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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다국적 기업 디즈니사가 공공의 추억을 조장하고, 아이들을 소비자로 대상화하며, 보수화한다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대중문화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아울러 순수와 오락을 내세워 지구촌 경제와 문화 교육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디즈니사의 현위치를 소개했다.

"미키 마우스의 코를 갈겨주고 싶었다."

오리건주 스프링필드 지역의 학교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키플랜드 킨클은 최근 디즈니랜드에서 가족과 함께 했던 시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킨클이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뱉은 말일 수 있지만, 킨클은 디즈니를 순수함과 가족주의라는 문화적 표상으로 여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젊은이들을 대하는 디즈니의 이중적인 태도를 분명히 느낀 것이다. 젊은이들을 귀찮은 존재로 여기면서도 소비자로는 중시하는 태도가 그것이다.

디즈니는 21세기 초반 기업 권력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전형이다. 다른 거대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디즈니는 대중문화산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타임-워너나 웨스팅하우스 같은 대기업들과 달리 디즈니는 미국 문화와 중산층 가정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표상이 되었다. 디즈니는 모든 아이들을 평생 동안 디즈니 상품과 디즈니식의 사고를 하는 소비자로 변형시키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디즈니의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상업적 이해관계와 디즈니가 표방하는 문화 사이에 모순이 도출된다. 왜냐하면 디즈니는 표면적으로 권력이나 정치성, 이데올로기를 배제한 채 유익하고 건전한 오락물이라는 명성을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명성은 디즈니라는 거인의 계산된 수식에 지나지 않는다.

공교육 분야에 침투한 디즈니의 위력 ― 디즈니는 단순한 오락왕국이 아니다
디즈니가 특정한 문화와 이데올로기를 조장하는 정치경제적 권력을 가졌다고 하면, 디즈니가 젊은이들에게 건전한 오락을 통해 꿈을 이루게 해준다는 대중적 이미지와는 상반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디즈니가 젊은이들의 소망과 정체성을 다루는 일에 사명감을 느껴야 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디즈니는 단순히 오락과 재미를 제공하는 기업이 아니라, 비판적이고 지적인 계발을 담당해온 공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새로운 도시 축하 마을(Celebration Town)을 세우고, 그 안에 축하 학교(Celebration School)를 만들었다. 이 학교는 디즈니사와 오시올라 지역 교육위원회와 스텟슨 대학이 공동으로 만든 공사립 협력 학교이다. 축하 마을에 입주하려는 중산층 백인을 유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학교는 무려 2천만 달러를 투자해 지은 것으로 그 규모나 교육과정, 첨단기술로 인해 모범 교육기관인 것처럼 선전된다. 그러나 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들은 공교육이 담당해야 할 민주사회의 시민을 길러내는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 비판적이고 윤리적인 사고보다는 기술 습득만을 강조하고, 세상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세상에 순응해나갈 수 있는 학생을 길러낸다.

그리고 디즈니가 공교육에 참여하는 방식에는 몇 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난다. 그 중 하나가 축하 학교에서 불만을 품는 것은 위험 요소로 간주된다는 점이다. 학교와의 갈등으로 축하 마을을 떠나고자 하는 학부모들에게 "축하 학교를 떠나는 이유를 발설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집을 팔고 떠날 수 있게 한다. 또한 디즈니가 축하 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오시올라 교육청이 1800만 달러에 가까운 자금을 투자했는데, 이 자금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학교의 수리 비용에서 전용되었다는 점이다. 축하 학교에 다니는 80%의 학생이 축하 마을에서 온 것을 보면, 축하 학교가 소외 계층 학생들에게 전혀 혜택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통제'의 교육은 축하 학교뿐만 아니라 디즈니사의 운영방식, 나아가 디즈니사가 만들어내는 모든 문화 상품에도 적용된다.

문화 비평 이후 교육에서 희망 찾기
디즈니 문화에 대한 비평은 일부 진보적인 문화비평가들을 포함하여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루 교수는 특정한 정치적 상황에서 디즈니 문화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디즈니 상품이 지니고 있는 정치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루 교수의 문화비평이 전세계를 통해, 혹은 우리나라에 유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문화비평가와 교사, 학부모에게 기업 귀족 디즈니에 대항하는 몇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전략은 (1) 디즈니는 단순히 오락만을 파는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디즈니는 정치, 경제, 교육에 관한 실체이기 때문이다. (2) 디즈니 같은 미디어업체가 행사하는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영향력을 명백히 폭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부문의 전면에 서서 대항해야 한다. 대기업들을 대중적인 토론의 장으로 끌어내야 하고, 학생들은 미디어 바로 읽기 교육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직접 생산해내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3) 교육, 문화 정치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 예술가, 법률가, 사회 봉사자들이 문화 활동가들과 연대하여 공공영역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전략은 매우 일반적인 제안일 수 있지만 교육적인 것을 좀더 정치적인 것으로 만들고, 희망을 기초로 하는 교육학의 시발점을 제공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이 책에 보내진 찬사
처음으로 시도한 명석하고 생생하고 복합적인 디즈니 분석서.
미키 마우스 팬들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신선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 조나단 코졸 (교육학자)

