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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그의 변장 놀이

원제 : The Confidence-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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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그래, 이 불쌍한 친구. 내가 당신을 신뢰해주지.”

은유와 아이러니로 진실을 드러내는 멜빌식 변장 놀이
『모비딕』의 작가 허먼 멜빌의 마지막 장편소설.

『모비딕』의 작가 허먼 멜빌의 마지막 장편소설이자 당대 미국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한 작품인 『사기꾼-그의 변장 놀이』가 문학 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176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만우절인 4월 1일 미시시피강을 따라 운항하는 증기선 피델호에서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을 보여주는 이 소설은 세상의 축소판과 같은 여객선에서 '신뢰'를 주장하는 승객들이 등장하며 진행된다. 이 들은 소설의 제목처럼 '사기꾼'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명백하게 거짓을 말하는지 작가 멜빌은 명확히 밝히지 않으며, 이들이 이전에 등장한 사람과 동일인인지 각 등장인물의 정체는 무엇인지 역시 작품 속에서 확실히 드러나지 않는다. 이러한 모호함과 수많은 인용 · 은유적 기법을 사용하는 등장인물의 대화방식 등은 당대의 독자들에게는 낯선 시도로 여겨져 외면을 받기도 하였으나 동시에 남북전쟁 이전 미국의 정치 사회적 상황에 대한 돋보이는 풍자로 높이 평가받으며 멜빌 사후 새롭게 평가되었다. 현재에도 여전히 다양하게 해석되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이 시대를 앞서간 작품은 ‘신뢰’라는 주제를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한다.

출판사 서평

위대한 작가, 허먼 멜빌
19세기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허먼 멜빌은 뉴욕에서 태어나 유복한 어린시절을 보냈으나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1832년 아버지의 죽음으로 은행원, 점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였다. 1841년 포경선 어커시넷호에 승선하여 18개월간 선원으로 일하다 혹독한 선원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탈주한 뒤 타이피 계곡에서 원주민과 생활하였다. 1846년 이 경험을 바탕으로 쓴 『타이피Typee』와 이듬해 『오무-남양 모험기Omoo: A Narrative of Adventures in the South Seas』의 출간으로 작가로서 명성을 얻게 된다. 이처럼 선원 생활은 멜빌의 작가로서의 시작이며, 후에 멜빌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는 『모비딕』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경험이 된다. 1850년 작가 너새니얼 호손과의 만남은 멜빌의 작가로서의 삶에 또 하나의 중요한 계기로, 『타이피』와 『오무』 이후 대중적인 관심과 평가에서 멀어지게 된 멜빌을 호손은 늘 위로하며 그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였다. 멜빌은 이후 여러 편의 시와 소설 등을 출간하였으나 앞의 두 작품에서 받았던 호평과 찬사가 생전 그를 다시 찾아오지는 않았다.
멜빌의 작품이 새롭게 다시 읽히게 된 것은 멜빌 사후인 1920년대 이후 이른바 ‘멜빌 붐’과 함께이다. 1921년 멜빌의 전기가 출판되었으며 그의 소설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멜빌이 말년에 발표했었던 시집들 역시 조명을 받았다. 멜빌의 마지막 장편소설이자 1857년 발표된 『사기꾼-그의 변장 놀이』 역시 낯선 기법 등으로 당대에는 주목 받지 못하였으나 이러한 특징이 현대적 기법으로 재평가되어 새롭게 읽히게 되었다. 미국의 소설가 필립 로스는 2017년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멜빌의 이 작품을 ‘어둡게 비관적이고 대담하게 창의적인 소설’이라 평하기도 했다.

멜빌이 그리는 당대 미국사회
4월 1일 만우절, 미시시피강을 따라 운행하는 증기선 피델호에는 미지의 사기꾼을 잡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각지에서 모인 승객들은 공고문 주변으로 몰려들고 그 사이로 등장하는 낯선 인물과 함께 소설은 시작한다. 이후 순차적으로 등장한 인물들은 인간 사이의 ‘신뢰’를 강조하며 기부를 받고 약을 팔고 주식을 판매하는데, 이들의 대화에는 노예제, 세계박람회, 전쟁 등의 사회문제와 주요 사건들이 언급된다. 소설은 신뢰를 입증하려는 자와 설득당하게 되는 자의 대화로 보이지만 대화의 배경에는 당대 사회문제가 있으며 멜빌은 이처럼 우회적으로 미국 사회를 그리고 있다. 소설의 배경인 피델호의 출발지점인 미시시피주가 노예제를 채택한 주와 채택하지 않은 주의 경계라는 점도 멜빌이 소설을 통해 시대와 사회를 그려내고자 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의 시작 부분에 등장하는 흑인 기니 역시 작품이 출간된 당시 큰 사회문제였던 노예제를 둘러싼 논쟁들을 환기시킨다.
그러나 멜빌이 소설에서 사회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노예제와 노예제를 찬성하는 이들을 비판하는 방식은 아니다. 배에 등장한 기니를 보고 어떤 승객은 그에게 호의적이나 어떤 이들은 그의 정체를 의심하는 것처럼 멜빌은 당대 미국 사회를 보여주되, 하나의 문제가 갖는 여러 측면을 함께 보여준다.

