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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기만 한 어른이 되기 싫어서 : 난치병을 딛고 톨킨의 번역가가 된 박현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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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강인식
  • 출판사 : 원더박스
  • 발행 : 2022년 03월 23일
  • 쪽수 : 276
  • ISBN : 9791190136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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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약이 거의 듣지 않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에 해당하는 중증 A형 혈우병으로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던 소년이 있다. 2013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 고등학교는 단 하루도 다닌 적이 없다. 침대가 세상의 전부였다. 집과 응급실을 왕래하며 10대의 7년을 보냈다.
그 소년은 2019년 여름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했고, 2020년 봄 고졸 검정고시를 패스했다. 2020년 여름 국내에 번역된 적 없었던 J. R. R. 톨킨의 책 『끝나지 않은 이야기』 번역 원고를 탈고해 출판사에 넘겼다. 역시 같은 해 12월 수능을 보고 서울대학교 입시에 도전해 합격했다. 겉으로 보기엔 단 1년 만에 서울대생이 되고 번역가가 됐다. 그의 이름은 박현묵이고, 2022년 현재 스물셋 청년이 되었다.
저자 강인식 기자는 2021년 여름부터 넉 달 가까이 매주 수요일에 박현묵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현묵은 자신의 이야기가 ‘장애인의 인간 승리’로 소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는 “내가 무엇을 못 했다면 그것은 나태함 때문이에요. 장애 때문이 아니죠. 나의 10대는 나태함에 아픔이 양념처럼 뿌려져 있는 상태였어요. 혈우병도 장애도 저의 주인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는 가장 아팠던 시기인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그저 재미있어서 번역에 도전했고 “아프거나, 읽거나, 번역하거나” 그렇게 한길을 갔다. 그에게 번역은 본질적인 삶의 목적이었다. 그런 박현묵과의 인터뷰는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단순히 지식이 아니라 ‘어떤 태도의 문제’에 대해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이었다고 말이다. 그것은 저자에게 하나의 임팩트였고 이를 ‘박현묵 임팩트’라고 표현한다. 이 책은 박현묵이라는 난치병을 가진 한 10대 소년이 스물둘 청년으로 성장하기까지, 언제든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비극 속에서 그 비극의 무게에 함몰되지 않고 그 위에 떠 있을 수 있는 유연함을 잃지 않았던 삶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공부란 본질적으로 어떤 행위인지, 어떤 태도를 통해 완성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아니 둘 다일 것이다. 천천히 그리고 단단히 쌓인 지적 성취물의 가치를 매기는 데서 ‘장애인이니까 더 대단하다’라는 식의 배려는 필요 없다. 저자는 박현묵이 장애를 걷어내고, 체급마저 고려하지 않은 가장 경쟁력 있는 것으로 이뤄낸 빛나는 성취를 들려준다.

출판사 서평

김준범(의사) 손석희(언론인) 심재명(영화인) 장강명(작가) 추천!

‘아프거나, 읽거나, 번역하거나’
침대가 세상의 전부였던 소년은
톨킨 번역가가 되고 서울대에 입학했다.
나태하지 않은 영혼을 가진 그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초등학교 졸업 후 7년 그리고 그 이후 1년

