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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으로 가는 지도 : 임덕기 시집[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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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임덕기
  • 출판사 : 지혜
  • 발행 : 2022년 05월 10일
  • 쪽수 : 128
  • ISBN : 979115728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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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어느덧 이 글은 이 글 서두에서 언급한 봄 풍경에 다다랐다. 시집 첫머리에 실린 「개나리, 봄을 그리다」에서의, “노랑 물감을 듬뿍 찍어 쓱쓱 칠”한 “따듯한 봄의 붓질”로 펼쳐진 봄 풍경은 화사해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 풍경 안에는 고통의 시간을 견디면서 끝내 봄을 맞이할 수 있었던 자연의 고투가 내장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인식한다. 그래서 시인은 자연물들이 봄을 수동적으로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찾아간다고 말하기도 한다.(임덕기 시인에게 자연은 수동적 대상이 아니다. 주체들을 돌보는 사막-시간-도 능동적이고 봄 풍경을 그리는 봄도 능동적이다. 그래서 봄의 세계는 봄이 연출한 무대로 나타난다. 「봄, 무대에 서다」를 보라. 이 시에 등장하는 자연물들은 봄이 마련한 무대 위에서 능동적으로 자기 자신을 연기한다.) 가령 아래의 시에 나오는 나무들이 그러한데, 이 나무들 안에는 봄을 찾아간 흔적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새겨진 흔적은 바로 ‘봄으로 가는 지도’다.

출판사 서평

자연에 가하는 인간의 폭력이 생명을 파괴하고 비극을 만든다. 아래의 시가 보여주듯이 들판에 인간의 길을 만들면서 보도블록에 의해 매장되는 풀들도 있지 않는가. 하지만 그 풀들은 결코 자신의 생명력을 거두지 않는다.

길가 보도블록 틈새로 풀들이 왁자하다
쇠비름, 질경이, 민들레, 강아지풀…
발뒤꿈치에 잔뜩 힘주고 서 있다
본래 이곳은 들판이었다
풀들이 주인이었을 때는
싸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길이 생긴다는 말에
영유권 한번 내세우지 못하고
하루아침에 뿌리째 뽑힌 잡초들
그 자리에 각진 보도블록이 촘촘히 심어졌다
풀들의 땅이 사라졌다
봄비가 스쳐가고
어미가 흘린 씨앗들이 억척스레 이름을 내밀었다
한 줌 틈새가 노랗게 피었다
지나는 발길에 밟혀도
자손을 퍼트리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봄볕을 이고 식구를 늘려간다
- 「풀의 영유권」 전문

인간은 자연을 자기 마음대로 소유하고 처분할 수 있는 한갓 대상으로 여긴다. 알다시피 생태학적 사유에서는 이러한 인간의 자연관에 대해 근본적인 비판을 가한다. 이러한 사유에 따르면 자연은 자연의 것이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다. 이러한 생태학적 사유를 보여주는 위의 시에 따르면, 풀밭이었을 들판은 풀의 것이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다. 이 들판이 인간의 소유물이 된 것은 인간이 그냥 풀로부터 강탈한 것이다. 땅을 강탈당한 풀들은 어떻게 되었나? 들판에 깔린 보도블록에 의해 매장된다. 그러나 시인은 그대로 압사당하지 않고 “식구를 늘려”가는 풀의 생명력에 주목한다. 잡초들이 “하루아침에 뿌리째 뽑”히고 “풀들의 땅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갖가지 풀들은 “보도블록 틈새로” 왁자하게 번져나간다. 발길에 밟혀도 풀들은 “한 줌 틈새”를 노랗게 물들이는 것이다. 제 자손을 퍼트리는 풀들의 힘은 봄비와 봄볕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생명력을 피워낼 수 있었다. 즉 인간 문명의 폭력을 견디어내면서 봄을 맞이했을 때, 자연은 문명이 가하는 억압을 비집고 ‘억척스레’ 자신의 “이름을 내밀”며 삶을 피워낸다.

어느덧 이 글은 이 글 서두에서 언급한 봄 풍경에 다다랐다. 시집 첫머리에 실린 「개나리, 봄을 그리다」에서의, “노랑 물감을 듬뿍 찍어 쓱쓱 칠”한 “따듯한 봄의 붓질”로 펼쳐진 봄 풍경은 화사해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 풍경 안에는 고통의 시간을 견디면서 끝내 봄을 맞이할 수 있었던 자연의 고투가 내장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인식한다. 그래서 시인은 자연물들이 봄을 수동적으로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찾아간다고 말하기도 한다.(임덕기 시인에게 자연은 수동적 대상이 아니다. 주체들을 돌보는 사막-시간-도 능동적이고 봄 풍경을 그리는 봄도 능동적이다. 그래서 봄의 세계는 봄이 연출한 무대로 나타난다. 「봄, 무대에 서다」를 보라. 이 시에 등장하는 자연물들은 봄이 마련한 무대 위에서 능동적으로 자기 자신을 연기한다.) 가령 아래의 시에 나오는 나무들이 그러한데, 이 나무들 안에는 봄을 찾아간 흔적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새겨진 흔적은 바로 ‘봄으로 가는 지도’다.

