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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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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경이롭다!
용감하다!
감동적이다!

작가 추미애의 입체적이며 디테일이 살아서 복기해내는 시대의 기록.

조롱과 고립을 당하면서도 한 여자가 당당하고 용감하게 헤쳐온 검찰개혁 격랑.
단단하고 뚝심 있는 마침내 외롭지 않은 따뜻한 연대를 만나는 마음과 광장에
관한 이야기.

헌정사상 최초 지역구 5선 여성 국회의원을 지냈고 김대중 · 노무현 ·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기여하며 ‘킹메이커’라는 별명을 갖고 2016년 촛불혁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로서 대통령 탄핵에 성공하고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뤄낸 추미애. 제67대 법무부장관으로 발탁되어 검찰개혁의 선두에 섰던 그녀가 작정하고 아픈 검찰개혁에 관한 소설을 썼다.

절정으로 치닫는 국민의 분노와 시대의 소명을 광장의 촛불로 밝혀낸 주인공으로 재탄생했다.

〈장하리〉가 완성하려던 검찰개혁의 이야기가 불씨를 다시 살려내고 모아서 시대의 어둠을 비로소 환하게 밝히며 그토록 바라던 민주주의의 미래가 통쾌하게 열리며 완성되는 소설로 만난다.

두근두근 겨레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해방 후 이승만의 친일 경찰을 통한 ‘경찰통치’, 박정희의 중앙정보부를 통한 ‘정보통치’, 전두환의 군부를 동원한 ‘군사통치’에 이은 ‘검찰통치’의 역사. 법치를 가면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자유와 인권의 실종.

소설은 ‘장하리’가 대한민국을 흔든 검찰 관련 사건들이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민주주의 역사 속에서 생생하게 등장하는 검찰개혁에 대한 다양한 인물들과 입장들을 만날 수 있다. 소설보다 ‘더 소설스러운 현실’을 소설로 담은 아이러니는 검찰개혁의 선두에 섰고 온몸으로 경험했던 저자만이 구현해낼 수 있는 서사이다. 이 소설의 읽는 묘미 중 하나는 현실과 소설 속에 팩트 체크, 시점과 시간의 입체적 구성, 인물에 대한 작명센스와 감정묘사 등이 읽는 이들에게 ‘블랙코미디’를 선사한다.

우울하고 암울한 시대, 미래에 대해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품고 낙관을 품는 광장에 나온 소시민들은 일상의 무게와 버거움을 잠시 잊고, ‘자유와 진실을 향한 외침’ 속에 촛불의 온기로 개혁과 민주주의 미래가 열리는 통쾌한 감동을 경험한다. 소설 〈장하리〉가 주는 가장 큰 미덕이다. 우울한 시대, 다행히 소설은 비극이 아닌 해피엔딩의 결말이다.

목차

프롤로그_ 시작에 앞서 ㆍ5


Ⅰ 숨겨진 진실

1. 한 젊은 검사의 이름을 걸고 ㆍ17
2.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ㆍ22
3. 산산조각 ㆍ34
4. 어머니의 꿈 ㆍ38
5. 복기 ㆍ40
6. 재신임 국민청원 ㆍ43


Ⅱ 용건석 사단의 탄생
7. 가을 전주곡 ㆍ49
8. 충성부대의 상갓집 추태 ㆍ58
9. 99만원 불기소 세트 ㆍ60
10. 총장님한테 힘이 좀 실린 것 같네 ㆍ63
11. 수사지휘 Ⅱ ㆍ67
12. 부하가 아니라고 하니 영웅이 되네 69
13. ‘임기를 지켜라’ 72
14. 검왕무치(檢王無恥) 75

Ⅲ 꿈틀거리는 거악(巨惡)
15. 코끼리 사냥은 왜 실패할까? ㆍ83
16. 백척간두에서의 큰 결심 ㆍ89
17. 크고 밝고 충만한 주문 ㆍ93
18. 콘트롤에 대한 헛된 자신감 ㆍ96
19. 왜 하필 이 시각이냐 ㆍ103
20. 쇼 하지 마! ㆍ106
21. 목소리 대역이 필요하다 ㆍ113
22. 꽁꽁 숨긴 악의 씨앗 ㆍ115
23. 수면 위로 올라온 진실 ㆍ120
24. 나는 빠져야 돼! ㆍ129
25. 검찰과 한 배를 타는 것 ㆍ136
26. 든든한 보험 ㆍ146

