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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버린 배 : 지구 끝의 남극 탐험

원제 : Madhouse at the End of the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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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897년 초기 극지 탐험에 관한 실화 기반 서바이벌 스토리
남극 모험은 어떻게 호러물 그 자체가 되었는가
치밀한 조사와 심리 묘사로 고전의 반열에 오를 극지 스릴러

남극 과학 탐사를 거의 완벽하게 복원하다 『미쳐버린 배』 이 책은 거의 최초의 남극 과학 탐사에 관한 논픽션이다. 이야기의 서두는 특이하게도 미국 캔자스주에 위치한 레번워스 교도소에서 시작돼 극강의 스릴러 같은 기운을 내뿜는다. 수감 번호 23118. 한때 천재 탐사가라 불렸지만, 이젠 늙고 지칠 대로 지친 프레더릭 쿡이다. 이 수감자는 교도소 안에서 하루 16시간의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이지만, 대단한 사기꾼으로서 친구 가족 모두와 연을 끊은 채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1926년 이 감옥에 노르웨이의 위대한 탐험가 로알 아문센이 면회를 온다. 레번워스 교도소는 당시 마약 중독자들이 밤새 몸부림치며 울부짖었기에 ‘매드 하우스Mad house’라 불리고 있었다. 물론 이 책은 마약 중독자에 대해선 한 줄도 할애하지 않고, 과학적 마인드와 모험정신으로 가득 찬 이들이 남극으로 떠났다가 어떻게 ‘미쳐버린 배’(벨지카호)에 갇히는지를 추적한다. 어쨌든 1920년대의 매드 하우스는 1897년의 광기 어린 배를 떠올리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미쳐버린 배』의 저자 줄리언 생크턴은 예순 살 된 의사 쿡이 젊었을 때는 북극과 남극을 모두 정복한 저명한 탐험가였다는, 현재로선 믿기 힘든 희미한 기억을 끄집어낸다. 1897년 탐험을 함께 떠났던 아문센은 감옥에서 오랜 동료와 재회하고는 손을 맞잡은 채 놓지 못한다. 그리고 그다음 책장은 남극 여정의 세밀한 지도 몇 컷으로 이어지면서 탐험대가 출발했던 몇십 년 전의 시점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이 책은 125년이나 지난 남극의 과학 탐사를 조명하는데 그 이유가 뭘까. 1897~1898년의 벨지카호의 탐사자들이 과학계에 미친 영향은 지대할 뿐 아니라, 남극 탐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19세기의 탐험가들은 오늘날 우주를 탐사하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도 가장 직접적인 영감과 교훈을 주고 있다. 저자는 탐사대원이었던 쿡의 관찰, 경고, 임시방편 조치, 권장 사항들이 현재 나사의 운영 절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당시 남극을 다녀온 선원 중 10명은 일기와 일지를 남겨 귀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기록들은 서로 어긋나기도 하고, 진위 여부를 따져야 하는 것도 있으며, 간극을 메워야 할 것이 많다. 그리하여 저자 생크턴은 5년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부터 안트베르펜을 지나 남극까지 벨지카호를 탄 사람들에게 집착하며 그들을 파헤치는 데 몰두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이 책은 “A급 고전” “논픽션계의 드문 보물”이라 평가받으며, 극지 탐험에 관한 서바이벌 스토리, 생생한 호러, 불멸의 고전으로 입에 오르내린다. 내용은 매초 지구의 가장 밑바닥에서 대담하고도 무섭게 전개되는 여정을 따라간다. 상상을 초월할 만큼 다양하고 결연한 무리가 이 모험을 이끈다. 그러다가 탐험 후반부에 가서는 온통 어둠만 존재하거나 반대로 온통 하얀빛에 둘러싸이는데, 이로써 두려움과 공포는 극에 달해 탐험가들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그들이 마침내 살아남았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저자는 얼기설기한 원재료를 가지고 빈틈없는 내러티브를 짜 남극 탐사에 관한 거의 완벽한 이야기를 복원해냈다.