중증 A형 혈우병 환자는 피가 응고하도록 만드는 정상인자(8인자)가 유전적으로 없거나 많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혈우병 환자들은 대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정상 인자를 보충하는 강력한 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현묵은 세계적으로 그 사례를 찾아보기 매우 힘든 특이한 몸을 가지고 있다. 혈우병의 희망이라 불리는 고가의 약도 듣지 않았다. 소방호스로 물을 퍼붓듯 약을 써도 아주 미세하게 반응할 뿐이었다. 보통 사람들에겐 아무 일도 아닐 관절과 장기에 생기는 내출혈은 종종 현묵을 사망 직전까지 몰고 갔다. 그건 10대 아이가 견뎌 낼 수 있는 종류의 고통이 아니었다. 현묵은 10대의 대부분을 침대가 세상의 전부인 채, 집과 응급실을 왕복하며 살았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졸업식을 끝으로 중, 고등학교를 단 하루도 다닐 수 없었다.
몸이 괜찮을 때 현묵은 엄마와 함께 도서관이나 서점에 갔다. 그곳에서 운명처럼 J. R. R. 톨킨을 만났다. 『반지의 제왕』에서 시작해 점점 톨킨 덕후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 와중에 톨킨 팬덤의 총본산이라고 할 인터넷 카페 ‘중간계로의 여행’에 가입해 톨키니스트로 성장하면서 한국에 번역되지 않은 톨킨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번역을 시작한다. 애초에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번역은 ‘중간계로의 여행’에서 공동 미션으로 제안된 것이었다. 가장 아팠던 시기인 2016년에서 2019년까지 현묵은 게시판에 번역을 묵묵히 쉼 없이 올렸다. 그가 반복적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 병원에 입원하는 시기에는 번역 업데이트가 중단되었다가 다시 덜 아픈 상태가 되면 현묵의 새로운 번역이 올라오는 식이었다. 다른 이들은 그 번역 레이스에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졌지만 현묵은 혼자서 그 일을 계속 했다. 그 기간 동안 현묵이 번역 게시물을 올린 횟수는 100여 회에 육박한다.
2018년 6월 현묵은 새로운 주치의를 만나게 된다.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한강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준범 교수다. 그는 혈우병도 개인마다 다르다는 화두를 던지며 현묵에게 개인 맞춤 치료를 제안했다. 그리고 안전성이 최종 검증되지 않은 해외 신약의 국내 임상시험에 참여할 것을 권유했다. 2019년 6월 임상시험에 참여한 후 신약으로 계속 치료를 받았고 현묵은 후유증으로 인한 장애는 남았지만 이후 반복적인 출혈과 응급실 및 중환자실 입원 없이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아프지 않은 현묵은 ‘최강’이었다. 2020년 엄마의 제안으로 대학입시 준비를 시작하는 동시에 출판사와 톨킨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번역 계약을 맺고 번역에 매진해 원고를 탈고한다. 고졸 검정고시를 패스한 후 현묵은 서울대학교 정시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2’에 지원한다. 서울대 입시전형에 제출할 추천서를 쓴 김준범 교수는 현묵에 대해 “본 추천인이 경험한 많은 인연을 통틀어 가장 위대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한 사례”라고 언급한다. 이전까지는 유례가 없었을 주치의가 추천서를 쓴 지원자 박현묵은 2021년 2월 서울대학교 인문학부에 합격했다. 2013년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근 7년간 침실이 거의 세상의 전부였던 현묵의 이후 ‘1년’은 톨킨의 번역가가 된 동시에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1년이었다.

