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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쓰고도 단 술, 소주(큰글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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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남원상
  • 출판사 : 서해문집
  • 발행 : 2022년 05월 16일
  • 쪽수 : 304
  • ISBN : 9791192085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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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소주가 살아온 삶과 소주를 마셔온 이들의 연대기

한때 40도를 넘나들었던 소주는 어쩌다 17~20도가 된 걸까?
소주에 맥주를 섞어 마시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이며,
사람들은 왜 삼겹살 하면 소주를 떠올리게 됐을까?
무엇보다 소주는 어쩌다 서민의 술,
인생의 쓴맛과 애환이 담긴 술이 된 걸까?

출판사 서평

리더스원의 큰글자도서는 글자가 작아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에게 편안한 독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아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가 소주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들, 소주가 우리에 대해 말해주는 것들

“최애가 어디서 태어나 무슨 일을 해왔고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 알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내 최애가 소주일 뿐…! 종종 쓰고 가끔 역하고 어쩌다 한 번 달지만, 우리 소주도 다 사정이 있었다고요. 소주의 역사를 알고 마시면 소주가 더 맛있…어지진 않으나 안주로 늘어놓을 만한 이야깃거리만큼은 생긴다. 기념으로 오늘 소주다.”
김혜경·《아무튼, 술집》 저자

“소주가 한반도에 등장한 이후 어떤 풍파를 겪으며 지금에 이르렀는지, 그 스펙타클한 소주 연대기를 해박하고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책. 평소 당신이 소주를 즐겨 마시든 그렇지 않든,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쏘주’ 한 잔 생각이 날 것이고 노래도 흥얼거리게 될 것이다. ‘야야야 차차차~ 소주 한 잔은 파라다이스~ 가난한 사람들의 보너스~♪’”
미깡·《술꾼도시처녀들》《해장음식》 저자

9억 1700만 리터.
2019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소비된 소주의 양이다. 이를 대강 0.4리터(소주 한 병이 360밀리리터니까)로 나누면 22억 925만 병. 반올림하면서 사라진 40밀리리터를 셈에 넣으면 25억 병쯤은 나온다. 이 25억 병을 다시 5000만으로 나누면 50병. 미성년자 인구수는 일단 제쳐놓았는데도 한국인 한 명이 1년에 비우는 소주가 못해도 50병은 된다는 이야기다. (소주는커녕 맥주도 못 드신다고요? 술을 끊으셨다고요? 그렇다면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100병을 비워 평균치를 맞추고 있을 테니 걱정 마세요)

사실 놀랄 만한 수치는 아니다. 우리가 소주에 대해 갖는 특별한 애정을 떠올려본다면 그렇다. 내로라하는 주당들은 말할 것도 없고(술에 관한 에세이들을 펼쳐보라, 그들은 언제 어디서건 연간 소주 소비량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부장님이든 친구든 애인이든 누구든 ‘술 한잔할까?’를 묻는 똑같은 손짓은 분명 폭이 좁고 길이는 긴 맥주잔이 아니라 짜리몽땅한 소주잔을 쥔 자의 그것이다. 속상한 일이 있을 때 누군가가 어깨를 툭 치며 “술 한잔해야지” 말한다면 그날 마시게 되는 것은 십중팔구 맥주도, 막걸리도, 위스키도 아닌 소주다.

재밌는 미스터리다. 가장 잘 팔리는 술,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술은 정작 소주가 아닌 맥주인데도(2019년 기준 연간 맥주 소비량은 17억 리터다) 사람들은 왜 ‘술’ 하면 소주부터 떠올리는 걸까? 물론 술을 마시자는 말이 꼭 소주를 마시자는 뜻은 아니지만, 앞서 든 예시로도 알 수 있듯이 일상적인 언어 사용에서 술은 자주 소주를 가리키곤 한다. “주량이 어떻게 되세요?”라는 물음에 “한두 병”이라는 답변이 돌아올 때 우리는 생략된 단어가 소주이지 맥주가 아님을 안다(주량이 맥주 한두 병일 때 우리는 보통 이렇게 말한다. “술 잘 못해요”). 처음 만난 사이에 “맥주 한잔할까요?”는 커피 한잔만큼이나 가볍게 던질 수 있는 제안이지만 “소주 한잔할까요?”는 좀 난감하다. 사실 주당들은 맥주를 술로 쳐주지도 않는다. 예수가 물을 포도주로 만들었다면 이들은 맥주를 음료수요, 애피타이저로 만들어버린다.