출판사 서평

영웅과 사기꾼, 광인을 만들어낸 1897년의 극지 여행

1897년 벨지카호의 남극 원정에는 19명의 선원이 함께했고, 그 배를 이끈 인물은 서른한 살의 사령관 아드리앵 드 제를라슈였다. 어려서부터 선박 모형을 갖고 놀며 오로지 바다 위에서의 삶을 꿈꾸었던 제를라슈는 유서 깊은 벨기에 귀족 가문 출신이었지만,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군에 입대했고, 이후 네덜란드 원양 선박 등에서 일했으며, 마침내 마음속으로 품었던 원정대를 직접 꾸리기로 결심했다. 선진국들이 식민지 탐색전을 벌이며 바다로 나서던 시절에 “나라고 왜 못 해?” “벨기에라고 왜 못 해?”라는 반문을 품으면서.
제를라슈는 과학적 임무를 탐험의 첫째 목표로 삼았지만, 세계지도 하단에 있는 텅 빈 공백을 채우겠다는 낭만적인 꿈도 품었다. 그리하여 3년 넘게 이 탐험을 계획했고, 함께할 사람들을 구했으며(탐험 성공의 3분의 2는 누구와 함께하는가에 달려 있다), 기금을 모았다. 그의 주위에 낙관주의자들은 별로 없었다. 온통 회의주의자들이 둘러싸더니 이 탐사가 과연 성공하겠느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제를라슈는 이에 굴하지 않고 확고한 결단력으로 마침내 투자자들과 정부 지원까지 끌어냈다. 그는 단순히 모험정신만 지녔던 게 아니라, 이 탐사로 벨기에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겠다는 짙은 애국심, 가문의 이름을 빛내겠다는 명예욕까지 품었다. 한편 이런 감정의 무게는 탐사 내내 그를 따라다닐 것이며, 때로는 실패와 수치심으로 그를 낭떠러지로 밀어버릴 위험도 있었다. 사실 그는 죽음보다 불명예를 더 두려워하는 인간이었기에 리더로서 결정적인 순간에 선원들의 목숨을 중시하기보다 목표를 먼저 떠올릴 사람이었다.
애초에 드 제를라슈가 세운 목표는 위도 75도 부근에 있는 남자극점에 도달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남자극점의 정확한 위치를 정하면 향후 항해사들이 나침반 판독을 더 정확히 할 수 있을 테고, 따라서 벨지카호의 결정적인 업적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었다.
19명의 선원은 오합지졸까진 아니더라도 정예 요원이라고 하긴 어려웠다. 구성원으로는 제를라슈의 오랜 벗 단코, 아직 대학 졸업을 못 한 23세의 폴란드 출신 지질학자 아르츠토프스키, 27세의 동물학자 라코비차 등이 있었고, 1년 내내 고르고 고른 선원들도 자격 미달이 꽤 있었다. 어쨌든 어렵게 모은 선원들을 태우고 벨지카호는 남미 끝단에 있는 거대한 섬들의 미로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이들은 2년여의 탐사에서 전례 없는 성과를 올릴 것이다. 다만 책 내용은 그런 것에만 중점을 두기보다 이들의 탐험 정신, 명예욕, 과도한 승부욕, 괴혈병에 걸려 창백하게 무너져가는 모습, 단조로운 통조림 음식에 미쳐가는 정신 상태 등 인간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몰입감 있는 서사를 전개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범속한 인간들과는 달랐다. 신체 단련을 끊임없이 하고, 남극 빙하에 갇혀서도 살아남을 만큼 임기응변의 능력을 발휘하며 식물, 동물, 지질학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게을리하지 않았다. 40년은 걸려야 작업이 마무리될 정도로 이들 과학자가 새롭게 발견해 가지고 온 표본의 양은 방대했다.
배는 1897년 8월 16일에 출항했다가 2년도 더 지난 1899년 11월 5일 아침에야 돌아온다. 그사이에 선원 한 명은 바다에 빠져 죽고, 다른 한 명은 배에서 몸져누워 죽는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배에서 가장 경험 많고 신뢰할 수 있었던 갑판장 톨레프는 정신이상 증세를 안고 돌아오며, 그는 이후 평생 수용소 같은 농장에 갇혀 지내는 말로를 맞이한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 두 사람! 그중 한 명인 쿡은 감옥에 갇히고, 다른 한 명인 아문센은 영웅이 된다. 이 모든 이야기를 저자는 추적과 조사, 치밀한 서사능력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2년여에 불과하지만, 돌아올 때 그들은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얼음의 압박을 목격한 이들은 공포에 사로잡혔고, 몇몇 선원은 돌아와 온갖 증세에 시달렸다. 피로, 끊이지 않는 두통, 신경성 문제, 불면증, 심장 이상 증세, 숨가쁨, 현기증……

