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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숨겨진 여자의 소망과 남자의 현실에 대해서 수록한 책.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카산드라, 안드로마케, 알크메네, 미르라, 안티고네, 오르페우스, 아리아드네 등의 신화 속에 나오는 사랑의 대한 기록을 엮어 놓았다.

서구문화의 원류를 알기 위해서는 흔히 그리스 신화를 알아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서양의 역사, 그리고 그들의 문화, 정신적 세계가 그 속에 온전히 담겨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자칫 착각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리스 신화가 어떤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책 한 권이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리스 신화는 발생이 다른 여러 이야기가 융합돼 이루어졌습니다. 그리스를 중심으로 서구 여러 민족의 혼합 속에서 생성-발달-도태된 전설군들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입니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를 읽다보면 머리와 꼬리가 잘 들어맞지 않는 걸 적지 않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삼국지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판본, 다양한 변형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요컨대 그리스 신화만큼 해석의 여지가 많은 신화도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랑, 언제나 목마르다]는 부제 '그리스 신화에 숨겨진 여자의 소망, 남자의 현실'이 말해주듯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카산드라에서부터 안드로마케, 페넬로페에 이르기까지 숙명적이면서도 가슴 시린 사랑 이야기를 통해 그리스 신화를 새롭게 들여다 보았습니다.
특히 피상적인 신화의 스토리를 전달하기 보다는 그 이면에 깔려 있는 인간의 고통과 사랑에 무게중심을 두고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예컨대 트로이 전쟁, 나아가 자신의 앞날까지 내다볼 줄 알았던 카산드라를 통해 운명이라는 존재에 묶인 사랑이 무엇인지를 화두로 던집니다.
또 아르크메네 얘기에서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욕망을 백조로 변신시켜 여자에게 다가가는 제우스 신을 통해 남자의 구조를 묻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는 여자의 독점욕, 다시말해 질투가 때론 남자에게 돌아올 수 없는 치명상을 입힌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판도라의 항아리와 에리스의 사과, 두가지 선물에 관한 이야기에선 선물을 받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기구한 사건을 들려줍니다. 그런 후에 이렇게 덧붙이지요. "다른 사람에게서 물건을 받는 것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조심조심! 동서고금을 통틀어 선물에는 웬지 방심할 수 없는 검은 끈이 붙어 있는 일이 많다"

이 책은 이렇듯 그리스 신화를 소설처럼, 그리고 요즘의 시대감각에 맞게 풀어놓아 누구나 보아도 재미있게 구성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나오키 상과 요시가와 상을 수상하는 등 단편의 귀재인 필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라신느의 희곡과 영화를 넘나들며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동안 어렵다고 그리스 신화를 멀리한 사람 뿐만아니라 그리스 신화를 익히 아는 사람들에게도 일독을 권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제1장/내 사랑의 그림자가 보여요!-이중적 운명을 산 카산드라
제2장/매혹과 잔혹 사이에 사랑이 있다-요염한 트로이 왕비 안드로마케
제3장/보이지 않는 사랑의 위험-정숙한 여자 알크메네
제4장/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아버지의 아들을 낳은 미르라
제5장/슬픔 가진 자 거룩하다-눈먼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
제6장/난 죽은 사람의 말을 들어주고 싶어-지옥을 울린 오르페우스
제7장/남자의 속성을 속속들이 알았다-버림받은 아리아드네
제8장/네게 거짓말을 해봐!-판도라와 에리스
제9장/소유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야-사랑에 미친 메디아
제10장/남녀관계는 그래서 아이러니-20년간 정조를 지킨 페넬로페
제11장/훔친 사랑은 달다-메두사의 머리로 사랑을 얻은 페르세우스
제12장/젊을 때는 삶 자체가 바람이지요-그리스 신화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