Ⅳ 검찰 쿠데타
27. 누구든 맞서면 처참히 짓밟는다 ㆍ153
28. 네가 눈에 뵈는 게 없냐 ㆍ160
29. 그냥 술이 아니라 정의인 겁니다 ㆍ168
30. 나를 찾지 마라 ㆍ173
31. 비정상의 자유, 진실 앞에 끝나리라 ㆍ182
32. 쟤들은 플레이 못해 ㆍ186
33. 칼과 펜의 집중 공격 ㆍ195
34. 맹수는 바뀌지 않는다 ㆍ204
35. 장관을 바꿀 명분 찾기 ㆍ207
36. 조직을 배신한 대가를 감당할 수 없으니 ㆍ211
37. 장관이 조직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ㆍ218
38. 용과 호랑이를 서로 싸우게 하는 꾀 ㆍ224
39. 같은 목표, 다른 역할 ㆍ226
40. 쇠심줄보다 더 질긴 조직 보호 본능 ㆍ231
41. 포획된 황태자 ㆍ236
42. 출국금지 공익제보에 깃든 음모 ㆍ243
43.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된 특수직무유기 ㆍ249
44. 크리스마스 이브에 던져진 폭탄 ㆍ253
45. 상황관리만 하고 만 결과 ㆍ258
46. ‘중대흠결’ 보고에도 불구하고 ‘속았다’ ㆍ265
47. 딴 마음 ㆍ271
48. 한 경찰의 양심이 쏘아 올린 작은 공 ㆍ274
49. ‘이게 바로 독재국가입니다!’ ㆍ279
50. 법정 폭로 후 사라진 검사 ㆍ288
51. 특별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ㆍ297
52. 진실보다 눈치가 대세 ㆍ300
53. 대통령님! 뒤를 돌아 보십시요 ㆍ304

Ⅴ 점화
54. 장모님은 치외법권자 ㆍ311
55. 인간성이 없는 겁니다 ㆍ317
56. 사람의 향기 ㆍ321
57. 짐이 곧 국가다 ㆍ327
58. 쿠데타 주역 김종필 중령이 부러웠을까? ㆍ334
59. 사라져가는 평화의 향기 ㆍ339
60. 다시 푸른 하늘을 ㆍ346
저자후기 _ 얼어붙은 겨레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다 ㆍ353

본문중에서

“검찰통치”의 문을 열어준 것은 명백한 정치의 실패이고, 개혁의 실패이다. 그런데 정치의 실패로 인한 결과는 다시 국민의 몫이 되고 말았다. 뼈아픈 성찰과 점검은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일 것이다. 왜 실패했는가? 실패의 연유를 알아야 극복할 길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프롤로그, 시작에 앞서)

“정치는 예술이어야 한다. 끊임없는 투쟁의 예술이다. 자신과의 투쟁이며 고독한 투쟁이다. 신념을 지키고 관철해 내기 위한 투쟁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사술이나 권술이 안되도록 경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정치는 선(善)의 예술이어야 한다. 악마의 기술이 아니다. 악마의 기술이 된 정치를 선의 예술이 되도록 끊임없이 담금질하지 않으면 안된다.”
(프롤로그, 시작에 앞서)

“그의 이름은 김홍영 검사였다. 배려심 깊고 정 많음을 알 수 있는 그는 ‘부장검사의 폭행과 폭언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말을 친구에게 남기고 자취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철순 검사장의 안내로 김홍영 검사가 근무했던 방으로 갔다. 책상 위에 놓인 액자 위에 오전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부서지고 있었다. 사진 속의 고인은 막 공을 차고 난 후 땀에 젖은 운동복 차림으로 동료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싱그럽고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
마음속에 이는 분노를 가라앉힌 장하리는 일행과 함께 하얀 국화 화분이 가지런히 놓인 화단 한편의 나무를 심을 빈터 앞에서 멈췄다. 고인을 기리기 위해 미리 준비한 곧고 푸른 주목 나무를 깊게 심고 그 위에 삽으로 흙을 몇 차례 떠서 다진 후 유족과 함께 먼저 고인을 위한 묵념기도를 했다. 그리고 검사가 된 아들이 비록 이 세상을 떠났지만 이 주목처럼 기품 있고 당당하게 기억되라고 유족을 위한 기도를 했다. 마지막으로 명예를 상징하며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고 하는 장수 나무 주목처럼 남은 검사들이 미혹에 빠지지 않고 바르고 명예로운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도록 오래 지켜달라고 기도했다.”
(한 젊은 검사의 이름을 걸고)

