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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가둔 병 : 정신 질환은 언제나 예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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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병원에 있어야 할 사람이 저렇게 돌아다녀도 돼?"

조현병 환자는 잠재적 범죄자일까?
정신 질환자는 사회 속에 섞여 살아갈 수 없는 걸까?

“살인사건 용의자,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숨진 A씨, 우울증을 이유로 수면제를 처방 받은 적 있어”... 어떤 사건을 설명하는 데 있어 정신 질환은 손쉬운 답이 된다. 우리 사회에서 정신 질환자는 환자도, 장애인도 아니다. '병원에 있어야' 하는데 '돌아다녀'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일 뿐이다. 사회가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을 쌓아가는 동안, 정신 질환자는 본인의 질환을 숨긴다. 때로는 외면한다. 그러다 악화되면 병원에 감금된다. 보이지 않는 것은 믿기 어렵다. 믿기 어려운 것은 가리기 쉽다. 골치 아픈 것을 가리는 것은 간편하고 쉬운 선택이다. 사회는 지금까지 정신 질환을 간편하게 가리고, 또 가뒀다. 과거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신 질환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때다. 사회가 가둔 병, 정신 질환을 보이는 곳으로 끌어내야 할 때다.

출판사 서평

외상은 눈에 보인다. 진물이 나는 상처 부위를 보고 피를 닦을 수 있다. 점차 환부에 딱지가 앉는 것을 보며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병이 있다. 보이는 건 돌발적으로 튀어나오는 증상뿐이다. 갑작스레 소리를 지를 수도, 환청을 들을 수도 있다. 몇몇은 보이지 않는 병을 보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고 ‘개운하다’는 감각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외상 역시 보이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세상은 그들의 상처를 꼬리표로 덮었고, 비좁고 외진 곳에 가뒀다. 정신 질환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언제나 예외였다.

보이지 않는다는 서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정신 질환은 사회에 뿌리 내렸다. 환자는 자신의 병을 숨기기 시작했고, 사회는 정신 질환을 점차 잊었다. 잊힌 정신 질환은 파편적인 단어 안에 갇히기 시작했다. 강력 범죄, 살인, 망상, 약, 입원 등이다. 개별 단어들이 정신 질환으로 귀결되자 사회는 이들을 격리해야 한다는 명제를 말하기 시작했다. 적대적인 세상을 마주하며 환자는 자신의 병을 부인하거나 숨겼다. 악순환의 시작이다. 약물은 분명 정신 질환으로 인한 증상을 완화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병이 만든 삶의 빈자리에는 약과 병원만이 들어섰다. 약을 먹지 않으면 움직이기도 어려워하는 이들은 자신이 약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약이 빠져나가면 삶이 텅 비어버린다. 그렇게 정신 질환을 앓는 이들은 다시 병원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빠른 속도의 회전문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채 회전문 사이를 빙빙 도는 것처럼 말이다. 누구도 그 회전문의 속도를 낮추거나 좁은 틈새 안에 갇힌 사람을 바라보지 않았다.

“어느 순간 X는 문밖을 나서기 어려웠고, 긴 시간 휴학할 수밖에 없었다. 과제를 하는 것은 둘째 치고 출석조차 쉽지 않았다. X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침대에서 보냈다. 끼니를 챙겨 먹거나 주변을 치우거나 Y와 연락을 하지도 않았다. X 주변에서는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몇 년 전 대학 입시를 위해 다닌 학원의 선생 Z의 목소리였다. X는 존재하지 않는 소리를 듣는 자기 자신이 싫었다. X는 정신 병원을 찾았고, 입원 치료를 받았다. 폐쇄 병동에 입원하기 위해서 그간 모아두었던 돈을 다 쓸 수밖에 없었다. 잔고가 바닥날 무렵, X는 어쩌면 다시 학교를 다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친구 Y는 X가 전한 복학 소식을 듣고 좋아했다. 한 학기가 채 끝나기 전이었다. Y는 다시 X를 볼 수 없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Y는 생각했다. X가 다시 입원한 걸까? X가 다시 침대에 갇혀 버린 걸까? X는 환청을 좇아 지금 이곳에서 멀어진 걸까? 학교는 놀랍도록 조용했다.”

