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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턴테이블 위의 영혼들 : 힙합으로 본 흑인운동의 결정적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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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박형주
  • 출판사 : 나름북스
  • 발행 : 2022년 11월 17일
  • 쪽수 : 456
  • ISBN : 9791186036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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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곧 우리는 누가 진짜 혁명가들인지 알게 되겠지”
힙합이 사랑한 혁명가들, 랩 가사에 스민 흑인운동의 유산

힙합에 나타난 급진적 흑인운동의 영향을 살펴봄으로써 단순히 즐거움을 얻기 위한 대중문화로서의 힙합이 아닌 정치와 사회를 다루는 힙합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와 관련된 흑인운동의 주요 사건과 인물을 다뤄 급진적 흑인운동의 역사와 사상적 경향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특히 힙합의 황금기로 불리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등장한 래퍼들과 이들이 최근까지 만든 힙합 곡들의 배경을 서술하면서 힙합 뮤지션이 20세기에 나타난 급진적 흑인운동의 전통을 받아들인 방식을 세심하게 들여다보았다. 랩 가사에 흑인운동의 유산을 반영하며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답하고자 한 예술가들, 흑인을 억압하는 체제와 타협하지 않고 맞선 운동가들이라는 두 주체 사이를 가로지르며 이들의 활동과 생애를 조명한 새로운 시도는 힙합 음악의 메시지를 알고 더 깊이 즐기는 동시에 흑인운동의 과거와 현재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죽은 이를 깨워 차별에 저항하고자 한 예술가들,
더 나은 사회를 염원한 힙합을 위한 변론

1970년대 미국 뉴욕에서 탄생한 문화인 힙합은 오늘날 가장 양면적인 평가를 받는 예술이다. 가난한 흑인들이 지껄이는 불평불만, 무절제한 생활과 폭력 미화, 여성혐오, 경찰과 공권력에 대한 도전 등 힙합은 늘 부정적 이미지가 따르는 무시와 공격의 대상이었다. 재즈 평론가이기도 했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힙합을 일컬어 “음악적으로 시시하고 문학적으로도 조잡한 엉터리 시”, “블루스라는 위대하고 심원한 예술의 정반대 편에 있는 음악”이라고 비난했다. 한편으로 힙합은 본질적으로 사회 비판적 예술이라는 후한 평가를 얻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힙합이 많은 오해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비판에 무죄를 주장할 순 없다며 둘 중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힙합에 대한 편견 중 상당수가 흑인에 대한 편견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힙합에 대한 비판의 반박은 차별받아온 소수집단에 대한 편견을 반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미국에서 흑인 남성이 교도소에 가장 많이 가는 인구 집단인 현실을 지적하지 않고서는 랩이 마약과 폭력을 이야기하고 경찰을 적대시하는 반사회적 문화라는 비판을 반박할 수 없다.

미국현대사를 공부하며 급진적 흑인운동에 주목해온 저자는 힙합의 본모습은 돈 자랑과 여성비하가 아니라고 꾸짖는 대신 힙합의 다른 측면, 즉 힙합이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얼마나 관심이 있었는지 강조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음악인들은 억압받는 사람을 해방시키기 위해 혁명을 말한 사람들을 열심히 이야기한다. 책에 따르면 정치적 이야기를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극소수의 래퍼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들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과거와 현재의 사상과 운동에서 얼마나 깊은 영향을 받았는지 보여줌으로써 힙합의 혁명적 성격이 결코 주변적이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숨겨져 있던 랩 가사를 발견하고 잊힌 사람들의 일생을 되짚으며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되살림으로써 즐겁고도 혁명적인 예술로서의 힙합을 가장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변호한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공동체가 겪은 폭력에 대한 대답
20세기 급진적 흑인운동과 연결되다