언덕에 늘어선 옹이 박힌 겨울나무
빛을 향한 끝없는 구애가
그늘진 시간마다 허공에 손을 뻗는다
추위에 시달린 두꺼운 각질
갈라진 피부를 봉합도 못한 채
살이 에이는 고통을 속으로 삭인다
해묵은 잎과 삭정이 땅에 떨군 채
맨몸으로 혹한을 건너는 나무들
봄을 찾아가는
비밀지도 한 장씩 꼭 쥐고 있다 - 「봄으로 가는 지도」 전문

“맨몸으로 혹한을 건너는 나무들”의 손 안에는 “봄을 찾아가는/비밀지도”가 쥐어져 있다. 이 비밀지도는 봄을 향한 나무들의 열망에 의해 새겨진 것이리라. “빛을 향한 끝없는 구애”로 “그늘진 시간마다 허공에” 뻗은 손에 지문처럼 새겨진 것이 이 비밀지도일 터, 그것은 추위로 터진 손의 피부를 봉합하지 못하면서 손에 파이게 된 지도인 것이다. 이 “살을 에이는 고통을 속으로 삭”이면서 만들어지는 ‘봄으로 가는 지도’는, 이렇듯 봄의 햇빛을 열망하면서 겨울 혹한의 고통을 견딘 시간의 기록이다. 자연에 새겨진 이 기록-비밀지도-을 투시할 수 있다면, 그는 봄을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겠다. 봄은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봄빛을 열망하고 고통을 견디면서 찾아갈 때 맞이할 수 있는 것, 저 비밀지도는 그렇게 봄을 맞이할 수 있는 길을 넌지시 알려준다. 바로 임덕기 시인이 자연에 대한 깊은 관찰과 사유를 통해 그 지도를 투시하게 된 사람 아니겠는가. 그것은 그 역시 저 나무처럼 봄을 열망하고 찾으면서 자신의 손에 지도를 새기며 마음의 겨울을 견디고 있는 존재자임을 말해준다.

목차

시인의 말 5

1부 강물이 걸어오다

개나리, 봄을 그리다 12
봄으로 가는 지도 13
수런거리는 물소리 14
배밀이 15
강물이 걸어오다 16
굼뜬 봄 17
봄, 무대에 서다 18
강으로 내려가는 언덕길에는 19
밑줄 20
숲과 바람의 함수관계 21
무당벌레 22
숲의 주소 23
풀의 영유권 24
목련의 말 25
무릇 26
식물의 법칙 27
멈칫거리며 오는 봄 28
꽃들의 배려 29






2부 바지런한 접시꽃

솎아내다 32
그늘 34
나팔꽃, 묵언의 행진 35
한밤중의 해후 36
갇힌 배 37
능수버들의 오체투지 38
늦둥이 39
바지런한 접시꽃 40
울타리 악단 41
늦여름합창단 42
당사주 그림책 43
별을 품다 44
특별한 모성애 46
칡의 회유 47
바다 48
독도, 쇠무릎 49






3부 사막의 시간

현수막 52
두더지족族 53
사막의 시간 54
산수국 56
생존의 법칙 58
끈끈이의 진화 59
뒤처진 철새 60
등대와 파도 61
원대리 자작나무숲 62
허점을 찌르다 63
가면을 빌려줍니다 64
무말랭이의 비가悲歌 65
무시래기 66
가을을 줍다 67
개울집 감나무 68
노을 속으로 사라진 새 한 마리 69






4부 대나무

한파寒波 72
대나무 73
물억새 74
떠나는 가을 75
여치 소리 76
죽도동 외가 77
토렴 78
밤에 내리는 눈 79
떠도는 보석알갱이 80
플러터너스의 살비듬 81
생울타리 82
새떼가 날아간다 83
밤나무 고슴도치 84
싱크홀 85
작은 것들의 반란 86
노숙자 87
몰디브의 지진해일 88
에스컬레이터와 악어 89






5부 시간의 뒤편

어떤 비애 92
노을이 지다 93
바람의 꼬리 94
눈백로 95
시간의 수레바퀴 96
불청객 97
시간의 뒤편 98
뒤늦은 후회 99
냉장고 100
폐선 101
이스터 섬에 가면 102
심청이의 내심內心 103
여울목에서 104
흔들리면 무너지지 않는다 105

해설‘비밀지도’를 투시하기 위한
시적 사유이성혁 108

저자소개

임덕기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경북 포항 출생으로, 이화여대 국문학과 졸업 후 중? 고등학교 교사 역임했다. 2010년《수필시대》 로 등단하였으며 (사)한국수필문학진흥회, 이대동창문인회이사이다. 저서로는 수필집《조각보를 꿈꾸다》, 《기우뚱한 나무》(2015년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서로 다른 물빛》(제16회 원종린수필문학상), 《스며들다》, 시집《꼰드랍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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