짧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X지만, 보이지 않는 Z는 한 명이 아니다. 사회 전체, 구조 전반, 치밀한 역학까지, 모든 것이 Z가 될 수 있다. X의 고통과 Y의 좌절감을 호르몬의 이상 반응과 약물의 부재로 단순화할 수 있을까? 하나의 질병을 개인의 잘못과 불운으로 돌리거나 나약한 의지 탓으로 돌리는 것은 간편하다. 그런 구조는 다루기 쉽다 못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나의 의지만 강하다면, 내가 잘못하지만 않는다면 나는 X도, Y도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안도감은 환상이다. 환상은 생각보다 더 두껍고 견고해서 빠르게 돌아가는 회전문 앞에 암막 천 정도는 가볍게 칠 수 있다.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기에 원인을 해결한다는 논리의 의료 모델은 근대의 산물이다. 완벽한 인과 관계는 있을 수 없다.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태풍의 원인을 나비의 날갯짓으로 돌리는 건 이상하다. 소설 속, 영화 속의 우연하고도 완벽한 마주침이 비현실적인 것도 마찬가지다. 현실을 완벽한 인과 구조와 논리 관계로 바라보면 많은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치료’가 가능하다고들 말하는 약이 존재하는 지금도 조현병 환자의 75퍼센트는 완전한 회복을 이루지 못한다. 그 연쇄 안에 무언가 놓친 것이 있다는 증거다.

비현실이 완벽한 인과율로 작동한다면 현실이 내세울 수 있는 건 새로운 구조를 상상하는 능력이다. 가능한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현실에 침입하면 어찌 됐든 둥지를 튼다. 프랑코 바자리아의 정신 병원 폐쇄 계획은 ‘이탈리아의 미친 법Italy’s mad law’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 12월 31일, 이탈리아의 모든 공공 정신 병원이 폐쇄됐다. 바자리아법이 시행된 지 20여 년이 흐른 이후다. 바자리아는 병원 밖에서 정신 질환자들이 더 나은 삶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상상이 현실이 되자 정신 질환은 ‘보이는 병’이 되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수많은 질문과 우려에 부딪히며 경로를 바꿔야 할 때도 있다. 누군가는 정신 질환자를 위해 그 많은 자본을 어떻게 쏟을 수 있겠냐며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언젠가 X였고, Y였고, Z였다. 장벽을 인식하고 그 뒤를 상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장벽 뒤에 누가 살아 숨 쉬는지 볼 수 없다. 혹은 내 앞에 이미 놓여있을 수 있는 장벽도 볼 수 없다. 누군가에게 세상은 무한하지만, X에게 세상은 병원으로 향하는 길과 비좁은 병동 하나다.

《사회가 가둔 병》은 우리 사회가 어떻게 정신 질환을 다뤄왔고, 무엇이 정신 질환을 가뒀는지 말한다. 행정적으로 부과되는 실질적인 차별부터 몇 가지 단어들이 모여 만드는 꼬리표까지, 정신 질환자의 삶은 삶의 것이 아닌 것들로 가득하다. 사회는 더 나은 방향을 상상하고, 만들어 낼 책무가 있다. 다시 질문할 때가 왔다. 정신 질환자들의 삶은 어디 있는지, 왜 이들은 평생을 비좁은 병동 안에 갇혀 살아야 하는지, 이들이 노동을 하거나 유의미한 삶의 궤적을 만들어 갈 수는 없는 건지. 아무도 질문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답은 나올 수 없다.

목차

프롤로그 ; 치료가 앗아간 것들

1 _ 네 명 중 한 명은 정신 질환자
정신 질환은 특별하게 다가가지 않는다.
Fail이 된 F코드
명문화된 ‘정신 질환자’ 꼬리표

2 _ 정신 의학의 희망과 절망
증상이 진단이 되는 현실
정신 약물의 탄생
정신 의학의 그림자
정신 의학, 절대적 권력
그들은 어쩌다 생존자가 되었나?