힙합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이 문화가 아프리카계 미국인 공동체를 중심으로 발전했다는 점이다. 비록 세계적인 문화가 된 이후 그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힙합 음악들이 곳곳에서 독자적 전통을 만들고 있지만, 힙합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공동체의 특유한 문제들-낙후한 주거환경, 경찰의 폭력과 일상적인 인종차별, 마약의 폐해, 교도소 수감 경험 등 1970년대 이후 미국 대도시 흑인들이 겪은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대답하고자 했다. 이는 자신들을 적대시하는 미국 백인 사회의 규범을 완전히 거부하는 것이었고, 미국의 인종차별과 경찰의 폭력에 가장 공격적으로 대응한 문화적 전통을 만들며 힙합 안에 확고히 자리 잡았다. 또한 힙합은 작법에서 과거의 유산을 적극적으로 차용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래퍼들이 늘 다른 래퍼의 가사 일부를 창의적으로 인용하는 것처럼 정치적 내용을 가사에 담으려는 래퍼들은 맬컴 엑스나 블랙팬서당의 유산을 계속해서 불러내고 있다. 이 책은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아프리카계 미국인 힙합 음악인들이 자신들의 역사, 특히 20세기 급진적 흑인운동의 전통을 받아들인 방식에 주목했다.

이 책이 다룬 급진적 흑인운동의 전통에는 두 가지의 사상적 경향이 나타난다. 범아프리카주의로부터 영감을 받아 흑인의 인종적 단결을 강조한 경향과 사회주의가 동력이 되어 억압받는 민중의 단결을 강조한 경향이 그것이다. 인종과 피부색, 아프리카라는 지리, 노예제나 식민지화처럼 역사적 차별 경험을 매개로 각지의 흑인을 모으려 한 범아프리카주의 경향과, 세계 곳곳에서 인종차별과 식민지화에 대항하며 사회주의자들과 동맹을 맺은 사회주의 경향은 대립하기도 했지만 많은 경우 균형을 이루며 공존했다. 범아프리카주의적이면서도 사회주의적인 특징이 동시에 나타나는 점이 이 책에서 다룬 급진적 흑인운동의 특징이다. 그리고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급진적 흑인운동의 전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맬컴 엑스나 마틴 루서 킹처럼 유명한 인물이 있는 반면, 현재도 생존해 왕성하게 활동하지만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도 있다. 에티오피아 황제 하일레 셀라시에나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처럼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부터 현역 페미니스트 활동가 앤절라 데이비스까지 객관적으로 폭넓게 살폈다. 이들 모두 흑인을 억압하는 체제에 맞섰고 이 활동이 세대를 뛰어넘어 오늘날의 래퍼들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맬컴 엑스부터 앤절라 데이비스까지,
퍼블릭 에너미부터 켄드릭 라마까지
시대를 가로질러 만난 혁명가들과 래퍼들

가장 좌파적인 미국 힙합 그룹이라고 평가할 만한 듀오 데드 프레즈는 “래퍼가 되고 싶으면 맬컴, 가비, 휴이를 공부해”라는 가사를 썼다. 이슬람민족 설교자로 유명한 맬컴 엑스, 1920년대를 대표하는 범아프리카주의 사상가 마커스 가비, 블랙팬서당의 공동 설립자 휴이 뉴턴은 랩 가사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20세기 미국 흑인운동의 지도자들이다. “흑인 모세”로 불리며 흑인 스스로 힘을 길러 아프리카로 돌아가 강한 흑인 정부를 세우자고 한 마커스 가비는 후대의 흑인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고, 우탱 클랜의 “그들은 가비를 추방했지, 그가 우리를 일깨우려 했거든”, 케이알에스 원의 “난 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결코 멈추지 않을 거야/마커스 가비, 콰메 투레, 맬컴 엑스에 대해 매일 말하지”라는 가사로 여전히 영향을 과시한다. 힙합이 가장 사랑한 혁명가 휴이 뉴턴의 육성은 데드 프레즈의 “Propaganda”에 삽입되었고, 그가 사망한 후 투팍이 쓴 추모시는 탈립 콸리의 “Fallen Star”로 재창조되었다.

배경을 알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는 힙합 곡들의 주요 가사와 해석을 실어 숨은 의미도 명쾌하게 드러낸다. 미국의 래퍼 랩소디가 “모든 흑인 여성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명한 2019년 앨범의 마지막 곡 “Afeni”(아페니)는 1960년대 말 블랙팬서당에서 활동한 투사이자 래퍼 투팍의 어머니 아페니 샤쿠르를 가리키며, 뮤직비디오에 흑인 여성 투사 앤절라 데이비스의 배지가 등장한다는 점은 단호하고 진지한 사유를 촉구하는 가사와 합쳐져 깊은 울림을 준다. 랩소디는 또 미국인 최초로 히잡을 쓰고 올림픽에 나간 펜싱 선수의 이름을 딴 곡 “Ibtihaj”(이브티하즈)에서 “Hands bury the man and they raised the son, Lorraine”(손으로 남자를 묻고 그들은 아들을 키웠네, 로레인)이라는 랩을 했는데 이는 흑인 민족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였던 로레인 한스베리와 그의 대표작 〈A Raisin in the sun(태양 속의 건포도)〉(1959)과 관련한 언어유희다.

