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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서 에베레스트까지 : 한 평범한 사람의 세계 7대륙 산악 최고봉 등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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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힘에 부치고 죽을 것 같은 순간일수록 나 자신이 되었다. 산을 오르면서 나는, 나를 구속하고 닦달했던 모든 것들이 나를 나이게 한 소중한 것들임을 깨달았다. 산은 나를 나 자신으로 꼿꼿이 서게 했다. 사고 때문에 온전치 못한 다리조차도 나를 바로 세우게 만들어 주었다. 산은 나 자신을 바로 보게 하고, 나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한다. 산은 나를 나 자신으로 살게 한다. 산은, 내가 바로 서면 그곳이 정상임을 일깨워 주었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서평

조기 은퇴 후 산에 오르기로 결심하다

1970년대 중반 한 일간 경제신문사의 특파원으로 미국에 첫발을 디뎠다가 1980년대 초반 기자직을 내려놓고 장사를 하는 사람으로서 미국에 정착했다. 많은 이민자가 그랬듯 생활은 고되고 힘들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직 일에 몰두하는 것밖에 없었다. 휴일도 없이 꼬박 21년을 살았다. 어느 날 어머니가 작심하신 듯 말씀하셨다. “덜 먹고 덜 쓰더라도 마음 편히 살아라.” 아침 일찍 일터로 나가 자정이 다 돼서야 집으로 돌아오고, 어떤 날은 새벽 2~3시까지 일하는 그의 모습을 매우 안타까워하신 것이다. 그 길로 그는 조기 은퇴를 결심했다.
그리고 여행을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산이 그의 삶 속으로 들어왔다. 요세미티의 암벽을 오르고 알프스 등반을 하면서 그의 산악인 본능이 깨어났다. 고등학교 시절 산악부 활동을 한 이후론 까맣게 잊었던 산이었다. 어느 순간 그의 마음 한 켠에 7대륙 최고봉 등정의 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느덧 나이는 60에 가까웠다. 산에 다니던 사람들도 위험한 등반을 슬슬 그만두는 시기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나이가 장애가 되지는 않았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7대륙 최고봉 등정을 시작했다.
이 산행기는 저자 이성인의 7대륙 최고봉 등정기이자 그 과정에서 마주한 성찰의 기록이다.

60대에 7대륙 최고봉에 오른 세계 300인에 이름을 올리다

‘여행 같은 산행’을 7대륙 최고봉 등정의 모토로 삼았다. 사실상 반쯤만 가능한 일이다. 에베레스트 같은 산을 여행 삼아 오를 수는 없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서 몇 순간은 지독히 괴로울 수밖에 없다. 즐거움만으로 채워지는 여행은 상상으로만 가능하다.
그는 프로 산악인이 아니다. 애당초 명예와 그에 따르는 금전적 보상 같은 트로피는 관심 밖이다. 아마추어리즘에 충실했다. 다시 말해서, 자기 능력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했다. 몸을 다지고 다졌다.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5,875미터)를 시작으로, 남미 아콩카과(6,962미터), 유럽 엘브루스(5,642미터), 아시아 에베레스트(8,848미터), 남극 빈슨(4,892미터), 북미 디날리(6,194미터), 오세아니아의 칼스텐츠(4,884미터)까지 3년이 걸렸다.
이 책 『남산에서 에베레스트까지』는 그 3년간의 기록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년 동안 그는 대지를 뜨겁게 안았고, 대양을 건너 차가운 빙하를 걸었으며 지구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에베레스트에서는 산소마스크의 고리가 떨어져 죽음 직전에 이르고, 남극에서는 뿌옇게 앞이 보이지 않아 고글을 벗었다가 눈동자가 얼어 시력을 잃기도 하였다. 그 결과 그는 60대에 세계 7대륙 최고봉을 오른 300인에 들었다.

평범한 사람의 산행, 평범하지 않은 산행기

‘한 평범한 사람의 7대륙 최고봉 등정기’라는 부제에서 보듯, 저자 이성인은 직업 산악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산행기는 평범하지 않다. 다양하고 풍부한 인문학적 시선은 그저 산에 오르는 고되고 힘든 여정을 기록한 평범한 산행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킬리만자로에서 그는 헤밍웨이를 소환하고, 헤밍웨이가 보았던 ‘신의 집’은 이제 사라졌음을 안타까워한다. 칼스텐츠에서 헐벗은 원주민을 보면서 그는 ‘문화의 상대성’에 대해 생각한다. 헐벗은 그들은 문명에 뒤떨어진 것이 아니라 그들의 환경에 가장 적합한 삶이었다는 것을 환기한다. 에베레스트에서는 상업 등반대에 대한 직업 산악인들의 이중적 태도를 꼬집기도 한다. 7대륙 최고봉을 등반한 지 수년이 지난 뒤 써 내려간 글이 현재성을 갖는 이유는 그의 이러한 풍부한 고찰과 사고 덕분이다.
그는 산행기를 마치며 고백한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힘든 길로 이끌었는지를. 산에서만이 오롯이 자신이었다고 한다. 3년간 7대륙 최고봉을 올라 세계 300인 안에 들었다는 영광보다 자기 자신을 찾는 여정이 더 소중한 것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산이란 무엇이고 산을 오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산을 오르면서 저자는 계속 골몰하고 지난 시간을 반추한다. 산길을 걷는 동안 저자는 대지와 굳건히 연결된 존재였다. 산은 높든 낮든, 그곳이 어디든, 저자가 서 있는 바로 그곳을 대지의 얼굴로 만들었다. 산에서 하늘과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저자는 말한다.
“나는 성취욕을 위해 산을 오르지 않았다. 그건 젊은 사람들의 몫이다. 나는 그런 걸 추구하기에는 이미 늦어 버린 나이에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명예는 보통 명성과 비례하므로 그것 또한 성취욕이 강할 때나 탐할 대상이다. 물론 7대륙 최고봉을 완등하고 나면 나는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나는 그 감정에 충실할 것이고 소중히 간직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내가 산을 오르는 의미의 일부일 뿐이다.“