남극 탐사 이후의 삶을 추적하다

이 책은 벨지카호에서 돌아온 후 선원 17명이 어떤 삶을 살게 되는가를 끝까지 추적한다. 일행 중 향후 가장 영웅적 반열에 오르는 이는 로알 아문센이다. 그는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원정대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벨지카호 원정은 그에게 극지 탐험에 대한 특별 훈련이었고, 그리하여 이번에는 남자극점이 아닌 북자극점을 향해 1903년 6월 동료 6명과 함께 출발했다. (하지만 위대한 탐험가 아문센도 훗날 변한다. 젊은 모험가의 모습은 사라지고 노년이 되어서는 궁지에 몰린 사람처럼 편집증적이 되어갔다.)
반면 능력은 많으나 허풍 기질이 심했던 쿡도 새로운 여정을 꾸렸는데 명예를 얻기는커녕 지저분한 사건에 끊임없이 연루된다. 모두 그의 야망 때문에 생긴 일이고, 그는 내리막길이 아닌 추락의 길을 걷는다. 가령 인류학적 보고서와 푸에고 원시인들의 3만 단어짜리 야칸어-영어 사전을 펴내는 과정에서 그는 실질적인 저자의 이름을 누락시킴으로써 사기꾼으로 기록된다. 게다가 이후 그가 정복했다던 북극이나 데날리산 모두 증거 제시 없이 불확실한 채로 남아 누구도 그의 말을 믿지 않게 되었다.
벨지카호 사람들이 남극의 미스터리를 밝히라는 부름에 응한 것처럼, 저자는 오늘날의 과학자와 탐험가들이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할 때라고 말한다. 드 제를라슈의 대담함, 아문센의 불굴의 용기, 쿡의 상황 대처 능력을 갖추길 바라면서. 벨지카호 원정대가 뭔가를 입증했다면, 우리 역시 운명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펭귄, 물범 뼈, 심해어 그리고 한 세기 이상 지속될 평화

두 명이 죽고 목표였던 남자극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해도 벨지카호는 오늘날 미국항공우주국 대원들에게 귀감이 될 정도로 대단한 여행을 해냈다. 우선 이들이 남긴 수집품을 보자. 현재 왕립 벨기에 자연과학연구소에는 벨지카호의 기록물이 다수 보관돼 있다. 그중에서 안락사시켜 가져온 황제펭귄 표본이 두드러지는데, 눈은 텅 비어 있고 털은 윤기를 잃었지만, 반듯한 자세로 선 이 새는 보는 이에게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옆엔 젠투펭귄, 아델리펭귄도 있고, 에탄올에 담궈진 물범 뼈와 심해어도 있다. 수백 종의 식물과 동물(이끼, 지의류, 물고기, 새, 포유류, 곤충, 원양 유기체)에서 수천 개의 표본이 나왔는데, 이는 과학계에 대부분 없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남극권 남쪽에서 최초로 1년 치 기상 및 해양학 자료를 수집해 얼어붙은 대륙에 대한 우리 이해의 기반을 다져주었다.
벨지카호의 유산은 과학적인 수확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이 한 일은 현대의 국제적 원정 가운데 최초라 일컬을 만하다. 서구 열강들이 세계를 나눠 가지려고 호전적 애국주의를 노골화하던 시대에 드 제를라슈는 현재까지 남극 대륙에서 지속되는 세계 협력의 표준을 수립했다. 그가 오늘날 자신의 이름을 딴 해협에 대해 벨기에의 영유권 주장을 거부했다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과학은 정치와 국경을 뛰어넘는다는 신념에 따라 드 제를라슈는 한 세기 이상 계속될 평화를 위한 발판을 남극에 마련한 것이다. 드 제를라슈와 1957~1958년 남극 임무를 수행한 그의 아들 가스통 덕분에, 벨기에는 1959년 남극 대륙에 어떤 군사적 활동도 금지하는 남극 조약에 서명했다. 그리고 1991년에는 후속 협약으로 남극의 동물과 자원을 어떠한 형태의 착취로부터도 보호한다는 마드리드 의정서가 체결되었다. 남극의 이러한 선례는 다시금 국제우주정거장과 같은 위대한 과학적 노력에 적용되어, 경쟁 국가의 우주 비행사끼리 영토 다툼 없이 협업할 수 있게 되었다.
벨지카호가 위도상 기록을 세우지는 못했다는 사실이나 남자극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중요치 않다. 원정대는 해도에 새로운 땅을 그려넣었고, 남극권에서 과학적 업적을 세웠으며, 남극의 겨울에서 살아 돌아왔다. 이 모든 일을 역사상 최초로 해낸 것이다.