내가 무엇을 못 했다면 그것은 나태함 때문이에요

현묵에 대해서 주치의 김준범 교수는 출생 후부터 계속된 내출혈로 매번 사망 직전 상태를 경험했으면서도 “어두움과 절망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매 순간 긍정의 힘으로 극한의 상황을 기적처럼 이겨냈”다는 것이다. 현묵이 겪었던 육체적인 고통은 매번 사망 직전 상태까지 가는 극한의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루어진 현묵의 이런 성취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현묵은 “사춘기 시절 질풍노도는 늘 침대 위에서 끝났어요. 그렇다고 해도 아프다는 것으로 나를 정의하거나, 무엇을 못 한 것에 대한 변명으로 삼고 싶지 않아요. 내가 무엇을 못 했다면 그것은 나태함 때문이에요. 장애 때문이 아니죠. 나의 10대는 나태함에 아픔이 양념처럼 뿌려져 있는 상태였어요. 혈우병도 장애도 저의 주인은 아니었어요.” 저자 강인식 기자는 인터뷰를 하면서 이 말을 듣고 ‘정말 저렇게 생각할 수가 있는 걸까, 저 말은 진심일까’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묵은 ‘아무리 아파도 고통의 중간에 틈은 있었으므로 얼마든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그 틈이 너무나 짧았지만 사실 그건 나태함만 제거하면 별문제가 아니었다고 현묵은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2015년 그 전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극강의 내출혈이 양쪽 고관절과 장기를 공격해 의자에 앉아서 작업을 하기 어려운 때에도 현묵은 침대에 누워 노트북을 배 위에 올려놓고 거의 모든 일을 처리했다. 이 자세가 목에 부담을 줄 수 있었기 때문에, 옆으로 누워서 하기도 했다. 노트북을 ㄱ자로 꺾어 옆으로 세우면 옆으로 누운 자세에서 느리지만 무엇인가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거센 파도처럼 밀어닥치는 고통들 사이의 ‘틈’에서 현묵은 지속적으로 하나의 선을 이으며 톨킨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번역을 중단하지 않는다. 가장 아팠던 시기인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그저 재미있어서 번역에 도전했고 “아프거나, 읽거나, 번역하거나” 그렇게 한길을 갔다. 그에게 번역은 본질적인 삶의 목적이었다.
왜 톨킨이었고 왜 번역이었을까? “혈우병 환자의 수명이 일반인보다 크게 짧은 건 아니에요. 죽을 만큼 아플 때는 많아도 실제로 죽기는 쉽지 않죠. 이렇게 어른이 되는 것이죠. 그럼 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파서 잠이 안 오니까 더 그런 생각을 떨칠 수 없었어요.” 현묵은 아마도 어른이 되겠지만 그저 아프기만 한 어른이 되긴 싫었던 것은 아닐까. 번역이 본질적인 삶의 목적이 된 데에는, 10대 소년의 즐거운 덕질에서 비롯된 톨킨에 대한 탐구가 번역에 도전하는 것으로 이어진 데에는, 아프기만 한 어른이 아니라 무언가 자신의 가장 경쟁력 있는 그것으로 삶을 살아보려 한, 그 경쟁력 있는 것으로 어른의 삶을 살아보려 한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소울메이트, ‘중간계로의 여행’이라는 학교, 아이돌, 임팩트

박현묵은 현재 우리 나이로 스물셋이 되었다. 그가 아직은 어린 나이로 이룩한 빛나는 성취는, 그 모든 고통에도 불구하고 현묵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고 나아갔고 중단하지 않았던 순도 100%라 할 수 있을 삶에 대한 열정 때문에 가능했던 것일 터이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를 파괴할 임무를 받은 프로도 옆에 간달프, 아라고른, 레골라스, 김리, 갈라드리엘과 같은 조력자가 있었던 것처럼 현묵의 삶에도 수많은 조력자가 존재한다.
아프다고 초등학교를 다닐 기회를 빼앗지 않고 현묵에게 가장 즐거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만들 기회를 준 엄마는 긴 암흑의 터널 같던 시기 현묵의 옆에 언제나 함께 있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 같은 SF 영화를 좋아하던 아들에게 영화 대사를 번역해 볼 것을 권유하고 번역가의 싹을 틔워준다. 더불어 신약이 효과를 보이자 다시 현묵에게 대학교 입시에 도전할 것을 제안한다. 엄마는 아픈 현묵이 집에만 있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현묵의 몸이 괜찮을 때에는 계단이 있어서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라 할지라도 현묵을 이고 지고 함께 여행을 다녔고, 덕분에 현묵은 실제 세상을 여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엄마는 현묵의 소울메이트가 되었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10대 소년에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은 랜선을 통해서 열렸다. 소년은 랜선을 통해서 세상의 학교와는 전혀 다르지만, 앞에서 길을 끌어주며 동기 부여를 해주는 선생님이 있고, 함께 관심사를 웃고 떠들며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 학교를 만난다. 바로 톨킨 팬덤의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 카페 ‘중간계로의 여행’이다. 현묵은 여기서 진정한 톨키니스트, 진정한 고수, 아이돌을 만나고 그들을 따라 진정한 톨키니스트로 성장한다. 그리고 이 고수들이 열어준 길에서 톨킨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번역을 시작하고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한국에서 최초로 번역한 사람이 되는 성취를 이룬다.
이 책에서는 ‘임팩트’라는 단어를 여러 번 목도할 수 있다.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자신의 방과 침대에 갇혀 있던 현묵을 세상으로 나오게 했던 것은 주치의 김준범 교수와 현묵과 번역 계약을 맺은 아르테 출판사의 장현주 팀장이다. 김준범 교수는 신약 임상시험에 현묵이 지원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고질적인 내출혈 문제를 제어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현묵의 병과 장애에 대한 새로운 접근으로 재활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그가 쓴 추천서는 현묵이 서울대에 입학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묵 스스로 표현한 “김준범 임팩트”다. 톨킨의 저작을 번역 출간하고 있는 출판사의 장현주 팀장은 현묵을 카페의 ‘부매니저님’으로 부름으로써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해 본 적 없는 현묵을 최초로 공적으로 호명한 사람이다. 그리고 현묵을 ‘번역가’로, 현묵이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톨킨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한국에서 처음 번역하는 번역가가 되도록 이끌었다. 카페 게시판에 공동 미션으로 시작했지만 이미 거대한 탑을 쌓고 있었던 현묵의 아마추어 번역을 발견하고 그 가능성을 알아보고 믿어준 사람이다. 이를 두고 저자가 ‘장현주 임팩트’라 표현한 것은 너무도 적절하다.

