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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부르봉 역사

원제 : 名畵で讀み解くブルボン王朝12の物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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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부르봉 왕조의 시작 앙리 4세부터 프랑스의 전성기를 이끈 루이 14세,
기요틴의 칼날에 사라진 루이 16세…
17-18세기 모든 유럽이 동경하고 선망하던 프랑스의 힘과 문화,
그 모든 권위와 권력의 중심, 부르봉 왕조의 번영과 몰락

“나의 가장 큰 정열은 영광을 향한 사랑이다.”

명화를 통해 보는 250여 년의 절대 왕정, 부르봉가의 모든 것!

명화를 통해 유럽 왕조의 역사를 소개하는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가 두 번째 책, 《명화로 읽는 부르봉 역사》로 돌아왔다.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의 후속작으로, 합스부르크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럽 명문 중의 명문가, 부르봉가의 250여 년을 우리에게도 친숙한 명화와 함께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프랑스 부르봉 왕조는 프랑스를 지배하던 발루아 왕조의 대가 끊기자 앙리 4세가 프랑스의 왕좌를 차지하며 시작됐다. 부르봉 왕가는 정략적 혼인과 전쟁 속에서 세를 불려나가며, 약 250년간 프랑스에 군림했다. 그중에서도 ‘태양왕’ 루이 14세가 유럽에 미친 영향력은 말 그대로 태양처럼 압도적으로, 그가 세운 베르사유 궁전은 ‘신들의 놀이터’이라는 별칭에 걸맞은 화려함을 갖춘 절대 권위의 상징이었다. 이후 각국의 왕과 귀족들은 경쟁하듯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하고, 자국의 언어를 버리고 프랑스어로 대화하거나 편지를 쓰는 등 프랑스 문화 향유에 열을 올리게 된다.
이처럼 모든 유럽의 동경의 대상이자 세련된 문화를 향유했던 부르봉 왕조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천재 화가 루벤스에게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21점의 연작을 그리게 한 자기애의 끝판왕 마리 드 메디시스, 소설 《삼총사》의 모티브가 된 미모의 왕비 안 도트리슈, 기적적으로 태어난 부르봉 왕조 영광의 정점, 루이 14세, 사랑만 받고 자란 미(美)왕 루이 15세와 프랑스 역사 상 가장 유명한 내연녀 퐁파두르와 뒤바리, 기요틴의 이슬로 사라진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모두의 위에 군림하며 영원할 것만 같았던 부르봉 왕조의 말로가 시민들의 혁명에 의한 몰락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독특한 명화 감상법과 유려한 스토리텔링으로 수많은 팬을 사로잡은 저자 나카노 교코는 이 책에서 부르봉 왕조의 시작과 영광, 그리고 몰락까지의 역사와 그와 연관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명화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낸다. 전작에서 슬쩍 얼굴만 내비쳤던 조연이 이 책에서는 주연을 맡기도 하고, 반대로 전에는 당당한 주인공이었던 인물이 악역으로 재등장하기도 하는데, 어떤 왕조의 시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역사의 흐름 또한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를 읽는 재미 포인트가 될 것이다. 프랑스 부르봉, 에스파냐 부르봉,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복잡하게 얽힌 서양사를 어려워하는 독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부르봉 왕조의 계보도와 연표를 함께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나카노 교코가 선별한 명화와 부르봉가의 매력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삶에 공감하고, 막연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미술과도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앙리 4세부터 샤를 10세까지
명화로 알아보는 강대하고 화려한 절대 왕정,
부르봉의 시작과 영광 그리고 몰락

