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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개주막 기담회 4 : 오윤희 기담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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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청나라에서 돌아온 선노미는 쉽게 삼개주막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청나라에서 저지른 부끄러운 죄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연암 나리와 제 몸을 지키기 위해서였다지만, 어쨌든 누군가를 제 손으로 해치고 말았으니 선노미는 마음에 큰 충격을 얻었다.
사절단 일행도 제 발로 떠나온 데다가 집으로도 돌아가지 못하던 선노미는 우연히 우생 스님을 만나 암자에서 며칠 묵게 된다. 친절하고 너그러웠던 우생은 유독 본당얘기를 할 때면 날카로워졌다. 그곳에 절대 발을 들여선 안 된다는 신신당부는 오히려 선노미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결국 우생의 당부를 어긴 선노미는 본당의 열린 문 틈새로 붉은 그것을 목격하고 마는데…….

어깨너머로 주워들은 기담들을 수집하던 선노미는 이제 기담 속으로 직접 발을 들인다. 새로운 세계에서 만난 기묘하고 충격적인 기담 속 어딘가에는 뜻밖의 자신의 어두운 마음을 위로해주는 따듯한 면모가 있음을 발견한다.
따듯한 가족의 품으로, 자신의 고향 같은 삼개주막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선노미 앞에 어떤 기담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출판사 서평

과거와 현재를 모두 위로하는
오윤희만의 기담회

청나라로 떠났던 선노미가 돌아왔다. 어쩐지 마음에 무거운 짐을 하나 얹고서. 선노미는 청나라에서 연암 나리와 제 몸을 지키기 위해 용서받지 못할 짓을 하고 말았다. 죄의식에 휩싸여 고통스러운 마음에 사절단 일행을 몰래 떠나온 선노미는 가족들 곁으로도 돌아가지 못하고 그저 조선 땅을 정처 없이 헤매기 시작한다.
선노미에게 그 사건이란 평생 자신을 옥죄고 어딘가로 숨어들게 하는 족쇄 같은 것이었다. 그 죄의식이 가족들은 물론 선노미 자신의 행복마저 사치로 느껴지게 했다.
하지만 선노미의 어두운 마음은 기담을 겪으면서 차츰 닦여나간다. 중한 죄를 지었음에도 ‘지옥도’로 빨려 들어가지 않은 이유를 깨닫고, 어디에도 쓸모없을 것 같은 제 능력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히지 않게 하는 유일한 희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가면서, 선노미는 시련을 극복하는 법과 그로부터 성장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한다.
선노미의 이야기를 쫓는 독자들은, 괴로워하는 선노미에게 마음이 쓰이지만 선뜻 그의 편을 들어주기는 망설여진다. 선노미가 죄를 지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하지만 선노미가 보여주는 진심 어린 마음과 극복하기 위한 고군분투를 지켜보다 보면 저도 모르게 선노미의 등을 토닥여주게 될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시련 속에서 손을 내밀어준 건 기담이었다. 이렇듯 오윤희 작가의 이야기는 언제나 현재를 향하고 있다. 과거 어느 순간에 머무르지 않고 선노미에게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읽는 우리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지혜롭게 밝은 길을 찾아 나선 선노미처럼, 『삼개주막 기담회』 독자들도 오싹한 재미와 또 다른 무언가를 발견해내길 바란다.