버킷 리스트, 박현묵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2019년 여름 신약을 만나고 5개월이 지난 뒤 현묵은 갇혀 있던 침대에서 거꾸로 세상으로 거슬러 나아갈 힘이 생겼다.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아 힘이 생긴 발로 바닥을 밀어 자신의 방에서 부엌으로, 부엌에서 거실로, 그리고 거실에서 보행보조기로 옮겨 타고 옷이 흥건할 정도로 땀을 흘리면서도 혼자서 버텨 베란다에 나가 보행보조기에 의지해 서서 창밖을 내다볼 수 있었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홀로 서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2021년 3월 서울대학교에 입학하고, 그해 6월 스물둘의 현묵은 생애 처음으로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이어진 여름방학에 현묵은 “전동휠체어를 타고 갈 수 있는 모든 곳을 간다!”는 버킷 리스트를 잡았다.
첫 번째 버킷 리스트는 ‘만화 카페 가기’였고, 몇 차례의 사전답사까지 마친 뒤 휠체어를 타고 만화 카페에 입성해 직접 만화책을 고르고 손으로 종이책을 만지면서 책을 볼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네온사인이 넘실거리는 밤거리를 비지스의 노래 〈나이트 피버〉를 들으며 정처 없이 쏘다니는 것이었다. 네온사인이 있고 계단만 없다면 그곳은 〈나이트 피버〉로 흘러넘쳤다. 전동휠체어의 배터리가 다 닳도록 현묵은 목적지도 없이 그 속을 방황하듯 배회했다.
2022년 현재 현묵은 우리 나이로 스물셋의 청년이다. 그 청년은 이제 새로 얻게 된 자유를 더 확장하길 원한다. 현묵은 이제 자신이 낭송했던 로버트 블라이의 시처럼 “나 혼자만의 은밀함”을 즐기기 위해 인기척이 없는 눈 내리는 추운 밤 “차를 이리저리 몰며 시간을 좀 더 날”릴 수 있는 자유를 위해 운전면허를 땄다. 더 이상 엄마가 데리러 오지 않아도 되고, 엄마가 먼저 집으로 가도 되고, 저 앞의 미녀를 두고 집에 가지 않아도 되는 자유 말이다. 청년 박현묵의 이야기는 여기서 일단락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아니 현묵 자신이 주인공인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박현묵 임팩트

현묵에게 “‘김준범 임팩트’가 삶 전반에 강력한 지각 변동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면, ‘장현주 임팩트’는 공적인 세계로의 데뷔 같은 것”이라고, 그리고 “기어코 현묵도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현묵은 자신이 받은 작용(임팩트)을 상대에게 되돌려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박현묵과의 인터뷰는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단순히 지식이 아니라 ‘어떤 태도의 문제’에 대해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이었다고 말이다. 그것은 저자에게 하나의 임팩트였고 이를 ‘박현묵 임팩트’라고 표현한다.
또한 저자는 현묵의 스토리가 ‘장애인의 인간 승리’로 소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다. 이 책은 박현묵이라는 난치병을 가진 한 10대 소년이 스물둘 청년으로 성장하기까지 언제든지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비극 속에서 그 비극의 무게에 함몰되지 않고 그 위에 떠 있을 수 있는 유연함을 잃지 않았던 삶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공부란 본질적으로 어떤 행위인지, 어떤 태도를 통해 완성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아니 둘 다일 것이다. 과연 이 책을 편 당신은 이 박현묵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부디 저자의 바람처럼, 현묵의 바람처럼 ‘장애인의 인간 승리’ 이야기 정도로 읽지 않기를. 현묵은 자신을 옭아맸던 모든 장애를 걷어내고 체급마저도 고려하지 않은 가장 경쟁력 있는 것으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고 빛나는 성취를 이뤘으며 그 성취를 평가하는 데 ‘장애인’에 대한 배려 같은 것은 필요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고귀한 용기를 얻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실물 그 자체로 육박하는, 감동을 넘어선 깨달음을 줄 것이다. 세상의 상투성을 벗어나 진실한 자신의 영혼과 열망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추천사