그러하니 이제 장관이 결단을 해야 하는 때가 왔다고 장하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통령의 말을 얼른 이해하지 못한 듯 장하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제게 물러나라는 말씀인가요?”
대통령은 그렇다고 짧게 대답했다.
“대통령님께서 제게 힘을 실어주십시오!” 그러나 대통령은 장하리의 호소를 누르고 곧 재보궐 선거를 치러야 하는 당의 입장도 있고 장하리도 당대표를 지낸 경험이 있는 만큼 그런 정도는 이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기승전 사표”로 답을 미리 정해둔 듯 말했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징계 청구 이후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도 폭락했다. 그런데 일시적으로 여론이 내려갔다고 불안해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 더구나 개혁을 정면에서 가로막고 검찰 권력을 수단으로 정권을 노리는 검찰총장을 상대로 한 검찰개혁이었다. 이미 한 명의 장관이 취임한 지 겨우 한 달 만에 용건석은 그 가족을 기소하고 구속시켜 물러나게 하지 않았던가? 그걸 지켜보고도 아무런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없이 그저 우아하고 점잖게 개혁할 수 있기를 바란 것이라면 의리가 없거나 한심한 것이다. 원칙을 세우고 법적 정당성을 가지고 돌파해 내지 않으면 악당에게 정권을 바치게 될 것이라고 장하리는 속으로 걱정했다.
(산산조각)

나중에 장하리가 무직자 신세로 설날이 되어 친정에 찾아왔을 때가 되어서야 지나간 꿈 이야기를 꺼냈다.
“야야, 니 꿈을 꾸고 생각해 봤다. 결국에는 니를 아무도 안 돕고 니 한테 다 떠넘기고 니를 쫓아내고 했던 거제! 그 꿈이 맞는 기라, 그기 맞제?”
장하리는 아직도 앞날을 걱정하는 어머니를 위로해 드리는 것 말고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꿈)

“2019년 6월 경, 라임 이연필 부사장이 A 변호사를 소개해 저는 수표로 그 변호사에게 1억을 지급하고 구두로 선임했습니다. 한 달 후에 A 변호사와 검사 3명에게 1000만 원 상당의 술접대를 했습니다. 그때 그들은 용건석 사단들로서 삼성 특검 수사팀에 함께 근무했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라임 수사팀을 만들 경우 합류할 검사들이라고 했는데 실제 한 명은 수사책임자로 참여했습니다. …
A 변호사는 2017년 문도일 검찰총장 청문회 때 신상팀장으로 참여한 검사였습니다. 그때 그를 단박에 알아본 대통령이 ‘저 사람 저기 왜 있어요’ 라고 했습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을 조사한 주임 검사였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변호사였던 지금의 대통령이 알아보았던 것 같았습니다. 그 일 이후 A 검사가 2018년 변호사 개업을 했습니다.”
(가을 전주곡)