래퍼 나스가 “My country”라는 곡을 왜 파트리스 루뭄바에게 바친다고 했는지, 힙합 그룹 푸지스의 “Rumble in the jungle”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체포 장면은 어떤 의미인지, 젊은 음악인 집단 네이티브 텅스의 일원인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가 발표한 곡의 제목 “Steve Biko”(스티브 비코)가 누구인지, 퍼블릭 에너미가 2020년 새로 내놓은 “Fight the power”에서 “넌 블랙팬서를 사랑하지만, 프레드 햄프턴을 사랑하진 않지”라는 가사의 뜻이 무엇인지는 이 책에서 다룬 흑인운동의 역사를 통해 또렷하게 파악할 수 있다. 화합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마틴 루서 킹 대 증오와 폭력을 조장하는 맬컴 엑스라는 양면적 이미지가 오해라는 점, 흑인 힙합 음악인들이 이슬람민족에 우호적인 이유, 마오쩌둥과 힙합 음악인들과의 연결고리처럼 생소하지만 흥미로운 주제들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역사 속 인물과 오늘의 음악에 몰입하게 한다.

흑인운동의 역사에서 찾은 그들과 우리의 연결고리
오랜 문제와 맞선 사람들을 불러내는 뮤지션들의 이야기

힙합 애호가도 잘 알지 못했던 뒷이야기나 시대와 지역을 넘어 다양하게 얽힌 의외의 인연에 관한 에피소드 또한 이 책을 읽는 재미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마오쩌둥이 처음으로 만난 미국인이 아프리카계 미국인 최초로 하버드 박사학위를 받은 듀보이스라는 이야기, 마커스 가비의 강의를 들었던 호찌민이 흑인 학생운동가에게 이를 말했고 이 학생이 훗날 아프리카 혁명가 콰메 투레로 활동한 이야기, 독재자 무가베와 친밀했던 김일성이 1980년 짐바브웨에 106명의 북한 장교를 파견해 학살을 주도한 이야기, 일본을 본받자고 한 가비의 해운회사 ‘블랙스타’를 팀명으로 지은 야신 베이의 랩이 한국 래퍼 가리온에 의해 2017년 대통령 탄핵 후 축가로 불린 이야기, 세네갈 출신 엠시 솔라가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김성만 등을 위해 “Pour Kim Song-Man”(김성만을 위하여)을 발표한 이야기 등은 역사 속에서 우리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과거의 인물이 남긴 흔적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실감케 한다.

그리고 1989년 ‘센트럴파크 5인조’ 사건, 1991년 한국계 미국인에게 살해된 라타샤 할린스 사건, 1992년 로드니 킹 사망과 이른바 ‘LA 폭동’, 2011년 리비아 시위, 팔레스타인을 지지한 탈립 콸리 등의 뮤지션이 2019년 독일 공연을 취소당한 일화,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등 우리가 기억하는 비교적 최근까지의 사건들에서 사회 문제에 발언해온 래퍼들이 어떤 태도로 이를 비판했는지도 다뤘다.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처럼 현재에도 끊이지 않는 인종차별 반대 운동으로 많은 사람이 이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지만, 차별의 역사와 그 행태가 얼마나 뿌리 깊고 잔혹한지, 동시대의 시민들에게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해 더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는 흑인 혁명가들이 급진적으로 활동한 이유와 힙합 뮤지션들이 계속해서 이를 이야기하는 이유를 설명해줄 것이다.