추천사

선데이타임스
A급 고전.

뉴욕리뷰오브북스
생생한 호러 스토리. 스릴 넘치는 이야기

데일리메일
책을 덮으면 다시 읽고 싶어질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생크턴은 주어진 재료를 빈틈없이 요리했고, 불완전한 관찰들을 해독했으며, 꺼려지는 것도 조사하는 데 최선을 다해 마침내 빈틈까지 채워넣었다. 『미쳐버린 배』는 매력적이다.

뉴욕타임스
저자의 치밀한 조사로 몰입할 수밖에 없는, 그리고 지독하게 뒤틀린 초기 극지 탐험에 관한 실화 기반 서바이벌 스토리

스펙테이터
야망, 어리석음, 영웅주의, 생존에 관한 엄청난 이야기가 생크턴의 손에서 탄생했다. 훌륭하고 아름답게 쓰인 책이다

본아페티
읽기 시작하자 멈출 수 없었다. 모험소설 같으면서 너무나 디테일해 현장의 냄새와 맛까지 느낄 수 있다

너새니얼 필브릭(『하트 오브 더 시』 작가)
매혹적인 생존 이야기인 데다 무시무시한 심리 스릴러인 이 책은 독자를 매혹시켜 읽는 걸 멈출 수 없게 만든다. 가히 앨프리드 랜싱이 쓴 불멸의 고전 『인듀어런스』에 견줄 만하다

월터 아이작슨(『스티브 잡스』 저자)
논픽션계의 드문 보물이다.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치밀한 조사와 기록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통적인 스릴러로 탈바꿈했다. 이 책을 읽기만 해도 모험을 직접 겪는 것과 같다

스테이시 시프(퓰리처상 수상자)
이 책엔 모든 게 들어 있다. 이상주의, 창의력, 야망, 폭발성, 가십성, 다채로운 인물, 채워지지 않은 지도, 석 달간의 긴 밤, 펭귄 고기…… 매혹적인 이야기가 훌륭하게 펼쳐진다.

햄프턴 사이드스(『얼음의 왕국에서』 저자)
섀클턴의 인듀어런스호보다 앞선 세대의 모험이 매초 지구의 가장 밑바닥에서 대담하고도 무섭게 전개된다. 상상을 초월하게 다양하고 결연한 탐험가 무리가 이 모험을 이끈다. 거친 이야기를 아주 잘 풀어냈고, 디테일한 사실은 몰입감이 있다.

스콧 앤더슨(『아라비아의 로렌스』 저자)
치밀한 조사와 소설가의 날카로운 눈으로 생크턴은 최근 들어 가장 매혹적이고도 비참한 모험 이야기를 써냈다.

가디언
생크턴은 주어진 재료를 가지고 빈틈없는 내러티브를 만들어냈다. 배에 탄 사람 중 한 명은 완전히 미쳤고, 나머지는 지쳐 나자빠지고 멍해졌으며, 태양이 다시 떠올라 눈이 녹고 희망과 새로운 위험에 맞닥뜨렸을 때는 갇힌 상태에 다시 맞서 싸워야 했다. 그들은 살아남으려 했으리란 걸 우린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거기까지 가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목차

프롤로그

제1부
1. “벨기에라고 왜 못 해?”
2. 금과 다이아몬드
3. 해신에게 기도를
4. 최후의 결전
5. “싸우기도 전에 패배”
6. “길 위의 시체”
7. 해도에 없는 곳
8. “남쪽으로!”

