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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온 평양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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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북한’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김정은, 핵무기, 독재, 가난… 뉴스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들이지만 막연하고 멀기만 하다. 이 책은 그런 북한에 대한 관념적인 추상화가 아닌, 그 속의 전경을 섬세하게 묘사한 풍경화다

이 책은 수기이면서 동시에 한 평양 시민의 여정과 애환을 담은 편지이다. 담백해서 더 처절하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치열했던 한 여성의 삶은 김일성부터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북한 사회의 사각지대를 비추어주는 작은 거울이 되어준다.

저자는 생존자로서, 탈출에 성공한 사람으로서 다시는 북한과 같은 나라가 지구상 다른 그 어느 곳에 세워지지 않도록, 앞으로 우리 자식들이 다시는 그런 지옥에서 살지 않도록 세상에 알리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말한다.

출판사 서평

김일성 일가의 운명이 곧 나의 운명이라고 여겼다.
김일성의 충신이었던 아버지의 그늘 아래 남들보다 안락하다 여겼던 삶, 신적 존재인 김일성에게 충성하는 것이 의리이자 도덕인 삶, 그것이 평생의 운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유년 시절, 하루아침에 온 가족과 함께 사라지는 친구들을 보며, 이제껏 누리던 안락함이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곳의 삶은 힘의 높낮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도 안전하지 않았다.

덴마크-스웨덴-영국에서 맛본 한 스푼의 자유
권력이 가진 힘이 두려워 욕심도 내지 않았으나, 축복처럼 찾아온 첫 아이는 심하게 앓았다. 북한 최고의 의사부터 먼 지방 할머니의 신내림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병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아이를 살리자면 외국에 나가야 했다. 외교관인 남편과 함께 덴마크, 스웨덴, 영국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의료복지시스템을 체험한 후 북한의 반인민적 실체가 뼈아프게 다가왔다. 힘든 시기마다 우리 가족이 기댈 곳은 조국이 아닌 외국의 복지제도였다.

자유를 향한 갈망, 고민 그리고 선택
조국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고 믿고 싶었지만 조국이 아니라 독재자를 위한 노예의 삶이었다. 모두가 노예인 그 곳으로 되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에서 하느님만이 주실 수 있는 기적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그 기회를 놓친다면 아이들은 두고두고 부모를 원망할 것이다. 북한에 돌아가 다시 노예의 삶을 산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하지만 스스로 노예 계약을 파기하는 그 선택의 무게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고마운 대한한국
대한민국으로부터 받은 사랑과 믿음, 환대에 힘을 입어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하고 있다. 자유라는 큰 선물은 많은 억제를 전제로 한다는 것을 한국에 와서 알았다. 많은 것을 개인에게 주는 대신 그 대가는 달기도 하고 쓰기도 하다. 하지만 자유를 향한 저자의 꿈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고 한다. 계속 꿈을 꿀 수 있는 사회, 노력만 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가 바로 대한민국이다.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남편과 나는 이주민 1 세대의 설움을 이겨내자고 약속했다. 아이들에게 지유를 줄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고생도 이겨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자유를 찾아가는 우리 가족의 편이었다. 한반도에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는 자체가 우리 가족에게는 크나큰 행운이었다.”

추천사

안창남(시인)
“진정한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을 찾은 용기, 그리고 절절한 생의 운명 한구절, 한구절마다 뛰어난 감성을 적어내린 작가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최대석(이화여자대학교 전 부총장)
“북한 고위층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필자는 전문가들도 접근이 불가능한 북한 최상위 계급사회의 속살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한줄 한줄 진심을 담아 쓴 글을 읽다 보면 우리는 어느덧 북한 사회의 실체에 접근하게 된다. 한반도 통일과 평화를 원하는 모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목차

‘ 언니를 찾습니다. ‘

1부 행운아

빨치산 가문과 아버지
“항상 준비!”
잊을 수 없는 가족 휴양
권력의 세계
물과 기름
인연
축복

2부 두 아들의 엄마

시댁 생활
부족한 엄마
주혁이를 살려야 한다
새로운 용기
아버지의 불행과 맞바꾼 날개
금동이
조선노동당원이 되다
평양의 변화
재발


3부 자유를 알게 되다

런던 주재 북한 대사관
자본주의 복지제도
한인 타운 뉴몰든
소환장
자유주의적 유럽 여행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


