의 이러한 행위는 우리의 이해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우리는 이러한 기만을 기꺼이 허용한다.


서평
우리는 왜 거짓말을 하는가? 이제부터 당신은 절대로 결단코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사람은 하루에 평균 200번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성경의 시편 115편 11절에도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라고 했고, 빌헬름 부슈는 “가장 선한 사람도 가끔은 거짓말을 해야 하며, 간혹 거짓말을 즐겨 하기도 한다”고 했다.
저자는 우리에게 순수한 진실을 쏟아붓고 있다. 정치는 진실에 대한 창의적 가공 기술이며, 경제계는 속임수로 가득하고, 미디어는 진실 대신 잠재적 가능성의 세계로 우리를 현혹한다. 저자는 이러한 사실을 상당히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있다. 역사적 사례들로 자신의 명제를 공고히 구축하고, 적어도 인간에게는 진실을 향한 의지가 있다는 인식으로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우리는 더 이상 진실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최소한 무엇이 진실이 아닌지를 알려고 한다.”
_ 《아우그스부르거 알게마이네》


이 책은 저명한 역사학자 볼프강 라인하르트가 정치·경제·미디어·학문 분야, 그리고 일상에서의 진실과 거짓말에 관한 특징적인 사안들을 파헤친 에세이다. 그가 시사정치와 그에 해당하는 역사적 사례를 결합한 해박한 분석 끝에 도달한 놀라운 명제는 “거짓말은 비록 그 자체로 비난받아 마땅하나, 현재 민주주의 사회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현대 사회는 거짓말로 점철된 사회이며, “우리는 더 이상 무엇이 진실인지 모른 채, 그러나 진실에 무조건적인 가치를 확고히 부여하고, 불가피하게도 항상 거짓말을 되풀이하면서도, 여전히 진실을 우리 행동의 ‘이상적 조정자’로 여긴다.”
_《포츠타이머 차이퉁》


인간은 하루에 평균 200번이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인간은 상습적인 거짓말쟁이이며 그럴싸한 눈속임으로 상대를 기만하는 존재이다. 그러고도 아주 속 편히 지내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완전히 ‘거짓말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는 말인가? 이 책에서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그렇다. 진실은 아직 우리 민주주의 사회에서 완전히 실종되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진실은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속고 속이는 일이 점점 더 많이 행해지기에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움켜쥐고자 애쓰는 강력한 힘이 되고 있다.
_ 군둘라 엥리쉬, 〈체인지 X〉


휙 둘러보기만 해도 세상은 온통 거짓말투성이다. 아침 출근길에서 던진 “좋은 아침!”이라는 말에서부터 파티나 연회에서 던지는 온갖 축하의 말까지 어느 것도 진실이 아니다. 추도식의 미사여구도 거짓말, 묘비명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우리를 즐겁게 하기 때문에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
그 다른 한편에 상습적이고 심각한 거짓말이 자리한다. 우리는 그 거짓말에 마음을 다치고 심지어 목숨을 걸어야 할 경우마저 생겨난다. 도처의 거짓말과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책 『거짓말하는 사회』는 이런 관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도처의 거짓말을 일일이 들춰내면서 진실과 거짓 사이에 엉거주춤 서 있는 인간의 고뇌와 참모습을 진지하게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에게 진실을 전하고자 노력한 저자의 진성성이야말로 이 책의 핵심 포인트가 아닐까.
_ 허의도(시인·《월간중앙》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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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Chapter01 정치와 역사에서의 진실과 거짓말

Chapter02 비밀, 금기, 그리고 허구

Chapter03 경제에서의 거짓말과 거짓말하는 경제

Chapter04 미디어의 거짓말과 거짓말하는 미디어

Chapter05 학문에서의 진실과 거짓말

Chapter06 일상에서의 진실과 거짓말

Chapter07 진실과 거짓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