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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명의 월북작가들을 포함해 우리 나라 현대문학사를 찬란하게 수놓은 시인, 작가 48인의 육필서한집. 김광균, 김광주, 노천명, 유치환, 이효석, 황순원 등이 바로 그들. 215통의 서한들은 주로 문인들 사이에 주고받았던 것으로, 관심작품에 대한 의견, 권고, 우정의 다짐 등을 진솔하게 담았다.

우리 현대문학사를 오롯이 수놓은 문인들…… 육필편지 215통, 최초 공개!
올해는 한국 현대시의 개척자 중의 우뚝한 <국경의 밤>의 시인이자 월간지 <삼천리>의 발간으로 암울했던 일제 치하의 한국문학의 사랑방 구실을 다한 선구자 파인(巴人) 김동환이 탄생한 지 꼭 100돌이 되는 해입니다.

이를 계기 삼아 도서출판 민연에서는 우리나라 현대문학사의 벽두를 찬란하게 장식하고 수많은 작품을 남겨 문화사적 유산을 풍부하게 만든 대표적 문인 마흔여덟 분의 육필편지 215통을 모아 책으로 엮었습니다.

흘러간 옛일들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듯 생생한 사연들
[작고문인 48인의 문인서한집]에 실린 많은 편지들 중 몇 대목만 잠시 들춰보겠습니다. '청포도'의 항일시인 이육사는 지금까지 문단 사람들과 교류를 꺼렸다는 게 대체적인 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안회남의 편지로 이육사가 문단 친구들과도 활달하게 어울렸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어제 音樂會 재미 좋으셨는지. 저는 파해 나와서 술 한 잔 먹으니까 참 氣分이 좋아지드군요. 陸史가 냈습니다. 전복, 송이버섯, 게장, 귀한 술안주가 많았습니다.”

일제 말기 친일작품의 집필과 활동은 수많은 문인들의 과거에 커다란 훼절의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노천명이 최정희에게 친일작품을 청탁하는 사연은 그 아픈 상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생생한 증거입니다. “그래 당신을 추천하고 내가 교섭한다구 햇쓰니 당신 수고스럽지만 나를 돕는 일이니 수고를 좀 해주어야겟소. 但 兵丁얘기구. 어쨋든 軍國物이래야 한답니다.”

뒤에 작품 <빛 속으로>로 일본문단에서도 화려하게 등장한 김사량은 편지에서 아마 햇병아리 소설가 시절의 고투인 듯한 절박한 사연을 보냅니다. 이름을 떨치며 화려하게 조명 받는 작가들의 각고의 절차탁마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日本말도 서툴고 또 부끄러우나마 朝鮮말도 서툴어, 或時 읽어주셨는지는 모르나 朝光 連載 ?落照?에서 말 때문에 애를 쓰고 있습니다. 되도록 朝鮮文으로, 좋은 作品을 쓰게 된다면 나의 希望 그에 더함이 없습니다.”

지조의 선비 시인이요 국학 발전에도 큰 공을 세운 조지훈 시인은 풍류를 즐기는 데도 일가견을 가졌던 모양입니다. 때는 한국전쟁을 겪은 직후의 어느 봄날, 문인들을 집으로 초청하는 편지의 한 구절입니다.

“오는 日曜日(二十三日)에 鄙巢에서 봄맞이 小宴을 열까 하오니 오래간만에 盃寂도 풀 겸 당일 午後 5時까지 城北洞으로 소풍 나와 주시면 감사하겠읍니다. 馬海松, 吳宗植, 具滋均, 金春東씨도 오실 게고 그밖에도 다 아실 만한 文友酒朋들이 많이 오실 것입니다. 자미있는 놀이가 될 것 같습니다.”

진진한 우정으로 서로의 예술혼을 꽃피우는 데 격려들을 아끼지 않은 문인들은 이렇게 미리미리 준비들을 해서 재미있는 시간들을 가지며 어려운 시절을 견뎌나간 듯합니다.


일제 때에 쓰고 보낸 편지들,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에 만전 기해
[작고문인 48인의 육필서한집]에 실린 편지들은 오래된 것은 약 70여 년 전에 쓰여졌습니다. 따라서 표기법도 지금과는 많이 다릅니다. 게다가 세로쓰기가 보편적으로 쓰였고, 초서체 한자를 많이 섞어 썼습니다.

또 일제시대였으므로 일본어를 섞어 쓰거나 아예 전문을 일본어로 적은 편지도 꽤 됩니다. 따라서 지금 이 편지들을 정확히 판독하고 이해하지 못할 독자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편집하는 데 가장 어려웠던 일이 원문을 판독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독자들이 정확하고 쉽게 편지를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만전을 기울이고자 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수차례 판독을 거치고 의견도 충분히 나눈 결과, 편지 원문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현대 활자로 이기문(移記文)을 작성하여 편집하였습니다.

또한 편지 전문을 일본어로 쓴 편지와 중간중간에 일본어를 섞어 쓴 편지는 번역문을 각주에 달았습니다. 지

제1부
-김동환 ...38
-최정희 ...70

제2부
-이육사 ...78
-이효석 ...79
-유진오 ...84
-김진수 ...87
-김동리 ...94
-황순원 ...108

제3부
-한설야 ...110
-이태준 ...111
-박태원 ...112
-김남천 ...113
-김사량 ...116

제4부
-안회남 ...124
-정인택 ...128
-박찬모 ...129
-이용악 ...134
-이현욱 ...142

제5부
-노천명 ...148
-임옥인 ...184
-이영도 ...202

제6부
-박화성 ...214
-모윤숙 ...216
-손소희 ...265

제7부
-박종화 ...268
-장만영 ...272
-김광균 ...276
-오영수 ...278
-박목월 ...281
-조지훈 ...285

제8부
-마해송 ...290
-이헌구 ...291
-백철 ...292
-유치환 ...293
-김광주 ...294
-설창수 ...295
-박기원 ...295
-방기환 ...300

제9부
-박영준 ...308
-정비석 ...324
-이윤수 ...336
-송지영 ...338
-박남수 ...344
-박봉우 ...348

제10부
-이봉구 ...362
-김환기 ...365
-김종한 ...368
-노리다케 미쓰오 ...389

-김동환 연표 ...392
-찾아보기 ...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