본문중에서

나에게 ‘킬리만자로의 눈’은 어떤 의미일까? 은퇴 전, 일만 하고 살던 삶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다. 그 삶이 없었다면 나는 우후루 피크에 오르는 자유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어제보다 좀 나은 사람이 되는 것. 나에게 킬리만자로의 눈은 그것이다.(45쪽)

“만년설이 녹고 있어요. 이렇게 극심한 현장은 처음입니다.”
가이드 목소리가 떨린다. 만년설은 녹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불타고 있는 것 같다. 기후 위기의 생생한 현장이다. 대원들의 낯빛이 어둡게 변한다. 시선을 돌리거나 아예 눈을 감는 대원도 있다.(74쪽)

온난화에 맞서는 최후의 저항일까. 덩치가 큼직큼직한 빙탑군을 만난다. 싱싱해서, 강건해서 보기는 좋지만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크램폰을 신고 피켈을 꺼내 든다. 빙탑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지만 만만치 않다. 미로를 헤매듯 부딪치고 미끄러진다.(75쪽)

걷고 있을까, 기고 있을까. 거리감도 고도감도 느낄 수 없다. 무의식, 무감각 상태다. 풀린 다리가 폭삭 무너져 고꾸라진다. 비몽사몽 상태에서 숨을 고른다고 애쓰지만 마침내 정신을 잃고 만다.(87쪽)

캅카스산맥은 ‘신화의 땅’이다. 그 사연을 알게 되면 비로소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캅카스산맥을 친근하게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불’을 전해 주고 제우스의 노여움을 사서 바위에 묶인 채 독수리에게 간을 파 먹힌 형벌을 당한 산이 바로 캅카스다. 그런데 왜 제우스는 신들의 놀이터였던 올림포스산을 두고 멀리 캅카스에 프로메테우스를 묶었을까. 위험한 상대일수록 가까이 두고 감시하는 것이 현명했을 텐데. 이 의문에 대해서는 엘브루스를 오르면서 풀어 보도록 하자. (96쪽)

묵언 정진하는 수행자처럼 한 발짝 한 발짝 엘브루스의 정수리로 다가간다. 서서히 시야가 트이면서 태양이 고개를 내민다. 오렌지색과 노란색이 섞인 하늘빛이 캅카스의 하얀 능선을 물들인다. 계곡의 그림자도 옅어진다. 오늘의 천지가 창조되고 있다. 신화의 시대에도 이렇게 하루가 열렸을 것이다. (114쪽)

에베레스트를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만들어 놓은 사람들도 직업 산악인들이다. 그러한 바탕 위에 장비의 발달과 등반 기술의 진보, 디테일한 등반 정보가 더해져서 상업 등반대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진 것이다. 최고 수준의 셰르파들도 직업인으로서 언제든 고객을 맞을 준비가 돼 있다. 상업 등반 회사는 모든 상업적 여건이 갖춰진 밥상에 자신들 방식으로 숟가락을 얹은 것이다. (143쪽)

얼떨결에 정상에 섰다. 세계 최고봉에 섰다. 하늘이 땅을, 땅이 하늘을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내가 있다. 하늘과 땅과 내가 하나다.(196~197쪽)

어쩌면 그날 빈슨의 하얀 어둠은, 나에게 더 열린 눈으로 세상을 보라고 나의 세계 인식을 리셋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 집으로 간다. 세상을 360도로 보게 하는 곳.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 집!(252쪽)

신발은 신지 않는다. 만져 보니 나무껍질처럼 단단한 굳은살이 두툼하다. 이렇게 사는 이들에게 스트레스나 걱정거리가 있을 리 없다. 이들에게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 같은 시간 개념도 없을 것 같다. 이런 삶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을 문명화하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317쪽)

신발과 옷의 효용성에 대해 심각한 회의에 빠진다. 무용지물이 아니라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왜 원주민들이 코테카만 걸치고 맨발로 다니는지 이해가 된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최적화된 옷을 입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열대 지역 원주민들을 보고 벌거벗었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벗지 않았다. 입지 않았을 뿐이다. 벗었다는 건 우리 기준의 편견이다.(321~3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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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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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일간 경제신문의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고, 주미 특파원을 지냈다. 1980년대 초 한국 사회의 정치적 격변 상황에서 기자직을 내려놓고 장사를 하는 사람으로서 미국에 정착했다. 오로지 일만 한 덕분에 나름대로 성취한 바가 있었으나, 일이 점령군처럼 삶을 지배하게 둘 수 없어 일찍 은퇴했다. 다시 생겨난 삶의 여백에 산이 다가왔다. 이 산 저 산 오르다 보니 7대륙 최고봉 등정의 꿈이 생겼다. 그리고 이루었다. 지금도 열심히 산을 오른다. 80세에 한 번 더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것을 꿈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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