장하리는 단호했다. 먼저 라임 사건에서 용건석이 수사개입을 하지 못하도록 지휘를 내렸다. 이어서 지검에서 수사 중인 용건석과 관련한 여러 비리 사건에 대해서도 지휘를 내렸다.
이미 고소·고발되어 있었으나 여태까지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던 용건석의 처 김신명의 주가조작 사건과 용건석이 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때 처 김신명이 각종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거액의 협찬금을 받은 의혹, 용건석 장모의 요양병원 보조금 부정 편취사건, 용건석의 오른팔로 알려진 부하 검사의 친형의 뇌물 사건에서 여러 번 영장이 기각되고 불기소된 사건들이 있었다.
때문에 장하리는 라임 사건과 마찬가지로 독립적으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해, 용건석이 수사지휘를 하거나 중간보고를 받지 못하도록 수사지휘를 했다. 지난 7월에 첫 번째 수사지휘를 내린지 3개월 만에 장하리가 내린 두 번째 수사지휘였다.
(수사지휘 Ⅱ)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닙니다. 장관의 부하라면 정치적 중립과 거리가 먼 얘기가 되고 검찰총장이라는 직제를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용건석이 언성을 높여 답변하고 난 후 질의 차례가 된 김 의원이 이를 캐고 들어갔다.
“그럼 총장이 장관과 친구입니까? 상급자입니까? 대통령과도 친구인가요? ”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용건석이 반발했다.
“총장이 먼저 그렇게 말해서 지적해 드린 겁니다. 한번 살펴보자고요. 검찰사무는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게 위임한 것이지요. 정부조직법상 검찰사무는 법무부 장관이 관장하게 되어있고, 그 아래 외청으로 검찰청을 둔 것이니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명백한 상급자입니다. 검찰청법에도 장관의 업무지시 감독권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요?
(부하가 아니라고 하니 영웅이 되네)

야당의 마원제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라임 사태를 가지고 수사지휘권을 뺏고, 검찰총장을 모욕 주고 찍어내려고 가족 사건을 가지고 치졸한 방식으로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게 과연 민주적 통제인가요? 독재인가요? ”
“이런 상황에서 총장 거취문제에 말들이 많은데 사퇴 의향이 있는지 말해 주세요!” 마원제 의원이 총장을 엄호하면서 연달아 총장의 거취도 물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께서 임기 동안 소임을 다하라고 했고, 에 또 마, 여러 복잡한 일들이 벌어진 총선 이후 민주당에서 사퇴하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대통령이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서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는 뜻을 전했습니다. 에, 또 저는 뭐, 제가 임기 동안 할 일을 충실히 하는 것이 임명권자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책무라고 생각하고, 흔들림 없이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임기를 지켜라)

어떤 판사가 ‘술 마시고 다음 날 늦게 일어나 영장심사에 불참했다’라는 식의 판사의 약점이 되는 민감 정보나 그로 인해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에 올랐다는 정보도 판사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명성 장관 가족 재판부 재판장인 김 판사가 수원지검 검찰 고위직과 처제와 형부의 관계라는 것도 그 형부 검사를 통해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고, 김판사가 ‘우리법 연구회’ 소속이라는 것도 성분 분석 용도로 보였다. 마치 과거 공안정국이 하던 수법과 하나도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심지어 대통령과 같은 출신 대학교 판사도 따로 분류했는데 만약 재판 진행이나 판결 결과에 불만이 있으면 ‘어용판사’라는 딱지를 쉽게 붙일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대통령은 법조인 배출이 적은 대학교를 나왔다. 현재 같은 대학 출신 판사도 매우 적었다. 장하리는 선이 넘은 행태를 보면서 그전 노무현 대통령이 검사들에게 “이쯤 되면 막 나가자는 겁니까?”라고 질타했던 말이 생각났다.
(검왕무치(檢王無恥))

낙산사는 15년 전 큰 화재로 다 타버리고 2년 뒤 복원됐다. 낙산사 보타전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영정이 모셔져 있었다. 개혁에 대한 열망을 안고 출발한 정치의 길에 숱한 저항에 마주치고 깨지고 다시 일어나 넘어서며, 결단이 필요할 때 주저하지 않았던 분, 그러나 퇴임 후 다음 정권의 정치검사들로부터 실오라기 하나 남김없이 낱낱이 발가벗기듯 털리고 아내의 인격도 자신의 인격도 다 짓밟히자 ‘삶과 죽음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며 몸을 던져, 때 묻고 탁한 이 세상을 버리고 홀연히 가신 그분 앞에 섰다.
‘제가 이 짐을 짊어지고 저 건너 강가로 져다 나르기로 결심했습니다. 끝까지 이겨낼 수 있도록 제게 용기를 주십시오’
삼배를 올리고 일어선 장하리의 표정이 편안하게 바뀌어 있었다. 대통령의 편한 미소가 장하리에게 무한한 위안을 주었던 것 같았다.
(백척간두에서의 큰 결심)

