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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이 서로 돕는다는 것 : 현상학적 학문이론과 일반체계이론의 이중주[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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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전문화의 시대에도
보편학을 향한 열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두 선견자의 문제의식과 제안을 바탕으로
파편화된 학문들의 실천적 협력을 도모할
메타이론으로서 보편이론의 가능성을 타진하다

지식의 전문화ㆍ분업화로 인해 초래된 ‘학문 간 장벽’의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이에 대응해 종종 회자되곤 하는 ‘융합(convergence)’이란 개념 속에는 분과 학문 체제가 가진 탐구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학문론적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실제 학문 현장에서 그 실천이 과연 순조로운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이 책은 에드문트 후설(E. Husserl)의 ‘현상학(Phenomenology)’과 루트비히 베르탈란피(L. v. Bertalanfy)의 ‘일반체계이론(General System Theory)’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학제 간 협력’의 조건들을 구체화해본 시도다. 후설의 현상학은 인문학(철학) 영역에, 베르탈란피의 일반체계이론은 자연과학(생물학) 영역에 터를 두고서 환원주의에 의거하지 않은 채 각각 ‘보편’을 지향한 메타이론이었다. 저자는 학문론의 차원에서 두 이론의 주요 개념과 맥락들을 면밀히 비교ㆍ분석한 뒤, 후설과 베르탈란피가 개별 탐구 영역의 ‘고유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론들 상호 간의 ‘구조적 동형성’을 드러내는 시도들을 이어왔다고 말한다. 또한 이렇게 서로 다르되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론 체계들 간의 상응관계를 해명하는 작업이 바로 학제 간 협력이라는 화두를 풀어가는 첫 번째 토대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 지성의 발전을 염두에 둔 이들에게 ‘학문이 서로 돕는다는 것’의 의미를 성찰해보는 계기가 되어줄, 성균관대학교출판부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스물다섯 번째 책이다.

출판사 서평

문제의식과 토대

통섭 그리고 융합. 오늘날 우리 학문의 한 현실을 함축하는 단어들이다. 이러한 단어의 유행 속에는 학문/과학의 지나친 전문화가 초래한 병폐들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리하여 지성의 발전을 위해서는 학문 간 협력, 나아가 보편적 학문이론이 절실하다는 인식이 병존한다. 더구나 거대과학(big science)의 등장과 기술의 사회적 영향력 확대라는 현실을 고려할 때, 여기에 구태여 반론을 제기할 이는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유용한 참조점으로서 저자는 후설과 베르탈란피의 이론을 소환한다. 베르탈란피는 다양한 학문 분과 이론들을 관통하는 어떤 보편적이고 구조적인 특성이 있다고 주장했고, 후설은 일종의 메타이론으로서 학문이론을 ‘이론들에 대한 이론’으로 규정하고 연구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기획-현상학과 일반체계이론-을 하나의 보편이론으로 제시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기존의 전통 철학이 세상의 기초 개념들에 대한 해명과 참된 지식의 조건을 탐구하는 것으로서 보편이론의 지위를 겨냥한 것과 달리, 후설과 베르탈란피는 우선 형식적이고 논리적인 측면에서 학문 일반의 구조적 특징에 주목했다.