요컨대 소주는 소비량과 무관하게 술의 대명사로 각인되어 있으며, 그 쓰고도 단맛과 코를 찌르는 알코올 냄새에도 불구하고 우리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이 무색투명한 술을 편의점 앞에 펼쳐진 플라스틱 테이블에서 새우깡을 안주 삼아 마셨을 수도 있고, 고깃집에서 숯불 위에 놓인 삼겹살이 얼른 익기를 기다리며 마셨을 수도 있고, 24시간 영업하는 설렁탕 집에서 아침부터 반주를 했을 수도 있고, 바닷가에서 회 한 접시를 놓고 해 뜰 때까지 마셨을 수도 있다. 기쁜 날엔 기뻐서, 슬픈 날엔 슬퍼서, 맑은 날엔 날이 맑아서, 비 내리는 날엔 비가 내려서, 날마다 생겨나는 갖가지 이유를 붙여다가 ‘한 잔만’ 마시기 시작한 것이 ‘한 병만’이 되고, ‘한 병만이라는 건 사실 각 한 병만이었어’가 되고, 결국에는 초록색 소주병 초원이 펼쳐질 때까지 마시다 보면 세상만사가 잊히고 근심이 잊히고 시름이 잊힌다. 문제는 다른 많은 것도 함께 잊히면서 새로운 흑역사를 써내려가기 십상이라는 거지만.

그런데, 25억 병의 소주가 저마다 다른 흑역사가 탄생하는 순간을 목도하는 동안 혹시 소주의 흑역사가 궁금했던 사람은 없을까? 편의점에서나 술집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초록색 병을 집어 들면서 왜 소주병은 하나같이 초록색인지, 이 초록색 병에 담긴 소주가 화요나 문배주, 일품진로 같은 소주랑은 뭐가 다른지, 한때 40도를 넘나들었던 소주가 어쩌다 16.5도까지 내려오게 됐는지, 옛날에 소주 안주로 즐겨 먹었다던 참새구이가 왜 이제는 찾아보기조차 힘들어졌는지, 또 삼겹살은 어쩌다 대표적인 소주 안주가 됐는지, 소주에 맥주를 섞어 먹게 된 건 언제부터인지, 왜 하고많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기만 하면 천막을 걷고 들어가 “여기 소주 한 병이요”를 외치는지, 뭐 이런 것들이 궁금했던 적은 없을까? 나는 취해서 볼 꼴 못 볼 꼴 다 보이는 동안 상대방은 낯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면 죄 없는 이불이라도 차고 싶게 마련인데, 우리는 틈만 나면 소주병을 붙들고 실연이든 실직이든 온갖 고민에서부터 인생사 희로애락을 속속들이 털어놓았으니 말이다. 이 책은 바로 우리가 듣지 못했던 소주의 흑역사에서부터 살아온 인생까지 소주의 역사에 대한 추적 리포트다. 소주 됫병에 취해 인생사를 미주알고주알 털어놓고 나면 괜스레 친해진 것 같고 애정이 샘솟듯이, 소주를 사랑하는 당신,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장 집 앞 슈퍼에 가 소주 한 병(만이 아닐 수도 있지만)을 사 올지도 모른다.

목차

프롤로그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소주병으로 만든 초원
던지지 말고 마십시다
소주가 폭탄처럼 떨어지네
술꾼이 군참새집을 그냥 지나랴
땀과 불의 술
소주를 먹여 인명을 상하게 하니
술 한잔에 친해지듯
약인가, 독인가
죄 많은 술
쇼쥬는 독???거시? 과히 먹지 마옵소
최초의 소주 광고
기계소주 시대가 열리다
왜소주의 기쁨과 슬픔
쓰디쓴 역사, 다디단 원료
이북 소주, 이남 막걸리
소주 청일전쟁
소주 값을 벌기 위해 글을 쓰오
가난한 사람들의 보너스
두껍아, 두껍아, 차를 다오
삼학소주와 DJ
과음의 술, 주사의 술
삼쏘의 기원
불사르는 소주병
보통 사람, 보통 술
사람도 소주도 서울로 가야 한다
사카린의 단맛
술은 원래 곡물로 만들어진다
칵테일 소주에서 과일 소주로
불경기의 립스틱, 소주
흔들어라, 깨끗하니까
자, 한잔 들게나