목차

서문

W.E.B. 듀보이스(1868~1963): 나스가 하버드대학에서 상을 받은 이유
마커스 가비(1887~1940): 우리는 고향으로 가는 블랙스타라인을 타네
폴 로브슨(1898~1976): 잊힌 세계적 흑인 가수와 퍼블릭 에너미의 연결고리
랭스턴 휴스(1901~1967): 지연된 꿈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미국의 아들 비거 토머스: 네가 날 살인자로 만들었지, 진짜 검둥이의 해방이다
에티오피아와 하일레 셀라시에(1892~1975): 에티오피아는 곧 하느님께 손을 뻗을 것이다
로레인 한스베리(1930~1965): 젊고 재능있는 흑인이 되는 것
해리 벨라폰테(1927~): 예술가는 진실을 지키는 문지기다
파트리스 루뭄바(1925~1961): 그저 진실을 위해 싸우려 했고 동포들에게 죽임당한 사람
이슬람민족: 미국 흑인 무슬림 래퍼들의 복잡한 사정
맬컴 엑스(1925~1965)와 마틴 루서 킹 (1929~1968): 혁명가 마틴과 평화의 사도 맬컴을 기념한 래퍼들
콰메 투레(1941~1998): 턴테이블 위에서 내 혼은 멀리 날아가 콰메 투레 안으로 들어간다네
프레드 햄프턴(1948~1969): 넌 블랙팬서를 사랑하지만, 프레드 햄프턴을 사랑하진 않지
휴이 뉴턴(1942~1989): 힙합이 가장 사랑한 혁명가
앤절라 데이비스(1944~): 아이스 큐브가 흑인 여성 혁명가에게 배운 것
스티브 비코(1946~1977):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는 힙합으로 무엇을 하려 했을까?
난 너의 병사가 되지 않을 거야: 전쟁과 군대에 저항한 미국의 흑인들
동아시아의 블랙팬서: 난 마오, 맬컴, 마우마우를 공부하지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라: 우리는 쇠사슬 말고는 잃을 것이 없다
주먹을 들고 무릎 꿇은 선수들: 백인 사회가 원하는 흑인이 되기를 거부하다
로버트 무가베(1924~2019): 곧 우리는 누가 진짜 혁명가들인지 알게 되겠지
무아마르 카다피(1942~2011): 레이건과 오바마는 왜 똑같이 카다피의 뒤를 쫓았을까?
BLM에서 BDS로: 탈립 콸리가 독일에서 공연을 취소당한 이유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 센트럴파크 5인조에서 무죄 5인조로
라타샤 할린스의 죽음과 투팍: 그들은 우리가 서로를 미워하도록 하지

후기
참고문헌

본문중에서

루페 피아스코는 2012년 힙합계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비판하는 곡인 “Bitch Bad”(비치란 말은 나빠)를 발표해 많은 논쟁을 일으켰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는 돈과 총을 자랑하는 흑인 남성과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흑인 여성을 극장에서 보며 즐거워하는 흑인 어린이들이 묘사된다. 무대 뒤에서 흑인 배우들은 스스로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백인 사업가는 즐겁게 돈을 센다. 이는 백인이 얼굴을 검게 칠한 ‘블랙페이스’를 하고 우스꽝스럽게 흑인 연기를 한 19세기 미국 공연 민스트럴 쇼에 빗대어 오늘날의 힙합 음악을 비판한 것이다. 즉 과거에는 백인이 흑인을 조롱하며 돈을 벌었다면, 오늘날에는 흑인이 스스로 부정적으로 굳어진 흑인 이미지를 생산하며, 흑인 아이들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이미지를 오히려 선망할 만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게 피아스코의 문제의식이었다. 64

갱스터 랩의 시대를 연 그룹으로, 자칭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그룹” N.W.A는 “Express Yourself”(너 자신을 표현해)의 뮤직비디오에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유명한 어구인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가 적힌 종이를 찢어버리며 등장한다. 경찰을 쏴 죽이겠다는 내용인 “Fuck tha Police”에서 이들은 어떤 머뭇거림이나 죄책감도 드러내지 않는다. ‘성깔 있는 흑인들Niggaz Wit Attitudes’이라는 팀명에 걸맞은 태도였다. “A young nigga on the warpath 난 싸울 준비가 된 젊은 흑인/And when I’m finished, it’s gonna be a bloodbath 내가 끝장냈을 때 피바다를 보게 될 거야/Of cops dying in LA LA에서 죽어가는 경찰놈들이 흘린 것/Yo, Dre, I got something to say 드레, 난 할 말이 있어/Fuck the police 경찰 X까 - N.W.A, “Fuck tha Police”, 1988. 이 곡을 듣고 경악한 FBI는 음반사에 공식적으로 항의했고, 각 지역 경찰들은 N.W.A의 공연을 취소시키거나 공연장의 질서유지 업무를 거부했다. 디트로이트 공연에서 N.W.A는 이 곡을 부르지 말라는 경찰의 경고를 무시했고, 멤버들이 랩을 시작하자 경찰들이 무대로 난입해 공연을 중단시켰다. 94-95