김준범(의사,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한강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저자 강인식 기자가 내가 치료한 한 환자의 흔치 않은 사정을 책으로 만들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처음에는 무척 망설였다. 진실을 전달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논문을 쓰는 나 같은 교수나 기사를 쓰는 기자가 다를 리 없으나, 지극히 개인적인 내가 가진 기자에 대한 선입견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의 문턱을 수없이 경험하며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환자 박현묵 군의 이야기를 전하는 강 기자의 글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지천명이 넘도록 가져 왔던 나의 마지막 선입견, 즉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 변화됨을 느꼈다. 저자는 학문을 하면서 논문을 쓰는 사람들처럼, 진실을 전달하는 데 틀림이 없었고, 작가가 품기 쉬운 과장이나 억지 감동의 과함이 없었다. 대신 담담한 필체와 기승전결이 여운으로 이어지는 수려한 글의 구성은 그가 기자임을 떠나 좋은 문필가임을 느끼게 했다.
무엇을 위해 글을 쓰는가? 학자의 논문은 진실에 대한 전달로 그만이지만, 기자이자 문필가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신랄한 현실과 함께 그 속에 담긴 희망과 감동을 전하고 있어 일면 부러웠다. 쌓인 논문거리들을 다 쓰고 나면 퇴임 후 나도 등단을 고려해 보아야겠다.

손석희(언론인)
“신(神)은 공평하다”는 믿음은 늘 도전받는다. 현묵이 육체의 고통을 받아들인 대신 그 고통의 크기에 못지않은, 혹은 그보다 더 찬란한 지적 능력과 그것을 발휘할 수 있는 의지를 부여받은 것이라 해도 그것을 ‘공평함’으로 치부할 수 없다. 저자가 책에 쓴 대로 고통은 면역이 되는 것도 아니니까……. 그럼에도 이 젊은이는 그 불공평을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보여 준다. 서울대든 무엇이든 그가 성취해 낸 유형(有形)의 것들은 그저 결과물일 뿐 내가 그리 감동할 대상은 아니다.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 계속 놀라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는 새끼손톱 하나 다쳤다고 엄살 부리지 않으려 한다.

심재명(영화인)
이 책이 눈물 나는 인간 승리의 서사로 읽히지 않는 건 주인공 박현묵의 놀라울 정도의 긍정적 사고와 낙천성, 지적 탐구로 빛나는 얼굴 때문이다. 그의 삶은 실로 아름다운 감동이다.

장강명(작가)
저자는 이 이야기가 ‘장애인의 인간 승리’로 소개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했다. 나도 동의한다. 나쁜 표현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독자를 진부한 독법과 신파 분위기에 가둘 위험이 있다. 박현묵의 서사에도 전형적인 요소는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뜻밖의 기이한 에너지와 낯선 유쾌함도 있다. ‘찐덕후 감성’도 그중 하나다.
나로 말하자면 영웅 서사시의 앞부분으로 읽었다. 그 자체로 일단락되는 흥미진진한 모험이지만, 미래의 이야기는 분명히 더 장쾌할. 이 책을 『호빗』이나 ‘반지의 제왕’ 1부 『반지원정대』에 빗대면 박현묵을 비롯한 톨키니스트들이 얼마나 고개를 끄덕여줄지 모르겠다. 나는 박현묵은 아라고른이고, 김준범 교수는 간달프, 박현묵의 어머니는 갈라드리엘, 책을 쓴 강인식 기자는 레골라스나 김리라고 상상하기도 했다.
톨킨이 창조한 캐릭터건, 여러 문화권에서 오랜 과거부터 내려온 전승 속 인물이건 간에, 우리가 영웅이라 부르는 존재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자신만의 가혹한 시련을 겪고, 조력자를 만나 성장하며, 소명을 깨닫고 도전해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해낸다. 그 과정은 언제나 설레고 감동적인데, 아마 우리가 그런 삶을 소망하면서 그렇게 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박현묵을 영웅이라고 부르련다. 고귀한 용기를 얻고 싶은 모든 분께 추천한다.