이 책의 모색점, 또 다른 보편학에의 탐사

그런데 사실 이러한 메타이론적 시도는 모든 개별 학문들의 기초를 제공하고 방법론적 규준을 포함한 탐구 활동의 지침들을 제공하는 근원적 학문, 즉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시작되어 데카르트에 이르러 구조적으로 더 분명해진 ‘제1철학(prima philosophia)’에 대한 탐사와 다르지 않다. 이는 인류 지성사를 추적하면 만나게 되는 아주 오래된 꿈이기도 하고, 하나의 원리로 세상의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인간적 열망이기도 하다. 이 꿈은 예컨대 지금처럼 학문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던 무렵에는 예외 없이 되살아나곤 했다.
이 오래된 보편학에의 열망을 위해 저자는 이 책에서 오늘날의 학문 상황에 비추어 좀 더 명료하게 정리되어야 할 학문이론/메타이론을 다음과 같이 상정해둔다. (1) 새로운 학문이론은 학문 일반을 특정 분과학문의 관점에서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개별 학문의 특성과 그 특성에 따른 학문 간 협력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어야 한다(분과적 시선을 넘어선 일반이론). (2) 새로운 학문이론은 분과과학의 탐구에 윤리적 정향을 다뤄낼 수 있는 이론적 틀이어야 한다(자연과학과 공학 그리고 인문학의 협력을 설명할 수 있는 담론모델). (3) 새로운 학문이론은 학문 전체의 발전과 그 사회문화적 이념의 지향점을 논의할 수 있는 담론모델이어야 한다(학문의 본성에 관한 논의를 가능케 하는 담론모델).
이는 새로운 학문이론이 학문 전체의 통일성을 가늠할 수 있는 형식적 범주들을 담아내고, 개별 분과과학들의 협력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며, 동시에 그런 협력적 작업의 문화적(문명적) 의미를 말하는 포괄적인 이론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저자는 이 책에서 현상학적 학문이론과 일반체계이론이 이러한 새로운 요구들을 감당할 수 있는 학문이론임을 입증해나간다.

학문 간 협력을 위하여

-제1부 학문이론으로서의 현상학과 일반체계이론
제1부에서는 후설의 현상학과 베르탈란피의 일반체계이론을 비교한다. 체계이론을 단순화해서 일의적으로 설명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자기조절 능력과 피드백을 통한 자기 교정이 가능한 체계에 관한 논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베르탈렌피는 유기체에 관한 설명 모델을 토대로 모든 체계에는 공통적인 구조가 있다는 가정(일반체계이론)을 입증하고자 하였는데, 이 ‘구조적 동형성(isomorphism)’은 개별 분과과학의 차이를 넘어선 일반적인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개별 과학 일반에 대한 폭넓은 적용 가능성을 갖고 있다.
현상학적 학문이론은 학문의 위계를 구조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학문 분류의 문제와 그 협력 가능성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갖고 있는 이론이다. 후설은 형식 존재론(formale Ontologie)과 영역 존재론(regionale Ontologie)에 대한 논의를 통해 학문 전체의 체계를 일별하고자 하였다. 아울러 단순히 형식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에만 주목한 것이 아니라 학적 탐구 활동의 인식적 토대를 ‘지향성(Intentionality)’ 개념을 통해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 지향성은 일반체계이론이 겨냥하고 있는 체계들 간의 구조적 동형성처럼 모든 인식활동의 근저에 있는 인간 인식의 보편적 조건이다. 따라서 지향성에 대한 입론은 학문적 탐구 활동의 실질적 의미를 해명하면서도 일반적인 수준으로 확장 가능한 논의가 된다.

-제2부 학문 간 협력의 조건들과 보편 학문이론의 가능성
제2부는 1부 내용을 토대로 학제 간 연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적 조건들에 대한 내용을 현상학과 일반체계이론의 관점에서 정리해본다. 아울러 내용의 이해와 논의의 적실성을 위해 각각의 논의에 적합한 사례들을 분석해나간다. 전체적인 논의를 위해 우선 근대과학의 발전양상을 개괄한 뒤, 분과화된 학문들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면서 이론들을 발전시켜 나가는지 일별한다. 이러한 논의는 학문 발전을 고무하는 여러 구조적 요인들을 해명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학문 간 협력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판단 지표로서 대상의 의미가 어떤 구조적 요인들을 통해 결정되는지 해명한다. 하나의 대상은 그저 어떤 한 영역의 대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동일한 대상이 다양한 탐구 영역에서 동시에 다루어질 수 있다. 즉 대상 혹은 대상적 의미는 여러 분과학문들을 연결시키는 일종의 링크 역할을 한다. 대상적 의미에 대한 분석틀은 따라서 하나의 대상이 어떤 학문 영역들과 연관을 가질 수 있는지 살피는 의미론적 토대가 될 것이다.
또한 일반체계이론의 관점에서 학적 탐구는 단순히 해당 분과의 이론적인 내용들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제도 역시 체계이며, 연구자들의 모임 역시 체계이다. 이러한 다양한 사회적 제도들은 학문 발전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친다. 학제적 연구의 성공적인 조건을 가늠하면서 학문 외적인 조건들을 논의하는 까닭은 현실적으로 학제적 연구의 실질적인 장벽들이 학문의 외적 요건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제적 연구를 단지 학문 내적인 문제로만 보는 것은 사안을 제대로 보기 어렵게 만든다. 일반체계이론과 현상학은 이 문제를 자연스럽게 하나의 시선에서 볼 수 있는 이론적 틀을 제공해주는 장점이 있다.