1970년에는 시몬이 한스베리에게 헌정한 곡 “Young, Gifted and Black”이 발표됐고, 곧 시민권 운동을 대표하는 노래가 되었다. 힙합에서도 랩소디뿐 아니라 라 디가, 루페 피아스코, 갱스타, 미시엘리엇, 커먼 등 수많은 음악인이 이 곡을 샘플링하거나 가사를 인용했다. 시몬 밴드의 일원으로 이 곡의 가사를 쓴 웰던 어바인은 큐팁이나 야신 베이 같은 힙합 음악인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었고, 야신 베이의 그룹 블랙스타 등 몇몇 힙합 앨범에도 연주자로 참여했다. 오늘날까지 명곡으로 기억되는 이 곡의 제목은 원래 한스베리가 흑인 작가들을 격려한 말에서 나왔다. “젊고 재능있는 사람이 되는 건 흥분되고 환호할 일이겠지요. 하지만 젊고 재능있는 흑인이 된다는 건 그보다 두 배는 역동적인 일입니다.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 일을 보세요.” 132-133

루뭄바의 처형 소식은 몇 주 지나 미국에도 알려졌고, 1961년 2월 뉴욕 할렘의 흑인들은 루뭄바의 죽음에 항의하며 유엔 회의장에 난입해 미국 대사의 총회 연설을 방해했다. 데이비드 배너는 사록의 곡 “The Who”(누구)에 참여해 여러 나라의 정보기관이 루뭄바를 제거하기 위해 꾸민 음모와 루뭄바의 마지막 순간을 자세히 묘사했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교사로 등장해 범아프리카주의자이자 민중의 편에 선 루뭄바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 자신들의 음악활동을 세계적 투쟁의 일환으로 여기는 급진적인 래퍼들이 루뭄바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의 많은 래퍼가 경찰이나 갱단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람들을 기리듯, 이들은 억압받는 사람들의 해방을 주장하다 쓰러진 인물들을 소환했다. 164-165

교도소에서 이슬람민족 신자들은 다른 흑인들에게 교단의 지식을 가르치는 데 열중했고, 마약 판매꾼이자 강도였던 맬컴 엑스와 같은 젊은 수감자들을 이전과는 다른 삶으로 이끌었다. 1952년 출소한 맬컴 엑스는 거침없는 웅변으로 미국의 위선을 공격하며 대중을 사로잡았고, 교단이 감당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게 된 결과 축출된 후 살해당했다. 복싱 챔피언에 오른 뒤 이슬람민족의 일원임을 당당히 선언한 무하마드 알리가 1966년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며 징병을 거부하고 재판을 받은 사건은 미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많은 미국 힙합 음악인들이 무슬림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다소 복잡하다. 이들이 영향을 받은 이슬람의 교파가 서로 다르고, 신실한 무슬림도 있지만 무슬림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으며, 그저 음악에서 이슬람의 영향력을 드러내는 음악인들도 많기 때문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랩 실력을 갖춘 제이 일렉트로니카는 음악보다 종교활동을 더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는 신실한 이슬람민족 신자다. 177

힙합은 경찰을 적대시하고 총격으로 사망한 이들을 기리는 음악이다. 따라서 흑인 민중을 조직하고 교육했다는 이유로 경찰의 총에 사망한 햄프턴이 힙합 음악인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자연스럽다.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래퍼 중 한 사람인 제이지조차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주장한 햄프턴을 영웅으로 추앙한다. 그는 “Murder to Excellence”(살인에서 성공으로)에서 자신이 햄프턴이 사망한 날 태어났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민중에게 권력을’ 같은 블랙팬서당의 구호들을 자랑스레 인용했다. 230