부르봉 가문은 합스부르크가와 더불어 가장 유명한 유럽 왕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부르봉가는 옛 카페 왕조의 방계에 해당하며, 부르봉이라는 명칭은 부르봉 라르샹보(Bourbon-l'Archambault)라는 마을 이름에서 유래했다. 부르봉은 750년 역사의 합스부르크에 비하면 다소 짧지만, 부르봉가가 프랑스를 지배한 250여 년 동안 프랑스는 유럽 문화의 선도자이자 절대 왕권의 상징으로 태양처럼 눈부신 전성기를 누린다.
프랑스 부르봉 왕가는 1589년, 프랑스를 지배하던 발루아 왕조의 마지막 왕 앙리 3세가 후사를 두지 못하고 사망하자, 발루아의 공주 마르그리트의 남편이자 카페 왕조의 방계인 부르봉 가문의 앙리 4세에게 왕위 계승권이 돌아가면서 시작된다. 부르봉 왕가는 정략적 혼인과 전쟁 속에서 세를 불려나가며, 앙리 4세부터 시작해 루이 13세, 루이 14세, 루이 15세, 루이 16세, 루이 18세, 샤를 10세까지 7대에 걸쳐 16세기 후반부터(잠시 중단된 시기도 있지만) 19세기 초까지 약 250년간 프랑스에 군림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프랑스 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을 꼽자면 단연 ‘태양왕’ 루이 14세일 것이다. 루이가 유럽에 역사에 미친 문화적, 정치적 영향력은 압도적으로, 뛰어난 외교술과 정치 능력으로 프랑스를 유럽 최강국으로 만들었다. 이아생트 리고의 작품 〈루이 14세〉(제4장)를 보면 그가 가진 군주의 위압감과 거만함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반세기도 더 전에 반 다이크가 그린 〈사냥터의 찰스 1세〉(제2장)의 영국 왕, 찰스 1세의 자세를 참조한 것으로, 오른팔을 왕홀로 지지하고, 왼쪽 팔꿈치는 정면을 향해 내밀고, 오른발에 체중을 싣고, 왼발을 자연스럽게 앞으로 내민다. 주목을 받는데 익숙한 자의 특유의 자세와 타인을 내려다보는 시선에서 절대주의 최전성기의 루이 14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림 속 루이 14세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본다면 프랑스 부르봉 왕가의 영광은 영원할 것만 같지만, 화려하고 향락적인 생활은 루이 15세, 루이 16세 등 후세 왕들의 ‘앙뉘’(=권태로움, 무료함)를 불러일으키고, 이는 곧 민중들의 혁명으로 이어졌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의 이슬이 되고 이후 짧은 왕정복고가 이루어졌지만,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와 마찬가지로 ‘지지 않는 태양’이란 없는 법이다. 위베르 로베르의 〈폐허가 된 루브르 대회랑의 상상도〉(제9장),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제12장)은 옛 왕궁 루브르가 폐허가 된 모습과 자유의 여신이 이끄는 시민들의 혁명을 통해 부르봉 왕조의 종언과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알린다.
하지만 폐허는 과거의 영광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정확히는 그 영광의 기억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법이다. 프랑스 부르봉가의 영광은 끝이 났지만, 부르봉가의 화려한 전성기와 몰락을 함께한 베르사유궁전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화적 유산으로 남았으며, 베르사유 이전 왕궁으로 쓰였던 파리의 루브르궁전은 초대왕 앙리 4세의 왕비 마리 드 메디시스의 삶을 그린 루벤스의 21점의 연작과 루이 15세의 총희, 퐁파두르 후작의 초상 등 프랑스의 화려한 문화유산을 전시하는 미술관이자 박물관으로 사랑받고 있다. 그 외에도 프랑스 부르봉 왕조의 이야기는 드라마 〈베르사유〉, 도서 《베르사유의 장미》,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레미제라블〉 등 현대까지도 수많은 걸작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부르봉가가 남긴 문화유산이 오늘까지도 쭉 이어지고 있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프랑스 ‘모드’를 알면 유럽사가 보인다!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스토리텔링 명화 수업