3 _ 정신 질환 혐오의 역학
그들은 어쩌다 잠재적 범죄자가 되었나?
광장으로 나선 ‘미친 자’들
치료를 넘어 회복으로
연결에서 시작되는 회복의 여정

4 _ 개인을 넘어서
복지 사각지대
약이 아닌 집을 달라
세상을 바꾸는 것으로

5 _ 함께 서는 자립
외로운 생존이 아닌
집에서 살 권리
일할 수 있는 권리
정신 질환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아무도 질문하지 않는 것들

본문중에서

“이는 기본적으로 정신 질환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중적 인지도가 낮음을 보여준다. 정신 질환을 제대로 이해할 기회가 없기에 정신적 어려움을 정신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정신 질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거나, 어떻게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정신적 어려움을 독특한 성격이나 특수한 상황 정도로 인식하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며 막연히 기다리게 된다.” 19p.

“정신 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은 치료의 접근성도 떨어뜨린다. 정신 질환은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경우 예후가 좋다. 하지만 실제로 우울증 환자의 3분의 1이 치료를 받으러 오지 않고, 그 중 20퍼센트가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24p.

정신과의 진단은 환자와 가족이 제공하는 정보와 의사의 임상적 관찰과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다. 즉, 생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생물학적 근거가 없다고 과학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환자나 가족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의사의 임상적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좌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33p.

“정신과 진단과 약물 치료가 가진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만드는 권력은 강력하다. 정신과 의사는 환자의 정신에 대한 절대적 권위를 가지게 된다. 진단은 치료적 개입의 근거가 될 뿐 아니라, 장애 등록의 필수 요건이기도 하다. (...) 정신과 의사 가 내리는 조현병이나 양극성 기분 장애라는 진단은 일종의 사회적 선언이 되어 환자의 삶을 규정한다. 잠재적 정신 질환자에서 공식적 정신 질환자로 신분이 전환되는 것이다.” 43p.

“정신 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이들이 사회 속에 존재할 수 있는 자리를 빼앗는다. 정신 질환자의 범죄율은 전체 인구 범죄율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와 정신 질환자의 폭력 행동은 증상보다 인격의 영향이 훨씬 더 크다는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언론과 대중은 조현병과 범죄를 연결 짓고 정신 질환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데 인색하다.” 53p.

“스코틀랜드의 정신과 의사였던 로널드 데이비드 랭R. D. Laing은 1960년 출간한 책 《분열된 자기》에서 정신과적 도움을 구하는 사람들을 단순히 정상에서 벗어난 비정상이나 환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신과 세계 사이의 관계에서 불화와 분열을 경험한 사람으로 이해하자고 제안했다.” 56-57p.

“일본의 정신과 의사 나쓰카리 이쿠코는 (...) 저서 《사람은 사람으로 사람이 된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정신과 의사로서 말할 수 있는 사실이 있다. 그 정답은 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사람이 경험한 기억과 감정까지 완전히 없었던 것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약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사람에게 받은 슬픔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긴 미움과 허무함도, 결국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회복되었다. 사람은 사람으로 사람이 된다.”” 67p.

“정신 질환에 대한 접근이 사회 서비스와의 연계 없이 의료 체계 내에서만 이뤄진다면 결코 정신 질환자의 배제 문제와 인권 침해를 해결할 수 없다. 개인을 바꾸는 것에서 세상을 바꾸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신 질환자는 예비 범죄자도,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하는 대상도 아니다. 각종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넘어 정당한 복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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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정신건강사회복지혁신연대 [저]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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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사회복지혁신연대는 정신 건강을 위한 사회 복지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의 건강, 회복,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2019년 결성된 자발적 조직이다. 정신 건강 사회 복지에 관한 이슈를 제기하고, 주체적 성찰과 대안으로 연대하여 혁신을 만들고자 한다. 정신 건강 서비스와 복지를 성찰하고 혁신하기 위한 정기 대담회를 개최해왔으며, 2022년 대선 정신장애연대 참여,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 연대 참여, 정신 장애인 복지권 연구 등에 힘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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