디즈니 제국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지 묻는 지루 교수는,
마법의 숲속에서도 나침반을 놓지 않는 탐험가를 떠올리게 한다.
- 로빈 켈리 (Yo Mama's DisFunktional! 저자)

헨리 지루…… 대부분의 비평가들이 손도 못 대는 일을 혼자서 해냈다.
문화 정치, 욕망, 교육, 오락, 표상, 책임의 문제를 타협 없이 분석하고 있다.
- 데이비드 테오 골드버그 (애리조나 주립대학 교수)

헨리 지루는 디즈니가 왜 그토록 매력적인가를 다룸과 동시에
디즈니의 교묘한 조작까지 보여준다.
- 스탠리 애러노위츠 (The Jobless Future 저자)

눈에 보이는 것이 당신이 얻을 수 있는 전부가 아니다.
이 책을 읽고서, 보이지 않아서 얻을 수 없었던 것을 배워라!
- 호미 바바 (시카고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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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읽기
민주적인 문화는 어린이들을 사회적 자산으로 간주할 때만 가장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그리고 어린이들의 가치와 중요성은 상업적이고 기업적인 입장에서 측정될 수 없다. 즉 민주적인 문화는 젊은이들에게 비판적인 사고능력을 교육시키고, 그들의 인생에 영향을 끼칠 권력 분배와 정책 결정에 참여하게 하고, 민주적 사회 관계를 차단하는 인종 사회 경제적 불균형의 개선에 필요한 제도적이고 상징적인 원천을 제공한다.

순수함이라는 개념은 사회 정의와 접목될 때에만 책임의 의미를 포함한다. 그 책임이란 어른들이 단지 개인적인 이익이 아닌 공적 자산으로 교육을 바라보는 기관들을 건립해나가야 함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시민의 의무는 공공 사안들에 대해 사전에 대비하고 기업의 이해관계에 간여하는 공무원을 비판하며 기회 균등, 정의 실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민의 활동은 기업들이 공적 자산을 사유화하려는 시도에 대항하는 것이다. (29쪽)

정치적 의도가 순수함이라는 의미로 가장될 때, 단순한 기만 이상의 위험이 존재한다. 그 위험은 문화 권력의 문제인데, 그 권력이 어떻게 불의와 비판과 민주적인 개혁의 가능성을 숨긴 채로 과거, 국가적 맥락, 공공의 추억에 영향을 주는가 하는 것이다. 디즈니의 세계에서 순수함이란 역사의 불쾌한 측면을 제거하는 이념적 도구이다. …… 디즈니사는 역사에 대해 무지하지 않다. 오히려 역사를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교육적이고 정치적인 도구로 재정립하고 있다.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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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헨리 지루(Henry A. Giroux)는 정치, 사회, 교육,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논문과 저서를 발표하여,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문화비평가 중의 한 사람으로 불린다. 그의 저서 <교육 이론과 저항>은 우리나라에 소개된 적이 있고, 교육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비판교육자 혹은 저항이론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현재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교육대학의 워터버리 석좌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는 <교육 이론과 저항>(Theory and Resistance in Education), <교사는 지성인이다>(Teachers as Intellectuals> <위기에 처한 교육>(Education Still Under Siege), <불온한 기쁨 - 대중문화 익히기>(Disturbing Pleasures : Learning Popular Culture) 등이 있다.

옮긴이 성기완 홍익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수년간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재직했다. 그후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TESOL 석사 및 영어교육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우송대학교 영어과 조교수로 있으면서 비판이론에 근거한 영어교육 문제에 관심을 두고 활발하게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비판적 영어교육과 의사소통능력> 외 다수의 논문이 있다.

1장 디즈니, 공공문화의 정치학
아동기 순수성의 상실
디즈니 교육의 정치학
디즈니의 문어발식 기업 전략
디즈니 문화와 베를린 장벽의 붕괴
디즈니와 순수의 정치학
미국을 놀이공원화하는 디즈니
과거에 대한 향수와 시민의 의무
쥐(미키 마우스)를 위해 일한다는 것

2장 디즈니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들
학교로 간 미키마우스
민주사회의 교육

3장 아동문화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순수함을 상품화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디즈니 영화에 대한 비판
아이들이 디즈니에게서 배우는 것들
디즈니 제대로 가르치기

4장 디즈니 영화에 나타난 추억/국가/가정
순수 그리고 추억의 정치학
추억, 정치 그리고 정체성
웃음과 망각의 전쟁
일하는 여성과 디즈니의 가정관
추억 그리고 권력의 교육

5장 미국을 장난감 상점으로 만들기
6장 디즈니가 만드는 이상한 유토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