아이스 큐브가 데이비스와의 대담 직후 발매한 앨범 〈Death Certificate〉에는 재미 한인에 대한 공격적 가사로 논란을 빚은 “Black Korea”가 실려 있다. 대담 이후 데이비스는 자신이 이 곡을 미리 들었더라면 문화를 넘나드는 협력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었을 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리고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된 큐브는 공연을 위해 2018년 내한해 그 곡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그 곡이 실패한 곡이며, “아시아인을 모욕하지 않는 다른 방식을 택할 수도 있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자신의 옛 작품들에 대해 “한때 감정이 앞서 잘못된 노래를 만들었다”며 한국인과 여성을 비하한 몇몇 곡을 수정하거나 무르고 싶다고 덧붙였다. 큐브는 조금은 데이비스에게 가까워진 것처럼 보인다. 270

경찰은 비코가 단식투쟁 끝에 사망했다고 밝혔고, 이후에는 스스로 벽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했다고 주장했으나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비코 이전에도 경찰 조사 중 수십 명의 흑인운동가가 사망했고, 그들의 사인이 자살, 자연사, 사고사, 불명 등으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비코의 사망으로 기소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은폐도 비코가 반아파르트헤이트 운동의 상징으로 부상하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비코의 장례식에는 약 2만 명이 운집했다.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장례식이 끝나고 2주 뒤 모든 흑인 의식운동 조직의 활동이 금지됐다. 퍼블릭 에너미, 브랜드 누비언, 사울 윌리엄스, 와이클레프 장처럼 흑인 의식에 관심이 많은 힙합 음악인들은 자신들의 가사에서 비코를 언급했다. 281-282

퍼블릭 에너미와 함께 정치적 힙합 발전에 크게 기여한 샌프란시스코 출신 래퍼 패리스는 1992년 “Bush Killa”(부시 킬러)를 발표했다. 이 곡에서 그는 베트남전쟁 시기의 반전 구호를 인용한 “이라크는 날 검둥이라 부른 적 없어”라는 가사로 걸프전쟁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2003년 이라크전쟁이 발발하자 “AWOL”(탈영)이라는 곡을 발표하고, 이번 전쟁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세대가 힙합 세대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 곡에서는 힙합 음악을 즐겨 듣는 가난한 흑인 청년이 더 많은 기회와 보상을 제공한다는 모병관의 말에 넘어가 입대를 결심하고, 군대에서의 생활과 전쟁을 거치면서 모두 거짓이었음을 깨닫는다. 300

흔히 ‘블랙파워 경례’로 알려진 이 행동은 자신들이 미국인이기보다 흑인이라고 선언하며 미국의 인종주의에 항의하는 의미였다. 이 장면은 전 세계에 방송됐다. 곧바로 두 사람은 선수촌에서 쫓겨났고 귀국 후 살해 위협에 시달렸으며 육상 선수로서의 생명도 끝났다. (...) 많은 래퍼가 자신들의 가사에서 스포츠 스타들의 이름을 즐겨 언급하는데, 위에서 거론된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복잡한 사연을 가진 잭 존슨이나 제시 오언스의 이름은 시대를 뛰어넘어 자연스럽게 랩 가사에 등장하고, 콜린 캐퍼닉의 사연은 켄드릭 라마와 에미넴을 포함해 그를 지지하는 수많은 래퍼의 가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353

이 작품에 힙합 음악이 사용된 것은 단지 그 시기에 유행하던 음악을 가져온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1989년은 힙합이 가장 왕성하게 발전하던 시기이자 갱스터 랩이 유행하면서 저속한 랩 가사에 대한 비판도 커지던 시기였다. 공교롭게도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 주인공들은 힙합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흑인과 히스패닉 청소년들이었고, 미국 사회가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당연히 힙합을 비난하는 시각과 동일한 감정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 감정은 바로 젊은 유색인 남성이 폭력적이며, 특히 백인 여성에게 성범죄를 저질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미국 사회에 뿌리 깊은 두려움이었다. 417

저자소개

박형주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고려대학교 사학과에서 공부하며 미국현대사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석사논문으로 「제2차 세계대전 시기 미국의 동원 정책에 대한 흑인의 반응: 1940년 징병법에 대한 저항을 중심으로」(2012)를 썼다. 월간 〈워커스〉에 “힙합과 급진주의”를 연재했고, 미국의 인종 문제에 관한 글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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