제2부
9. 얼음에 갇히다
10. 마지막 일몰
11. 최남단의 장례식
12. 매드하우스 행진
13. 펭귄 기사단
14. 미치다
15. 태양 아래의 어둠
16. 얼음에 맞서는 이들
17. 마지막 탈출
18. 거울 속의 낯선 사람

벨지카 이후

저자의 말
감사의 말
참고 자료
출처에 관하여

본문중에서

여기까지 해내긴 했지만, 그러는 과정에서 국가적인 차원의 감정적 공감이 이루어지는 바람에 이제 그는 영락없이 갚아내야 할 운명이 된 것이다. 이 무게감은 그가 앞으로 가는 여정에서 그를 계속 따라다닐 것이며, 그의 생각에 스며들어 그의 빛나는 야망을 어쩌면 실패와 수치의 두려움으로 가려버릴 수도 있었다.
그때부터 아드리앵은 탐사가 완전히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리학회(과학적 목적을 추구하는 집단)와 자금 후원자(돈이 잘 쓰이기를 원하는 사람들), 그리고 영광을 원하는 대중(죽음에 맞서는 영웅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의 가문(이름을 더럽히지 않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기대에 전부 부응하는 건 어쩌면 애초에 불가능한 게임을 시작한 것일지도 모른다._35쪽

시간은 계속 가고 있었다. 불과 3주 전 원정대가 남극 대륙에 상륙한 이래로 밤은 몇 시간 정도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없어졌다. 곧 큰 추위가 올 것이고, 뚫고 나가기 힘든 해빙 덩어리로 수면을 얼어붙게 만들어, 경로에 있는 모든 걸 막고 모든 배가 충분히 갇힐 만큼 불행해질 것이다._168쪽

매일같이 덫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_172쪽

위험한 요소가 많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얼음에 갇히는 편이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될 수 있었다. 더 이상 돈이 들지 않을 것이고, 선원도 잃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탈주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성공한다면 극적인 스토리가 될 것이다. 벨지카호 원정대가 남자극점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남극권에서 처음으로 겨울을 난 사람들이라는 기록을 세울 수는 있을 것이다. 위험 요소는 방해물이 아니라 오히려 유혹이 되었다. 스토리가 더 극적일수록 더 많은 사람이 알고 싶어하고 더 많은 출판사가 독점 계약을 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하려 할 것이었다._183쪽

벨지카호는 원래 가지고 있던 건강 문제와 자신이 경험했던 당시의 우울감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의 안에서 무언가 조각나고 있었다. 드 제를라슈처럼 광활한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얼음 속에 갇힌 배를 이끌라는 건 목적을 빼앗는 가혹한 일이었다. 이미 해빙은 그에게서 벨지카호를 빼앗았다. 키는 얼어붙었고, 조타 장치는 꿈쩍도 하지 않았으며, 돛은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드 제를라슈도 그렇게 되고 있었다. 배에서 점점 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선원들은 그가 사관실에서 배의 일지를 업데이트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시간 동안 일지는 창밖의 풍경만큼이나 황량하게도 텅 빈 상태일 뿐이었다._239쪽

아문센에게 극지 탐사는 일이 아니라 거의 기사도적인 소명이었다. 그에게 돈은 명예보다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급으로 자원해서 봉사했다. 그는 현대 바이킹족의 이미지를 좋은 쪽으로 발전시켜, 저위도에서의 삶에 필요한 세심함과 타협도 곧잘 했다. 가장 가까운 친구들에게 맹렬히 충성했던 만큼 그는 이제 모욕감에 치를 떨었다. 그는 드 제를라슈를 결코 용서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한때 존경했던 사령관과의 대치의 저변에는 오이디푸스적인 성격이 있었다. 극지 견습 기간이 종료되기도 했고, 자신의 권리를 가질 수 있는 리더가 되는 나이가 도래했기 때문이다._333쪽

겁이 많은 사람은 늘 위험했다. 톨레프센이 자신을 해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먼저 공격하지는 않을지 주위에서 항상 감시해야 했다._336쪽

아문센이 극지의 광기에 시달리고 있다 하더라도, 톨레프센과 반 미를로를 비롯해 그 이후의 수많은 극지 탐험가와 기지 주둔 요원들을 괴롭혔던 광기와는 성질이 달랐다. 극한의 환경을 지배하는 외부 힘이 아니라, 그런 환경을 그로 하여금 정복하게 만든 야망, 경쟁심, 인내, 그리고 거의 마조히즘에 가까운 끈질긴 투쟁과 같은 내부 힘의 흉포함이 일으킨 광기였다. 이러한 열정은 지리적 목표를 정복했다고 해서 없어지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_435~436쪽

저자소개

줄리언 생크턴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유년 시절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보냈고, 하버드대학에서 유럽사를 전공했다. 『디파처스』 선임 편집자로, 문화와 여행에 대한 글을 쓴다. 주로 『배니티 페어』 『에스콰이어』 『뉴요커』 『와이어드』 『플레이보이』 등에 글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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