용건석을 키운 보수 언론은 용건석의 교활함을 과소평가했다. 그를 도구삼아 정권을 가져오면 얼마든지 그들의 입맛대로 통제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반면 보수 지지자들은 그를 과대평가했다. 극렬지지자들은 특검 수사로 유신공주마마 박근혜의 탄핵근거를 마련한 용건석임에도 그가 대통령에게 맞짱 뜨는 모습에서 열렬히 환호했다.
자신들의 불만이 모두 지금의 좌파 정권이 불러온 것인 양 굳게 믿으면서 좌파 정권 응징에 가장 유능한 인물이라고 보고 큰 기대감을 가졌던 것이다.
‘용건석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사람들 중 유일하게 그의 처 김신명만은 그의 진짜 실력을 알고 있었다.
(콘트롤에 대한 헛된 자신감)

어쨌든 언론의 관심은 징계청구 사유에 있지 않았다. 그들의 취재 보이콧은 조직적 저항이었고 크게 잘못된 검언유착이었다. 만약 언론이 그때라도 용건석사단이 검찰권을 사유화해서 엄청난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더라도 2년 후 용건석사단이 나라를 거덜 내는 일은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왜 하필 이 시각이냐)

검찰과 언론의 위력은 ‘명성 죽이기 사건’부터 힘을 발휘했다. 대통령이 유난히 강조한 공정과 정의를 실추시킨 위선의 이미지를 씌워 명성을 죽이는데 성공하자 다음 타깃은 노무현 대통령을 기념하는 재단의 이사장 유민주였다. 마침 그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인식되던 때였다.
(쇼 하지마 !)

대통령 주변과 여권을 겨냥한 정치 수사로 용건석의 검찰은 총선을 목표로 한 “검찰의 정치”를 구사했다. 대통령의 신임을 받던 민정수석 명성을 옭아매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는 명분을 얻어냈다. 장관으로 취임할 당시에는 장하리도 알 수 없었지만 용건석은 라임과 신라젠 사건도 총선을 앞두고 정치 사건으로 바꿔치기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명성사태’로 검찰은 공정의 가면을 쓰고 합법을 가장한 ‘초법 조직’으로 변했다.
(누구든 맞서면 처참히 짓밟는다)

‘법기술’은 이날 장하리가 처음 말한 창작 용어다. 용건석 검찰조직 문화에서 자행하고 있는 수사 기소권 사유화를 드러내기 위해 고심했던 표현이었다.
다음 날 장하리는 용건석의 도 넘은 측근 감싸기에 제동을 걸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도훈을 고검 차장 검사의 직무에서 배제하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 냈다. 그리고 하도훈의 비위에 대해 법무부가 직접 감찰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그냥 술이 아니라 정의인 겁니다)