프랑스의 전성기를 이끈 루이 14세는 ‘나의 가장 큰 정열은 영광을 향한 사랑이다’라며 온 힘을 다해 자신을 신격화했다. 프랑스가 문화적 우위를 차지하는 데 가장 크게 공헌한 것은 바로 베르사유궁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국내외 수많은 예술가와 기술자를 불러 모아 건축, 정원, 조각, 회화, 공예 전부를 화려하게 통일하고, 그 공간 자체를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예술품으로 완성했다.
루이 14세는 예술을 대대적으로 후원했는데, 루이의 문화 진흥책 덕택에 수많은 예술 아카데미와 과학 아카데미가 탄생하고, 프랑스 문화는 절정기를 맞이한다. 그 문화의 파급력은 여러 이웃 나라들까지 광범위하게 미쳤고, 나라의 크고 작음을 떠나 모든 왕과 귀족들은 루이 14세가 되고 싶어 했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과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테레지아도 자국의 언어 대신 일상적으로 프랑스어로 읽고 썼고, 시골 귀족들까지 프랑스인 고용인을 쓰는 것이 유행이었으며, 훗날 바이에른의 루트비히 2세 또한 태양왕을 동경해 베르사유궁을 본뜬 헤렌킴제성을 건축했다.
일명 ‘프랑스 모드(프랑스어로 유행)’라 불리는 프랑스 문화는 유럽사 전반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으며, 이러한 유행은 당시 그림의 패션, 가구, 화풍의 변화를 통해서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작품 〈마리아 테레사〉(제5장)는 루이 14세의 왕비이자 에스파냐 합스부르크의 공주인 마리아 테레사를 담은 그림으로, 그녀는 옆으로 과하게 부풀린 파딩게일 스커트와 마치 투구를 쓴듯한 촌스러운 머리 스타일로 인해 프랑스 귀족들에게 비웃음을 산다. 오랫동안 유럽의 최첨단을 걸었던 ‘에스파냐 모드’가 국력의 현저한 저하와 함께 프랑스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그려진 장 앙투안 바토의 그림, 〈제르생의 간판〉(제6장)은 화려하고 위엄이 넘치던 태양왕의 바로크 시대가 끝났음을 시사한다. 점원들이 나무 상자에 넣어서 정리하고 있는 것은 루이 14세의 초상화로, 실제로 만년의 태양왕은 완전히 인기를 잃어, 이 그림이 그려지기 5년 전 세상을 떠났을 때 파리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72년이라는 긴 재위 기간 동안 경직화되고 딱딱한 루이 14세의 통치에 지긋함을 느끼던 귀족들이 가볍고 즐거운 것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기의 회화에서 사회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 거창한 화려함 ‘바로크’에서 섬세함, 우아한 아름다움, 어딘지 모를 서정성을 가진 가벼운 경쾌함 ‘로코코’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시대의 변화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그림을 보게 된다면, 같은 그림도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저자 나카노 교코는 부르봉을 대표하는 인물과 관련된 12점의 명화 및 그와 연관된 다수의 명화들을 함께 소개하면서 명화 속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그가 역사에 끼친 영향이 무엇인지 시대적 배경과 일화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특히 저자 특유의 현장감이 돋보이는 묘사는 소설의 한 장면 혹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한순간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어, 읽는 재미를 한층 더 부여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명화는 벨라스케스, 루벤스, 고야 같이 친숙한 거장 외에도 로코코 스타일의 초상화로 유명한 캉탱 드 라투르, 아카데미 화풍의 폴 들라로슈, 고대건축을 시적인 정취로 그라는 위베르 로베르의 작품까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익하다. 명쾌하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역사와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것이다.

추천사

최은주(서울시립미술관장)
서양미술사에 등장하는 불멸의 명화들과 유럽 왕조의 장구한 역사를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는 미술 전문가뿐만 아니라 미술을 좋아하는 일반인들도 미술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흡인력을 갖고 있다. 미술 작품이 탄생하는 배경에는 당시의 시대상과 사회상이 필연적으로 자리한다. 여기에 왕과 왕비, 귀족과 같은 절대권력을 가졌던 계층과 성직자와 영웅호걸이 빚어내는 이야기는 드라마틱하기 그지없다.
이 시리즈는 600년에 이르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번성과 몰락, 16~18세기 해가지지 않는 제국으로 번영을 구가했던 부르봉 왕가, 절대권력의 광기와 비극으로 얼룩진 로마노프 왕가의 찬란함 속에 응축된 어둠까지 왕가의 격동하는 역사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저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영국과 독일의 역사도 마치 장편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다채로운 문화와 역사를 꿰뚫으며 입체적으로 설명해 준다. 이 책들을 읽는다면 최소 두 번 이상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첫 번째는 역사적 흐름을 따라 통독하고, 이후에는 각 그림의 의미와 상징, 기법 등에 대한 해설을 정독해 보길 바란다. 그러면 그림 한 점, 한 점에 깃든 세계의 역사가 한 눈에 들어 올 것이다.