목차

추천의 글
prologue 대입 추천서
1 2021년 1월 20일 면접
2 강점은 없고 약점은 있습니다
3 악에 물들다
4 중간계로의 여행
5 끝나지 않은 이야기
6 나태함
7 최초의 공적 호명
8 각성의 한여름 밤
9 Since 2016. 02. 18
10 엄마, 어무이
11 모계유전
12 더 트랜스포머 더 무비
13 덕후의 클래스, TOMEK
14 김준범 임팩트
15 베란다에 서서 창밖을 보다
16 답안지 없는 수학 시험
17 벚꽃 날리는 중앙도서관 계단
18 스물둘, 생애 첫 커피
19 Night Fever, 버킷 리스트
epilogue 박현묵 임팩트
감사의 글

본문중에서

“어렸을 때부터 늘 그런 공포가 있었어요. 그래서 글씨 쓰는 것도 잘 하지 않았어요. 연필을 쥐고 글을 쓰려면 굉장히 많은 관절을 써야 하잖아요. 손가락 마디마디, 손목의 복잡한 관절, 그리고 팔꿈치…… 정확히 그게 그것 때문이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연필로 글씨 쓰는 것조차 꺼렸던 것 같아요. 책을 그저 눈으로 보고 소화하려 했어요.” 줄 하나 긋지 않은 깨끗한 책은 실은 현묵이 가진 병의 무게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_46~47쪽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열여섯 살 현묵은 선수를 빼앗기기 싫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분이었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번역이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너의 꿈이 뭐냐 고 묻는다면, 이 책을 번역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죠.”_66쪽

상황이 발생하면 혈액 응고 인자를 투약한다. 점차 지혈이 된다. 강한 진통제와 소염제로 염증에 대응한다. 염증이 가라앉으면 물리치료 등을 통해 관절이 훼손되는 것을 막는다. “후유증이 남지 않게 대응해야 한다는 이런 설명이 저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게 된 사건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고관절 출혈이 멎는다 해도 내 육체는 더 좋아지지 않을 거란 냉엄한 현실 인식…… 그런 것이죠. 열여섯이었는데.”
그리고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혈우병 환자의 수명이 일반인보다 크게 짧은 건 아니에요. 죽을 만큼 아플 때는 많아도 실제로 죽기는 쉽지 않죠. 이렇게 어른이 되는 것이죠. 그럼 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파서 잠이 안 오니까 더 그런 생각을 떨칠 수 없었어요.”_69쪽

“사춘기 시절 질풍노도는 늘 침대 위에서 끝났어요. 그렇다고 해도 아프다는 것으로 나를 정의하거나, 무엇을 못 한 것에 대한 변명으로 삼고 싶지 않아요. 내가 무엇을 못 했다면 그것은 나태함 때문이에요. 장애 때문이 아니죠. 나의 10대는 나태함에 아픔이 양념처럼 뿌려져 있는 상태였어요. 혈우병도 장애도 저의 주인은 아니었어요.”
현묵의 말을 들으며 ‘정말 저렇게 생각할 수가 있는 걸까, 저 말은 진심일까’ 이런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현묵은 ‘아무리 아파도 고통의 중간에 틈은 있었으므로 얼마든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누구보다 그 틈이 너무나 짧았지만 사실 그건 나태함만 제거하면 별문제가 아니었다고 현묵은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_83쪽