장하리가 검찰총장의 주가조작 비리와 장모의 요양병원 보조금 횡령 비리혐의 등에 대한 두 번째 수사지휘를 내리자 야당과 언론은 연일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검찰총장 쫓아내기’라고 몰아붙였다. 그들은 총장과 가족의 비리 혐의에는 애써 눈감아 주었다. 대신 “장하리-용건석 갈등” 프레임을 씌웠다. 그 프레임이 극에 달하던 무렵 11월 중순 야당의 한 여성의원이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장하리가 개인적인 정치 목적을 가지고 직무수행을 하는 것인 양 몰아가려고 집요하게 추궁했다.
(장관을 바꿀 명분 찾기)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것이다.” 오늘 악을 함부로 관용하는 것은 내일의 더 큰 악을 키우는 것이다. 장하리는 융건석 검찰정권의 도가 깊어지는 악행을 보면서 카뮈의 말이 딱 들어맞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리고 무도한 검찰 정권 2년 차에 민주당 일각이 아직도 거대한 악의 축에 대해 경계하고 경고하는 자세가 없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개혁 저항세력에 대해서 마땅히 경계하고 경고를 해야 할 때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 정권을 탄생시키고 말았음에도 여전히 반성이 없었다.
(쇠심줄보다 더 질긴 조직 보호 본능)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길하기 사건’을 정식 조사하라고 권고했다. 대검에 꾸려진 진상조사단은 길하기에게 출석을 통보했으나 그는 불응했다. 그러자 언론이 길하기의 소환 불응으로 관련 의혹이 밝혀지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의 보도가 이어졌다. ‘장자연 리스트’ 등 사회 지도층의 심각한 성범죄 사건으로 좌절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해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데 대해 사회적 비난과 분노가 들끓었다. 이에 대통령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다. 대검 진상조사단은 일단 조사기한을 연장신청 했다. 이에 법무부가 활동을 연장하기로 결정하고 사흘 후 2019년 3월 22일 늦은 밤 길하기가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났다. 새벽 0시 20분 출발하는 방콕행 비행기표를 사서 11시에 출국심사대에 섰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외모의 남성을 앞세우고 본인은 검은 선글라스와 야구모자를 착용하고 얼굴을 가린 채 뒤를 따랐다. 그러나 출국장에서 비행기 탑승 대기 중 출입국 직원에 의해 출국을 제지 당했다.
출국시도가 무산된 이후 언론은 ‘길하기가 자신에 대한 출금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출국을 시도한 것 아니냐’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법무부 출입국본부는 출입국 관련 정보 유출여부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의뢰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길하기는 윤한천과 함께 사건 발생 6년 만에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출국금지 공익제보에 깃든 음모)

장하리가 장관에서 물러나고 2년 반 뒤, 묵언수행을 깨고 언론 인터뷰로 장관 사퇴가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당의 요구에 의한 사실상 해임인 것을 밝히자 분노와 실망, 한숨 등 여러 반응이 나왔다. 대통령이 어떤 준비된 계획 또는 큰 그림이 있어 법무부 장관을 사퇴시켰을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이 가장 먼저 실망을 드러냈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지난 일을 왜 들추느냐’라는 취지의 원망도 했다.
거기에 대해서 장하리는 ‘개혁의 승기를 잡고도 왜 실패했는지 비추어 보지 않으면 국민이 믿음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다시 일어설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결국은 인사실패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오히려 개혁을 구상하고 추진할 수 없도록 방해하는 인사를 한 것입니다.” 장하리가 말했다.
(상황관리만 하고 만 결과)

용건석의 두 얼굴에 대한 최선욱의 회상은 놀라운 것이었다. 용건석은 검찰총장 임명장 받던 그 날 청와대에 처음 들어와 보고 신기해 하면서 붕 떠 있고 좀 흥분돼 보였다. 그는 임명장을 받고 난 후 검찰 선배들로부터 축하를 받는 자리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방금 전 임명장을 받아들던 겸손한 모습과는 달리 호칭도 없이 대통령 이름을 그냥 불렀다고 전해졌다.
그 후로도 그는 ‘솔직히 말해서 대통령 어떻게 됐겠어, 내가 박근혜 수사를 안 했더라면 대통령이 됐겠어?’ 라는 말을 무용담처럼 했다고 전해졌다.
최선욱은 인터뷰에서 ‘두 얼굴’이라고 표현했으나 장하리는 ‘딴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검사들은 인사 직전까지만 충성합니다. 막상 인사를 하고 나면 자기 실력으로 올라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딴 마음)

‘역사는 우연인가, 필연인가’를 따지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우연인 것은 없다. 단기간에는 비본절적인 것에 휘둘리는 듯이 보이더라도 언젠가는 본질적인 것으로 돌아오게 된다.
어느 날 경찰관 송 씨는 금융 수사분야 공부에 참고하기 위해 친구 황 경위로부터

저자소개

추미애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581023

저자 추미애는 헌정 사상 최초 지역구 5선 여성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대중 · 노무현 ·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기여하며 ‘킹메이커’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6년 촛불혁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로서 대통령 탄핵에 성공하고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연이어 지방선거 압승과 더불어민주당 역대 최고 정당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최고의 전성기를 임기 중 달성했다. 제67대 법무부장관으로 발탁되어 검찰개혁에 매진해 법제도적 측면에서 상당한 개혁 성과를 이뤄냈으며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모범을 남겼다. 5년 전 제1야당의 대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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