부록: 당신에게 소주란

본문중에서

요컨대 소주는 소비량과 무관하게 술의 대명사처럼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낮아서일까? 아니면 외국 술이라는 인식이 커서일까? 그렇다면 막걸리는 어떨까? 분명히 한국 전통주라는 인식은 있지만, 우리가 술을 마실 때 그것이 한국 술인가 아닌가는 별로 고려할 만한 사항이 아닌 것 같다. 도수로 따지자면 일반적으로 맥주는 소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5도다. 그렇다면 ‘술 하면 떠오르는 술’에 맥주가 아닌 소주를 답한 것도 놀랄 일은 아니지만,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도수가 높아야, 쓴맛이 나야 술다운 술인 걸까? 어째서 소주의 쓴맛은 곧 인생의 쓴맛이고, 독한 냄새에 인상을 찌푸리기라도 하면 아직 술맛을 모른다는 말을 듣는 걸까? 거꾸로 질문을 던져본다면, 어쩌다 이 쓰고 독한 술이 인생에 비유될 만한 술이 된 걸까? _14쪽

증류식 소주는 앞서 말한 대로 멀리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를 지녔지만 희석식 소주는 역사가 짧다. 희석식 소주가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인데, 지금 우리가 소주의 양대 산맥으로 꼽는 참이슬과 처음처럼은 한참 뒤인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중반에야 나왔다. 먼저 나온 것은 참이슬이다. 1998년에 ‘참眞이슬露(참진이슬로)’라는 이름으로 출시됐지만 한자가 섞여 있어서인지, 길어서인지, 아니면 입에 착 붙는 이름이 아니어서인지 흔히 참이슬로 줄여 부르곤 했다. _24쪽

한국전쟁 이후 서울 명동 일대에는 짭조름한 참새구이에 소주나 막걸리를 잔 단위로 파는 노점이 부쩍 늘어났는데, 구운 참새를 판다고 하여 ‘군참새집’이라 불렸다. 이 군참새집에서는 참새구이뿐만 아니라 소나 돼지의 내장 꼬치구이, 토끼고기, 우동 등도 함께 팔았다. 1960년대에 대도시를 중심으로 소주를 찾는 서민들이 늘면서 군참새집의 인기도 높아졌다. 노점이라 술과 안주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간단하게 소주 한잔하기에 좋은 장소였던 것이다. _60쪽

이러한 변화 속에 성립된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라는 공식은 1997년 외환위기로 더욱 굳어진다. 이 시기 대만에서 구제역이 퍼져 돼지고기 수출이 막히면서 한국산 돼지고기 수출이 늘고, 국내 소비량도 늘면서 돼지고기 값은 상승세를 탄 한편, ‘가격 파괴’를 내세운 삼겹살 전문점들이 속속 들어선다. 돼지고기 값이 오르는 가운데서도 삼겹살은 여전히 저렴한 부위였던 것이다. 여기에 1997년 쌀과 소고기를 제외한 농축수산물시장 전면 개방에 따라 냉동육 수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한편 기업 도산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일자리를 잃은 이들은 재취직에 대한 전망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퇴직금을 탈탈 털어 창업을 한다. 수입 삼겹살을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는 고깃집이 도시 구석구석 자리 잡게 된 요인이 여기에 있다. 지금의 치킨집이 당시엔 삼겹살집이었던 셈이다. _225쪽

다른 후보들도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며 서민 친화적인 모습을 연출하려 애썼지만, 노태우만큼 주목받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보통 사람’이라는 슬로건과 ‘보통 사람의 술’인 소주의 이미지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던 듯하다. 노태우뿐만 아니라 1980년대에는 대기업 CEO, 국회의원 등 정재계 유력인사들이 신문이나 잡지 인터뷰를 통해 소주 주량을 자랑하는 일이 흔했다. 소주가 의외의 소탈함과 남성성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다. _238쪽

저자소개

남원상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25개국 110개 도시를 다녀본 호기심 많은 여행가, 늘 새로운 맛을 갈구하는 탐식가, 다정한 성격은 아니지만 강아지만 보면 눈에 하트가 차오르는 애견인, 그리고 본업은 글쟁이. 연세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동양사학을 전공하며 여러 스포츠신문, 온라인 매체의 객원기자와 칼럼니스트로 글 쓰는 일을 시작했다. 졸업 후엔 《동아일보》 취재기자로 일한 뒤 기업 홍보팀의 카피라이터, 스피치 라이터 등으로 글쟁이 생활을 계속했다. 현재 UCI코리아를 운영하면서 홍보 컨설팅과 도시 문화 및 여행 콘텐츠 연구를 진행 중이다. 《프라하의 도쿄바나나》(2018), 《레트로 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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