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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강남 8학군 ‘종학당’은 어떻게 교육을 시켰을까?
우리 전통 악기 대금 제작에는 ‘과학’과 ‘수학’이 담겨있다고?
사계절 용천수가 솟아 농사짓는 명당이 있었다는데?

나이, 직업, 살아온 삶이 너무나 다른 13명의 저자에게는 문화유산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각자의 최애(最愛) 문화유산을 골라 그에 대한 의미와 개인적인 추억을 담아 글을 묶었다. 문화유산이 단순히 역사적 의의를 넘어서 일상의 힐링, 나아가 삶의 존재 의미를 찾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글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고, 이는 문화유산 답사의 새로운 시각을 소개하는 일이기도 하다. 단순한 역사 읽기를 떠나 현재의 ‘나’와 소통하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저자들의 소소한 이야기는 단편적인 역사 지식을 넘어 일상의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지은이 소개]
박지훈, 강현순, 고신애, 곽동석, 김진우, 백남우, 박민호, 성은희, 윤석림, 윤권영, 조은아, 황수영, 황세진 총 13인은 공주대학교 문화유산대학원 문화유산활용론 수업(박지훈 공주대 지리교육과 교수)을 계기로 ‘문사공’이라는 모임을 꾸렸다. 이는 ‘문화유산을 사랑하는 공주대생 모임’의 앞 글자를 따온 것이다. 각자의 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숨어있는 의미를 생각하고 돌아보며 연구 및 활용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자 한다.

내 인생의 그 순간, 문화유산이 있었다!
내 일상에 스며들어 나를 변화시킨 역사의 장면들.

학창 시절 역사 과목을 싫어했던 사람도, 여행을 가도 문화재 구경은 본체만체하는 사람도, 인생의 어느 시절 문화유산과 가까웠던 적이 있다. 한복을 입고 설날에 드렸던 세배, 동네에 하나쯤 있었던 오래된 나무나 비석 같은 것들. 무심코 지나친 많은 것들이 우리 역사의 소소한 흔적들이다.
이 책은 그런 역사 문화의 유산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13편의 에세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어린 시절 직산현 관아에서 놀다 어른들이 면장님께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결국 면장이라는 꿈을 이룬 저자, 궁남삼총사로 불리며 궁남지에서 놀고 자라고 결국 그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족을 꾸린 저자, 지금은 아파트촌이 되어버린 수통골에서 용천수를 찾아 나선 저자 등 각자의 글 속에는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종학당과 칠백의총 같이 많이 알려진 유적지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의 뒷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대금 제작을 연구하는 저자는 돌연변이 대나무 쌍골죽을 찾아 산속을 헤매거나 한복을 디자인하는 저자는 전 세계에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지리학자인 저자는 공산성의 지형을 분석하며 백제 르네상스 시절의 권력지도를 새로 그려보기도 한다.
이들의 문화유산에 대한 사랑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그 애정의 마음을 널리 공유하고 싶어 한다. 역사를 찾는 일이 어쩌면 나의 의미를 찾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13편의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책을 읽으며 행간에 숨은, 이들의 격려와 응원을 읽을 수 있다. 주변에 미처 살펴보지 못한 문화유산을 한 번 더 되돌아보고 거기서 인생의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임승경(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소장)
논어에서는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樂之者 不如創之者”라 말하고 있습니다. 즉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고, 즐기는 사람은 창의력을 가진 사람만 못하다”라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책에서 저는 아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 즐기는 사람, 그리고 창의력 있는 사람 모두를 보았습니다. 문사공(문화유산을 사랑하는 공주대생 모임)을 인솔하셨던 박지훈 교수님과 열두 명의 문사공 가족들이 각자의 주제를 향한 행복한 몰입을 보았습니다. 그 몰입을 통해 내 안의 나를 기쁘게 찾아가는 길을 보았습니다. 덕분에 읽는 내내 저 역시 열세 분의 최애 문화유산 여기저기를 나들이 삼아 다녀온 기분입니다.