노경덕(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
유럽이라는 공간은 학습 욕구를 자극한다. 큰 도시, 작은 도시 할 것 없이 걷다 보면 시선을 사로잡는 너무도 멋진 성, 교회, 공연장, 박물관 등의 건물들과 그 안에 가지런히 전시된 수많은 명화들, 공예품들, 유물들. 그리고 과거의 인물들이 다시 살아나 다가올 것만 같은, 잘 보존된 생생한 역사의 현장들. 이 모든 것들이 유럽 역사를 더 알고 싶게 우리의 마음을 부추긴다.
유럽 역사에 가장 쉽고도 흥미롭게 다가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들 역사의 흥미로운 스토리들과 이 스토리들을 머릿속에 직접 떠올려 볼 수 있는 그림들을 함께 접하는 것이다. 일본의 유럽 문화 전문가 나카노 교코의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는 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합스부르크와 로마노프 등의 왕조 및 유력한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저자는 프랑스,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러시아 등 유럽 주요 국가의 역사를 흥미진진한 플롯에 담아내어 독자에게 전달한다. 그 흥미로움에 유럽 문화 전문가로서의 그녀의 빼어난 식견 아래 선택된 명화들은 그 역사 이해의 깊이를 더해준다. 무엇보다도 나카노 교코의 시리즈에는 역사적 재미와 시각 자료에 치중한 작업들이 가지기 쉬운 단점인 특정 문명, 국가, 민족 등에 대한 편견과 엉뚱한 역사 왜곡이 존재하지 않는다. 유럽의 역사를 재미도 있지만 균형적인 서술로 접해서 이해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그들의 화려한 문화를 더 깊은 수준에서 느끼고 싶은 사람은 이 시리즈로 그 여정을 시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들어가며
부르봉 가계도

절대 왕정의 상징, 부르봉가
제1장 페테르 파울 루벤스, 〈마리 드 메디시스의 마르세유 상륙〉
제2장 반 다이크, 〈사냥터의 찰스 1세〉
제3장 페테르 파울 루벤스, 〈안 도트리슈〉
제4장 이아생트 리고, 〈루이 14세〉
제5장 디에고 벨라스케스, 〈마리아 테레사〉
제6장 장 앙투안 바토, 〈제르생의 간판〉
제7장 캉탱 드 라투르, 〈퐁파두르 후작의 초상〉
제8장 장 바티스트 그뢰즈, 〈벤저민 프랭클린의 초상〉
제9장 위베르 로베르, 〈폐허가 된 루브르 대회랑의 상상도〉
제10장 프란시스코 고야, 〈카를로스 4세의 가족〉
제11장 자크 루이 다비드, 〈나폴레옹1세와 조제핀 황후의 대관식〉
제12장 외젠 들라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맺으며
주요 참고 문헌
연표
이 책에서 다룬 화가들

본문중에서

영국 등의 지원군을 얻어 이를 물리친 앙리는 마침내 국내를 평정하기 위해서는 개종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가톨릭으로 개종 선언을 하고 불만을 터뜨리는 대귀족은 금으로 매수했다(전쟁을 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먹혔다). 역대 왕들 가운데 유독 앙리 4세의 인기가 높은 것은 ‘낭트 칙령’을 선포하고 신앙의 자유를 인정하여 길고 긴 종교 전쟁을 끝낸 정치적 결단력 덕분일 것이다.
1594년, 마흔 살의 앙리 4세는 마침내 가톨릭식으로 대관식을 올렸고, 환호성 속에 파리로 입성했다. 이 해야말로 부르봉 왕조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_절대 왕정의 상징, 부르봉가

결혼 13년째, 독일 원정을 앞둔 앙리는 자리를 비운 동안 왕비에게 통치권을 위임하기 위해, 생드니 성당에서 마리의 대관식을 거행했다. 그녀의 영광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만큼, 당연히 루벤스의 연작 회화에도 〈생드니에서 거행된 마리 드 메디시스의 대관식〉이라는 이름으로 포함되어 있다. 공중에서 금화를 뿌리는 천사들의 오른쪽 특별석에서 앙리가 식순을 지켜보고 있다. 뒤쪽의 여성들 중 마리만큼 살집이 있는 여성이 시샘하는 표정으로 대관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 사람이 아이를 낳지 못해 이혼당한 전처 마르고다. 이렇듯 일부러 패자를 등장시켜 공격하는 부분에서 마리의 인간성이 드러나는 것 같다.
_제1장 페테르 파울 루벤스, 〈마리 드 메디시스의 마르세유 상륙〉

왕은 이제까지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되어 하루 24시간 중 사적인 시간이라고는 거의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항상 세계의 중심에 있는 태양처럼 눈부시고, 때로는 남김없이 상대를 불사르는 태양왕. 그 외에는 어떤 정체성도 허락되지 않았다. 말하자면 베르사유라는 무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으로 활약할 수밖에 없게 되었달까. 말은 쉽지만, 어지간히 그 역할이 마음이 들었거나 보통 각오가 아니면, 또는 아주 특별히 둔하지 않고서는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초상화를 다시 살펴보자. 망토 하나만 봐도 상당히 무게가 나가는 것이 분명한데도, 조금도 그런 티를 내지 않는다. 신에 가까운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_제4장 이아생트 리고, 〈루이 14세〉