-제3부 학문 간 협력을 위한 학문이론의 이념
일반체계이론의 관점에서 학제 간 협력이 잘 일어나기 위해서는 해당 학문의 이론들과 연구자들, 그리고 그런 연구를 지원하는 사회적 제도 모두가 개방체계여야 한다. 또 창발적인 성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개개의 구성원들에게 비교적 높은 자유도가 보장되어야 한다. 얼핏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이러한 논의는 기상현상은 물론이고 생명체를 포함해 고도의 사회적 조직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다시 말해 개개의 분과적 경계를 넘어서는 일반적인 차원의 논의이기도 하다.
1부와 2부를 통해 학문 일반의 역동적 발전과정을 해명하는 기술적인(descriptive) 논의가 마련되었다면, 다음 단계에서는 우리 학문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관한 규범적인(nominative)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제3부는 학문 방법론의 문제, 상대주의와 객관성의 문제, 시대의 화두로 부상한 기술(technology)과의 혼종 문제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면서 ‘서로 도울 수 있는’ 학문이론의 이념을 종합적으로 서술해나간다.

시장주의 시대 학문과
대학(교양)교육에 관한 시론

이 책은 오늘날 학문 현실을 이해하고, 학문 간 협력과 융합 연구의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전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탐색하였다. 그리고 저자는 3부 말미에서 몇 개의 장을 할애해 대학(교양)교육 내에서의 융합 연구와 교육에 대한 시론을 덧붙인다.
사실 유행하고 있는 융합 개념이 이슈가 된 것은 과학기술 연구를 시장주의의 관점에서 접근한 것과 관련이 있다. 저자는 1990년대 말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융합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새로운 기술 발전이 함축하고 있는 상품성 때문이었다면서, 근본적으로 본래 ‘수렴’을 뜻하는 ‘Convergence’라는 개념을 융합이라고 번역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무엇보다 그러한 번역은 ‘수렴’이라는 말이 갖고 있는 환원주의적 경향을 은폐시키기 때문이다. 저자는 만약 우리가 ‘융합’이라는 개념을 부주의하게, 다시 말해 그 개념과 관련된 시장주의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융합은 학문적 탐구의 다양성을 고사시키는 이념이 되고 말 것이라는 경고도 놓치지 않는다.
저자는 이렇게 책을 맺는다. “우리 사회의 미래는 베르탈란피가 예측한 것처럼 고도로 복잡해지고 있으며, 인류 문명은 지구 온난화의 문제, 경제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 등등 여러 가지 문제에서 심각하게 도전받고 있다. 게다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기계적 체계들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은 그 복잡함을 담아낼 수 있는 이론적 체계를 구상하는 일이다. 학문 간 협력은 그런 의미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목차

머리말____보편학에 대한 열망

제1부____학문이론으로서의 현상학과 일반체계이론
1. 후설과 베르탈란피
2. 시대 전환기의 학문 상황
3. 지식 분류의 문제와 학문이론
4. 심리학주의와의 대결과 그 학문이론적 함축
5. 논리학과 인식론: 메타이론으로서 학문이론의 토대
6. 메타이론으로서 존재론의 문제와 일반체계이론
7. 메타이론의 토대로서 수학의 기초 문제
8. 학문이론의 형식적 근거: 다양체론과 형식 존재론
9. 영역 존재론과 일반체계이론 그리고 에를랑겐 프로그램
10. 보편학과 개별 과학: 부분 세계와 전체 세계의 위상적 딜레마
11. 지향성의 구문론과 의미론
12. 체계이론의 구문론과 의미론