4부 버림받은 사람들

인생은 사랑이다
새 독재자의 출연
문제아들
가난한 총리
한 줄기 빛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어머니의 후회
사는 것이 범죄
마지막 겨울
작별


5부 기적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작은 공화국’
불안한 아이들
자유를 향한 갈망
선택


6부 진정한 자유인

한국에 온 형부
보내지 못한 편지
고마운 대한민국
훨훨 날아라
모든 것이 은혜

본문중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학원 2학년 때인가, 항일 빨치산 출신으로 부주석을 지내던 김동규의 막내 늦둥이 딸 김영숙이 어느 날, 갑자기 없어졌다. 그 애는 먹는 것을 남달리 좋아해 손에 간식을 늘 달고 다니던 통통하고 쾌활한 소녀였다. 일본에서 귀국했던 중앙당 통일 전선부 부부장의 딸들인 김영순, 김유리, 김서경 자매도 비밀스러운 권세를 누리던, 공부 잘하고 착한 형제였지만 하룻밤 사이 온 가족과 함께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아버지가 해군 사령관을 거쳐 육해운상을 지냈던 방희순30)도 대학 입학을 앞둔 8월의 방학 어느 날, 온 가족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우리는 어린 학생들이었지만 친구들이 왜 사라졌는지 알려고도, 물어봐서도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권력의 세계” 中 )

그에 대한 의문은 훗날 남편과 함께 외국 생활을 하면서 풀렸다. 외국인들은 한 달 열심히 일하고 받는 월 소득의 일정량을 국가에 세금으로 내고 있었고 국가는 그 세금으로 국정운영과 국민을 위한 복지정책을 실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에서 내가 받는 월급은 고기 한 근도 사 먹을 수 없는 보잘것없는 금액이었다. 국민에게 제대로 된 인건비를 준 적이 없는데 세금을 걷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세금 없는 나라라고 자화자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나는 차라리 세금을 걷고 국민이 제대로 살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주었으면, 실속 없는 무상치료제도, 무료교육제도가 아니라 돈을 내고 제대로 된 치료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도, 열심히 일한 대가로 기본적인 생활권을 보
장받을 수 있는 제도에서 살고 싶었다. (-“자본주의 복지제도” 中 -)

남편은 확인하려는 듯 재차 물었다.
“너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다시 돌아가겠다고 하지 않을 자신이 있냐고. 나는 괜찮아. 부모님은 이미 떠나가셨고 형제들은 평생 인생 막바지에서 살았으니 고생을 견뎌낼 수 있겠지만 너희 형제들은 다르잖아.”
그 순간 어머니와 형제들의 얼굴이 번갈아 지나갔다. 나로 인해 하루아침에 온 가족이 지방으로 쫓겨날 생각을 하니 숨이 턱 막혔다. 순간의 선택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천당과 지옥으로 보낼 수 있는 문어귀에 서 있었다. (- “선택” 中)

탈북을 결심하면서 탈북민 보호 관련 한국의 법들을 날이 새도록 읽어보았다. 탈북민 보호와 지원을 목적으로 한 시행령들을 따져보면서 앞으로 한국에서의 나의 처지를 그려보았다. 런던에서 살면서 이주민의 고단한 삶을 늘 봐왔기에 한국에서의 삶에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남편과 나는 이주민 1세대의 설움을 이겨내자고 약속했다. 아이들에게 지유를 줄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고생도 이겨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자유를 찾아가는 우리 가족의 편이었다. 한반도에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는 자체가 우리 가족에게는 크나큰 행운이었다. (- “고마운 대한민국” 中) 택시를 잡을 수 있을 가 걱정하던 그는 다시 확고한 목소리로 절대로 자기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돈을 주지 말고 시간을 끌라면서 가능한 한 빨리 출발하겠다고 했다.
집에 도착하고 보니 아들의 말대로 단속반원들은 방안을 샅샅이 흩고 있었다. 안방은 온통 뒤죽박죽 되어있었고 침대 위는 옷장과 이불장에서 나온 옷들과 이불들이 되는 대로 쌓여 있었다. 두려움에 가슴이 할랑거렸다. 살면서 이런 상황에 놓이기는 처음이었다. 늘 정전이 계속되는 환경에서 단속반이 나올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중략)
아이들은 숨을 죽이고 자기 방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남편은 단속반원들 옆에서 사정하고 있었다. 어디 가나 당당했던 남편을 죄인으로 만들고 아이들에게는 부끄러운 엄마가 되었다. 증거물을 확보한 그들은 그야말로 범 잡은 포수마냥 기고만장했다.