지리학자가 들려주는 공산성의 권력 이야기 - 박지훈-
우리를 품은 상당산성 -강현순-
그 해 수원화성은 -고신애-
2000년 역사를 품은 직산현 관아 -곽동석-
조선의 강남8학군 종학당 출신들 -김진우-
소제방죽 도깨비 전설 -백남우-
조헌과 칠백의사, 칠백의총 이야기 -박민호-
3D콘텐츠로 보는 百濟 -성은희-
무보천석지지, 학하마을 그리고 수통골 -윤석림-
천년을 이어온 대바람소리 -윤권영-
한복은 사랑입니다 -조은아-
2003년생 궁남지 -황수영-
감사합니다 나의, 영평사 -황세진-
답사기 '공주-논산-부'여 -저자 일동-

지형학적 관점에서 공산성 내에 현 추정 왕궁지가 당시 왕궁 터로 선택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왕의 의도적 권위 연출’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왕은 의도적으로 귀족들에게 왕의 권위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영민하게 ‘의도적 권위 연출’을 할 필요성이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고지성 평탄지인 쌍수평탄면이 왕궁 후보지로 선택된 것이다. 잠시 눈을 감고, 약 1,500년 전 공산성의 백제왕궁이 위치한 쌍수평탄지에 대해 지리적 상상력을 발휘해 본다.
지리학자가 들려주는 공산성의 권력 이야기 -박지훈-

골목길을 다니며 다정히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이 눈에 많이 띈다. 드라마 ‘그해 우리는’ 촬영지가 바로 이곳 수원화성이란다. 나를 배경으로 여기저기 사진찍기 바쁜 사람들을 보며 웃어줄까? 그늘을 만들어줄까? 나무를 흔들어볼까?’ 나도 나름 포즈를 연구 중이다. 그런데, 저들은 잘 모르는 듯하다. 내가 그들의 어린 시절 방문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수원화성 봉수대를 지나며 다리 아프다고 주저앉자 형으로 보이는 이가 등을 내주었었다. 형아 등에 업혀 배시시 웃던 그 미소는 그대로 간직한 채 이제는 듬직한 청년이 되었다. 오늘은 여자친구랑 함께 왔다. 자동차는 없지만 강남, 송파, 사당, 잠실 등 서울과 수원을 잇는 다양한 광역버스의 운행 덕분이다.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아들에게서 그 아들로 추억이 순환하고 있다. 정조가 옳았다. 어머니의 회갑을 만백성이 함께 즐기는 잔치로 만들어 ‘즐거운 기억’이 세대를 뛰어넘어 회자되게 한 것이다.
그해 수원화성은 -고신애-

파평윤씨가 조선의 명문가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1628년 ？윤순거가 세운 종학당에서 시작한 문중 자녀들의 ‘밥상머리 교육’ 덕분이다.？아프리카 속담에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이가 태어나 건강하고 바른 청소년기를 거쳐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의 관심과 가르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가정은 아이의 최초의 교육현장이다. 핵가족화된 현대사회에서는 가족 관계가 단절되는 부작용이 생겨났다. 최근 현대사회의 문제로 ‘인성의 결여’가 거론되었고 그 해결책으로 밥상머리 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밥상머리 교육은 한 인간의 삶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인성 및 예절교육을 제공한다.
조선의 강남8학군 종학당 출신들 -김진우-

동네 어르신들의 말씀에 의하면 그렇게 솟아나는 물이 8군데 정도 있었는데 많은 곳이 메워지고 3곳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한다. 학하 들녁은 조금만 파고 내려가도 지하수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땅이고, 사계절 용천수가 솟아올라 물이 풍부했다. 학하들녘이 ‘무보천석지지(無堡千石之地)’였던 이유였다. 물을 막는 보가 없어도 천석지기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학하 들녁은 제주도처럼 용천수가 솟아오르는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 몇 군데 되지 않는 ‘선상지’였던 것이다.
무보천석지지를 품은 수통골 -윤석림-

쌍골죽이 생기는 이유는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대나무는 뿌리가 확장하며 번식하는데, 그 과정에서 땅 위로 드러난 뿌리에서 자라난 대나무가 쌍골죽이 된다는 학설이 있다. 실제로 쌍골죽은 대밭에서 골짜기처럼 경사진 곳, 대밭의 가장자리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 쌍골죽은 최소 2년 이상 자란 대나무를 써야 한다. 1년생은 속이 아직 영글지 않아 살이 덜 차 있는 경우도 있어서 최소 2년 이상 묵은 쌍골죽이 좋다. 대밭의 가장자리에서 발견한 쌍골죽은 번식을 위해 새로 자라나는 1년생일 확률이 커서 잘 쓰지 않는다.
천년을 이어온 대바람소리 -윤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