이렇게 번역 업데이트는 수년간 이어졌다. 갑자기 병원에 실려가 실종되기도 했으므로 어떨 땐 두 달 만에 글이 올라 오는 일도 있었지만 현묵은 멈추지 않았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게시판을 본 사람은 이것이 오직 현묵 혼자의 미션이고 홀로 뛰는 마라톤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묵은 2016 년부터 2019년까지 총 93건의 번역 원고를 올렸다. 놀라운 지구력으로, 씩씩하게 탑을 쌓으며 암흑기를 걸어왔다.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전진했지만 그 결과물은 스트라이더다운 것이었다._87쪽

나는 테시가 현묵에게 톨키니스트가 되겠다는 동기 부여 그 이상을 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론 공자가 말한 ‘공부의 즐거움’을 깨우쳐 주기도 했겠으나, 때론 가장 세속적인 목표를 제시 한 것은 아니었을까. 현묵은 카페 ‘중간계로의 여행’에 존재하는 몇몇 고수들을 언급하며 말할 수 없는 존경을 표했으나 ‘아이돌’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테시가 유일하다. 테시는 10대 현묵의 아만이 아니었을까. 톨킨의 세계에선 최고의 실력자, 현실 세계에선 멋진 직업을 가졌으며 취향 또한 다채롭고 고급스러운 어떤 어른. 그것은 난치병과 중증 장애를 가진 현묵이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이며, 그래서 그건 다다를 수 있는 경지가 아니라 하늘에 떠 있는 별, 스타, 아이돌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저렇듯 번듯한 덕후를 보며 열일곱 현묵의 마음은 몹시 뛰지 않았을까._97~98쪽

“이미 모든 검토를 마쳤습니다, 부매니저님.”
‘중간계로의 여행 부매니저’. 그것은 생애 처음으로 육성으로 불려진 현묵의 공적인 이름이었다. 2020년, 한국 나이로 스물한 살이 된, 만으로 스무 살이 채 되지 않은 2000년생 현묵이 처음으로 공적으로 호명되는 순간이었다._106쪽

“고졸 검정고시도 봐야 하고 수능도 치러야 하는데 큰일 났다? 그런 생각은 전혀 안 들었어요. 수능 따윈 사실 어떻게 돼도 상관없었어요. 대입을 준비한다는 건 진로를 고민한다는 거고, 어떤 인생 설계를 한다는 의미였는데, 주구장창 방구석에만 있던 내게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겠어요. 무려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국내 최초의 번역가가 되는 기적 같은 일이 저에게 벌어졌는데요. 정말 행복했어요.”_108~109쪽

원문의 일관성을 확인하고, 기존 번역서와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묵이 작업하고 있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한국인 독자 기준으로 ‘최신 톨킨 번역작’이 될 것이기에 더 조심스러웠다. 현묵은 신인 중의 신인이었다. 등단하지도 않은 작가가 소설을 출간한다고 달려든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번역 실수가 신인의 어설픔으로 이해되는 상황을 현묵은 원치 않았다. 적게는 여섯 개, 많게는 열 개의 윈도우를 띄운 채 작업을 해 나갔다. 그렇게 2020년 한여름의 밤은 하얗게 밝혀졌다._112쪽

현묵은 그날 얘기를 들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준범 임팩트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그날은 어떤 특이점이었어요. 대전환이 이뤄진 날이죠.” 김 교수를 만났다고 현묵의 상태가 바뀐 건 없었다. 지혈을 돕는 인자를 공급해 주는 약이 거의 듣지 않는 현묵에게 맞는 어떤 치료법을 김 교수가 가진 것도 아니었다. 대신 김 교수는 “혈우병은 개인마다 다 다르다”는 의미심장한 화두를 현묵에게 던졌다. 그러므로 모든 접근은 개인 맞춤 치료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현묵에게 먼저 제안한 것은 ‘기록’이었다. “교수님은 저만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라고 했어요. 아픈 증세뿐 아니라 아프기 시작한 후 약의 처방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는지 아주 작은 변화라도 기술해 놓자고 했어요. 그리고 제가 아픈 패턴도 모두 기록해 놓자고 했어요.”_194쪽