삶과 언어의 모호함
이처럼 멜빌의 소설은 등장인물을 비롯 여러 문제를 다룰 때 어느 한쪽만을 옹호하고 다른 쪽을 비판하거나 풍자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그보다는 어떤 문제든 다음 순간 반대로 뒤집힐 수 있음을 오가는 대화를 통해 보여준다. 소설은 마지막까지 누구의 정체도 확실히 보여주지 않으며 등장인물들의 관계 역시 알려주지 않는다. 이를 통해 삶에서 확실한 것은 없으며 오히려 모호함과 불확실함이 삶을 정확하게 보여준다는 점이 드러난다. 나아가, 이러한 모호함은 ‘삶’ 뿐만이 아니라 ‘언어’에도 존재함을 함께 보여준다. 소설의 원제인 ‘The Confidence-Man: His Masquerade’에서 ‘confidence-man’은 사기꾼을 뜻하지만 ‘confidence’라는 단어 자체는 신뢰를 뜻한다. 언어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고, 일종의 모호함을 가진다는 것을 멜빌은 소설 곳곳에서 보여준다. 신뢰를 뜻하는 trust가 상황에 따라서는 외상을 뜻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사기꾼-그의 변장 놀이』는 당대 사회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인간이 가지는 모순과 다면성을 함께 보여주며 이를 인용과 은유가 난무하는 대화로 풀어낸다. 멜빌은 삶의 모호함을 새로운 스타일로 함께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책이 출간된 지 100년이 훨씬 넘은 지금에도 여전히 현대적이며 새로운 방식으로 다가온다. 시·소설을 넘나들며 인간과 세계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었던 멜빌은 문학의 여러 가능성을 작품을 통해 미리 보여주었던 작가로 여전히 생생한 감동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목차

1장 미시시피강에서 벙어리가 배에 오르다
2장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3장 그곳에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타나다
4장 옛날에 알고 지내던 사람과의 재회
5장 상장을 단 남자는 그기 대단한 현자인지, 아니면 대단한 바보인지를 문제 삼다
6장 어떤 승객들이 자선 요청에 귀를 막는 장면으로 시작하며
7장 금 소매 단추를 단 신사
8장 자비로운 숙녀
9장 두 사업가가 작은 거래를 하다
10장 선실에서
11장 단지 한두 페이지만
12장 불운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 이 이야기에서 그가 그런 명칭에 걸맞는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한 견해가 모일 것이다
13장 여행용 모자를 쓴 남자가 인간애를 피력하며 자신이 논리적이기 그지없는 낙천주의자 중 한 명이라는 것을 보여주다
14장 고려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 증명된 사람을 고려해야 할 가치
15장 늙은 구두쇠가 적절한 투자 제안을 받고 겁 없이 투자하다
16장 아픈 사람이 참을성 없이 굴다가 참을성 있는 환자가 되다
17장 끝 무럽에 민간요법사는 상처 준 자를 용서하는 사람임을 스스로 증명하다
18장 민간요법사의 본성을 알아내기 위한 조사
19장 운 좋은 병사(혹은 운명의 장난을 당한 자)
20장 누군지 알 것 같은 사람의 재등장
21장 고치기 힘든 사례
22장 『투스쿨룸 논쟁』이 보여준 예의 바른 정신을 따라
23장 미주리 사람에게 자연 경관의 강력한 효과가 나타나다. 즉 케이로 외곽을 쳐다보던 그가 제정신을 차리다
24장 어떤 박애주의자가 염세주의자를 개심하려 하나 논박으로 이기지 못하다
25장 코즈모폴리턴이 친구를 사귀다
26장 야만인에게 호의적이었던 루소보다 그들에게 덜 호의적인 게 분명했던 사람들의 견해를 따라 인디언 혐오의 형이상학적 원리를 위해함
27장 착한 혐오자를 좋아한다고 했던 저명한 영국 도덕군자에게 존경받을 만하기 했으나, 도덕성은 미심쩍었던 사람에 대한 약간의 이야기
28장 고故 존 모어독 대령을 거드리는 논쟁거리
29장 마음 맞는 친구
30장 프레스(언론, 술)에 바치는 찬사의 시를 읊는 것으로 시작하여 그 시에서 영감을 받은 대화로 이어지다.
31장 오비디우스에 나오는 어떤 변신보다 더 놀라운 변신
32장 마술과 마술사의 시대가 아직 지나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며
33장 가치가 있다고 판명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괜찮아할 것이다.
34장 여기서 코즈모폴리턴이 미친 신사 이야기를 하다
35장 그때 코즈모폴리턴이 놀랍게도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피력하다
36장 여기서 어떤 신비주의자가 코즈모폴리턴에게 말을 걸다. 그러자 이런 일이 흔히 그렇듯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다
37장 신비주의자 선생이 현실감각 있는 제자를 소개하다
38장 제자가 긴장을 풀고 친구 역을 맡기로 동의하다
39장 가상의 친구들
40장 여기서 차이나 에스터의 이야기가 어떤 사람에 의해 간접적으로 전해지다. 그 사람은 그 이야기의 도덕적 측면이 못마땅하진 않지만 문풍文風은 자기 것이 아니라고 한다
41장 가설에 대한 의견이 끝내 결렬됨
42장 방금 그 장면 직후 코즈모폴리턴이 이발소에 가서 축복의 말을 하다
43장 아주 매력적인
44장 앞 장의 '참으로 독창적인 사람'이라는 세 단어가 담화의 주제가 되다. 그리고 이 말을 놓치지 않고 들은 독자는 분명히 이 말에 어느 정도 주목할 것이다.
45장 코즈모폴리턴이 점점 더 진지해지다