국왕의 결혼은 사적 영역이 아니라 나라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다. 심지어 부르봉가와 에스파냐 합스부르크가의 이번 혼인은 ‘피레네 조약’이라는 전후 처리의 화해 조항이었다. 프랑스는 전쟁에서 진 에스파냐에게 배상금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50만 에퀴의 지참금과 함께 왕녀를 얻는다. 다만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에스파냐 왕위 계승권은 없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계약은 지켜져야만 했다.
그런 연유로 마침내 루이는 마리아 테레사와의 결혼에 동의한다. 정들고 귀여운 길고양이는 키우지 못하고 부모가 시키는 대로 혈통서 있는 고양이를 마지못해 떠맡은 아이처럼, 루이 14세는 절대 군주이면서도 사랑하는 이와 결혼하는 것을 포기하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백 퍼센트 공주님을 아내로 맞아들이게 되었다.
_제5장 디에고 벨라스케스, 〈마리아 테레사〉

루이 16세는 ‘덕질에 푹 빠진 은둔족’에 가까웠다. 그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고통스러웠고 루이 15세 이상으로 궁정 의례를 싫어해서 대관 이듬해에는 국왕의 성사(聖事)까지 중지해 버렸다. 이 성사는 왕의 손이 닿으면 병이 치유된다는 민간 신앙에 부응하기 위한 행사였는데, 이제 더는 시대의 합리적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구실을 붙여 민중과 직접 접촉할 기회를 차단한 것이다. 크나큰 실책이었다. 비록 단순하게 왕의 손을 거룩한 손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줄어들겠지만, 왕권신수설을 굳게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기적의 요소가 빠지면 국왕의 신성함은 사라지고 왕조를 이어가는 의의도 희미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루이 16세는 태양왕 루이 14세처럼 강렬한 카리스마도 없었고 루이 15세와 같은 미모의 은총도 받지 못한 사람이었다. 거기에 신성까지 잃어버리면 남는 것은 왕의 그릇이 아니라 평범하기 그지없는 한 사람의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_제8장 장 바티스트 그뢰즈, 〈벤저민 프랭클린의 초상〉

그는 ‘혁명의 아들’이었다. 국왕 쪽 장군들은 망명했고 혁명 정부는 서로를 공격하며 거물의 부재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기에 나폴레옹은 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거기다 그는 기르는 개가 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1799년에는 브뤼메르 쿠데타를 일으켜 전권을 장악하고 로베스피에르를 넘어서는 독재자가 된 끝에, 1804년 황제 나폴레옹 1세로서 대관식을 올린다. 왕이 아니라 ‘황제’라는 칭호를 쓴 것은 다수의 왕을 통솔하는 존재가 황제라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은 부르봉 왕조를 계승하는 ‘프랑스 왕’ 따위가 아니라 ‘프랑스 인민의 황제’라고 어필하기 위해서였다.
_제11장 자크 루이 다비드, 〈나폴레옹 1세와 조제핀 황후의 대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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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나카노 교코 [저]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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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대학에서 독일 문학과 서양 문화사를 강의하고 있으며 다양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오페라로 즐기는 명작 문학', '멘델스존과 안데르센','나는 꽃과 나비를 그린다 - 바로크 시대의 곤충화가 메리안의 일생','사랑에 죽다','오페라 갤러리 50', '무서운 그림' 등을 썼으며, 슈테판 추바이크의 '마리 앙투아네트'를 일본어로 번역했다. '아사히 신문' 웹사이트에서는 역사 에세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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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일본학과 의류학을 전공하고 일본 리츠메이칸대학교 문학부에서 공부했다. 단편소설로 등단한 뒤 집단지성번역플랫폼 플리토(Flitto)의 B2B팀에서 근무하였으며,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면서 바른번역 소속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스스로 빛나지 않는 달처럼, 원작의 빛을 가장 잘 전달하는 번역가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나에게 읽어주는 책』, 『매일매일 좋은 날』, 『계절에 따라 산다』, 『기독교로 읽는 세계사』, 『꼭 알아야 할 일본전래동화 시리즈』, 『우리도 고양이로소이다』(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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