이야기가 모이고 이야기를 만드는 곳
마포나루 어귀 삼개주막

가족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홀로 떠돌던 선노미는 기담을 겪으면서 성장하고 비로소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선명하게 깨닫는다. 선노미가 돌아가야 할 곳은 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 곳, 마포나루 어귀 삼개주막이다.
주막을 드나드는 상인들의 입을 빌려 떠돌던 기담이, 괴짜 선비 박지원을 따라 뜨끈한 건넌방 아랫목을 차지하더니 나중에는 압록강을 건너 청나라에까지 닿았다. 그리고 이번엔 선노미의 눈과 발을 빌려 전국을 돌고 돌던 기담이 다시 마포나루 어귀 삼개주막으로 돌아가려 한다.
오윤희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들은 독자들에게 삼개주막이라는 작은 쉼터를 만들어주었다. 주모 김씨가 만든 뜨끈한 장국과, 옥이와 복이가 고사리 손으로 나르는 먹음직스러운 안주들이 있는 사람 냄새 나는 곳. 선노미에게만큼이나 독자들에게도 삼개주막은 아늑하고 배부른 집이다.
『삼개주막 기담회』는 한국 기담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언제나 한 걸음 앞서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선노미의 빈자리가 채워진 고즈넉한 삼개주막에서 또 어떤 이야기들이 스물스물 얼굴을 내밀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목차

또 다른 모험의 시작
1. 지옥도
2. 외줄 타는 남자
3. 보름달 마귀
4. 호리병을 든 남자
5. 지지 않는 꽃
6. 낙서하는 아이

본문중에서

한실이 놀라 제멋대로 비명을 질렀다. 소리를 지르는데도 그림자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한실이 눈을 부릅떴다. 어둠 속에서도 어렴풋이 사람의 윤곽이 보였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 다소 여윈 체격. 그가 한실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자, 달빛을 받아 생김새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다, 당신은!”
밋밋한 민얼굴이었다. 눈코입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었다. 그렇다고 화상 때문에 피부가 녹아버린 것도 아니었다. 그저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밋밋한 얼굴엔 형체라고 부를 게 하나도 없었다.
한실은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다. 저건 사람이 아니야. 사람이 저렇게 생길 순 없어. 사람이 아니라면…… 보름달 마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장승처럼 가만히 서 있기만 하던 마귀가 별안간 몸을 날려 한실을 덮쳤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미처 피할 겨를이 없었다.
바닥에 털썩 쓰러진 한실의 몸 위로 마귀가 올라탔다.
“사, 사람 살……!”
마귀가 입을 틀어막는 바람에 그 외침은 한실의 목구멍에서 묻혔다.
(보름달 마귀 中)


“필요 없는 것들을 삽니다.”
“필요 없는 것들?”
“사는 데 딱히 쓸모는 없고 거추장스러운 것들 있잖습니까. 그런 것들을 사지요.”
진지한 무용의 얼굴은 농담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에이, 정색하고선 흰소리도 참 잘하시는구만. 세상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장사가 어딨소?”
“제가 직접 하니까 없다고 할 수는 없지요.”
마침 반월댁이 무용이 주문한 술과 안주를 내왔다. 만기는 제 편을 들어줄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는지 반월댁을 붙잡고 말했다.
“주모, 글쎄 이 사람이 쓸모없는 것들을 사는 장사꾼이라는구만.”
반월댁이 까르르 웃었다.
“세상에, 남편이 살아있었으면 당장에 사 가시라고 했을 것을. 왜 이제야 오셨대요.”
손님들이 반월댁 말을 듣고 웃으며 너도나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나도 잔소리쟁이 마누라 좀 데려가라고 하고 싶구먼.”
“다 커서 속만 썩이는 애물단지 자식 새끼는 또 어떻고.”
여기저기서 객쩍은 농담이 터져 나왔다.
“뭔가 오해를 하신 듯한데.”
무용이 웃음소리가 잦아들 무렵 조용히 말했다.
“그런 건 제가 취급하는 것들이 아닙니다.”
(호리병을 든 남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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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오윤희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저자 오윤희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영자신문 ‘코리아헤럴드’ 문화, 사회부 기자를 거쳐 2005년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조선일보에선 사회부, 산업부, 국제부 등에서 근무했으며, 위클리비즈 팀에서 외국 석학과 기업인을 인터뷰한 경험을 살린 경영서 《정반합》(비즈니스 북스, 2015)을 출간했다. 동유럽특파원과 뉴욕특파원을 역임한 뒤 조선일보를 나와 글쓰기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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