옮긴이 해설ㆍ시대를 초월한 문제적 소 설, 허먼 멜빌의 『사기꾼』
작가 연보
기획의 말

본문중에서

p132
그런데 사실상, 일관성 있는 사람을 실제 삶에서 만나기는 정말 어렵지 않은가? 사실이 그러한데 독자들이 정작 본인도 진실하지 않으면서 책에 등장하는 모순적 인간이 진실하지 않다고 혐오스러워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 혐오감은 그런 등장인물을 이해하려다가 생긴 당황스러움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똑똑한 현인이라도 생생한 등장인물을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이 종종 있는 법인데, 현인도 아닌 사람이 벽에 일렁이는 그림자처럼 한 페이지를 휙 하고 지나가는 유령같은 등장인물의 성격을 따라잡아 읽어낼 수 있을까?

p158
제 약병의 포장지를 뜯어서 불빛에 비춰보시면, 워터마크 잉크로 ‘신뢰’라는 단어가 대문자로 쓰여 있을 겁니다. 진짜임을 알려주는 인증이지요. 세상에도 그런 인증이 있었으면 좋겠군요.

p363
“독사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었을 때 그 독사와 성격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던가요? 독사가 되는 게 어떤 건지 알고 싶다는 생각은요? 아무도 모르게 풀밭을 날렵하게 기어가겠다는 생각도? 만지기만 해도 독아毒牙로 물어 죽이겠다는 것도? 아름다운 당신 몸이 무지갯빛 죽음의 칼집이라는 생각은? 한마디로 지식과 양심에서 이탈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거나, 온전히 본능적이고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생명체의 몸 안에서 하고 싶은 걸 잠시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던가요?”

저자소개

허먼 멜빌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8190801

1819년, 미국 뉴욕에서 부유한 무역상 집안의 8형제 중 셋째로 태어나 부족함 없는 유년 시절을 보내지만 13세 때 아버지가 거의 파산상태에 이른 후 죽자 농장 일꾼, 가게 점원, 학교 교사 등을 전전하며 가족의 생계를 돕는다. 20세에 상선의 선원이 되어 영국의 리버풀까지 항해했고, 22세에 다시 포경선의 선원으로 남태평양에 나갔으며, 1844년에 군함의 수병이 되어 귀국하였다. 이때의 경험을 살려 쓴 작품으로, 포경선에서 탈주하여 남태평양의 마르키즈제도의 식인종 마을에 살았던 기구한 경험을 그린 '타이피'(1846), 남태평양의 평안한 방랑생활을 엮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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