- “한줄기 빛” 中


얼마 후 명희가 이혼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설마 했는데 명희의 말대로 이혼은 재판도 없이 진행되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명희가 데리고 살던 집에서 한동안 그대로 살고 있는 듯했다. 얼마 안 있어 명희는 없어졌다. 정말 명희가 제일 좋아하던 영화의 여주인공 스칼릿처럼 바람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어떤 사람들은 통제구역에 끌려갔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남한 간첩으로 총살되었다고도 했다. 한 아파트에서 사는 지인의 말에 의하면 웬 군복 입은 남자들이 인민반장을 시켜서 문을 두드리게 한 후, 옷가지 몇 벌을 챙기게 하고는 어디론가 데려갔다고 한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명희는 소박한 삶 속에 따뜻하고 안정된 삶이 있다는 것을 평생 깨닫지 못하고 뜬구름 속을 걷다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그 후 영국으로 출발하기 며칠 전, 지인에게서 명희에 대한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자기 동무가 통제구역에서 나왔는데 거기서 명희를 보았다는 것이었다. 지인의 말에 의하면 그곳에서 명희의 처지는 정말 불쌍하다고 했다. 이발은 다 빠지고 찢어진 옷을 입고 다닌다, 살은 빠져 가죽만 남았고 일하면서도, 걸어 다니면서도 영어 노래만 부른다고 했다. … 나는 직감으로 명희가 살아있음을 확신했다. 이전에도 명희는 힘들 때면 늘 영어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니곤 했다. 분명 명희였다. 희망은 있어 보였다. 명희야, 제발 살아만 있어주렴.
나는 지금도 생각하곤 한다. 명희가 외국어학원에 입학하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권력의 세계를 모르고 평범한 청년을 만나 결혼했더라면 오늘날의 비극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아니, 북한과 같은 독재적이고 폐쇄적인 나라에서 태생적으로 자유로운 명희가 설 자리는 애당초 없었다.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中

남편은 확인하려는 듯 재차 물었다.
“너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다시 돌아가겠다고 하지 않을 자신이 있냐고. 나는 괜찮아. 부모님은 이미 떠나가셨고 형제들은 평생 인생 막바지에서 살았으니 고생을 견뎌낼 수 있겠지만 너희 형제들은 다르잖아.”
그 순간 어머니와 형제들의 얼굴이 번갈아 지나갔다. 나로 인해 하루아침에 온 가족이 지방으로 쫓겨날 생각을 하니 숨이 턱 막혔다.
순간의 선택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천당과 지옥으로 보낼 수 있는 문어귀에 서 있었다.

- “선택” 中

저자소개

오혜선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북한 함경북도 라진시 출생

학력
1977-1983년 평양외국어학원(중등교육) 영어과 입학, 졸업
1983-1989년 평양외국어대학 영어과 입학, 졸업
2021년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북한학과 석사

경력
1989-1991년 북한 무역성 국제전람사 양성생
1991-1995년 북한 무역성 대외경제연구소 연구원
1995-1996년 북한 무역성 조선광명무역회사 대외 사업처 지도원
1996-1998년 덴마크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
1998-1999년 스웨덴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
1999-2000년 스웨덴 주재 북한 대사관 보조서기관
2000-2004년 북한 무역성 조선광명무역회사 대외 사업처 담당부원
2004-2008년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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