제2부____학문 간 협력의 조건들과 보편 학문이론의 가능성
1. 환원주의의 문제
2. 과학의 전문성과 융합 연구의 필요성
3. 학문 발전의 동역학적 구조: 체계이론의 관점에서 본 학문 체계의 변화
4. 학문 발전의 양상과 구조적 여건들
5. 지식 개념의 변화와 학문 간 협력의 조건들
6. 학문 융합의 양상들: 쉬운 융합과 어려운 융합
7. 사례연구: 온톨로지와 후설의 존재론적 기획

제3부____학문 간 협력을 위한 학문이론의 이념
1. 기술적(descriptive) 융합과 규범적(normative) 융합
2. 양적 연구 방법과 질적 연구 방법
3. 방법론의 현실 적합성과 상대주의의 문제
4. 기술(technology)과 탐구 영역의 혼종
5. 학문적 탐구에 있어서 객관성의 문제
6. 방법론의 문제: 현상학적 판단중지의 방법론적 확장
7. 디지털 시대와 대학의 역할
8. 학문 간 협력을 위한 교양교육의 문제

맺음말____보편 학문이론의 이념
주ㆍ참고문헌ㆍ찾아보기
총서 ‘知의회랑’을 기획하며

본문중에서

ㆍ학문은 현실 세계를 설명하고 묘사하는 그림과도 같다. 다시 말해 학문과 현실 사이에는 일종의 평행 관계가 존재한다. 학문이 진리와 지식을 얻고자 하는 활동이고 진리와 지식이 이 세계에 관한 것인 한, 학문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 세계를 어떻게든 반영한다. 그런 한에서 현실 세계가 하나의 세계이고 그에 대응하는 어떤 보편적 질서가 있다면, 모든 학문 일반을 관통하는 보편적 원리가 있다고 믿는 것도 자연스럽다.
-본문 6쪽, ‘보편학에 대한 열망’ 중에서

ㆍ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학문의 위기/기회 현상을 체계이론의 일반적인 논의에 비춰보면 학문 체계가 활성 구조 상태에 들어서서 새로운 질서가 창출하기 위한 혼돈 구조로 이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만하다. 향후 어떤 변화들, 예를 들어 어떤 학문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어떤 새로운 학문들이 등장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것은 고도로 복잡한 생태계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학문의 경우에는 어떤 규범적인 의도, 즉 학문을 수행해가는 인간의 선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방향성만큼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본문 181쪽, ‘학문 발전의 동역학적 구조’ 중에서

ㆍ지식 개념의 변화는 학문과 학문 아닌 것 사이의 경계를 약화시킨다. 더 이상 지식을 생산하는 장소가 오직 학문의 전당인 대학뿐이라고 말할 수 없다. 19세기 순수 학문과 응용 학문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린 메커니즘이 이제 지식과 정보 사이의 경계도 무너뜨린다. 이렇게 지식 개념이 변화하고, 그에 따라 학문의 개념도 유동하면서 새로운 체계로의 진화도 가속화된다. 그런 진화의 끌개(attractor)는 바로 ‘문제(problem)’다.
-본문 195쪽, ‘지식 개념의 변화와 학문 간 협력의 조건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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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박승억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성균관대학교 철학과에서 현상학과 학문 이론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트리어대학교 박사후 연구원과 청주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기초교양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철학연구회 논문상’, ‘한국연구재단 창의연구 논문상’ 등을 수상했다. 첨단 기술과 인문학의 관계, 철학이 현실적인 삶의 문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에 관심을 두고 연구 중이다. 주요 저서로 『가치전쟁』, 『렌즈와 컴퍼스』, 『학문의 진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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