그 전까지 현묵은 세상에서 계속 추방당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추방당했고, 동네에서 추방당했으며, 결국 집에 갇혔다. 관절이 더 이상 가동하지 않았으므로 거실에서 부엌으로, 부엌에서 방으로 추방됐다. 그 방에서도 침대 위가 전부가 돼 버렸다. 하지만 현묵에겐 그 추방된 세계를 역으로 거슬러 갈 힘이 생겼다.
현묵은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발로 바닥을 밀었다. 바닥을 밀 수 있을 만큼의 힘이 생겼다. 방을 나와 부엌을 들러 거실로 갔다. 거실의 끝에 도달해서는 보행보조기로 옮겨 탔다. 옷이 땀에 흥건할 정도였지만 아프지 않았으므로 버틸 수 있었다. 그래서 기어코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거실의 벽을 넘어 베란다에 혼자 힘으로 갈 수 있게 됐다.
보행보조기에 기대 베란다에 서서 창밖을 내다봤다. 엄마나 아빠에게 도움을 구하지도 않고 홀로 그곳에서 창밖 너머의 세상을 봤다. 현묵이 4층 집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광활하고 디테일했다. 여자애와 남자애 들이 뛰어다녔고, 동네 아저씨가 쓰레기봉투를 들고 총총 걸음을 옮겼으며, 방금 단지로 들어온 차는 주차할 곳을 찾았다. 어떤 기적이었다._204쪽

지원자를 치료한 의사 선생님의 추천서가 입시원서에 첨부됐다. 김준범 교수의 추천서는 면접관들에게 일종의 결정타가 됐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 뒤에 등장한 실물(實物) 현묵은 그것이 모두 사실임을 그 존재 자체로 증명해 냈을 것이고. 현묵은 인문대 신입생 중 유일한 장애인이었다. 2013년 2월 초등학교 졸업식을 끝으로 중단됐던 학창 생활은 만 8년 만인 2021년 3월에 다시 시작됐다._233쪽

인터뷰는 2021년 여름을 관통해 넉 달 가까이 이어졌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현묵에게 무언가 배운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지식이 아니라 ‘어떤 태도의 문제’에 대해 깨달음을 얻어 가는 과정 같았다. 어떤 강론보다 강렬했다. 그것은 ‘진짜 실물’, ‘진짜 이야기’였기 때문에._245쪽

공부라고 표현하면 적확한 것일지 모르겠으나, 현묵의 이야기는 어떤 공부가 분명한 방향성을 가지고 매우 오랫동안 일관되게 지속된다면 그것 자체가 살아 있는 것이 되어 놀라운 힘을 발휘하게 된다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어려움, 아니 어려움이라기보단 비극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현묵의 사례는 비극과 마주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다. 비극 안에 양념같이 희극을 넣는, 비극에 함몰되지 않고 그 위에 떠 있을 수 있는 유연함을 배우는, 그래서 어느 순간 그 비극을 역전시킬 기회를 얻는, 그런 이야기일 수 있다._246쪽

현묵은 2021년 여름방학에 어떤 목표를 세웠다. 전동휠체어로 갈 수 있는 모든 곳을 간다! 거창하지 않지만 그것은 현묵의 화려한 버킷 리스트였다. (…) 네온사인이 많은 밤거리를 비지스(Bee Gees)의 〈나이트 피버(Night Fever)〉를 들으며 정처 없이 쏘다니는 것이다. (…) 이어폰을 끼고 네온사인이 넘실거리는 밤길로 떠났다. 목적지도 없고 네온사인만 있는, 계단이 없다면 그곳은 모두 〈나이트 피버〉로 흘러넘쳤다. 비지스는 쉼 없이 현묵을 부추기고 네온사인은 유혹했다. (…) 이미 현묵의 영혼은 네온사인을 뚫고 들어가 클럽의 무대 위에 있었다. 그 밤은 뜨겁고 화려했다. 전동휠체어의 배터리가 다 닳도록 현묵은 그 속을 방황하듯 배회했다._257~259쪽

현묵에겐 장 팀장이 임팩트였고 장 팀장에겐 현묵이 임팩트였다. ‘김준범 임팩트’가 삶 전반에서 강력한 지각 변동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면, ‘장현주 임팩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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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식 [저]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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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0.1그램의 희망』과 『꿈보다 열정』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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